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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자료]지리산 태극종주

by 한국의산천 2006. 5. 26.

지리산 태극 종주를 준비하며

 

 

 

 

[자료] 지리산 태극종주 코스   코스: 출발점은 전북 남원 인월 또는 경남 산청 경남 산청 - 어천마을 - 웅석봉 - 밤머리재 - 동부능선 - 하봉 - 중봉 - 천왕봉 - 주능선 - 성삼재 - 서북능선 - 덕두산 - 인월리 (도상거리 약 73km, 실제거리는 80km이상)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개념도이므로 전체코스만 참고 하십시요. ⓒ2006 한국의산천

 

 

 

♣ 지리산 태극 종주(사람과 山)   

70년까지만 해도 지리산 주릉길을 종주했지만 80년대 지리산이 대중화되면서 주릉 당일종주나, 심지어는 왕복종주까지 하는 산악인들도 생겼다. 
90년대에는 지리산 종주에 변화가 일어났다. 동쪽 웅석봉에서 천왕봉까지 26km, 노고단에서 덕두산까지 24km를 이어 총 73km를 종주하는 것이다. 이 능선길을 이어보면 태극모양을 하고 있어 지리산 태극능선종주라고 부른다.

지리산은 수직으로만 솟구쳐 오른 멧부리가 아니다. 이 산은 수평으로도 삼남 땅 8백여리를 뻗어 삶의 그루터기를 이루고 있다. 산 너머 칠칠한 산이 있고, 산 속에 다시 첩첩한 산이 펼쳐진다. 이렇게 장엄무쌍한 산이지만 우리 민족 현대사에서는 이데올로기 대립공간이 되어 잔혹한 불바다,피바다가 되는 비극을 치르기도 했다. 그 살풀이를 위해 '사람과山'은 지리산 능선길을 '태극'으로 이어 종주해 보았다. 피로 씻고 불로 씻고 해마다 물로 씻으며 다시 성스럽게 태어나는 어머니 지리산이 조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태극과 함께 영원하기를 빌면서. 

지리산 태극능선 종주 길잡이 

웅석봉에서 천왕봉 노고단 만복대 거쳐 덕두산에 이르는 도상거리 73km는 웅장하다. 능선이 태극 형상을 하고 있어 태극능선종주로 불리는 이 길을 종주하려면 최소 4박5일이 필요하다. 초보자가 있는 경우나 느긋하게 가상하려면 하루를 더 여유를 둔 5박 6일이 좋다. 

4박으로 계획을 잡았으면 웅석봉 청계리에서 적어도 8시에는 산행을 시작해야 한다. 첫날은 서 왕등재 부근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좋다. 다소 빡빡한 거리니 걸음품을 많이 팔 각오를 해야한다. 취재팀은 발견 못했지만 서 왕등재 남쪽사면에 돌로 잘 쌓아놓은 맛 좋은 샘물이 있다고 한다. 

둘쨋날 장터목까지도 하루로는 다소 벅찬 거리다.하봉과 중봉 안부의 헬기장에서 치밭목산장쪽으로 5분쯤 내려가면 수량이 풍부한 샘이 있다. 

셋쨋날은 뱀사골, 넷쨋날은 정령치에서 자야지 마지막 날 시간을 벌 수 있다. 주릉에 들면 요소마다 물이 있어 물 걱정을 덜 수 있다. 만복대에는 정상에서 남쪽 안부로 5분쯤 내려가면 샘이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지리산을 찾은 등산객이 350만이 넘는다는 통계다. 이들중 많은 등산객들이 천왕봉에서 노고던까지의 주릉종주를 희망하고 계속 시도하고 있다. 70년까지만 해도 지리산 주릉길을 종주하면 어깨에 제법 힘을 줄 수 있었다. 80년대 지리산이 대중화되면서 주릉 당일종주나, 심지어는 왕복종주까지 하는 산악인들도 생겼다. 90년대에는 지리산 종주에 변화가 일어났다. 동쪽 웅석봉에서 천왕봉까지 26km, 노고단에서 덕두산까지 24km를 이어 총 73km를 종주하는 것이다. 그나마 종주중에 지리산을 한치라도 가까이서 느껴보려는 열망의 다름아니다. 이 능선길을 이어보면 태극모양을 하고 있어 지리산 태극능선종주라고 부른다. 

