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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신안 1004섬 압해도

by 한국의산천 2021. 12. 15.

[신안특집] 눈물처럼 지는 동백 아니랍니다 

글 이재진 편집장 /  사진 신안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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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2.15 10:02 

섬 겨울꽃 축제
  

분홍빛 애기동백 위로 흰눈이 쌓인 모습. 12월 신안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모습이다. 

신안군 압해도 동서리 마늘밭에 커다란 입석이 하나 서있다. 높이 4.8m, 너비 1m, 두께 0.5m로 남쪽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진 이 돌을 마을 사람들은 ‘장수 지팡이’라고 부른다.  

1,500년 전 중국에서 송씨 성을 가진 장수가 배를 타고 가다 거친 풍랑에 난파 당해 신안 압해도 송공리에 정착했다. 송 장수는 돌로 된 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일대를 누빌 정도로 천하장사였다. 그 돌로 된 지팡이가 마늘밭 한가운데 서있는 거대한 입석이다. 압해도 송공산에 전해내려오는 전설이며 산 이름의 유래다.

압해도는 2008년 압해대교, 2013년 김대중대교, 2019년에 천사대교가 잇따라 열리면서 내륙과 섬들을 이어 주는 신안군의 중핵이지만, 고려시대 해상세력들에게도 서해 제해권을 장악하기 위한 요충지였다. 송공산(230m) 정상에 오르면 신안의 다도해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그 옛날 해상세력들이 왜 압해도를 그토록 탐냈는지 머리가 끄덕여지는 위치다.

눈 쌓인 압해도 분재공원의 애기동백 길을 걷고 있는 탐방객.


송장수 전설어린 다도해 최고의 조망

송공산은 부드러운 육산이다. 산중턱으로 나있는 둘레길은 약 2시간 걸린다. 가족끼리 걸으면서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는 다도해를 조망하기에 최고의 산이다.

이 산 남서쪽에 명품 분재공원이 있다. 총면적 137,000㎡(4만1,500평)의 이 공원에는 400여 점에 달하는 분재가 기기묘묘한 모습으로 작은 무릉도원을 연출하고 있다. 이곳에는 분재뿐만 아니라 저녁노을미술관·숲체험관·산림욕장 등 볼거리가 아주 많다. 하지만 겨울이 오면 이 분재들은 애기동백에게 주인공 자리를 내어준다. 

동백꽃은 꽃이 질 때 봉오리가 눈물처럼 뚝 떨어진다. 자존심이 강해서일까. 사찰 주변에 동백꽃이 많은 것은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던 꽃이 한순간에 떨어지는 모습을 통해 인생무상을 깨닫기 위함이라는 말이 있다. 꽃이 시들지 않고 그대로 떨어지기 때문에 가톨릭에서는 순교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조선 선비들은 동백꽃을 매화와 함께 청렴과 지조와 굳은 이상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와달리 애기동백은 꽃잎이 한 장 한 장 흐드러지게 떨어져 바람이 불면 눈이 날리는 것 같다. 일반적인 동백꽃이 슬픔이라면 애기동백은 환희라고 할까. 애기동백꽃은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피는데 일반 동백보다 일찍 피며 잎이나 꽃, 열매의 크기가 일반 동백에 비해 작은 것이 특징이다. 

압해도 분재공원 전경. 뒤에 있는 산이 송공산.

내년 1월까지 53일간 축제

압해도 분재공원에서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53일간 ‘섬 겨울꽃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3회를 맞이하는 축제는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랜선으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여 동안 1만3,000여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입소문을 탔다. 올해는 위드 코로나 추세에 따라 정식 축제로 열리게 되는 만큼 훨씬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땅에 떨어진 애기동백 꽃잎. 일반 동백꽃과 달리 꽃전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하나하나 흩날리듯 떨어진다. 

