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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서산 개심사

by 한국의산천 2023. 4. 22.

마음을 여는 절 

꽃대궐 서산 개심사 겹벚꽃 청벚꽃 둘러보기

현재 겹벚꽃과 청벚꽃  만개 ( 2023년  4월 22일 토요일 )

 

개심사 주차장은 주차 면적이 작으며 들어가는 길은 좁다 

승용차와 대형버스가 오전 내내 몰려들면서 길에서 장시간 멈춰있어야 한다.

 

겹벚꽃과 청벚꽃이 만개하는 주말에는

신창 저수지 제방 입구부터 일주문 앞 주차장까지 (약 2km) 자동차로 진입하는데 약 100만 년? 정도 소요.

저수지 제방에서 보행자 전용 데크를 따라 걸으면 약 30분 소요.

자전거 이용 시 천천히 10분 정도 소요된다.    

 

일찍 개심사 주차장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나오는 것 역시 들어가기만큼이나 힘든 딜레마의 연속이다.

꼭! 멀리 초입 길가에 주차를 시키고 걷는 것이 최고의 선택.

 

※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주말을 피해서 평일 답사를 권합니다 ^^

서울방향에서 서산 IC에서 나가는 길은 문수사와 같은 길이기에 더더욱 밀린다

해미 나들목으로 나가면 개심사 입구까지는 수월하다.

 

인산인해.

꽃송이보다 더 많은 상춘객 

▲ 개심사 경지 ⓒ 2023 한국의산천 
마음을 비추어 보라는 뜻에서

거울 경(鏡)자를 붙여 ‘경지(鏡池)’라 이름한 연못


개심사가 자리한 상왕산(象王山 : 이곳 산세가 코끼리를 닮았다는 산)은

코끼리를 뜻하므로 코끼리의 갈증을 풀어주기 위한 만들었다는 연못이다.

▲ 심검당의 기둥 ⓒ 2023 한국의산천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듯이 

굽은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지어진 심검당

 

심검당은 사찰에서 선실 또는 강원으로 사용되는 건물에 많이 붙이는 이름을 지칭하는 용어.

지혜의 칼을 찾는 집이라 하여 심검당이라고 한다.

 

심검당의 검은 마지막 무명의 머리카락을 단절하여 부처의 혜명을 증득하게 하는 검(劍)을 상징한다. 

개심사 경내에서도 제일 인기있는 곳은 명부전 마당에 있는 청벚꽃이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김 재 진

 

갑자기 모든 것 낮설어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滿月(만월)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

 

벗어난다는 건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
남겨진 흔적 또한 상처가 되지 않는 것

 

예리한 추억이 흉기 같은 시간 속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걸어가는 것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들 가슴에 베어올 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스쳐가는 滿月같이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떠나라.

시인 황동규님의 시 "소유언시"를 읽다 보면 서산의 명소가 곧잘 등장한다.

 소유언시(小遺言詩) 

                         - 황동규- 

  열반에 머문다는 것은 열반에 속박되는 것이다 - 원효
  
  1
  살기 점점 더 덤덤해지면,
  부음(訃音)이 겹으로 몰려올 때
  잠들 때쯤 죽은 자들의 삶이 떠오르고
  그들이 좀 무례하게 앞서갔구나 싶어지면,
  관광객도 나대지 않는 서산 가로림만(灣)쯤에 가서
  썰물 때 곰섬(熊島)에 건너가
  살가운 비린내
  평상 위에 생선들이 누워 쉬고 있는 집들을 지나
  섬 끝에 신발 벗어놓고
  갯벌에 들어
  무릎까지 뻘이 차와도
  아무도 눈 주지 않는 섬 한구석에
  잊힌 듯 꽂혀 있다가
  물때 놓치고 세상에 나오지 못하듯이.
  
  2
  그냥 가기 뭣하면
  중간에 안국사지(安國寺址)쯤에 들러
  크고 못생긴 보물 고려 불상과 탑을 건성 보고
  화사하게 핀 나무 백일홍들
  그 뒤에 편안히 누워 있는 거대한 자연석(自然石) 남근을 만나
  생전 알고 싶던 얘기나 하나 묻고
  대답은 못 듣고.
  
  3
  길 잃고 휘 둘러가는 길 즐기기.
  때로 새 길 들어가 길 잃고 헤매기.
  어쩌다 500년 넘은 느티도 만나고
  개심사의 키 너무 커 일부러 허리 구부린 기둥들도 만나리.
  처음 만나 서로 어색한 새들도 있으리.
  혹시 못 만나면 어떤가.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
  나무, 집과 새들을 만났다.
  이제 그들 없이 헤맬 곳을 찾아서.
  
  4
  아 언덕이 하나 없어졌다.
  십 년 전 이곳을 헤매고 다닐 때
  길 양편에 서서 다정히 얘기 주고받던 언덕
  서로 반쯤 깨진 바위 얼굴을 돌리기도 했지.
  없어진 쪽이 상대에게 고개를 약간 더 기울였던가.
  그 자리엔 크레인 한 대가 고개를 휘젓고 있다.
  문명은 어딘가 뻔뻔스러운 데가 있다.
  남은 언덕이 자기끼리의 대화를 기억하고 있을까.
  지난날의 갖은 얘기 이젠 단색(單色) 모놀로그?
  
  5
  한 뼘 채 못 되는 시간이 남아 있다면
  대호 방조제까지만이라도 갔다 오자.
  언젠가 직선으로 변한 바다에
  배들이 어리둥절하여
  공연히 옆을 보며 몸짓 사리는 것을 보고 오자.
  나이 늘며 삶이 점점 직선으로 바뀐다.
  지난 일들이 빤히 건너다보이고.
  
  6
  곰섬 건너기 직전
  물이 차차 무거워지며 다른 칸들로 쫓겨 다니다
  드디어 소금이 되는 염전이 있다.
  산다는 것은 스스로든 억지로든
  칸 옮겨 다님,
  누군가 되돌아가지 못하게 제때마다 물꼬를 막는다.
  자세히 보면
  시간에도 칸들이 쳐 있다.
  마지막 칸이 허옇다.
  
  7
  물떼샌가 도요샌가
  긴 발로
  뻘에 무릎까지 빠진 사람은
  생물로 치지 않는다는 듯이
  팔 길이 갓 벗어난 곳에서 갯벌을 뒤지고 있다.
  바지락 하나가 잡혀 나온다.
  다 저녁때
  바지락조개들만
  살다 들키는 곳.
  
  8
  어둠이 온다.
  달이 떠오르지 않아도
  물소리가 바다가 된다.
  밤새가 울 만큼 울다 만다.
  왜 인간은 살 만큼 살다 말려 않는가?
  생선들 누웠던 평상 위
  흥건한 소리마당 같은 비릿함,
  그 냄새가 바로 우리가 처음 삶에,
  삶에 저도 모르게 빠져든 자리!
  그 속에 온몸 삭히듯 젖어
  육십 년 익힌 삶의 뽄새들을 모두 잊어버린다.
  이 멈출 길 없는 떠남! 

  내 안에서 좀체 말 이루려 않는 한 노엽고, 슬거운 인간을 만난다.
  곰처럼 주먹으로 가슴 두들기고
  밤새처럼,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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