6월 2일, 지리산 태극능선종주의 시발점인 웅석봉(1,099m)으로 향한다. 정상에서 곰이 놀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얘기가 전해 곰바우산이라고 하는 웅석봉 산행 들머리는 남쪽 사면인 청계리. 들머리까지 바래다준 지리산산양회 조대종씨와 헤어지고 태극종주의 첫발을 내딛는다. 맑은 계류와 거기에 비친 성하의 짙은 숲. 여름햇살이 웅석봉에 넘실댄다. 길가 나뭇가지에는 표지기가 드문드문 달려있다. 땀을 한줄기 흘릴 때쯤 계류가 약해지고 사면이 펑퍼짐해지더니 무너진 축대와 집터였던 듯한 너른 사면이다.댓줄기 흔드는 바람이 음산하다. 

계속 펑퍼짐한 사면을 오르는데 누군가 "저게 뭐지?" 하는 소리에 바라보니 아름드리 차나무 사이로 누르끼리한 동물이 일행을 굽어보고 있다.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구분이 안됐지만 어쩌면 사향노루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진기를 들이대지만 그 동물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만복대를 비롯 웅석봉 둘레에 반달곰이나 사향노루가 살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고 직접 목격한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일행은 그 동물을 사향노루라고 굳게 믿어버린다. 

웅석봉 정상에 오른 시간은 정오. 고이 새겨진 정상석 둘레에는 연분홍 철쭉이 드문드문 피어있다. 이곳은 천왕봉 그리고 하봉 중봉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요지지만 뿌연 안개가 끼어 그 봉우리들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바람불어 잠깐 안개를 걷어갈 때 언뜻 보이는 천왕봉은 너무 아득해 동화속의 보물섬처럼 느껴진다. 

안타까움을 안고 북동릉을 따른다. 나뭇가지에는 '백두대간종주'를 알리는 표지기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백두에서 지리까지 이어지는 큰 산줄기 백두대간. 흔히 천왕봉에서 진부령까지 잇지만 골수들은 이 웅석봉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딱따구리 소리에 호흡 맞추며 밤머리재에 도착한 시간은 14:50. 밤나무가 많아서, 혹은 고갯길을 넘을 때 밤 한말은 족히 까먹어야 할 만큼 험하고 길어 붙여진 이름이란다. 수박화채로 갈증과 허기를 달래고는 다시 길을 재촉한다. 동 왕등재(936m)-왕등재라는 지명이 4km쯤 거리를 두고 두 개가 있어 편의상 동.서로 나누었다-오르는 초입은 매우 가파르고, 등산인의 발길이 닿지 않음인지 길도 희미하다. 밤머리재에서 두 개의 왕등재를 지나 하봉까지 이어지는산길은 지리산에서도 다소 외져 지리산 태극능선 구간중 가장 호젓하게 지리산 품에 안길 수 있는 구간이다. 

동 왕등재에서 서 왕등재(약 1,020m)까지는 8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지만 동 왕등재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6시가 넘었다. 갈 길은 멀고, 천막을 치자니 물이 없고, 해는 서산으로 지고.... 하지만 일행은 산줄기를 계속 밟기로 한다. 첫날 서 왕등재까지 도달치 않으면 앞으로의 산행이 빡빡해지기 때문이다. 까마귀 한마리가 길게 울며 서산으로 날아간다.늑장부리던 해는 산마루가 가까워지자 잰걸음이더니 이내 함지(咸地)로 잠긴다. 

랜턴 빛에 의지, 8개의 봉우리를 넘어 10시 30분쯤 서 왕등재 부근에 도착하지만 칠흙같은 어둠 속에 희미한 갈래길이 많아 샘 찾기는 쉽지 않고 부엉이 울음소리만 음산하다. 샘 찾기를 포기하고 11시쯤 천막을 친다. 천막터는 포근하다. 배낭에 있는 각자의 물을 모으니 0.3리터쯤 된다. 비상식으로 허기를 속인 후 뚜껑에 한모금씩 나누어 먹고 등을 기대고, 전설을 생각한다. 