신안군청(박우량 군수)은 이 분재공원 5ha 부지에 애기동백 1만7,000그루를 심어 동백꽃길 3㎞를 만들었다. 흰색과 분홍, 빨강색 애기동백꽃 위로 눈이라도 덮이면 이 세상 풍경이 아닌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냥 걷기만 해도 일상 스트레스가 녹아버릴 것 같다. 신안군에서는 이 축제를 위해 가족과 연인들이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 같은 이벤트들도 충실하게 마련했다. 동백압화 수첩만들기, 동백열매 브로치 만들기, 동백차 체험…. 

압해도 분재공원 내 조성된 연못. 

저녁노을미술관, 그리고 숭어회

애기동백의 마법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거닐다보면 몸을 녹일 따뜻한 차 한잔이 그리워질 것이다. 분재공원 안에 있는 저녁노을미술관으로 갈 시간이다. 신안출신 화가가 기증한 210여 점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다도해의 노을을 바라보노라면 이 미술관이 전국 제일의 조망을 갖췄다는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애기동백으로 눈을 즐겁게 했다면 이젠 입을 즐겁게 할 차례. 12월 압해도 구도선장이나 송공항 식당들은 겨울 숭어회가 한창이다.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한 신안 갯벌의 플랑크톤을 잔뜩 먹고 살이 오른 압해도 숭어를 맛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줄을 선다. 


달디 단 겨울 시금치 ‘비금도 섬초’

비금도의 대표 명사는 섬초와 천일염 그리고 이세돌이다. 섬초는 겨울 시금치를 브랜드화한 것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호남지방의 천일염은 비금도가 시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펼쳐 세계적인 화제를 낳았던 바둑 천재 이세돌의 고향이 비금도다. 

1980년대부터 비금도 사람들은 시금치를 상업적으로 재배했고 1996년에 섬초로 상표 등록을 했다. 찬바람을 견디고 자란 섬 시금치의 달고 고소한 맛이 뭍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해마다 비금도에서는 겨울이면 밭뿐만 아니라 논에도 시금치를 심는다. 노지에서 자라는 겨울 시금치는 수분이 적어서 달디달다. 겨울 추위에 얼어죽지 않으려는 시금치가 내부의 수분을 최대한 빼내기 때문. 나물도 맛있지만 생시금치를 샐러드로 먹는 맛 또한 기가 막히다. 

비금도에서 겨울에 채소를 키울 수 있는 것은 해양성 기후 덕분이다.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해양성 기후. 같은 위도상의 육지에서는 겨울 노지에 시금치나 배추가 자랄 수 없지만 섬에서는 가능하다. 

이세돌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비금도에서 기억해야할 인물이 있다. 영화감독 강대진. 그는 한국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영화제에서 특별은곰상을 탔다. 1961년 그의 대표작 ‘마부’를 통해서였다. 그가 태어난 곳이 비금도이다. 

신안, 얼마나 아시나요
1,004개 섬으로 이뤄져
바다 포함 땐 서울의 22배

신안은 크다. 신안군 땅 면적은 서울보다 넓다. 바다를 포함하면 신안군 영역은 서울의 22배에 이른다. 

 

신안군에는 진도나 완도, 남해도나 거제도 같은 모섬이 없다. 1,004개나 되는 섬으로 이뤄진 신안은 각각 독립적인 섬들이 모여 형성되었다. 그래서 신안을 찾은 여행자들은 대체 어디가 신안인지 헷갈린다. 

신안에 왔지만 신안이 아니라 압해도나 암태도 흑산도나 홍도, 증도 같은 개별 섬들과 마주하게 된다. 

 

신안의 섬들은 저마다 특별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베트남의 하롱베이 못지않은 빼어난 절경의 홍도, 중국의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는 한국 최서남단 가거도, <자산어보>의 산실 흑산도, 섬 가운데 사막이 있는 우이도…. 신안을 알려면 추상적인 신안이 아니라 구체적인 각각의 섬들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본 기사는 월간산 1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Copyrights ⓒ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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