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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문화문학음악

사월 상순

by 한국의산천 2010. 4. 2.

사월이 왔다

황무지에서도 뿌리를 내리게 하는 잔인한 계절 4월.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사월 상순 (四月 上旬)

            

          -  박 목 월

누구나

인간은

반쯤 다른 세계

귀를 모으고 산다.

멸(滅)한 것의

아른한 음성

그 발자국 소리

그리고  

세상의 환한 사월 상순

 

누구나

인간은

반쯤 다른 세계의

물결 소리를 들으며 산다.

돌아오는 파도

집결하는 소리와

모래를 핥는

돌아가는 소리.

 

누구나 

인간은

두 개의 음성을 들으며 산다.

허무한 동굴의

바람소리와

그리고

세상은 환한 사월 상순

 

 

 

나무 위에는

나무의 뿌리를 보고

가끔 그 뿌리에 붙은 굼벵이도

보아라.

 

4월은

5월보다 먼저 오는 달이다,

그러나 4월은

5월이 간 뒤에도 오지 않는다,

영원히 안 올지도 모른다…… 그 피는.

 

돌을 주물러

떡을 만드는 거리.

이 기적의 거리.

그 떡을 먹고 돌이 된

만원버스의 시민들을 보라,

4월이 되면 개나리도 활짝 피는데…….

 

꽃은 겨울에 피고

열매는 4월에 진다,

4월이 벌판의 묘지를 돌아

다시 우리게로 가까이 다가올 때……. -김현승-

 

 

 

 

사월

                                 

                             -  김 현 승

 

플라타너스의 순들도 아직 어린 염소의 뿔처럼
돋아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도시는 그들 첨탑 안에 든 예언의 종을 울려
지금 파종의 시간을 아뢰어 준다. 

 

깊은 상처에 잠겼던 골짜기들도
이제 그 낡고 허연 붕대를 풀어버린 지 오래이다. 

 

시간은 다시 황금의 빛을 얻고,
의혹의 안개는 한동안 우리들의 불안한 거리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검은 연돌(煙突)들은 떼어다 망각의 창고 속에
넣어 버리고,
유순한 남풍을 불러다 밤새도록
어린 수선(水仙)들의 쳐든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개구리의 숨통도 지금쯤은 어느 땅 밑에서 불룩거릴 게다. 

 

추억도 절반, 희망도 절반이어
사월은 언제나 어설프지만,
먼 북녘에까지 해동(解凍)의 기적이 울리이면
또다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 달은 어딘가 미신(迷信)의 달……

<옹호자의 노래, 선명문화사, 1963>

 

김현승


1913년 평양에서 출생하여 평양 숭실중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숭실전문학교 문과를 입학하였다. 1936년 모교인 숭일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으며, 1946년에는 숭일학교 초대 교감으로 취임하였다.

 

1934년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과 <어린 새벽은 우리를 찾아온다 합니다>를 <동아일보>에 발표하며 문단에 등단하였다. 1955년에 한국시인협회 제1회 시인상 대상에 선정되었으나 수상을 거부하였다. 같은 해 5월, 한국문학가협회 중앙위원에 임명되었으며, 7월에는 전라남도 제1회 문화상 문학 부분을 수상하였다. 1975년 4월 11일 숭전대학교 채플 시간에 기도중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자택에서 운명을 달리하였다.

 

백석의 시는 우리말의 보고 >>> https://koreasan.tistory.com/15607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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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함경 방언 망라한 3366개 詩語… 백석의 시는 '우리말의 보고' 백수진 기자 입력 2020.02.06 03:00 [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20] '백석 사전' 편찬한 고형진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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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하다.  - 노자 도덕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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