서 왕등재에서 북쪽 능선을 따라 10리쯤 가면 왕산(923m)이 있다. 북쪽 기슭에는 예로부터 가락국 10대왕이자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무덤이라고 전해졌기 때문에 '傳 구형왕릉'으로 불리는 지리산 유일의 왕릉이 있다. 신라에 나라를 넘겨주고 지리산 왕산 기슭에서 별궁을 짓고 살았기 때문에 '나라를 넘겨준 왕'이라 하여 양왕(讓王)으로 불린다는 구형왕은 신라와 싸우다가 전사했다고도 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왕이 됐다고도 전하는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하지만 이 부근에 왕이 있었던 것만은 사실인 듯 많은 토막 전설들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일 행이 등 기댄 이 왕등재도 왕이 올랐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하봉에서 서북쪽으로 흐르는 국골은 구형왕이 진을치던 곳으로, 계곡 안에는 성안이라는 지명도 있다. 또 한국 3대 계곡의 하나로 꼽히는 칠서골 초입 두지터도 국골에 진을 친 군사들의 식량창고였다는 말이 인근에 전해온다. 

왕이 다녀간 왕등재에서 주린 배를 안고 잠을 청하는데 어디선가 '쏙독 쏙독' 쏙독새가 운다. 둘쨋날, 5시에 눈을 뜬다. 천막을 파고드는 아침 햇살이 맑다. 자리에서 일어나 10분쯤 내려가니 고요한 산중에 물소리가 청량하다. 기쁨으로 돌아와 일행에게 알리고 짐을 꾸려 물가로 간다. 

행복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외고개를 지날 무렵 하늘이 흐려지더니 안개비가 내려앉는다. 싸리나무 이파리에 맺혀 있던 이슬에 옷이 젖는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쑥밭재(1,315m)를 지나면서 안개비는 제법 굵은 비로 바뀌어 몸이 흠뻑 젖는다. 오락가락하는 비안개 속에 써레처럼 생긴 써리봉이 보인다. 국골 갈림길을 지나 하봉에 도착했을 때 잠깐 하늘이 개며 노을이 서녘 하늘을 물들인다. 하지만 그도 잠깐이고 해가 떨어지면서 다시 굵은 빗방울이 긋기 시작한다. 사위는어둠이 잔뜩 밀려들고 비마저 그칠 기미가 없다. 중봉 직전 사면에서 야영지를 찾아 천막을 친다. 

셋쨋날, 천막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 서둘러 천막을 걷고 오르는 중봉(1,875m) 황톳빛 등산로에는 간밤 비에 떨어진 진분홍 진달래, 연분홍 철쭉이 가득하다. 골마다 피어나는 운무에 넋을 잃다보니 천왕봉. 하늘과 구름을 빼고는 모두 발 아래, 한치도 막힌 곳이 없는 전망이다. 

정상 서남쪽 아래 옛 성모사터에는 지리산 반달곰도 너끈히 가둘만한 철구조물이 있다. 조시스러운 등산객이라면 한번쯤 이 구조물의 용도를 궁리했으리라. 

천왕봉에는 이곳에서 천년을 살아온 여신이 있다. 이름은 성모(聖母). 경주산 옥석으로 다듬어진 이 여신은 높이가 1.2m쯤, 너비 50cm쯤 된다. 지금은 하산해 중산리 천왕사라는 조그마한 암자에 머물고 있는데, 여신이 상처입고 하산한 내력이 기구하다. 

1380년 이성계의 황산대첩에서 패한 일본인들이 지리산을 넘어 도망칠 때 분풀이로 여신을 두쪽냈다고 한다. 왜정 때는 사당을 철거하고 석상을 아래로 굴려버렸는데 산청에 사는 처녀가 올렸고, 해방되던 해 11월에는 누군가에게 보쌈을 당했다가 올라왔다. 60년데 초까지만 해도 사당 안에 모셔져 기도객들의 염원을 듣고 있었는데, 72년 봄 천왕봉에서 철야기도를 마친 모 교인들이 석상을 훼손시켜 버렸다. 그러다 86년 1월 천왕사 혜법스님이 몸통과 머리부분을 따로 발견, 정성스런 봉합작업을 한 후 천왕사에 모셔놓았다. 하지만 그간 이민족과 이교도 그리고 철없는 사람들에 의해 수난당한 여신이 또다시 훼손당할까 두려워 천왕봉에 올려놓지 못하고 있다. 지리산과 어울리지 않는 성모사터 철구조물은 여신을 훼손에서 보호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천왕봉에서의 사연은 한이 없다. 무거운 궁둥이를 털고 일어난다. 한쪽에서는 수녀들의 조용한 노랫소리가 지리산 자락에 새소리처럼 울린다. 통천문 지나 장터목을 향해 잰걸음인데 제석봉 올라오는 이가 낯익다. 장터목에서 만나기로 한 최진숙씨(청주교육대 OB)다. 최씨는 일행을 기다리다 지쳐 천왕봉 들렀다가 칠성골이나 다른 계곡으로 등반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철쭉나무 그늘에 핀 얼레지꽃을 감상하며 연하봉(1,667m) 넘고, 키만한 돌담불 있는 촛대봉(1,704m) 훌쩍 건너니 철쭉으로 유명한 잔돌평원(세석평전). 해갈이 한다는 철쭉도 거의 지고, 동이나물 노랑꽃만 흐드러지게 피어 꿀벌을 희롱하고 있다. 

