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산 BEST4
현재위치가을 산행
월간 산 신준범
입력 2024.10.02 07:50
사진(제공) : C영상미디어 게티이미지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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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남대봉雉岳山 南臺峰(1,182m)
치악산하면 향로봉만 생각하지만, 남대봉 일대도 경치가 수려하다.
남대봉 정상만 놓고 보면 나무가 높아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상원사에서 본 경치가 일품이다. 치악산 주능선의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상원사는 남쪽과 동쪽으로 트여 있어, 향로봉과는 완전히 다른 경치가 펼쳐진다.
첩첩산중의 산그리메가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고, 남향이라 일조량이 많은 탓에 수려한 단풍을 볼 수 있다.
원주시 신림면 성남탐방지원센터에서 상원사로 이이진 상원사계곡도 치악산의 다른 코스에 비하면 사람이 적고 자연미가 빼어나 가을 산행지로 추천할 만하다.
남대봉에서 하산은 자차 이용 시 온 길로 되돌아가야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영원사 방면 하산이 좋다. 호젓하면서도 깊이가 있어 고즈넉한 가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추천 코스: 성남탐방지원센터~상원사~남대봉~영원사~금대야영장 11km 7시간 소요.
천성산千聖山(920m)
경남 양산의 천성산에는 축구장 17개 크기의 드넓은 고산 억새밭이 있다. 바로 화엄벌이다. 정상에서 보는 화엄벌의 일렁이는 억새 물결은 장관이다.
낙동정맥 주능선의 산답게 일대를 호령하는 명산이다. 넓이만 12만4,000㎡에 이르는 화엄벌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당나라 승려 1,000여 명에게 화엄경을 펼쳐놓고 설법했다는 데서 유래하며, 고산 습지인 늪지대로 있다.
천성산 정상 아래 해발 750m 높이에 원효암이 있어, 차량으로 접근 가능하다. 다만 길이 가파르고 교행 시 겨우 차가 지날 수 있는 좁은 길이라 주의해야 한다.
가을철엔 등산객이 많이 몰리므로 내원사와 홍룡사를 잇는 코스가 더 가을산행다운 맛이 있다.
추천 코스: 내원사~북봉~은수고개~화엄벌~정상~화엄늪~홍룡폭포~홍룡사 13km 6시간 소요
도봉산道峰山(740m)
북한산의 그늘에 가려졌으나 자운봉과 신선대를 중심으로 한 정상 일대 아름다움의 밀도는 못지않다. 오히려 과소평가 받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기암능선과 단풍의 수려함은 실로 탁월하다.
산세가 남쪽과 동쪽으로 잘 뻗어 있고, 등산로가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조량이 많아 단풍나무를 비롯한 활엽수가 다른 산보다 더 예쁘게 물들고, 단풍을 구경하기 좋은 산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올해 도봉산 첫 단풍이 10월 16일, 단풍 절정이 10월 28일로 예상되는 만큼 10월 20일 이후에 찾는 것이 좋다.
산행은 의정부시 호원동에서 다락능선을 따라 포대능선에 올라 Y계곡을 지나 신선대에 올랐다가 도봉계곡으로 내려서면, 짧은 당일산행으로 도봉산의 진경을 고루 맛볼 수 있다.
가파른 바윗길이 많아 초보자는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추천 코스: 망월사역~다락능선~포대능선~신선대~도봉산장~도봉탐방지원센터 8km 5시간 소요.
계방산桂芳山(1,577m)
강원도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용평면 경계에 있는 계방산은 눈꽃명산으로 유명하지만 단풍도 못지않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5번째로 높고, 위도가 높아 단풍이 빠른 축에 속한다.
보통 10월 말에야 중부지방이 단풍 절정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10월 중순에 단풍 절정을 볼 수 있는, 희소성 있는 단풍 명산인 것.
활엽수가 많고 정상 부근 경치가 시원하게 열려 있는 계방산은 홍천과 평창 일대 단풍 물결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단풍명산으로 꼽는다. 때를 잘 맞추면 색동저고리 입은 강원도의 끝없는 산 물결 가운데 있는 것 같은 장관을 볼 수 있다.
도로가 있는 운두령(1,089m)에서 출발할 수 있어, 산행이 쉬운 것도 계방산이 가진 이점이다.
추천 코스: 운두령~계방산~주목군락지~오토캠핑장~주차장 11km 4시간 소요.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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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갈 만한 산 BEST 4
신준범
입력 2023.10.04 07:55 수정 2023.10.04 16:20 / 사진(제공) : C영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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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서북능선(1,708m)
성격 급한 사람들은 10월이 되면 서북능선을 찾는다.
설악산에서 가장 높은 능선 말이다. 대승령~귀떼기청(1,576m)~끝청(1,609m)~중청(1,664m)~대청봉(1,708m)을 잇는 이 능선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고산능선답게 가장 먼저 단풍이 찾아온다.
기후 변화로 갈수록 여름이 길어지고 가을이 짧아지는 걸 감안하면, 10월 초의 단풍 1번지는 단연 서북능선이다.
10월 초 천불동계곡이나 흘림골, 백담사를 찾더라도 단풍은 없다.
1,000m 이상 능선으로 가야 한다. 과거 서북능선은 강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장수대를 들머리로 서북릉을 종주하는 산행은 난이도가 높고 체력 소모가 커서 중상급자들만 완주할 수 있는 코스로 여겨졌다.
13km에 이르는 능선 상에 대피소가 없는 것도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중청대피소는 10월 중순을 마지막으로 일반 등산객 숙박 기능이 없어진다.
장수대를 들머리로 서북능선을 주파해 대청봉을 거쳐 오색으로 하산하면 총 21km이며 13~16시간 정도 걸린다.
초보자는 한계령을 들머리로 서북능선에 올라 끝청을 거쳐 대청봉에 오를 수 있다.
오색으로 하산할 경우 14km이며 10시간 정도 걸린다. 한계령~귀떼기청봉~대승령~장수대를 이을 경우 14km이며 10시간 정도 걸린다.
오대산(1,565m)
능선에서 본 경치의 시원함으로 따지면 맨 뒤에 서게 될 산이다. 그만큼 경치가 트인 곳이 드문 전형적인 육산이다.
흙이 많은, 숲이 좋은 산인 것. 달리 보면 단풍 명산이다.
식생이 우수해 강원도 평창에서도 1,500m대 능선이라 다른 산에 비해 단풍 시기가 빠르다.
10월에 즐기는 단풍산행지로 안성맞춤인 것. 일주문에서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8km의 선재길은 10월 중순 이후에 단풍 터널로 변신한다.
넓고 완만한 길이라 가족을 대동한 여행지로도 손색없다.
상원사 주차장을 기점으로 비로봉과 상왕봉에 올랐다가 내려서는 원점회귀 산행은 12km이며 5시간 걸린다.
무장봉(624m)
영남알프스 억새를 여러 번 보았다면, 무장봉 억새를 볼 차례다.
무장봉은 경주국립공원의 억새 명산이다. 624m로 높지 않지만 주능선에 닿으면 펼쳐지는 너른 억새밭은 무장봉을 경주 대표 억새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가을 무장봉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산행이 수월한 것도 한몫한다.
임도에 가까운 오르막길이라 초보자나 가족을 동반한 억새산행지로 영남권에서 인기 있다. 2009년 방영된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이기도 하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태종 무열왕 김춘추는 통일을 이룬 후 무기를 이 산에 숨겼다고 한다.
투구 무鍪, 감출 장藏 자를 쓰는 무장사鍪藏寺와 산 이름의 유래다.
정상 표지석에는 ‘동대봉산 무장봉’이라 새겨져 있다.
원래 무장산이라 불렸으나 동대봉산에 딸린 봉우리가 맞다는 의견이 대세가 되어 동대봉산 무장봉이 되었다.
산행은 경주시 암곡동에서 무장골을 따라 오르는 원점회귀 산행이 대부분이다.
정상까지 완만한 임도가 나있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하산길은 위험하진 않지만 가파른 흙길이라 미끄러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무장봉 원점회귀 산행은 10km,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다만 올해는 무장봉 산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경주국립공원 사무소는 "현재 태풍 피해 복구 공사로 출입이 통제되었으며 12월 말까지 공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북한산 숨은벽능선(835m)
10월의 북한산은 단풍을 논하기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 북사면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숨은벽능선 말이다.
햇볕이 덜 닿는 북사면일수록 먼저 가을을 맞이한다.
북한산 등산 코스가 대부분 볕이 좋은 남쪽으로 나있는 것을 감안하면, 숨은벽능선은 남들보다 먼저 단풍을 즐기는 발 빠른 방법이다.
이름처럼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 뒤에 숨어 있는 이 능선은, 다른 코스에 비해 등산객이 많지 않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에 속하며, 서울 북서쪽 끄트머리인 구파발역에서 버스를 타고 7km를 더 들어가야 한다.
여기에 산행이 힘든 것도 한몫한다. 밤골 입구에서 숨은벽능선을 거쳐 백운대까지 4km로 멀지 않지만 가파르고, 스릴 넘치는 바윗길이 있어 초보자나 암릉산행이 서툰 이들은 되돌아서 산을 내려가는 경우도 흔하다.
달리 보면 암릉미가 빼어나고, 경치가 시원한 곳이 많다는 의미다.
숨은벽능선이 막바지에 이르면 리지등반 출발 코스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150m 내려서면 밤골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지구력 있는 초보자이고, 믿을 만한 베테랑과 함께한다면 정상에 오를 수도 있다. 거리에 비해 시간과 체력 소모가 큰 편이므로, 시간을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글 신준범 기자
설악산 흘림골 탐방로 7년 만에 재개방
(2022년 9월 8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재개방)
한효희 입력 2022.09.09 13:59 수정 2022.09.09 17:41
사진(제공) : 국립공원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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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예약제로 하루 탐방객 5000명으로 제한
설악산국립공원 흘림골 탐방로.
설악산 흘림골 탐방로가 2022년 9월 8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재개방된다.
2015년 낙석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해 출입이 통제된 지 7년 만이다.
흘림골은 한계령휴게소에서 양양방향 약 2km 지점에 위치하며 우거진 나무들이 하늘을 가려 날씨가 항상 흐린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번에 재개방되는 구간은 흘림골탐방지원센터에서 용소폭포 삼거리까지 연결되는 약 3.1㎞ 구간이다.
흘림골 코스는 주전골, 오색약수로 이어지며 다양한 폭포와 칠형제봉, 등선대 등 설악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끽할 수 있다.
오색마을지구로 하산하는 경우 오색약수와 탄산온천을 즐길 수 있어 한나절 코스로 인기 있는 곳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재개방에 앞서 흘림골 탐방로 취약지점에 대해 위험 구간 우회, 낙석방지터널 설치 등 안전시설 보강공사를 시행했다.
전문기관의 안전성 평가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탐방로의 안전성을 확인한 후 재개방이 최종 결정되었다.
