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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바람의노래] 내사랑 - 트럼펫 김인배

by 한국의산천 2012. 10. 19.

아름다운 Sun set

 

트럼펫 경음악은 김인배의 '내 사랑(My love)'입니다.

 

 

 

노을

         - 홍해리

 

보내고 난
비인 자리
그냥 수직으로 떨어지는
심장 한 편
투명한 유리잔
거기 그대로 비치는
첫이슬
빨갛게 익은
능금나무 밭
잔잔한 저녁 강물
하늘에는
누가 술을 빚는지
가득히 고이는
담백한 액체
아아,
보내고 나서
혼자서 드는
한 잔의
술.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

             

                             -용 혜 원

 

젊은 날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얼마나 멋이 있습니까

아침에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의 빛깔도
소리치고 싶도록 멋이 있지만

저녁에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지는 태양의 빛깔도
가슴에 품고만 싶습니다

인생의 황혼도 더 붉게
붉게 타올라야 합니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기까지
오랜 세월 하나가 되어

황혼까지 동행하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그리우면
             - 최 관 하

 

그리우면 그리울수록
차라리
눈을 감으리
 
눈(眼) 속에
환영(幻影)의 파노라마가
돌아갈 때
 
기억 저 편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를
하나 둘 건너리
 
가서 만날 때
안개비처럼
그리웠다 말하리

 

 

오랜 세월 하나가 되어

황혼까지 동행하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류 시 화 -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어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노을

            - 서 정 윤

 

누군가 삶을 마감하는가 보다
하늘에는 붉은 꽃이 가득하다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을 불태우는 목숨
흰 날개의 천사가
손잡고 올라가는 영혼이 있나보다

유난히 찬란한 노을이다.

 

 

노을

          - 조 병 화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황혼

                -조옥동

 

온종일 건너온 고해를
피안의 테두리 안으로 밀어 넣는
이승과 저승이 만나는 곳

수평선 위에
바닷새 한 마리
불타고 있다

하루의 제물을 바치고 있다

 

 

노을 빛 기도

            - 이 양 우

 

고개를 넘어가는 노을 빛은
빛의 가난을 용서합니다.
용서하기 힘든 용서를
무욕의 손으로 씻어냅니다.

노을 빛은 천천히
그러나 초연한 저 켠의 나래들을
뒷걸음질로 반추하며
비움의 철칙으로 화답하고 있습니다.

노을 앞에서는
증오의 활시위도 꺾어집니다.
가장 강한 자의 오만도 용서합니다.
핍박과 배반의 수레를 쉬게 합니다.

노을은 잿빛 하늘이 아닙니다.
평화의 하늘입니다.
노을은 괴로움의 하늘이 아닙니다.
행복의 하늘입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서
오해를 거두어야합니다.
그대를 용서하지 않으면
나 자신으로부터 나를 가둡니다.

그대는 나의 스승입니다.
나를 깨우쳐 주었음이니
그대에게 갚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죄로부터의 사슬을 풀어내는
작은 기도말입니다.

 

 

노을

                            - 나 태 주

 

저녁노을 붉은 하늘 누군가 할퀸 자국
하느님 나라에도 얼굴 붉힐 일 있는지요?
슬픈 일 속상한 일 하 그리 많은지요?
나 사는 세상엔 답답한 일 많고 많기에 …

 

 

와사등

                       -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 해 황망히 날개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구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노을

           -전은영

 

바이올린을 켜십시오
나의 창가에서
타오르던 오늘
상기된 볼
붉은 빛 속에
가만히 감추고
사랑의 세레나데를 연주해 주십시오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주십시오
곧 다가올
달빛 함께
가벼운 춤 출 수 있게
고운 선율로
복숭아 빛 그대 볼
감싸 안게 다가오십시오

떠나버린 한낮의 뜨거움을
새악시 외씨버선처럼
조심스레 산등성이에 걸어 놓고
또다시 돌아올
아스라한 새벽 빛 맞으러
길 떠날 수 있게
사뿐한 사랑으로
그대 내게 오십시오

 

 

노을

              - 최 윤 경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를 곱게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려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피우는 일

 

 

황혼이 질 무렵

                - 홍수희

석양을 보면
떠나고 싶다

이름 석 자 내 이름은 벗어버리고
의자에 앉았으면 앉았던 그 모습으로
언덕 위에 섰으면 서 있던 그 모습대로
바람이 불어오면 나부끼던 머리카락 그대로 두고

항상 꿈보다 더 깊은 꿈속에서
나를 부르던 아, 이토록 지독한 향수!

걸어가면 계속하여 걸어가면 닿을 것 같은
보이지 않는 그곳이 있어 아, 이토록 지독한 향수!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언덕

                     - 김광균 - 

 

심심할 때면 저무는 언덕에 올라 

어두워 오는 하늘을 향해 나발을 불었다.

 

발 밑에는 자옥한 안개 속에

학교의 지붕이 내려다 보이고

동네 앞에 서있는 고목 위엔

저녁 까치들이 짖고 있었다.

 

저녁 별이 하나 둘 늘어 갈 때면,

우리들은 나발을 어깨에 메고,

휘파람 불며 언덕을 내려왔다.

 

등 뒤엔 컴컴한 떡갈나무 수풀에 바람이 울고

길가에 싹트는 어린 풀들이 밤이슬에 젖어 있었다.

 

 

▲ 夕陽의 여운 붉은노을은 아직도 서편 하늘을 장려하게 물들이고 있다 ⓒ 2012 한국의산천 

 

神 앞에서 그누가 떳떳하랴. 

나는 언제나 후회하면서 살아간다. 내 인생이 그것이려니 하며... -한국의산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