드문드문 핀 철쭉꽃 송이를 세며 잔돌평원을 지나, 낙남정맥 발원하는 영신봉(1,652m) 넘어 덕평봉(1,522m)의 선비샘에서 목젖 축이고 지루한 벽소령 길 걷는다. 벽소령산장 신축공사 건축자재를 나르는 헬리콥터 소리 요란한 벽소령을 잰걸음으로 지나니 능선길엔 어느덧 땅거미가 깔린다. 어둑한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 8시가 넘어 연하천산장에 도착한다. 

넷쨋날, 사흘간 강행군 탓에 몸은 노곤하지만 딱따구리 소리와 신선한 풀향기에 가뿐히 눈을 뜬다. 명선봉(1,586) 오름길은 등산로 토사유실을 방지한답시고 만든 플라스틱길이다. 한발 오르고 두발 미끄러지는 짜증 나는 길이지만 숲에서 어슬렁거리는 까투리는 반갑다. 호젓한 명선봉에서 지리산 남쪽 굳센 산줄기와 풍광을 가상한 후 아르드리 구상나무 아래에서 땀을 들인다. 상쾌한 산바람은 살갗을 간지르고 나뭇잎 사이로 출렁이는 햇살은 이마를 적신다. 지리산을 찾은 기쁨이 온 가슴에 큰물처럼 넘쳐난다. 

언뜻 등산로를 지나치는 낯익은 얼굴. 열흘 전쯤 오대산에서 보았던 사람이다. 그냥 멀어지는 그의 뒤꼭지에다 대답없는 안부를 전하고 토끼봉(1,534m)에 오르니 푸른 하늘에는 연달아 밀려드는 하얀 파도가 넘실댄다.파상운에 한참을넋을 잃다보니 화개재. 

화개장터 소금과 해산물, 운봉 마천 산내의 특산물을 교역하던 장돌뱅이가 쉬어갔을 고갯마루에는 옛날처럼 한 사내가 지게질을 하고 있다. 보니 한완룡씨(우석대산악부 OB). 지난 봄 안나푸르나(8,091m) 원정준비를 하다가 여러 사정으로 짐을 꾸리지 못한 아쉬움을 지리산에서 달래고 있는 중이다. 

뒤이어 올라온 뱀사골산장지기 고영국씨가 막걸리 한잔하라며 소매를 끈다. 못 이기는 척 화개재를 내려서 산장 앞탁자에 자리를 잡고, 오는 여름 천산산맥 포베다(7,439m) 원정비 충당을 위해 산장 짐을 나르는 우석대 산악부원 댓명과 어울려 막걸리를 들이킨다. 

산장을 나서 화개재에서 가파른 길 올라서 봉분 큰 무덤을 지나니 반야봉(1,734m) 갈림길이다. 지리산을 사랑한다는 이들에게 명당이 어디냐고 물으면 대부분 첫손을 꼽는 반야봉은 지리산 중앙에 있어 노고단 만복대까지 사방 거리낄 데 없어 지리산군중 가장 전망좋은 봉우리다. 

초적 두목 이름에서 유래한 임걸령.물맛나게 보수한 샘터에서 갈증을 달래고 슬렁슬렁 돼지평전 지나니 노고단이다.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 선도성모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노고단은 저잣거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시끌버끌하다. 여름 햇살보다 따가운 소음을 피해 서둘러 걸음을 종석대(1,356m)로 옮긴다. 살모사가 길을 지키는 산죽과 초원을 지나니 거칠 것 없는 정상. 산사처럼 고즈넉해 한참을 머물며 주위의 풍광을 감상하고, 고리봉(1,248m) 만복대(1,433m)로 이어지는 시원한 산세가 한눈에 보이는 억새길을 내려선다. 