국립공원공단은 흘림골 탐방로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후 내년 2월 28일 이후 지속적인 개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흘림골 탐방로 개방은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탐방로 이용 예약은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reservation.knps.or.kr)에서 가능하며 탐방객은 하루 최대 5천 명 이내로 운영된다.
흘림골 탐방로 개방 및 예약제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은 국립공원공단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설악산국립공원 흘림골 탐방로 현황도
저작권자 © 월간산
합천 가야산
가야산(1,430m)은 마치 불꽃이 타오르듯 단풍이 물드는 것으로 유명한 명산이다.
단풍과 잘 어우러지는 팔만대장경을 지닌 해인사, 홍제암, 원당암, 백련암 등 여러 암자도 거느리고 있다.
가야산 등반코스는 단순하다. 해인사를 거쳐 토신골을 거쳐 상왕봉으로 오르는 길과, 백운동지구에서 만물상을 둘러보며 서성재로 오르는 길 두 곳이 있다. 두 길을 모두 걸으려는 경우 백운동지구에서 출발해 해인사로 내려서는 것이 보통이다.
가야산을 방문한 지 오래됐다면 주의할 것이 있다.
올해(2022년)로 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은 가야산은 지난해부터 만물상코스에 한해 탐방예약제를 운영하고 있다. 탐방 예정일 하루 전 오후 5시까지 예약해야 한다.
문장대에서 본 속리산 단풍.
속리산
속리산은 우리나라 8대 경승지 중 한 곳으로 전해지는 명산이다.
단풍 산행을 즐기기에는 최고봉인 천왕봉(1,058m)보다 더 경치가 좋은 문장대(1,054m)가 적절하다.
문장대를 사이에 두고 관음봉에서 이어지는 서북능선과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양옆으로 쏟아지는 단풍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
대표 코스는 세계문화유산인 법주사 출발 원점회귀 코스다. 법주사 코앞에 속리산 터미널이 있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도 편하다.
문장대 코스 외에 더 긴 산행코스를 계획하고 있다면 속리산 용화지구(운흥리)~묘봉~미타사 7km 구간과 첨성대~도명산~학소대 6.2km 구간은 10월 31일까지 탐방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속리산 문장대 주변 고지대 화장실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지난해 철거됐으므로 산행 전에 미리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 좋다.
내소사 단풍.
변산
변산은 땀을 쏟는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나 등산은 체력적으로 부담돼 가벼운 트레킹만 하고 싶은 사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주말 단풍 여행지다.
산행은 내소사에서 출발해 관음봉과 세봉을 지나는 원점회귀 코스가 인기가 높다. 명찰 내소사를 감싸는 기암봉우리를 오르내리며 수려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가볍게 산책만 하려면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봉래구곡을 따라 직소폭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로 가면 된다. 폭포를 향하는 길에 단풍과 어우러진 분옥담과 선녀탕이 명물이다.
가지산 석남사.
가지산
가지산을 포함한 영남알프스는 가을 단풍보다는 억새가 더 유명하다. 하지만 석남사를 기점으로 하는 가지산 산행은 단풍터널을 지나 고즈넉한 사찰로 이어지는 석남사계곡길부터 커다란 바윗덩어리인 정상부에 올라앉아 군데군데 피어오른 단풍까지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석남사는 국내 최대 비구니 수도처로 유명하며, 단풍 사진 명소인 청운교는 가을이면 전국에서 수많은 사진동호인들이 몰려든다.
원점회귀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해발고도가 높은 석남터널을 보통 들머리로 잡는다.
석남사에서 가지산으로 바로 치고 오르는 오르막이 가파르고 험하기 때문. 석남사에서 출발해도 석남터널 방면 능선을 따라 가지산에 오른 뒤 상운산 방면 능선을 타고 원점회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흥사에서 본 두륜산 단풍.
두륜산
땅끝마을 해남에 솟은 두륜산은 예로부터 최후의 단풍 산행지로 이름 높은 곳이다.
중부지방 명산들의 단풍들이 너무 빠르게 떨어져 이를 놓쳐버린 산꾼들은 두륜산으로 향한다.
두륜산 산행 기점은 세계문화유산인 대흥사다. 주차장이 널찍해 접근하기도 편리하며, 대흥사에서 두륜산 주능선을 따라 부챗살처럼 뻗은 산길을 체력에 맞게 입맛대로 골라 원점회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가장 인기가 높은 건 북미륵암 방면으로 정상에 올라 남쪽 두륜봉까지 닿은 뒤 대흥사로 돌아오는 길이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두륜산을 둘러보려는 경우 한 시간 이상 대기할 각오를 해야 한다.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10월에 갈 만한 산 BEST 4
이재진 입력 2022.10.04 09:34 사진(제공) : C영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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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內藏山(763m)
전북 정읍 내장산의 단풍이 각별한 것은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단풍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 시간이 길수록 색이 선명해지는데 내장산은 남부내륙에 있어 일교차도 크고, 주위에 큰 산이 없어 일조 시간도 길다. 단풍나무의 수종도 애기단풍나무, 신나무 등 11종으로 다양해 화려한 색감의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내장산 특유의 애기단풍은 잎이 어린아이 손처럼 작고 앙증맞으며, 빛깔이 고운 것이 특징이다.
단풍철 내장산은 국민적 명소이므로, 이른 새벽에 출발하거나 전날 밤 출발하는 무박산행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내장산 단풍은 10월 말이 절정.
가족을 동반하거나 등산 초보인 경우 단풍놀이 코스로 단풍터널 지나, 케이블카를 타고 연지봉 아래의 전망대에 다녀 온 후 내장사를 거쳐 원적계곡을 따라 올랐다가 원적암에서 벽련암으로 편안한 사면길을 따라 단풍터널로 내려오는 코스가 적당하다.
추천코스 내장사의 단풍터널을 걷고, 우화정과 원적계곡을 거쳐 일주문에서 서래봉으로 올라 능선을 종주해 까치봉에 이른 다음 금선계곡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감악산紺岳山(675m)
검은빛과 푸른빛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하여 감악紺岳, 즉 감색바위라고 부른다.
산봉우리가 경기도 파주, 양주, 연천 세 지역의 경계이며, 대표적 들머리인 범륜사는 파주 땅이다.
감악산의 매력은 조망이다. 북한 지역을 눈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고, 반대로 남쪽을 보면 쾌청한 날은 북한산도 보인다. 감악산은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 단풍나무가 많은 데다 휴전선 인근에 위치해 단풍 색깔이 선명하다.
대표적인 들머리는 원당리와 신암리, 범륜사 세 곳이지만 범륜사 들머리가 가장 인기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편리하고 원점회귀가 가능해 승용차를 이용하기도 편하다.
범륜사 원점회귀 산행은 6.7km에 4시간 정도 걸린다. 길이 잘 나있고 이정표가 있어 길찾기가 수월하다.
추천코스 범륜사계곡으로 올라가 감악산 정상과 임꺽정봉 사이 안부에 닿은 다음, 임꺽정봉에 올랐다가 감악산 정상에 오른 뒤 까치봉 능선을 타고 설마리로 내려온다.
금전산金錢山(668m)
전남 순천 낙안읍성 북동쪽에 솟구친 ‘바위산’. 낙안 지역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봉우리로 해질 무렵 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산세가 좋아 이름난 사찰도 품고 있다. 산 아래 태고선원 금둔사는 고려시대 사찰로 보물 2점이 있고, 산정 바로 아래 위치한 금강암은 동국 제일의 조망대로 꼽힐 만큼 조망이 좋다. 바위와 어우러진 늦가을 단풍의 정취가 뛰어나 11월에 찾아도 좋은 곳이다. 높지 않아 산세를 감상하며 부지런히 걸으면 2시간 남짓이면 꼭대기에 오른 뒤 내려온다. 산기슭에 산행의 피로를 풀 수 있는 낙안온천이 들어서 있고, 승용차로 20분 남짓 거리에 낙조가 아름다운 순천만 갈대밭이 있다. 단풍산행과 함께하는 가을 여행지로 적격인 산이다
추천코스 낙안온천에서 금강암 코스를 왕복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금강암 코스로 정상에 올라선 다음 궁굴재를 거쳐 휴양림이나 불재로 내려서는 산행도 인기. 2시간30분.
옹강산翁江山(834m)
경북 청도 옹강산은 알려지지 않은 바위산이다.
운문산이라는 명산에 가려져 있기 때문. 덕분에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숲이 잘 보존되어 있고, 군데군데 길이 끊어지는 등 산길이 험하지만 10여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산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디지털청도문화대전>에는 ‘옛날에 아주 큰 홍수가 났을 때 옹강산의 한 봉우리가 옹기만큼 물에 잠기지 않았다고 하여 옹강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봉우리가 옹기처럼 생겼다고 해 옹기산이라고도 한다’고 소개되어 있다.
능선에 오르면 운문호 너머로 용각산·선의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팔공산 능선과 운문산·억산·구만산·육화산으로 이어지는 산군의 능선이 뚜렷하게 보인다.
능선의 고래등골 같은 걸출한 바위에 오르면 파노라마로 트인 경치에 눈과 마음이 시원해진다.
소나무가 많지만 비단결 같은 울긋불긋한 단풍 옷을 갈아입은 가을 산경이 능선에 올라서면 끝없이 펼쳐져, 단풍 구경하기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한다.
추천코스 운문면 소진마을에서 시작,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가 남서릉을 타고 소진마을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10월에 갈 만한 산
글 신준범 차장대우 사진 C영상미디어
입력 2020.09.2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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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금산
거리두기 시대에 내장산 같은 단풍명산을 추천했다간 몰매를 맞을 수도 있겠다. 어떤 산을 추천하더라도 코로나 감염을 염려하는 대중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이런 정보를 목마르게 기다리는 이도 분명 있기 마련이다.
10월에 갈만한 산을 추천한다. 누구나 아는 단풍명산 내장산·설악산 같은 곳보다는 좀 덜 알려진 산을 추천코자 한다. 단풍 산행지로 새이령과 주금산을, 억새산행지로 각흘산과 무장봉을 소개한다. 유명하지 않고 산의 크기는 조금 작은 편이지만, 아름다움의 깊이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 조금 한갓진 산을 추천한다. 이 산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월간<山> 홈페이지 san.chosu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주금산
비단 펼친 듯 고운 단풍
‘주금산’은 ‘불릴 주鑄’에 ‘비단 금錦’자를 쓰는 ‘산세가 비단이 펄럭이듯 결이 고운 산’이란 의미다. 주금산은 서울에서 가까운 듯 먼 산이다. 포천, 가평, 남양주 경계에 걸쳐 있는데, 어느 지자체의 중심과도 가깝지 않아서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포천 내촌면 주민들은 ‘독바위산’이라 부르는데, 능선에 장독처럼 생긴 큰 바위가 서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어 유래한다. 이 독바위가 산행의 백미다. 독바위에 올라서면 경치가 빼어나 일대의 능선이 단풍에 물들어가는 걸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주능선이 북에서 남으로 뻗어 있어 원점회귀 코스를 잡기가 쉽지 않지만, 국민관광지인 수동계곡에 자리잡은 몽골문화촌에서는 원점회귀산행이 가능하다. 예부터 수동계곡의 근원이 되는 계곡 중에서 가장 이름 높은 계곡이 주금산 비금계곡이었다. 옛날 선비들이 이곳에 놀러왔다가 거문고를 숨겨 뒀다 해서 비금계곡이라 불린다.
