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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바람의노래]소녀의 기도

by 한국의산천 2012. 10. 17.

[바람의노래]소녀의 기도

 

▲ 요즘 연일이어지는 시야가 거침없는 맑은 가을 하늘이다 ⓒ 2012 한국의산천

높이나는 새는 멀리보고 낮게 나는 새는 자세히 본다.

 

소녀의 기도

 

29005

 

소녀의 기도 - 이선희

바람불면 흩어지는 쓸쓸한 낙엽이 모두 잠에 취한 이슬처럼 아른거려요
그 목소리 귓전으로 담고 덧없이 걷는 텅빈 마음은
 

떠난 사랑을 그리워하는 서글픈 마음뿐인데
혼자 남아서 지켜야하는 외로움이 나를 울리네

나는 나는 붙잡지도 못한 아쉬움에 낙엽되어 계절속에 나를 묻으며
봄이 다시 찾아오길 나는 빌어요 이밤 지새고 나면
 

떠난 사랑을 그리워하는 서글픈 마음뿐인데

혼자 남아서 지켜야 하는 외로움이 나를 울리네
나는 나는 붙잡지도 못한 아쉬움에 낙엽되어 계절속에 나를 묻으며
봄이 다시 찾아오길 나는 빌어요 이밤 지새고 나면 이밤 지새고 나면 

 

 

 

가을꽃집
              - 용혜원-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 같은 갈대와
마른 나뭇가지
그리고 가을 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 보세요
사람들 속에서 불어 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가을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을 파는 꽃집으로
다 찾아오세요
가을을 팝니다
원하는 만큼 팔고 있습니다
고독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그리워 지는 계절, 가을입니다

 

 

남겨진 가을

                           - 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성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갈 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님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 본 적이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 신과의 인터뷰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