형형색색의 표지기가 매달린 푸른 길 진달래나무에 한 표지기가 눈길을 끈다. "그리운 여인. 山! 준, 희" "보고픈 당신" 아마도 사랑을 맹세한 연인이 백두대간을 같이 종주하면서 매어놓은 것 같다. 사연없는 백두대간종주대가 어찌 없으랴만, 이 연인의 사랑을 담은 표지기는 일행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진달래 나뭇가지에 표지기를 매달면서 주고받는 연인들의 눈길이 느껴지는 듯하다. 사랑이 피어나는 산길의 황홀함은 성삼재에 몰려든 차량의 경적소리 엔진소리 소란에 깨어난다.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포장해 지리산 파괴의 주범으로 화려하게 역사에 등장한 이 고개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자연을 효과적으로 망칠 수 있는가' 하는 표본으로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만복대 능선으로 붙으려면 이 번잡스런 아스팔트길을 넘어가야 한다. 자동차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얼른 산으로 들어간다. 얼마쯤 가니 산길은 이내 호젓해진다. 동물들 두런대는 소리가 아주 가까이 들린다.숲속에는 서둘러 숨는 구렁이 꼬랑지가 보이고 더덕향 싸리꽃 냄새가 황홀하다. 어디선가 검은 등뻐꾸기가 '홀딱 벗고''홀딱 벗고'하며 운다. 

6시를 조금 넘어 돌탑 하나 외로운 만복대 정상에 도착, 짐을 푼다. 돌탑 서쪽에 기대 구름에 오락가락하는 노을을 본다. 신의 또다른 선물인 붉은 노을이 지자 어둠이 찾아든다. 하늘에는 주먹만한 여름별들이 홍수난 은하수에 부침(浮沈)을 거듭하는 아름다운 밤. 지리산 태극종주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산노래 부르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 후두둑천막 두드리는 빗소리에 눈을 뜬다. 정령치에서 올라온 한떼의 등산객이 지나간 뒤 산행 준비를 하는 중에도 빗방울은 계속 거세진다. 이 빗속에서도 계속 날궂이하는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10분쯤 내려서니 표지기 요란한 갈림길이다. 왼쪽은 나름재로 빠지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정령치로 해서 바래봉으로 빠지는 지리산 태극능선종주 길이다. 

빗속을 한참 거닐어 발이 저절로 미끄러지는 고갯길을 내려서니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정장군을 파견해서 지키게 했다는 정령치가 긴 세월처럼 아득하다. 

고리봉(1,305m) 가파른 돌길을 오른다. 비바람이 억센 바람골에는 나뭇잎이 허연 배를 드러내고 흔들리고 있지만어디선가 꾀꼬리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비안개가 깊어 지척을 분간할 수 없다. 1시가 넘어 나무팻말이 있는 세걸산 넘어 세동치 지나니 싸리나무 군락이 이어진다. 길 희미한 부운치 지나 펑퍼짐한 1123봉에서 방향을 서북으로 틀어 바래봉으로 향한다. 나무숲을 잠깐 헤치니 구름이 오락가락하고 철쭉이 무더기로 피어난 너른 초원. 바래봉까지는 내내 이런 길이다. 짙은 구름이 오락가락 하니 선계라도 온듯한 기분이다. 옷은 젖고바람은 세차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지만 마음은 하늘을 날 듯하다. 

어떤 아름다운 전설보다 뛰어난 아스라한 초원 철쭉꽃 사잇길로 이리저리 가다보니 문득 바래봉 정상. 운무 자욱한 너른 초원은 비바람만의 세계다. 서두를 것 없이 길을 나선다. 

바래봉에서 덕두산(1,150m) 가는 길은 인적 없어 좁고 음습하다. 간혹 눈에 띄는 표지기를 따른다. 삼각점 있는 덕두산 힘겹게 지나면서 수도 없이 미끄러지면서 닷새 동안 혹사한 발바닥이 아프다고 생각될 무렵마을이 보인다. 우산을 쓰고 종종걸음하는 아낙에게 물으니 구인월이란다. 

돌아보니 지리산을 덮은 운무중 한가닥이 성하의 짙푸른 숲에 휘감겨 태극 형상으로 넌출넌출 일어서고 있다. 