산행은 몽골문화촌(현재 휴관 중)에서 비금계곡을 따라 난 임도에서 시작해 767m봉 헬기장을 지나 독바위와 독바위봉에 올랐다가 비금계곡으로 원점회귀하는 9㎞이며 4~5시간 정도 걸린다.
각흘산
2 각흘산
명성산에 가려진 억새명산
각흘산角屹山(838m)은 잘 알려진 산은 아니다. 38선 이북인데다 군사지역이 인접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 산이 숨겨진 산이라는 건 포천과 철원의 경계에 있지만 두 지자체의 홈페이지 모두 이 산에 대해 소개하지 않는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각흘산은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과 강원도 철원군의 갈말읍과 서면에 걸쳐 있다.
각흘산은 명성산의 매력에 가려진 산이기도 하다. 명성산을 지척에 두고 능선이 이어져 있어 두 산을 연계한 종주산행도 많이 한다. 47번국도가 지나는 고갯마루인 자등현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각흘봉 정상까지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자등현에서 각흘봉까지 2.7㎞ 능선길이 그리 가파르지 않고 정상의 조망이 빼어나다.
특히 명성산으로 이어진 능선은 황금 억새밭을 이뤄 가을엔 경치의 황홀함이 극대화된다.
각흘산은 정상과 능선에서의 조망이 빼어나며, 동쪽의 각흘계곡도 호젓하고 순박해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품고 있다. 단풍 구경도 겸한다면 계곡을 들머리나 날머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어느 산이든 볕이 넉넉히 드는 계곡의 단풍이 능선보다 고운 법이다.
새이령
3 새이령(대간령)
설악산 북쪽 고요하나 화려한 단풍
가을 설악산은 거리두기가 어려울 정도로 주말이면 인산인해가 된다.
대안은 설악산과 가까워 산세가 화려하면서도, 국립공원 밖이라 불법 산행을 면할 수 있는 곳. 바로 새이령(대간령)이다.
설악산국립공원 백두대간 북쪽 경계가 새이령이다. 대간 주능선에 있는 새이령은 강원도 고성과 인제에서 각각 오르는 길이 있는데 단풍철에는 그 빛깔이 실로 곱다.
비교적 찾는 사람이 적어 한갓진 것도 장점. 다만 산행 거리가 짧지 않고, 국립공원 구역 밖이라 정비된 산길이나 이정표가 없다.
고성 방면은 ‘고성 갈래 구경길 제8길 새이령 가는 길’이 있다. 동해안 바닷가의 천학정에서 출발해 도원저수지를 거쳐 새이령에 올랐다가 되돌아오는 코스이다.
천학정에서 도원저수지까지 10㎞, 산길 5㎞로 새이령에 올라서는 데만 15㎞에 이른다. 도원저수지를 지나 산행을 시작하면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인제 방면에서는 미시령터널 입구의 박달나무쉼터를 출발해 소간령과 마장터를 지나 새이령에 이르는 ‘인제 천리길’이 있다. 거리 7㎞에 이른다.
인제에서 출발해 새이령을 넘어 고성 도원저수지에서 산행을 마치는 12㎞ 코스가 인기 있다.
무장봉
4 무장봉
김춘추 무기 감춘 억새 명산
무장봉(624m)은 경상권에서는 나름 유명한 억새명산이다.
경주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그리 높지 않지만 주능선에 닿으면 펼쳐지는 너른 억새밭은 무장봉을 영남의 새로운 억새 명산으로 떠오르게 했다.
또 산행이 수월하면서도 경치가 좋아, 초보자나 가족을 동반한 억새산행지로 영남권에서 인기 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태종 무열왕 김춘추는 통일을 이룬 후 무기를 이 산에 숨겼다고 한다. 투구 무鍪, 감출 장藏 자를 쓰는 무장사鍪藏寺와 산 이름의 유래다.
무장봉은 경주와 포항의 경계에 있으나 산행은 경주시 암곡동에서 무장골을 따라 오르는 원점회귀 산행이 대부분이다.
생태계 보전을 위해 탐방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어,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산행 가능하다.
산행은 암곡지킴터에서 계곡을 가로지르며 시작된다.
과거 일대가 목장 터였기에 초원이 많고 정상 언저리까지 임도가 나있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무장봉의 진짜 보물인 억새초원에 닿는다. 주릉에 닿으면 딴 세상처럼 시야가 트인 부드러운 굴곡의 억새밭이 산객을 맞는다.
억새길은 신라 왕실의 기품을 갖춘 금빛처럼 부드럽게 물결친다. 암곡 기점 원점회귀 산행은 10㎞이며,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글 신준범 차장대우 사진 C영상미디어
가을 억새
- 정 일 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성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정선 민둥산
명실상부 NO.1 억새 산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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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초교~정상 원점 회귀 6km
정선 민둥산(1,119m)은 가을이면 정상 부근에 광활한 억새밭이 펼쳐져 그야말로 ‘억새 반, 사람 반’이란 말이 실감날 만큼 등산객이 몰린다. 경사도가 완만하고 부드러워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으로 주변 조망도 뛰어나다.
산행은 증산초교를 들머리로 해 발구덕마을을 지나 정상에 갔다가 증산초교로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아름드리 노송 숲과 억새평원, 구덩이를 여덟 개 가진 발구덕마을을 모두 볼 수 있다.
억새로 가장 유명한 민둥산. 억새철엔 사람이 엄청나게 몰린다.
억새로 가장 유명한 민둥산. 억새철엔 사람이 엄청나게 몰린다.
증산초교 바로 앞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짙은 소나무 숲속으로 접어든다. 이곳에선 가파른 길과 완만한 우회로가 있다. 두 길은 정상 직전에서 만난다. 1.5km쯤 올라가면 임도와 만나고, 이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면 발구덕마을에 이른다.
임도를 가로질러 숲속으로 들어가 급경사를 치고 오르면 첫 조망데크에 닿는다. 해발 1,030m 지점에도 조망데크가 설치돼 있으며, 여기서부터 억새초원이 시작된다.
정상에는 정상석과 함께 말끔한 데크와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데크는 넓어서 수십 명이라도 누울 수 있다. 증산초교에서 정상까지 왕복 약 6km에 4시간이면 충분하다.
교통
청량리역에서 민둥산역(구 증산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1일 7회(07:05, 09:10, 12:10, 14:13, 16:13, 22:10, 23:25)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시외버스터미널까지 1일 9회(첫차 07:00, 막차 18:46) 운행. 요금 1만9,300원. 3시간 20분 소요. 증산행 직행 18:01 출발. 요금 2만100원. 4시간 20분 소요. 정선에서는 민둥산 입구를 경유하는 100번 버스를 타고 증산정류소에 내린다.
승용차로는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으로 나와 38번국도를 타고 정선군 남면까지 가면 민둥산 산행 들머리인 증산초교에 닿는다.
저작권자 © 월간산
[억새명산 5선] 불탄봉·명성산·오서산·천관산·거망산~황석산
거문도 불탄봉
푸른 남해바다를 배경으로 일렁이는 억새 물결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해풍에 사각사각 소리내며 흔들리는 억새밭은 여간해선 보기 힘든 경치다. 게다가 억새밭 주변은 짙푸른 잎이 촘촘한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억새는 더더욱 화려하게 돋보인다. 거문도 불탄봉~보로봉에서 엿볼 수 있는 풍광이다.
▲ 바다를 옆에 끼고 사가거리는 불탄봉 억새능선을 따르는 등산인들.
거문도 서도의 불탄봉~보로봉 능선은 섬산의 전형을 보여주는 산줄기다. 섬산행 대상지로는 통영 사량도 지리망산 종주 코스가 가장 이름나 있지만, 로프를 이용하거나 줄사다리를 타야하는 등 거친 암릉으로 이어져 실상 초심자들에게는 위험이 높다.
반면 불탄봉~보로봉 능선은 순하디 순한 능선길이 목넘어를 거쳐 거문도 등대에 다가설 때까지 줄곧 이어지면서도 해안절벽을 끼고 펼쳐지는 남해바다 풍광뿐 아니라 이어도 같은 풍광의 백도까지도 누구든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능선으로, 봄에는 동백꽃으로 이름난 산이기도 하다.
불탄봉~보로봉 종주산행은 여객선터미널이 위치한 고도와 서도를 잇는 연육교인 삼호교 건너 오른쪽에 위치한 덕촌마을회관에서 시작한다. 마을회관 옆 골목길을 따르다 경사진 바위지대를 지나 중계탑 아래에 다다라서는 탑 왼쪽 옆 동백숲으로 들어선다. 수백 년 묵었음직한 아름드리 동백나무 숲길을 따라 10여 분 급경사 길을 쳐오르면 능선 위에 올라서며, 그 후 길이 좋아진다.
은빛 저수탱크 옆을 지나 옛 산판길을 따라 100m쯤 가면 왼쪽 산비탈의 동백숲으로 소로가 나 있다. 어두컴컴할 정도로 우거진 동백숲을 빠져나가면 곧 불탄봉 정상 바로 아래의 완경사 초원지대. 정상은 왼쪽 10여m 위에 있고, 일제 때 벙커가 들어서 있다.
불탄봉 정상에서 다시 되내려와 벙커에서 무덤 옆 남동쪽 길로 5분쯤 내려서면 평평한 안부 갈림목. 왼쪽 길로 빠지면 거문중학교로 내려서고, 오른쪽 염소막 옆길로 오르면 그림 같은 억새초원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산상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던 곳으로, 거문중학교에서 약 20분 거리다.
긴 억새밭을 지나 동백숲을 지나면 다시 안부의 작은 억새밭이 나타나고 암회색 해안절벽과 부딪치는 흰 파도, 조각배 등이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이어 돌담을 두른 무덤을 지나 2m 높이의 촛대바위를 세워둔 곳에 다다르면 해안절벽은 더욱 기운차게 바라보인다. 촛대바위 이후로는 절경이 연속되다가 안부로 떨어졌다가 급경사로 올라서면 스핑크스 형상의 암봉으로 일어선다.
암부에서 시작되는 수평 능선을 기와집몰랑이라 한다. ‘몰랑’이란 산마루란 뜻의 전라도 방언으로, 섬 바깥 바다에서 장대한 기와지붕 형상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어진 이름이다.
▲ 기와집몰랑 끄트머리에서 바라본 해안절벽의 풍광.(왼쪽) 섬산인지 내륙의 산릉인지 분간이 안되는 불탄봉 억새능선.
