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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문화문학음악

가을 시

by 한국의산천 2022. 8. 27.

가을에 관한 詩

선선한 바람이 불며 가을이 우리곁으로 다가 왔습니다

가을시를 읽으시며 풍요로운 가을 맞으십시요  

 

산다는것이 뭐 별거던가?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그 바람 맞으며 바람따라 물 흐르듯 그렇게 가야겠지 

 

노을

                      - 조병화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떨어진 낙엽이 뒹구는 거리에

한줄 시도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

 

가을이 오면 그대에게 가렵니다.

                             

                                     - 정 일 근

 

가을이 오면 그대에게 가렵니다.
낡고 오래 된 기차를 타고 천천히
그러나 입속에 스미는 가을의 향기처럼
연연하게 그대에게 가렵니다.

 

차창으로는 무심한 세상이
다가왔다가 사라지고
그 간이역에 누구 한 사람 나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해도
기차표 꼭 잡고 그대에게 가렵니다.

 

그대가 기다리는 간이역이
이미 지나쳤는지 몰라도
그대 이미 나를 잊어버렸는지 몰라도
덜컹거리는 완행 기차를 타고
그대에게 가렵니다.

 

가을이 나뭇잎 하나하나를 모두 물들이는
무게와 속도로
그대에게 가렵니다

 

네가 와서 기뻤고, 네가 와서 외로웠다... 너는 나의 가을이다

낙엽의 서걱거림에 내가 지나온 과거를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오월의 신록처럼 푸르렀던 청춘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류 시 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푸르른 날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가을 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가을꽃집
              - 용혜원-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 같은 갈대와
마른 나뭇가지
그리고 가을 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 보세요
사람들 속에서 불어 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가을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을 파는 꽃집으로
다 찾아오세요
가을을 팝니다
원하는 만큼 팔고 있습니다
고독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그리워 지는 계절, 가을입니다

 

 

님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오메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은 골 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래 기둘리리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 것네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남겨진 가을

                           - 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성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가을이 가네
            - 용 혜 원

빛 고운 낙엽들이 늘어놓은
세상 푸념을 다 듣지 못했는데
발뒤꿈치를 들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가슴에 찾아온 고독을
잔주름 가득한 벗을 만나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함께 나누려는데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세파에 찌든 가슴을 펴려고
여행을 막 떠나려는데
야속하게 기다려주지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인생도 떠나야만 하기에
사랑에 흠뻑 바져들고픈데
잘 다듬은 사랑이 익어가는데
가을이 가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 재 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 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 <춘향이 마음>(1962) -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
               -  정유찬

가을엔
너른 들판을 가로 질러
노을지는 곳으로
어둠이 오기 전까지
천천히 걸어 보리라

 

아무도 오지 않는
그늘진 구석 벤치에
어둠이 오고 가로등이 켜지면
그리움과 서러움이
노랗게 밀려 오기도 하고

 

단풍이
산기슭을 물들이면
붉어진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며
고독 같은 설렘이 번지겠지

 

아, 가을이여!
낙엽이 쏟아지고 철새가 떠나며
슬픈 허전함이 가득한 계절일지라도
네게서 묻어오는 느낌은
온통 아름다운 것들뿐이네

 

▲ 충주 미륵리의 가을풍경 ⓒ 2011 한국의산천  

 

사랑하다가

               - 李相潤


사랑하다가
마음이 아픈 날엔
철없는 아이처럼
토라지는 연습을 한다.

 

사랑하다가
그대가 그리운 날엔
토라질 수도 없어
슬프도록 노래를 부른다.

 

사랑이여
사랑이여
진달래 꽃빛보다도 차고
서러운 사랑이여

 

사랑하다가
서러운 날엔
하나뿐인 사랑도
울음이 된다.

 

가을 강을 적시는
눈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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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행복하게 대한민국 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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