[맹헌영의 GPS 단독산행] 지리산 태극종주 [월간 산 2004-10-26] 

덕두산~노고단~천왕봉~웅석봉 80.9km 2박3일 산행 

천왕봉을 밟아본 사람이라면 지리산 종주를 꿈꾸고, 언제부터인가 종주를 한 사람은 덕두산부터 천왕봉을 거쳐 웅석봉까지 지리산 태극종주를 꿈꾼다. 지리산 서북능선인 인월 덕두산에서 출발해 만복대~성삼재 구간과 주능선인 성삼재에서 천왕봉, 뒤이어 동부 능선인 천왕봉에서 왕등재를 지나 웅석봉 어천 마을까지 실제거리 80.9km의 태극종주를 2박3일 일정으로 계획하고 지리산으로 향했다.

세걸산에서는 독사 주의
88고속도로로 달리다가 지리산 나들목을 빠져나와 인월면 소재지를 지나 구 인월 마을회관 앞에 주차했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이용해 마을 제당 앞을 지나니 이른 아침인데도 풍년을 맞이하기 위한 손길을 놀리고 있는 농부들이 있다. 아침인사를 나눈 후 300m 진행하니 왼쪽에 넓은 산판길이 눈에 뜨인다. 이곳에서 산판길을 이용, 낙엽송숲과 잡목숲을 헤치며 오르니 주능선 안부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부터 덕두산 정상까지는 가파른 구간이다. 그러나 산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곳 하나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로 처녀의 속살처럼 깨끗하다. 휴양림 갈림길과 덕두봉을 지나 어느새 바래봉 정상에 도착한다. 스님들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 놓은 듯한 모양이라서 바래봉이라 이름을 붙여진 곳이다. 이곳 정상은 태극무늬 형상을 하고 있는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전망대다.

매년 5월이면 철쭉산행지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천상의 화원인 팔랑치까지는 내리막이자 편안한 구간이지만, 곳곳에 복분자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 진행하는 데 장애가 된다. 온몸은 땀으로 얼룩지지만 인적 하나 없는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엔 그만이다.
부운치와 세동치를 지나 세걸산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 정상에 걸려 있는 ‘독사 주의’ 현수막이 긴장케 한다. 곳곳이 암릉 구간이기에 자칫하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과 마주칠 것이니 주의한다. 코앞에 보이는 고리봉과 만복대 모습이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마침 능선 길에서 필자의 고향 친구들이 설치한 ‘K2산악회 자연보호’ 현수막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산행 출발 6시간만에 고리봉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은 백두대간 갈림길로, 고기리 삼거리 마을로 향하는 표지기가 어지러이 걸려 있다. 차량의 굉음소리를 들으며 정령치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간단히 우동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랜 후 앞에 보이는 나무계단으로 된 만복대 능선길로 진입한다. 이곳 역시 인적 하나 없는 호젓한 길이다. 정상에는 둥그런 돌탑이 있으며 주위엔 억새꽃이 만발해 있다.

억새의 꽃을 새품이라 한다. 10월의 새품이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그 아름다움은 청순하고 소박하지만 때로는 기품마저 느끼게 한다. 밤이나 낮이나 바람 따라 소리 없이 흔들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자유로움을 본다. 지리산에서 억새가 가장 많아 가을의 정취를 듬뿍 맛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만복대(1,433.4m)다.

만복대를 뒤로하고 고리봉 너머 성삼재로 향한다. 이곳에서 성삼재까지는 실거리가 5.4km이지만 그동안 피로가 쌓인 탓에 발걸음이 무겁기 그지없다. 인월 마을회관에서부터 성삼재까지 1차 구간인 23km를 마무리하면서 성삼재에 오후 3시15분에 도착, 지친 피로를 풀기 위해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구례로 향한다.

남부 능선 멋진 조망에 탄성
이튿날 새벽 4시20분 구례에서 성삼재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올랐다. 새벽 4시55분에 성삼재에 도착해 가벼운 마음으로 노고단을 향한다. 이른 아침이지만 삼삼오오 가족끼리 랜턴을 켜고 노고단으로 향하는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돌계단을 올라 노고단 안부에 도착한다. 천왕봉 너머 동녘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돼지평전을 지날 무렵 일출은 시작된다. 만물이 기지개를 펴는 모습을 보며 많은 등산객들이 천왕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임걸령 샘에 도착한다. 이곳 또한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침식사와 함께 담소를 나눈다. 이곳에서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달래고 노루목과 용수암 사거리를 지나 삼도봉에 도착한다. 삼도봉은 전북과 전남, 경남의 3개도를 구분하는 봉우리다. 이곳에서 불무장등 능선이 발 아래 펼쳐지며, 코 앞에 반야봉과 노고단이 한눈에 바라뵌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서니 뱀사골 갈림길인 화개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토끼봉까지는 힘든 오르막길을 30여 분 올라야 한다. 마침 아침 일찍부터 등산로 보수작업을 하고 있는 인부들과 반가이 인사를 나눈 후 연하천대피소로 향한다. 연하천대피소는 수량도 풍부해 등산객들이 쉼터로도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또 한번 잠시 휴식을 한다. 주위엔 주목나무 군락지가 있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철조망을 둘러쳤다.