잘 다듬어진 능선길은 급경사 계단길을 따라 염소막이 위치한 안부로 떨어진다(신선바위 0.3km, 불탄봉 1.4km 푯말). 안부에서 돌계단길을 잠시 오르면 해발 157m의 기와집몰랑 서봉 위. 신선바위가 빤히 바라보일 만큼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몰랑 중간에 있는 돌탑들은 주민 다섯 명이 뜻을 모아 쌓았다는 것들이다. 돌탑군을 지나 기와집몰랑 동쪽 처마격인 안부에서 ‘내려가는 길’이란 파란색 팻말을 따르면 ‘서도 해안절벽 조망대’ 신선바위로 이어진다. 정상은 20명쯤은 앉아 쉴 수 있는 암부로, 일출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신선바위 갈림목에서 계속 동진하면 보로봉 정상. 서도와 고도 사이의 만과 어촌 풍경이 평화로이 눈에 드는 곳이다. 이후 능선을 따르다 울창한 동백숲 사이의 잘 정비된 길을 다 내려가면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만난다. 거문도등대 1.3km, 유림해수욕장 1.4km 팻말이 선 이곳에서 찻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목넘어 갯바위지대가 펼쳐진다.
덕돈리 마을회관에서 목넘어까지는 5~6km 거리로, 3~4시간이면 가능하다.
여수 명소 탐승까지 아우르는 2박3일 일정이 권할 만하다. 수도권의 경우, 밤 10시40분 용산 발 전라선 무궁화호(어른 24,200원)를 타면 이튿날 오전 4시18분 여수역에 도착한다. 이어 가볍게 사우나와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7시40분 여객선에 올라 거문도로 가서 여장을 푼 다음 유람선을 타고 무인도 39개로 이루어진 명승지 제7호 백도를 관광한다. 그 후 거문도로 돌아와 점심 식사 후 거문도 등대나 영국군 묘지를 돌아본다.
다음날은 4~5시간 산행 후 목넘어 갯바위에서 점심 식사 후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쉰 다음 오후 4시40분 배로 여수로 나가 돌산대교 야경 등을 구경하고, 다음날 새벽엔 향일암 일출을 본 다음 오동도의 짙은 동백숲 산책을 즐긴 뒤 귀로에 오른다.
포천 명성산
축제도 열리는 수도권 최고의 억새 명산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경계를 이루는 명성산(鳴聲山·921.7m)은 수도권 최고의 억새 명산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명성산의 옛 이름은 울음산으로 신라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슬픔에 목 놓아 울자 산도 따라 울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이 산은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소가 누워있는 와우형 산세를 지니고 있다.
마치 쇠뿔 두 개가 돋아난 듯 뾰족한 암봉을 이룬 정상을 머리로, 정상에서 남쪽으로 길게 늘어진 주능선을 소의 등허리로 본다. 산정호수를 암소의 젖에 빗대어 좀 과장된 비유를 즐기는 이들도 있다.
명성산 주능선 동쪽에 수십만 평 넓이로 형성되어 있는 억새군락은 울창한 수림지대였다. 이곳이 억새 군락으로 변하게 된 것은 6.25 전쟁 때 치열한 전투를 치르며 나무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다.
지금도 명성산 부근은 군사지역으로 훈련 등이 있을 때는 출입이 통제되기도 한다.
명성산 등산은 등룡폭포계곡 코스와 자인사~삼각봉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자인사 코스는 급경사여서 해빙기에는 낙석사고가 빈번한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등룡폭포 못미처인 비선폭포 아래에서 왼쪽 암릉으로 오르는 책바위 코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 삼각봉을 지나 정상 가는 길 뒤로 뾰족한 암봉을 이룬 명성산 정상부가 보인다.
산행은 등룡폭포 입구 등산로가든식당 앞에서 시작된다.
이후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거쳐 억새밭에 오른 뒤, 삼각봉~정상~산안고개~산정호수로 돌아오는 6시간짜리 코스와 삼각봉까지만 갔다가 돌아와 자인사로 하산하는 3시간짜리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된다. 식수는 억새밭 한가운데 있는 천년수를 이용토록 한다.
삼각봉으로 오르는 능선 동쪽 아래로 넓은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삼각봉에서 정상까지는 약 1.5km(40분 소요) 거리로, 이 구간도 능선길 동쪽이 온통 억새군락이다. 정상에서는 북서쪽 아래로 ‘궁예의 침전’ 암릉이 발 아래로 보이고, 멀리로는 동송과 갈말이 한탄강과 함께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하산은 신철원과 철의 삼각지대 등 휴전선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져 보이는 북서릉 상의 궁예의 침전 암릉을 타고 내리다가 안부에서 남쪽 계곡을 경유해 산안고개로 내려서면 된다. 산안고개에서는 남쪽 도로를 따라 1시간 가량 걸어나오면 자인사 앞이다.
산안고개에서 도로로 자인사까지 걷는 길이 지루한 경우에는 정상에서 궁예의 침전 구경을 포기하고, 역으로 삼각봉을 경유해 자인사나 책바위 코스로 내려오는 것도 괜찮다.
▲ 동트는 새벽녘 붉게 물든 하늘과 억새의 조화.
자인사나 등룡폭포계곡을 기점으로 삼각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후 역으로 삼각봉을 타거나, 아니면 궁예의 침전 바위~산안고개를 경유해 자인사 앞으로 빠져나오는 산행거리는 약 12km로, 5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등룡폭포 상류인 안덕재는 군부대 사격훈련장이다. 따라서 토·일요일에는 사격훈련장 서쪽 외곽지역인 억새군락까지는 입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평일에는 삼각봉~주능선 일원 전체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사격훈련이 없을 경우 군부대에서 오전 8시30분 전에 입산 가능 소식을 산정호수 매표소에 연락해 준다. 따라서 평일에는 오전 8시30분~9시 사이에 산정호수 매표소(031-531-6103)에 전화해 입산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홍성 오서산
억새능선에서 서해 낙조를 즐긴다
‘서해 바다의 등대’로 불리는 오서산(烏棲山·790.7m)은 바다와 함께 할 수 있는 억새 산행지다. 홍성군 광천읍, 보령시 청라면과 청소면의 경계를 이룬 이 산은 장항선 철도와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척에 있어 교통또한 편리하다. 게다가 억새 절정기는 김장철과도 겹쳐 유명한 광천의 젓갈도 구입할 겸해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 오서산 정상 직전의 억새밭을 걷고 있는 등산객들.
오서산은 금북정맥의 최고봉인 동시에 서해안과 접한 충남지역의 산 가운데서도 가장 높다. 해발고도는 800m가 안 되지만 주변에 비교할 만한 산이 없어 유난히 우뚝 솟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정상에서 보는 조망도 막힐 것 없이 시원하고 장쾌하다.
정상에서 서쪽을 내려다보면 일단 넓고 아름다운 바다가 눈에 든다. 서해에 접한 대천, 보령, 서산 일대 역시 한손에 잡힐 듯 가깝다. 동쪽과 남쪽은 완전히 첩첩산중이다. 청양의 진산 칠갑산(七甲山· 560.6m) 일대의 아기자기한 산자락이 동쪽에 병풍처럼 둘러섰고, 남쪽으로는 성주산(聖住山·680.3m)에서 만수산(萬壽山·432.2m)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경쟁하듯 솟았다.
오서산 억새밭은 정상에서 북쪽의 740m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곳곳에 산재해 있다. 능선을 걷다보면 드문드문 혹은 넓게 퍼진 억새밭이 쉴새없이 산꾼들의 눈을 현혹한다. 오서산 억새는 특히 석양에 붉게 물든 바다와 함께 볼 때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황홀하면서도 낭만적인, 그리고 한편의 영화 같은 그림이 그곳에 펼쳐진다.
오서산 산행은 광천쪽의 정암사에서 시작해 다시 광천으로 돌아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서산 자연휴양림 이용객들은 월정사와 약수터를 거쳐 정상에 오른 뒤 금북정맥을 타고 휴양림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형 코스가 알맞다.
▲ 오서산 주능선. 사면을 타고 넓은 억새밭이 형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당일산행은 광천읍에서 가까운 담산리 상담 마을에서 시작해 정암사를 거쳐 정상으로 오른다. 상담 주차장에서 오서산 북사면을 바라보고 남동쪽 길을 따라 잠시 가면 사슴목장이 보인다. 목장 앞을 지나 정암사 안내판을 따라 오르면 콘크리트 도로 끝에 절이 나온다.
정암사 범종각 앞에서 서쪽의 가파른 지능선으로 올라붙는다. 20분쯤 오르면 쉬어가기 적당한 조망처가 나온다. 다시 가파른 능선길을 따라 15분쯤 오르면 경사가 완만해지며 동쪽으로 능선이 휜다. 이 능선은 광천읍과 보령시 청소면의 경계를 이루는 주능선으로, 20분쯤 더 오르면 주변의 조망이 시원스런 조망바위에 닿는다. 여기서 억새밭 사이로 난 능선을 타고 20분 더 오르면 내원사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는 740m봉을 밟는다.
740m봉에서 남동쪽으로 부드러운 능선이 오서산 정상까지 연결되어 있다. 평탄한 능선길을 따라 30분쯤 가면 정상이다. 차를 상담 마을에 세워두고 왔다면 하산길은 다시 온 길을 역으로 짚어 내려가는 것이 정석이다. 계속해 능선을 잇고 싶다면, 정상에서 남쪽 능선을 타고 40분 거리에서 능선길이 서쪽으로 꺾이는 지점에 이른 다음, 무덤이 있는 북서쪽 능선길과 임도를 경유해 청소면 성연리 청연 마을로 내려선다.
휴양림을 기점으로 오서산을 오르려면 월정사를 거쳐 정상까지 곧바로 이어진 능선을 탄다. 관리사무소 옆 안내도에 등산로가 잘 표기되어 있다. 하산 코스는 정상에서 북쪽으로 150m쯤 떨어진 삼거리에서 이정표 상의 금자동쪽으로 내려선다. 삼거리에서 20분 거리의 안부에서 다시 남쪽 계곡을 따르면 휴양림으로 돌아올 수 있다.
장흥 천관산
기암과 바다가 어우러진 광활한 억새밭
▲ 만발한 억새밭 사이를 걷고 있는 등산인들. 천관산 주능선 일대 전체가 억새밭이다.
장흥 천관산(天冠山·723m)은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해 있음에도 산악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는 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아름다움 때문이다. 신령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기기묘묘한 구정봉 암봉은 천관산의 트레이드마크로 잘 알려져 있다.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전남 일대의 산군 조망 또한 일품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을 천관산의 주인공은 역시 억새다.
천관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가닥이다. 그중 장천재(長川齋)에서 시작해 금강굴~구정봉~억새능선~연대봉~정원석~장천재로 이어지는 원점회귀형 코스는 산악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 코스다.
