하켄과 햄머 [한국의산천]
한 때 암벽장비의 3요소를 열심히 외우던 때가 있었다.
그것은 카라비너, 하켄, 햄머를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70년도와 프렌드가 널리 퍼지기 전인 80년도 중반까지 암벽등반을 하기위해서는 하켄과 햄머 그리고 알미늄으로 발걸이가 만들어진 줄사다리는 필수장비였다.
그러나 지금도 거벽 등반에서 동전하나가 세로로 겨우 들어갈 정도의 미세한 틈새(크랙)에 손톱만한 쇳조각 러프(rurp)를 박거나 버드빅 또는 구리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볼펜 굵기의 카퍼헤드 등을 뭉그러트리며 때려박기 위해 햄머(Rock hammer)는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장비이다.
▲ 암장 바위틈에 박힌 앵글하켄 ⓒ 2008 한국의산천
선인 남측을 하켄을 박으며 올랐고 설악산 천화대 범봉에서 하켄을 박고 하강을 했다.
지금은 설치가 번거롭고 자연보호 측면에서 하켄사용을 잘 하지 않는다. 지금은 '프렌드'라는 획기적인 장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햄머로 하켄의 머리를 힘차게 두드리면 안전하게 잘 박힌 하켄은 둔탁하지 않은,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난다. 우리는 그 소리를 하켄이 노래한다고 말했다.
▲ 하켄 회수용 햄머 ⓒ 2008 한국의산천
햄머의 종류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푸석바위를 쳐내기 위해 앞쪽이 피라미드 사각뿔처럼 생긴것을 공격용(선두용)이라고 말하고, 하켄을 걸고 빼내기 좋게 뾰족하게 생긴 햄머를 회수용 햄머(후등자용)라고 말한다. (회수용 햄머를 공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켄을 아끼기 위해 후미에서 올라오며 하켄을 회수하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모래내 금강(M·K)제품은 질좋은 하켄으로 각광 받았다.
위 햄머의 단단한 호두나무 손잡이가 미끄럽기에 자작으로 자전거 튜브를 잘라서 끼우고 토치로 달궈서 손잡이가 미끄럽지 않게 감싸고 튜브의 양쪽은 속으로 조금 말아넣어 마무리를 깨끗이 하고 돌출부분이 생기게 했다.
▲ 프랑스식 빙·설벽 기술을 배울 때 사용되던 피켈에도 역시 자전거 튜브를 이용하여 손잡이 부분을 감쌌다. ⓒ 2008 한국의산천
자전거점에 가서 못쓰는 튜브를 달라고 하면 거져 얻을 수 있습니다.
자전거튜브를 비교적 가는것을 구해서 한뼘 정도 짜르고 손잡이에 끼운다음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양옆을 50mm정도 밀어넣고 천천히 불에 달구면 튜브가 조금 수축되어 손잡이에 잘 달라 붙습니다.
▲ 지금은 헥사텐트나 일반텐트를 치기위해 펙을 박는데 주로 사용되는 잠자는 rock 햄머 ⓒ 2008 한국의산천
산악등반사를 볼 때 근대 등반사에는 하켄이 사용되면서 암벽 등반은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하켄, 카라비너, 햄머들은 암벽 등반에 있어서의 필수 불가결의 장비이었으며 그 당시만해도 단순한 자유 등반의 밸런스 클라이밍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수직 암벽도 등반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가 오버행과 거벽등반을 가능케하여 새로운 알피니즘의 암벽기술로 발전하여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한 시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던 빛나는 장비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새로 개발된 장비에 밀려 녹이 슬며 골동품으로 변하고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세월따라 변해감을 부인 할 수 없는 일이다.
등산 장비가 변하고 사람은 사라져도 변하지 않는것은 언제나 의연히 그자리에 서 있는 산.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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