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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고군산군도

by 한국의산천 2008. 8. 24.

파도가 점점이 만든 수채화, 고군산군도
일간스포츠|박상언 기자|


밤잠마저 빼앗아갈 만큼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 풀 꺾이나 싶더니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지난 주말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후 하늘은 여느 때보다 푸르다.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피서객으로 북적이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 데다 적당한 날씨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보다 한적한 여행을 원한다면 섬으로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멋진 풍경까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다. 한적함과 비경을 모두 만족시켜줄 곳으로는 전라북도 군산 앞바다에 떠 있는 고군산군도가 첫 손에 꼽힐 만하다. 군도는 여름의 부산함을 치워놓고 차분하게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파도·바람이 빚은 조각 전시장, 고군산군도
원래 이름은 군산이었다. 수평선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마치 작은 산들이 모여 있는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 후기까지 서해를 방어하는 수군이 주둔했을 만큼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수군 진영이 지금의 군산으로 옮겨지면서 고군산군도란 이름을 얻게 됐다.

고군산군도는 모두 6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선유도를 중심으로 타원형을 형성하고 있어 군도 한 가운데 들어서면 마치 큰 호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신안이나 진도의 조도군도 등 전남 서남해안에서는 흔한 풍경이지만 서해 한 가운데 이처럼 많은 섬이 몰려 있는 것이 이채롭다.

 

섬이 많은 만큼 볼거리도 풍성하다. 군도의 속살까지 모두 돌아보려면 하루 이틀로는 부족하다. 대신 배를 이용한 선상 관광이라면 한나절로도 충분할 듯하다. 군도의 북쪽에는 횡경도·소횡경도·방축도·광대도·명도·보농도·말도 등이 마치 병풍처럼 동서로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이 육지였던 먼 옛날 봉우리로 이어진 산줄기였던 듯 싶다.

 

가장 먼저 횡경도에 다가서면 능선 한 가운데 송곳처럼 솟아오른 바위가 눈에 띈다. 이름은 할배바위다. 선유도 바로 옆 장자도에 있는 할매바위와 한 쌍을 이루는 바위다. 할배바위는 망건을 쓴 채 먼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고, 할매바위는 아이를 업은 형상이 뚜렷하다. 바람난 남편에 실망한 아낙이 돌로 변해 할매바위가 되자 미안한 마음을 금치 못한 남편은 반대편으로 돌아앉아 돌로 굳었다는 전설을 품고 있다.

 


소횡경도를 지나 방축도 남쪽 바닷가에서는 독립문바위를 만난다. 길게 누운 큰 바위 한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데, 작은 고깃배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만큼 크다. 하지만 형태는 홍도의 독립문바위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방축도 서쪽 끝은 거대한 절벽이 형성돼 있다. 그런데 절벽을 이루는 바위의 형상이 기묘하다. 시루떡을 양 옆에서 힘을 줘 찌그러뜨렸을 때 보이는 모습처럼 층층이 쌓인 바위가 이리저리 일그러지며 바다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떡바위다.

 

서쪽 끝에서 남북으로 길게 누운 관리도는 억겁의 세월 동안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조각품이 많이 새겨져 있다. 1㎞ 가량 되는데, 병풍바위로 불리는 절벽에는 독수리·부엉이·해골 등 기기묘묘한 바위가 즐비하다. 특히 남쪽 끝에는 하늘로 구멍이 뚫린 천공바위, 마치 1만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 듯한 만불상바위 등이 절경이다. 천공바위는 반대편으로 돌아가 바라보면 코뿔소가 누워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관리도를 돌아들면 장자도에 닿는다. 지금은 보기 어렵지만 섬 주변은 한때 조기가 지천이었다. 조기잡이에 나선 수백척의 배들이 밤에 불을 켜고 작업하던 모습이 얼마나 장관이었던지 장자어화란 이름으로 불리게 됐고, 선유8경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걸어서 만나는 선유도·장자도
고군산군도의 외곽 섬들을 바다에서 만났다면 선유도 주변은 걸어서 감상할 수 있다. 선유도와 장자도·대장도·무녀도는 연도교로 연결돼 왕래가 수월하다. 게다가 각 섬에는 가벼운 트레킹을 겸한 산행이 가능한 산이 있어 몇날이고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다.

마치 신선이 마주앉아 바둑을 두는 듯한 모습을 품고 있다 해서 이름붙여진 선유도에 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산이 망주봉이다. 유배온 신하가 매일 임금님을 그리워하며 올랐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북 진안 마이산처럼 우뚝 솟아오른 두 개의 봉우리는 바로 아래 백사장인 명사십리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고 있다. 가파른 길을 이용해 20분이면 봉우리 정상에 오르는데, 맑은 날이면 군도의 모든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수욕장의 모래톱은 마치 내려앉은 기러기 형상과 비슷해 평사낙안이라 불리기도 한다.

 

선유도에서 바닷가로 이어진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장자도에 닿는다.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섬은 선유도에 비해 조용하고 깔끔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제격이다. 두 섬을 연결하는 장자대교에서 낚시도 쏠쏠한 재미를 전해준다. 굳이 낚싯대가 없더라도 낚싯줄과 낚싯바늘, 미끼만 있으면 우럭·놀래미·장대·백조기·아나고 등이 줄줄이 물려 올라온다는 것이 섬 주민의 설명이다.

장자도에서는 갖가지 체험을 즐길 수 있는데, 특히 김종승(38)씨가 운영하는 1박 2일 일정의 꽃게체험이 인기다. 10명 기준으로 참가 신청을 받으면 김씨는 2~3일 전 근처 바다에 꽃게잡이용 그물을 쳐 놓는다. 이 그물에 잡힌 꽃게는 양에 상관없이 몽땅 손님들 차지다. 손님들이 직접 그물을 걷어올리는 것은 물론이다. 잡히는 양이 적을 경우 김씨가 필요한 만큼 조달해주기도 한다. 이외에 숙박·식사·갯바위낚시·갯벌체험 등이 포함된다. 1인당 12만원. 011-680-6314.

 

▲가는 길

군산 외항에 자리한 군산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선유도를 왕복하는 여객선이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6차례(주말 오후 3시 30분 추가) 운항한다. 요금은 약 1시간 20분 소요되는 일반여객선이 1만 3500원, 약 50분 소요되는 쾌속선이 1만 6650원이다. 063-472-2727.

고군산군도 선상여행은 군산 비응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루 두 차례 운항하는데,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므로 사전 확인이 필수다. 비응항을 출발, 횡경도·소횡경도·방축도·대장도·장자도·선유도를 거쳐 비응항으로 돌아온다. 1만 5000~3만원. ㈜월명유람선(063-445-2240). 섬 주민의 배를 얻어탈 수도 있다. 연료비에 약간의 수고비만 얹어주면 섬의 갖가지 볼거리에 얽인 설명을 자세히 들을 수 있다. [군산=글·사진 박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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