관산면 소재지에서 남쪽으로 500m쯤 떨어져 있는 방촌리 탑골 마을에서 골짜기를 따라 들어가면 장천재가 나타난다. 산길은 장천재 위 체육공원에서 계곡 코스, 금수굴 코스, 금강굴~구정봉 코스 등 세 가닥으로 갈라진다. 천관산 특유의 바위봉우리들을 제대로 보려면 금강굴~구정봉 코스가 적합하다.
체육공원에서 오른쪽 산길을 타고 능선과 계곡을 가로지른 다음 두번째 능선을 따르면 금강굴로 오르게 된다. 잡목이 우거진 답답한 길을 통과해 선인봉(仙人峰)에 이르면 눈앞에 기묘한 형상의 구정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뒤를 돌아보면 시원스런 남해가 펼쳐지며 슬슬 천관산의 진면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 억새꽃이 절정을 이룬 천관산 주능선길
구정봉은 맨 왼쪽에서부터 대장봉(大藏峰), 천주봉(天柱峰), 문수·보현봉(文殊·普賢峰), 대세봉(大勢峰), 선재봉(善才峰), 관음봉(觀音峰), 신상봉(神象峰), 홀봉(笏峰), 삼신봉(三神峰) 등 각기 기묘한 형상을 하고 솟구친 9개 암봉을 통틀어 일컫는 명칭이다.
신선봉에서 조금 더 오르면 종봉 아래 금강굴에 닿는다.
여기부터 길이 험난해지지만, 위험 구간마다 안전로프가 설치돼 있어 문수·보현봉 앞까지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문수·보현봉을 100여m 남겨두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자연휴양림과 천관사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문수·보현봉 바로 앞에서 산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구정봉 남사면을 타고, 곧장 오르는 길은 구정봉 북사면 길로 두 길은 모두 환희대로 이어진다. 환희대는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는 대장봉 정상의 평평한 석대를 말한다. 여기서 남동쪽으로 가면 정상인 연대봉이 나오고, 남서쪽으로 가면 구룡봉에 닿는다. 북서쪽의 지장봉을 통해 자연휴양림으로 내려가는 산길도 나 있다.
환희대에 이르면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터진다. 동쪽과 남쪽에는 바다가 펼쳐지고, 북으로는 월출산에서부터 제암산, 팔영산에 이르기까지 전남 일원의 크고 작은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관산 억새 능선은 환희대에서 시작된다. 특히 정상인 연대봉에서는 매년 10월 중순 억새재가 열린다. 옛날 옥정봉(玉井峰)이라 불리기도 했던 이 봉우리는 고려 의종 때 봉화대를 설치했던 곳으로 전망이 뛰어나다. 날이 좋을 때는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정상에서 하산은 남쪽 능선을 타고 불영봉을 거쳐 의동쪽으로 하산하는 길도 있으나, 대개 북동쪽 능선을 타다가 능선 갈림길에서 북릉을 타고 장안사로 내려선다. 자연휴양림에서 비로봉으로 올라 연대봉까지 간 다음 다시 구정봉으로 되돌아와 인천이씨 사당~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코스도 요즘 들어 많이 찾는다.
천관산 산행은 어느 코스를 택하든 5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정상 능선 남쪽 사면에 샘이 두 곳 있으나 억새철 사람이 많이 붐빌 때는 산행 전 식수를 준비해 올라가는 것이 확실하다.
함양 거망산~황석산
준마의 허리처럼 부드러운 억새능선
준마처럼 매끈하면서도 용의 등줄기처럼 기운찬 가을 억새능선을 타려면 거망산~황석산 능선을 밟아라. 거망산(擧網山·1,184m)과 황석산(黃石山·1,190m)은 산 많기로 이름난 함양에서도 꼽히는 산줄기다. 높이와 덩치를 놓고 비교한다면 남한땅 최고 최대인 지리산에 견줄 수는 없지만, 산세와 조망만은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당찬 산이다. 거기다 억새능선이란 가을의 풍광을 자랑한다.
▲ 매끈한 억새능선을 따라 은신치로 향하는 등산인들. 114.6m봉이 우뚝 솟구쳐있다.
거망산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가을이면 억새물결이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일렁이고, 쌍립(雙立)한 정상 암봉의 특이하면서도 웅장한 산세로 이름난 황석산은 기운찬 산세와 더불어 높은 산과 높은 고개가 하도 많아 천령’(天嶺)이란 옛 이름을 지닌 함양을 비롯, 거창, 산청 일원의 고산준령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좋다.
거망산 능선에서 억새 군락지는 정상 남쪽 안부와 1146m봉과 은신치 사이로, 거망산 산행은 대개 용추사 일원의 용추계곡에서 지계곡을 거슬러 능선에 올라서는 식으로 한다. 거망산에서 용추계곡으로 흘러드는 능선은 태장골, 지장골, 불당골 등 여럿 있으나 대개 용추사 바로 위에서 시작하는 지장골로 올라 거망샘 안부에서 정상을 거쳐 태장골로 내려서거나(3시간30분 소요), 계속 능선을 따르다 은신치에서 은신암을 거쳐 용추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선다(5시간 소요). 지장골에서 안부에 올라선 다음 능선을 넘어 50m쯤 나아가면 샘이 나타난다.
▲ 조망의 즐거움에 스릴을 더해주는 황석산 암릉길.
거망산과 황석산을 이을 계획이라면 은신치나 지장골 상단 억새 안부를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거망산 남쪽으로 우뚝 솟구쳐 보이는 1154m봉을 거쳐 황석산 북봉 직전 억새밭에 이를 때까지 약 1시간 정도는 잡목숲도 나타나지만 장쾌한 초원능선 산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능선길은 뫼재를 지나 산성 북문을 지나 북봉 암릉 직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경험자를 동행하고 보조자일을 휴대하였다면 암릉으로 올라설 만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회로를 따른다. 북봉을 끼고 오른쪽으로 우회하다 보면 산길은 지능선 상의 고갯마루로 올라선다. 여기서 왼쪽 바윗길을 따라 50여m 오르면 북봉 정상이다.
고갯마루에서 사면길을 따르면 북봉과 주봉 사이의 안부로 내려선다. 안부에는 자연성이나 다름없는 주봉과 북봉을 잇는 성벽이 쌓여 있다. 이 구간 역시 우회로를 따르다 지능선 언덕마루에서 올라서면 정상 오름길이 나온다(정상 0.5km, 우전 5.65km, 유동 4.45km 안내판). 왼쪽 바윗길을 따라 약 50m 오르면 정상이다. 함양의 옛 이름이 왜 천령(天嶺)인지 깨닫게 될 만큼 조망이 뛰어나다.
하산은 대개 동릉을 따르다가 연촌 마을로 내려선다(약 1시간30분 소요).
황석산~거망산은 기백산 군립공원에 속해 있어 공원 입장료를 내야 한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학생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는 승용차 2,000원, 버스 25인승 이하 3,000원, 25인승 이상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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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SPECIAL] 10월에 갈 만한 산 국내여행지
글 서현우 기자 사진 C영상미디어, 국립공원공단 입력 2019.10.04 15:36
10월이 되고 가을이 깊어 가면 나무들은 하나 둘씩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대도시의 가로수도 단풍은 들지만 삭막한 빌딩숲 사이에선 아무래도 빛이 바랜다. 단풍은 모름지기 깊은 산 중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 깊은 산에는 항상 사찰이 있다.
10월에 갈 만한 국내 여행지는 단풍 구경하기 좋은 사찰들로 꼽아봤다. 단풍과 어울린 고찰들은 한국적인 멋의 극치를 보여 준다. 또한 조용한 사찰에선 가을의 고즈넉함이 더욱 깊이를 더한다.
보통 가을이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호남 지방의 사찰들이 단풍을 구경하기에 좋다.
내장산 백양사와 선운산 선운사가 이에 속한다. 다른 지방의 사찰들도 단풍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곳이 많다.
강원도에 위치한 오대산 월정사, 영남에 있는 가지산 석남사가 대표적인 예다.
1 강원도 평창 | 오대산 월정사
월정사는 중국 유학길에서 돌아온 자장율사가 선덕여왕 12년(643)에 창건한 고찰이다. 오대산(1,565.3m) 곳곳에는 문수보살을 모신 선원으로 이름 높은 상원사上院寺 외에 적멸보궁의 수호암자 중대 사자암, 동대 관음암, 서대 수정암, 남대 지장암, 북대 미륵암 등이 있으며 모두 월정사 부속 사암들이다. 이렇듯 산 전체가 불교 성지를 이룬 곳은 국내에 오대산이 유일하다.
단풍과 어울린 월정사뿐만 아니라 월정사 위아래의 숲길도 가을빛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월정사 일주문 전나무 숲에는 1.9km의 순환형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길 양옆으로 매끈하게 솟아 있는 1,700그루의 전나무들을 바라보며 걸으면 그 자체로 힐링이다. 이곳은 TV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기도 하다.
경내를 둘러보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좋다면 상원사로 이어지는 9km의 월정사계곡 선재길을 걸으면 된다. 선재길은 선재동자善財童子가 문수보살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뜻으로 골짜기 양 옆으로 소나무, 전나무, 참나무들이 모두 거목이 아닌 게 없을 만큼 온통 노거수 일색이다.
2 울산 울주 | 가지산 석남사
단풍과 억새, 고즈넉한 사찰까지 한 번에 둘러보고 싶다면 가지산 석남사가 제격이다.
국내 최대의 비구니 수도처로 유명한 석남사는 신라 헌덕왕 16년(824) 때 도의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임진왜란과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되었다가 1957년 비구니 인홍스님이 주지로 부임한 이후 중수중창을 거치며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석남사계곡을 따라 울창한 단풍 터널을 지나면 아담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석남사가 나타난다. 병풍처럼 들어선 상운산과 가지산 능선의 단풍과 석남사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여기서 더 단풍을 즐기려면 석남사골을 따라 가지산으로 오르면 된다.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인근에 또 하나의 단풍 명소인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찾는다.
반구대 암각화는 최대 약 7,000년 전의 수렵과 어로생활 등의 모습이 바위에 새겨진 국보 제285호 유적지로, 가을이면 암각화까지 이어진 오솔길이 단풍으로 물들어 무척 아름답다. 억새는 가까운 영남알프스의 신불평원이나 간월재, 사자평원 등에서 돌아볼 수 있다.
3 전남 장성 | 내장산 백양사
내장산은 한국 최고의 단풍 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내장산의 단풍이 특별히 더 아름다운 것은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단풍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시간이 길수록 색이 선명해지는데 내장산은 남부내륙에 위치해 일교차도 크고, 주위에 큰 산이 없어 일조시간도 길다. 또한 단풍나무의 수종도 애기단풍나무, 신나무 등 11종으로 다양해 각양각색의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흔히 내장산 단풍 탐승은 내장사 일원에서 이뤄지지만, 백양사도 이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단풍 경관을 뽐내는 곳이다. 백양사 법라스님에 따르면, 백제 무왕 33년(632)에 여환조사가 창건한 고찰로 호남불교의 요람이며, 창건 당시 이름은 백암사였지만 고려 때 정토사로, 다시 조선시대에는 백양사로 이름이 바뀌어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백양사에서는 특히 목은 이색이 이름을 짓고, 정몽주가 시문을 남겼다는 쌍계루가 단풍과 어울린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또한 백양사 계곡 입구에는 어린아이의 손처럼 작고 앙증맞아 ‘애기단풍’이라 불리며 고운 색을 자랑하는 애기단풍나무도 많아 눈길을 끈다.
4 전북 고창 | 선운산 선운사
선운산은 나지막하지만 명산으로 대접받는 곳이다. 도립공원 내 최고봉인 경수산의 높이가 444m, 나머지는 300m 내외에 불과하지만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또한 화려한 내장산과 달리 선운산 단풍은 그윽하고 은은한 아름다움이 배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선운산에 깃들어 있는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검단선사에 의해 창건된 고찰이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제 금산사와 함께 전라북도 2대 본사며, 조선 후기 선운산 곳곳에 89개의 암자를 거느리기도 했다고 한다.
선운사는 봄의 동백, 늦여름 꽃무릇의 유명세가 강해 상대적으로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이 가려진 곳이다. 그러나 일주문을 지나 선운사로 오르는 도솔천 양 옆으로 우람한 느티나무와 아름드리 단풍나무가 만들어내는 단풍 터널, 극락교 주변 계곡의 단풍 반영, 선운사를 지나 도솔계곡을 따라 오르면서 기암과 단풍이 어우러진 풍광 등은 한 번쯤은 꼭 봐야 할 가을 볼거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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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SPECIAL] 10월에 갈 만한 산 4선!
글 박정원 편집장 사진 C영상미디어 입력 2019.10.01 09:53
본격 가을에 접어든다. 가을 등산객과 행락객은 11월이 연중 가장 많다. 그 다음 10월이고, 5월 순서로 나선다. ‘가을산행은 어디가 좋을까’ 당연히 고민한다.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핵심어가 단풍과 억새다.
올해 첫 단풍은 9월 28일 설악산부터 시작한다. 절정은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이어진다.
억새는 이미 9월부터 싱싱한 이파리를 뽐내지만 바람에 나부끼며 햇빛에 반사된 은빛으로 유혹하는 10월이 돼야 제대로 빛을 발한다. 따라서 10월 산행지 선택기준이 되는 핵심어는 당연히 단풍과 억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구름다리의 산이다. 요즘 지자체마다 구름다리를 조성하고 있다. 환경만 훼손하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편의시설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선택한 10월의 대표적인 산은 설악산, 오대산, 청량산, 강천산, 신불산이다. 청량산은 바로 앞부분 ‘10월의 명산’에 소개됐고, 나머지 산들도 이전에 나갔지만 간략히 안내한다. 자세한 정보는 월간<山> 홈페이지 san.chosu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설악산
고대부터 이름 그대로인 한국 최고의 산
고대부터 그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는 산은 한반도에 몇 개 안 된다. 그 대표적인 산이 설악산雪嶽山(1,708m)이다. 지리산조차 한자가 조금씩 바뀌었고, 금강산은 상악霜岳에서 조선시대 들어 지금 이름으로 정착했다. 다시 말해 설악산은 가장 오래된 족보를 가진 산에 속한다.
통일신라가 전국의 명산대천을 대사·중사·소사로 나눌 때 소사 20여 곳 중의 하나로 지정했다고 <삼국사기>에 나온다. <고려사>에 이어 <조선왕조실록>에도 명산으로 지정되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대부터 명산이었고, 근대 들어서도 그 명성이 이어졌다.
설악산의 지명유래는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8월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며 이듬해 여름이 돼서 녹는 까닭으로 이렇게 이름 지었다’고 나온다. 그 이전 기록은 없다. 글자 그대로 눈 덮인 바위산이란 의미다. 실제도 그렇다. 옛날에는 눈이 워낙 많아 설산雪山·설봉산雪峰山·설화산雪華山·설뫼雪嶽라고도 했다. 눈雪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산이다.
자연자원과 식생이 뛰어나 남한에서 가장 먼저 1965년 11월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됐고, 1970년에는 한국에서 다섯 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또한 세계적으로 희귀 동식물 분포지역으로 유네스코에서 1982년 지정한 한국 유일의 생물권 보존지구이기도 하다.
남한의 단풍은 항상 설악산부터 시작한다. 설악산 단풍이 언제부터 물드는가가 남한 첫 단풍의 절대 기준이다. 그만큼 단풍이 뛰어나다. 10월 말 설악동과 백담사 가는 길은 단풍인파로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는다. 눈의 호사 대가는 몸의 피로를 낳는다. 10월 방문객만 100만 명에 육박한다.
2. 오대산
단풍에 전나무숲길까지… 가을에 꼭 가볼 만한 곳
남한의 단풍은 설악산부터 시작해서 오대산五臺山(1,565.3m)을 거쳐 남하한다. 오대산도 단풍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오대산에는 한 가지 더 있다. 월정사와 상원사로 이어지는 계곡과 함께 걷는 호젓한 전나무숲길이다. 굳이 등산이 아니더라도 가을이면 가볼 만한 장소다.
오대산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직전 자장율사가 수도한 중국 오대산에서 유래했다고 <삼국유사>에 전한다.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과 닮은 다섯 봉우리가 있는 오대산에 진신사리를 모시고 절을 지은 자리가 적멸보궁이라는 설도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선 오대 지명에 대해 ‘동쪽이 만월滿月, 남쪽이 기린麒麟, 서쪽이 장령長嶺, 북쪽이 상왕象王, 복판이 지로智爐인데, 다섯 봉우리가 고리처럼 벌려 섰고, 크기와 작기가 고른 까닭에 오대라 이름했다’고 소개한다.
매년 오대산 방문객은 150여만 명에 이르지만 10월 방문객이 30만 명을 훌쩍 넘는다.
3. 강천산
천봉만학 풍광 자랑하는 구름다리 명소
강천산剛泉山(571.9m)은 단풍과 구름다리로 유명하다. 천봉·만학·기암·괴석이 천태만상을 이루는 최고 풍광을 자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우리만 해도 연대봉·운대봉·수령봉·천자봉·깃대봉·왕자봉·견제봉·송락봉 등이 있고, 여기서 발원한 물은 연대계곡·선녀계곡·원등계곡·분통골·지적골·소목골·삼인대계곡·기우제골·세냥골·물통골·초당골·우작골·동막골·금강계곡·승방골·변두골 등 수많은 계곡으로 흘러내려 호수로 합류한다. 그래서 산 이름에 ‘천泉’자가 붙은 것이다.
골짜기마다 단단한 암반 위로 깨끗하고 맑은 물이 샘처럼 솟아 흐른다 하여 ‘강천剛泉’이라 불렀고, 그래서 강천산이라 명명됐다 전한다.
강천산군립공원 홈페이지에는 강천사라는 절 이름에서 강천산이 유래했다고 하나 이 역시 근거가 없다. 같은 홈페이지에 ‘강천사의 원명은 복천사福泉寺라고 하나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복천사는 광덕산에, 용천사는 추월산에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천봉만학·기암괴석과 어울린 단풍은 금강산이 부럽지 않을 정도라 ‘호남의 소금강’이라고도 한다. 구름다리도 일찌감치 조성돼 가을단풍을 보기 위해 찾는 등산객들로 10월과 11월은 엄청 붐빈다.
4. 신불산
가을 억새 대표 산행지… 사자평 습지는 국내 최대 규모
신불산神佛山, 이름만 봐도 신비감을 자아낸다. ‘신령이 불도를 닦는 산’이란 의미다. 지명유래부터 찾았지만 불확실하다. 유일하게 나와 있는 유래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낸 ‘옛날 산중허리에 신불사라는 사찰이 있어 신불산으로 유래했다’고 한다. 옛 문헌에선 <세종실록>에 ‘세종 8년 신불사에서 법석…’이라는 기록뿐이다.
해발 1,000m 이상 산군이 알프스 풍광을 닮았다 해서 영남알프스라 명명됐으며, 대표 억새명산이기도 하다. 간월산(1,083m), 신불산(1,209m), 영축산(1,059m), 재약산(1,108m), 천황산(1,189m), 가지산(1,240m), 고헌산(1,032m) 등 해발 1,000m 이상의 7개 산군으로 이뤄져 있다.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신불평원은 가을 억새의 명불허전 명소다. 특히 10월 초에는 영남알프스 억새대축제를 신불평원에서 열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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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 12봉 12대를 가진 청량산 답게 다양한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있다. 중앙에 두 봉우리를 연결하는 800m 구름다리가 명물이다. 사진 봉화군청 제공
높이 870m로, 태백산맥의 줄기인 중앙산맥에 솟아 있다.
산 아래로 낙동강이 흐르고 산세가 수려하여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렸다. 1982년 8월 봉화군과 안동군 일대 48.76㎢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경상북도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최고봉인 장인봉을 비롯하여 외장인봉·선학봉·자란봉·자소봉·탁필봉·연적봉·연화봉·향로봉·경일봉·금탑봉·축융봉 등 12봉우리(육육봉)가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으며, 봉우리마다 어풍대·밀성대·풍형대·학소대·금가대·원효대·반야대·만월대·자비대·청풍대·송풍대·의상대 등의 대(臺)가 있다.
청량산 5층석탑과 어울린 산세.
산속에는 신선이 내려와서 바둑을 두었다는 신선대, 선녀가 유희를 즐겼다는 선녀봉, 최치원이 마시고 정신이 맑아졌다는 총명수와 감로수 등의 약수가 있으며, 27개의 사찰과 암자 터가 있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리보전(내청량사:경북유형문화재 47), 신라시대에 창건한 외청량사(응진전), 최치원의 유적지인 고운대와 독서당,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은신한 오마대(五馬臺)와 공민왕당(恭愍王堂), 공민왕이 쌓았다는 청량산성, 김생이 글씨를 공부하던 김생굴, 퇴계 이황이 수도하며 성리학을 집대성한 오산당(청량정사) 등 역사적 유적지도 많다.
▲ 청량산 청량사의 한 전각.
산행은 청량산 휴게소 아래 입석에서 시작한다.
노송이 우거진 등산로를 따라 오산당과 내청량사를 거쳐 주봉우리인 장인봉 정상에 오르면 낙동강과 청량산 줄기를 내려다볼 수 있다.
하산은 보살봉과 김생굴·외청량사를 지나 다시 입석으로 내려오는 길이 잘 알려진 코스이다.
이밖에 광석나루에서 시작해 내청량사를 지나 정상에 오른 뒤 외청량사를 지나 이름실로 내려오는 코스와, 남면리에서 시작해 외청량사와 김생굴·경일봉을 지나 정상에 오른 뒤 내청량사·오산당을 지나 광석나루터로 내려오는 코스가 있다.
교통
봉화나 안동시에서 시내버스를 탄다.
승용차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제천시로 간 다음 소백산을 넘어 봉화군에 들어서 918번이나 919번 지방도를 타고 갈 수 있다
▲ 청량산의 명물 구름다리.
10월의 추천산
1 남산(495m)
경주국립공원 남산지구에 속한 이 산은 옛 월성 왕궁의 남쪽에 솟았다고 하여 남산이다.
북쪽의 금오산(486m)과 남쪽의 고위산高位山(494.6m), 그리고 계곡 전체를 아우른다.
100여 곳의 절터, 80여 구의 석불, 60여 기의 석탑이 구석구석마다 산재해 있는 남산은 산 전체가 박물관. 경주 남산은 크게 동남산과 서남산으로 나뉜다.
동남산은 완만한 편이고, 서남산은 골이 깊고 가파르다. 동남산엔 권력이나 부가 없으면 세우기 어려웠을 법한 세련된 작품이 많아 귀족들이 많이 드나들던 곳으로 추정된다.
반면 서남산엔 소박하고 투박한 작품들이 많아 귀족과 백성들이 불공을 드리던 장소가 나뉘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추천 코스는 유물이 가장 많은 삼릉골에서 시작해 금오봉을 거쳐 절터가 가장 많은 용장골로 내려오는 코스다.
이 코스를 지나며 나정과 포석정, 배리삼존불, 삼릉, 마애관음보살상, 상선암 마애석가여래대불좌상 등의 주요 유적을 모두 볼 수 있다. 대략 6.3km 거리로, 3시간 30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2 가리산(1,051m)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과 화촌면, 춘천시 북산면, 동면에 걸쳐 있다.
정상부 산세가 곡식을 차곡차곡 쌓아둔 ‘낟가리’ 닮았대서 ‘가리산’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육산이지만 정상부는 3개의 거대한 바위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이름도 1봉, 2봉, 3봉이다. 멀리서 보면 세 봉우리가 옹기종기 붙어 있는 듯하지만 실제 올라가보면 붙어 있긴 하지만 정상을 밟기가 꽤 까다롭다. 90도에 가까운 암벽을 올라가야 한다. 물론 등산로는 사람이 올라가도록 수직바위에 철계단을 꽂아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조성했지만 발을 내디딜 때마다 오금이 저리는 아찔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강원 제1의 전망대라고 할 만큼 조망이 뛰어나, 소양호를 비롯해 북쪽으로 향로봉에서 설악산을 거쳐 오대산으로 힘차게 뻗어나간 백두대간 등 강원 내륙의 고산준령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 아래의 바위 절벽에서 사시사철 솟는 석간수가 유명하다.
3 천태산(715m)
아기자기한 바위가 많아 놀이기구를 타는 듯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다.
초보자나 어린 아이와 함께 오르기는 힘들지만 고정로프가 설치돼 있어 암릉산행이 익숙한 이들에겐 어려운 코스는 아니다.
A코스(주차장~영국사~암릉구간~정상)로 올라 D코스(정상~남쪽 능선~헬기장~남고개~영국사)로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고 산을 즐기기에 가장 좋다.
주차장을 나서면 천태동천계곡을 따라 산길이 이어진다.
폭포도 있고 특이한 바위도 많아 눈과 마음이 즐겁다. 그늘진 계곡의 숲을 따라 오르면 어느 순간 시야가 확 트이며 영국사가 보인다.
천태산의 자태와 영국사와 은행나무가 한눈에 보인다. 기품 있는 바위와 천년고찰은 그 자체로 자연 속에서 어우러진 풍경이다. 풍경을 완성하는 건 거대한 몸짓으로 솟은 은행나무. 용문산 은행나무보다 키는 작지만 모양새에 안정감이 있고 균형미가 있다.
오랜 세월을 버텨온 힘이 묻어난다. 600년 넘게 한자리에서 영국사를 지켜보고 있는 나무다.
4 남덕유산(1,507m)
덕유산 정상 향적봉은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접근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남덕유산은 한 발 한 발 내 힘으로 높이를 올려야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만만치 않은 높이에 걸맞게 정상 조망이 대단하다. 향적봉으로 뻗어나가는 덕유주릉은 힘차게 비상하는 용을 바라보는 듯하고, 동쪽 진양기맥, 남쪽 백두대간, 서쪽 진안고원의 산릉들은 주변 산릉과 어우러진다.
여기에 동릉인 진양기맥의 초반부는 설악산 기암능선을 옮겨놓은 듯 절경의 바위능선으로 산객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남덕유산의 절정은 정상에서 남령 쪽으로 이어지는 바위능선. 금원산, 황매산을 거쳐 진양호에 이르기까지 163km 진양기맥의 시작을 알리는 절경이다.
내리꽂다가 또 가파르게 올려쳐야 하는 계단길도 있지만 눈앞의 선경은 힘들 겨를, 무서워 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바위 능선 따라 철다리가 놓여 있어 어지간한 등산객은 오르내릴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단풍&억새산행] 단풍 명산 7선
입력 2004.10.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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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순창 강천산
천봉만학 속에 피어나는 가을 단풍
순창 강천산(剛泉山·571.9m)는 서로 산성산(山城山·603m), 남으로 광덕산(廣德山·578m)과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산수의 전형을 보여주는 산이다. 병풍바위, 장군바위, 어미바위, 용소, 북바위 등 기묘한 형상의 바위와 명소들이 많은 것 또한 천봉만학의 기묘한 산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절경의 골짜기를 가로질러 76m 길이의 현수교가 설치되어 있고, 산중에 협곡을 막은 인공호수가 있는가 하면, 주능선에 삼한시대나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금성산성이 쌓여 있어 다양한 시각의 산행을 즐길 수 있고, 거기다 골짜기를 따라 많은 단풍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가을 단풍 산행지로 적격인 산이다. 단풍시기는 내장산에 비해 대개 1주일 가량 늦다.
순창군이 1981년 1월7일자로 국내 첫 군립공원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는 강천산은 호남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등산인들이 찾는 유명산답게 등산로가 골짜기와 능선마다 거의 다 나 있으나, 군립공원 사무소는 이들 산길을 엮어 5개 코스를 추천하고 있다. 모든 코스가 주계곡인 삼인대계곡~비룡계곡을 따르다 지계곡이나 지능선으로 빠지면서 시작된다.
관리사무소측은 매표소-병풍바위-강천사-현수교-신선봉 왕복(제1코스·5.7km·2시간30분), 매표소-강천사-비룡폭포 입구-연대암터-북바위-운대봉-연대봉-송낙바위-강천 제2호수(제2코스·왕복 9.6km·5시간), 매표소-강천사-신선봉-광덕산-산성 동문-연대봉-송낙바위-강천 제2호수-매표소(제3코스·11.8km·6시간), 매표소-병풍바위-금강교-우작골-깃대봉-왕자봉-형제봉-강천 제2호수(제4코스·8km·4시간), 매표소-금강문-금강계곡-옥호봉-주차장(제5코스·3.1km·2시간30분) 등 5개 코스를 만들어놓았는데, 탐방객들에게는 제1코스, 등산인들에게는 제2코스가 인기가 높다. 제4코스와 제2코스를 잇거나, 제3코스와 제4코스를 이으면 제법 긴 능선코스가 된다.
2. 장성 입암산
내장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 단풍빛
내장산 국립공원 하면 일반적으로 내장산과 백암산 두 개 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원 서쪽으로 입암산(笠岩山·687m) 또한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입암산은 중부 이북의 등산인들에게는 낯설지만 호남 등산인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명성이 자자한 산이다. 특히 가을철이면 내장산 못지않게 고운 단풍으로 인기를 끄는 산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쌓인 입암산성(사적지 제384호)은 후백제 시조인 견훤이 중요한 요새로 이용했고, 고려 고종 43년(1256년) 몽고 6차 침입 때는 엄청난 격전지였으며, 조선말 동학농민운동 때는 녹두장군 전봉준이 관군을 피해 순창으로 가던 중 하룻밤 머무는 바람에 친분이 있던 별장이 처벌받고, 별장마저 없어졌다는 얘기가 전하는 유서 깊은 곳이다.
입암산 산행은 남창골~산성골~갓바위~은선골~남창골 원점회귀형 코스가 가장 인기가 높다. 백양사역에서 장성으로 이어지는 1번 국도변 북상초등학교에서 북쪽으로 약 5km 들어서면 나타나는 장성군 북하면 신성리 남창골 마을에서 500m쯤 올라가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은 새재길이고, 왼쪽 길이 산성골이나 은선골로 가는 길이다.
새재 갈림목에서 산성골·은선골 갈림목까지 약 1km 구간이 단풍빛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새재 갈림목에서 골짜기를 따르다 세번째 다리를 건너면 산길이 또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이 산성골, 왼쪽이 은선골인데, 대개 산성골을 타고 갓바위를 오른 다음 은선골로 내려선다.
남문에서 계곡길을 따라 30분쯤 오르면 북문이라 불리나 성문 흔적은 눈에 띄지 않는 능선 안부. 여기서 오른쪽(동쪽)이 입암산 정상, 왼쪽(서쪽)이 갓바위 방향으로, 대개 곧장 갓바위로 오른다. 갓바위 바윗길은 철계단이 설치돼 있어 노약자도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갓바위 정상에서 은선골로 내려서려면 정상에서 다시 철계단으로 내려선 다음 안부에서 남서쪽 능선을 타야 한다. 능선을 타다보면 잘록한 안부가 여럿 나타나지만 무시하고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는 곳까지 간 다음 왼쪽 골짜기로 내려서는 것이 정석이다.
산행시간은 3시간 정도 걸린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어른 1,6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승용차 4,000원, 경차 2,000원, 버스 6,000원.
3. 태백 태백산
문수봉 너덜겅, 돌탑과 어울린 가을색 아름다워
태백산은 철쭉이 워낙 유명해 철쭉 명산으로만 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을 명산이라고 강력히 주장해도 좋을 만큼 가을색도 뛰어난 산이다. 태백산릉은 두루뭉실하고 부드러운 산릉 전체에 붉은 색 계통의 융단을 펼쳐놓은 듯하고, 남동쪽의 문수봉 일대는 너덜겅과 돌탑이 어울린 추색이 두드러진다.
태백산 정상 오름길로는 계곡이 아름답고 숲 좋은 당골을 선택한다. 소도동 당골 주차장 입구에서 200m쯤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넓은 당골광장이며, 이 광장의 오른쪽 사선 방향 저편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단군성전 앞을 지나면 곧 계곡길로 접어든다. 당골 길은 흰 자갈을 곱게 깔았고 차량도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넓지만 옆의 계곡은 큼직한 바윗덩이들에 이끼가 두툼하고 짙은 숲그늘이 드리웠다.
스테인리스 난간이 쳐진 등산로를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사다리 건너 우측 능선으로 붙는다.
호랑이에 물려죽은 사람의 무덤인 호식총(虎食塚) 앞을 지나 7~8분 걸으면 반재다. 깨끗한 발효화장실까지 갖추어둔 반재 고갯마루는 천제단~당골광장 간 거리 4.4km의 딱 절반 되는 지점이다.
반재부터는 경사가 한결 순해져서 오래지 않아 천제단 아래 산중턱의 절 망경사에 다다른다. 항상 수많은 기도객들로 붐비는 이 절 옆에는 한국의 100대 명수 중 하나인 용정 샘물이 있다.
용정에서 곧장 능선으로 치달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태백산 비석에 이어 천제단에 이른다. 이곳 천제단에서 사방으로 펼쳐져뵈는 산릉의 가을색이 대장관이다. 천제단에서 남쪽을 향해 서면 왼쪽 저편에 돌탑이 선 봉우리가 뵈는데 그것이 문수봉이다. 그 문수봉으로 하여 다시 당골광장으로 하산토록 한다.
4. 정선 노추산
너덜지대~이성대간 길 곳곳에 아름드리 단풍나무
산은 저마다 특히 아름다워 보이는 계절이 있다. 노추산(魯鄒山·1,322m)은 그 중 겨울 설경이 뛰어난 산으로 알려져 있지만, 가을 단풍빛 또한 기막히게 뛰어난 산이다. 산 곳곳에 사방이 툭 트이는 조망 좋은 기암봉이나 암릉이 있어 단풍빛을 감상하기에도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노추산 등산로는 강릉쪽으로도 대기리 코스가 한 가닥 나 있으나 경관이 별로 좋지 않아서 등산객들은 거의 정선쪽 코스들을 이용한다. 가장 애용되는 등로는 노추산 남서쪽, 다락가든수퍼에서 사지목을 지나 노추산 남릉으로 하여 이성대로 오르는 코스다. 노추산 등산객 중 3분의 2 이상은 이 코스로 오른다. 이 코스는 곳곳에 노거수들이 선 숲속을 걷는 맛이 훌륭하며, 완경사로 길게 이어져 노약자라도 갈 수 있다.
이성대로 하여 정상에 오른 다음 하산은 이성대 남서쪽으로 내리닫은 절골로 한다. 이 절골 길은 강원도 심산 특유의 좁은 협곡으로서 가파르고 험하다.
사지목에 오르면 삼거리가 된다. 왼쪽으로 등성이를 넘어 난 길은 법도선원과 절골 코스로 가는 길이며, 오른쪽 능선을 따라 난 찻길이 능선길이다.
단풍은 능선길의 두번째 너덜겅 이후가 좋다. 두번째 너덜을 지나 산중턱으로 난 뚜렷한 길을 따르노라면 여기저기 단풍나무들이 꽃보다도 더 화려한 붉은 기운을 내뿜고 서 있다.
이성대는 해발 1,200m대의 고지에 위치해 있어 전망이 좋다(겨울에도 수도자들 상주). 이성대 서쪽 바로 옆에 담장처럼 돋아오른 쌍용대라 부르는 암부에 한 번 올라가 보면 그 조망의 시원스럽고 아름답기가 설악이며 지리산 같은 명산과 비교할 만하다.
정상 오름길은 이성대 오른쪽 옆 석간수가 흐르는 샘터 옆 10m 지점에 있다. 곧장 산비탈을 치고 10분쯤 숨차게 오르면 능선 위이며, 여기서 오른쪽으로 몇 분만 가면 정상이다. 정상은 헬리포트가 닦여 있고, ‘노추산’ 표지석이 선 정상에 서면 맑은 날은 멀리 강릉 앞바다의 푸른 물빛도 보인다. 다락가든에서 출발할 경우 약 6km에 3~4시간 소요된다.
이성대에서 바로 아래의 절골을 따라 하산할 경우는 거의 길을 헷갈리지 않고 내려갈 수 있다. 다만 중간중간 계류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기도 하는 등, 길과 계곡의 구분이 아예 없어지다시피 하는 구간도 있으므로 당황하지 말도록 한다.
5. 동두천 소요산
가을이면 정말 소요스런 '경기 소금강'
동두천시를 대표하는 소요산(消遙山·585.7m)은 사계절 인기 있는 산이다. 특히 가을이면 온 산을 뒤덮는 요란한 단풍을 즐기려는 수많은 인파들로 소요(騷擾)스럽기도 한 산이다.
소요산역에서 약 1km 들어서면 관리사무소 앞이다. 관리사무소 주변 가로수가 모두 단풍나무다. 단풍터널 아래 오솔길로 10분 들어서면 ‘경기 소금강’이라 쓰인 현판이 걸린 일주문에 닿는다.
일주문을 지나 속리교를 건너면 삼거리가 나타난다.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은 구절터나 공주봉(526m)으로 가는 길이다. 이 코스는 하산길로 잡는다. 삼거리에서 왼쪽 계단길로 올라가면 원효폭포 상단부인 원효대. 원효대에서 계곡길을 따라 다리를 건너간 다음, 단풍터널 아래로 약 150m 들어서면 자재암(自在庵)이 반긴다.
신라 선덕여왕 14년(645년) 원효가 창건한 사찰린 자재암에는 천연암굴인 나한전을 비롯해 함몰된 듯 깊이 패인 협곡에 형성된 청량폭포가 단풍나무와 어우러져 절묘한 풍광을 자아낸다.
자재암을 뒤로하고 선녀탕 직전 삼거리에서 왼쪽 급경사 바윗길로 30분 올라가면 하백운대에 닿는다. 노송과 어우러진 단풍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는 하백운대를 지나 약 400m 올라가면 포천군 신북면과 경계를 이루는 주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삼거리에서 남쪽 능선길로 10분 거리 상백운대(559m)를 넘어 약 300m 가면 주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이 삼거리에서 오른쪽(남서쪽) 암릉길로 20분 거리에 이르면 나한대를 밟는다.
나한대를 지나 5분 거리인 철다리를 지나 10분 더 올라가면 정상인 의상대에 닿는다. 의상대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서쪽으로는 붉게 물든 공주봉이 멀리의 마차산, 감악산과 함께 시야에 와닿는다. 북쪽 아래로는 소요산역에서 자재암으로 패어들어온 단풍으로 물든 골짜기가 붉은 카페트를 깔아 놓은 듯 하다.
하산은 서릉을 타고내리다가 공주봉 못미처 삼거리에서 북쪽 구절터로 내려가면 된다.
소요산역을 기점으로 자재암~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나한대를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구절터나 공주봉~속리교~일주문을 경유해 소요산역에 이르는 산행거리는 약 9km로, 4~5시간이 소요된다.
6. 양평 도일봉
중원계곡 단풍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 위치한 도일봉(863.7m)은 아직은 은밀한 단풍코스이면서도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조용하고 여유있는 단풍산행을 즐기기에 그만인 곳이다.
도일봉에서 단풍이 대단위로 군락을 이루는 곳은 들목인 중원계곡이다. 단풍은 중원폭포를 지나면서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중원폭포에서 단풍 숲터널 아래 산길로 35분 들어서면 도일봉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 갈림길에서 오른쪽 지계곡 길이 도일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인데, 이 지계곡 안쪽 약 1km 구간이 중원계곡에서 가장 단풍나무가 많은 곳이다. 이 계곡은 하산코스로 잡아야 더욱 진한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도일봉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직진하는 주계곡 안으로 들어서면 곧이어 치마폭포가 반긴다. 치마폭포를 지나 500m 가량 들어서면 4m 와폭과 10m 폭포 주변 단풍나무 숲터널을 거슬러 10분 올라가면 펑퍼짐한 분지 속 삼거리에 닿는다.
‘긴급구조 1-3’ 안내푯말이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약40분 오르면 도일봉 서릉 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서릉 오르막 바위지대를 8~9분 올라가면 도일봉 정상이다.
정상 동쪽 30m 거리에는 최근 산불감시를 위한 송신탑이 세워져 있다. 정상에서는 남으로는 용문과 주읍산이 멀리의 남한강과 함께 막힘 없이 터진다. 서쪽으로는 중원계곡 건너로는 백운봉과 용문산이 멋들어진 하늘금을 이룬다.
하산은 남동릉으로 내려선다. 남동릉으로 5분 거리인 삼거리에서 남쪽 지능선길로 35분 내려서면 단풍으로 인하여 하늘이 보이지 않는 지계곡에 닿는다.
단풍터널 아래 계곡길로 홍류(紅流)를 이루는 계류를 따라 약 2km 나오면 중원2리 버스종점이다. 중원2리 버스종점을 기점으로 중원계곡을 경유해 정상을 다녀오는 산행거리는 11km 안팎으로, 5시간 이상 잡는 것이 좋다.
7. 양양 점봉산
단풍 물든 백두대간서 보는 설악 풍광 일품
점봉산(點鳳山·1,424.2m)은 산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산이다. 겨울 설경, 봄철이면 온 산을 뒤덮는 야생화와 산나물, 여름에는 하늘을 볼 수 없는 수림지대 아래 시원한 계곡, 그리고 가을단풍 등이 너무나 수려하기 때문이다.
점봉산 산행은 오지(奧地) 기분이 나는 진동리 설피밭을 기점으로 하는 코스가 인기 있다. 설피밭에 이르면 큰 돌배나무 한 그루가 버티고 선 삼거리가 있다.
삼거리에 있는 산적(山籍)매점에서 북으로 직진하면 왼쪽 너른이골 입구가 나타난다. 35분 가량 올라가면 백두대간상의 단목령에 닿는다.
단목령에서 서쪽으로 난 뚜렷한 백두대간 길을 따르면 간간이 단풍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른쪽 단풍나무들 사이로 대청봉이 보이는 능선길로 40분 가량 올라가면 왼쪽 너른이계곡 방면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 안부에 닿는다.
삼거리 안부에서 계속 뚜렷한 능선길을 따라 1시간20분 거리(약 2km)에 이르면 천연보호림 안내판이 나타난다. 이 안내판 남쪽 아래가 너른이골 최상류이자 샘터도 있는 홍포수막터다. 안내판에서 계속 직진 35분 올라가면 점봉산 정상이다.
삼각점(설악 26)과 정상비석이 있는 정상에서 휘둘러보는 조망은 막힘이 없다. 이곳에서 북으로 보는 귀때기청봉, 끝청, 중청, 대청봉 풍광은 웅장하기만 하다. 대청봉에서 오른쪽으로는 양양과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터진다.
하산은 남릉을 탄다. 조망을 즐기며 1시간 10분 가량 내려서면 수천 평 초원지대를 이룬 곰배령에 닿는다.
곰배령에서 북동쪽 강선리계곡으로 발길을 옮겨 50분 내려서면 강선리 서래굴(암자)에 닿는다. 강선리를 뒤로하고 오솔길을 따라 40분 내려서면 설피밭 삼거리 매점 앞이다.
설피밭 삼거리를 기점으로 단목령~백두대간을 경유하여 정상에 오른 다음, 작은 점봉산~곰배령~강선리~삼거리로 내려서는 산행거리는 약 15km로, 7시간 안팎이 소요된다. 상기 코스를 역으로 해서 즐기는 방법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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