삼각고지를 지나 어느새 형제봉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웅장한 모습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천왕봉이 보인다. 또한 남부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백운산까지 조망이 된다. 벽소령으로 향하는 바위능선 에서 젊은 부부와 함께 어린 꼬마 형제가 걸음을 재촉한다. 지리산 종주를 두번째 하고 있다는 말에 격려의 인사를 나눈 후 벽소령대피소를 지나 50여 분 후 선비샘에 도착한다. 지리산은 주능선 상에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좋다. 대부분 1∼2 시간이면 어느 곳이든지 쉽게 물을 구할 수 있다.

성삼재를 출발해 선비샘까지 GPS는 20.3km를 표시하고 있다. 이곳에서 장터목산장까지는 7.3km로, 도착시각 오전 11시50분으로 보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선비샘을 뒤로하고 30여 분 후 칠선봉에 도착한다. 이곳은 커다란 암봉으로 되어 있으며, 이정표에는 벽소령 4.3km, 세석 2.1km, 장터목 5.5km, 천왕봉 7.2km라 씌어져 있다.

칠선봉을 뒤로 하니 어느새 영신대 입구다. 지리산에는 많은 기도처가 있다고 한다. 그중 영신봉 암봉 아래 영신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흔치 않으리라 본다. 이곳은 지리산에서 옛부터 최고의 수도처로, 베일에 가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10여 분 철조망을 넘어 가면 영신대가 자리잡고 있다.

50m의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른다. 이어 영신봉 표지목이 설치된 영신봉에 도착한다. 이곳에서의 남부능선의 조망은 막힘이 없으며 탄성을 절로 나게 하고 만다. 영신봉 아래 세석대피소에서는 보수작업이 한창이며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귓전을 울리기에 식수를 보충하고 촛대봉으로 향한다. 촛대봉은 천왕봉 일출 다음으로 많은 등산객들이 일출을 감상하는 곳이다. 마침 이곳에서 홍성 산꾼 이일호씨 일행을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지난 봄 중국 화산과 태백산을 함께 했기에 반가움이 더한다.

독바위 정상엔 로프 걸쳐져 있어
작별 인사를 나눈 후 바로 코앞에 보이는 연화봉 너머 2일째 마지막 구간인 장터목산장에 도착한다. 오후 3시30분이지만 벌써부터 많은 등산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튿날 새벽 4시 잠에서 깨어 먼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 사이로 별빛이 빛나고 있지만 불안하다.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으며, 지리10경 중 으뜸인 천왕일출을 보기 위해 랜턴을 켜고 천왕봉으로 향한다.

마침 어제 저녁에 만난 마산 산꾼 양연식씨가 자신도 4박5일 일정으로 태극 종주를 한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함께 하기로 했다. 그의 본래 계획은 새재 유평리 마을에서 1박할 예정이었으나 필자가 오늘 웅석봉까지 간다고 하니 동행하기를 원했다.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쉬엄쉬엄 가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제석봉을 지나 통천문으로 향한다. 하늘로 오르는 문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에 다다르자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인다. 그동안 덕을 쌓지 못한 탓이 아닐런지-. 그러나 일출을 보려고 가득 메운 등산객들은 꼼짝도 않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중봉으로 향한다.

천왕봉 0.9km, 치밭목대피소 3.1km, 대원사 10.8km라 쓰인 팻말이 서있는 중봉에 섰다. 이곳에서 국골 사거리까지는 주목과 구상나무, 가문비나무가 한껏 분위기를 돋우는 오붓한 길을 따른다. 헬기장을 지나 하봉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중봉 넘어 천왕봉을 바라본 모습은 웅장하기 그지없다. 초암능선 갈림길을 지나 5m 밧줄 잡고 하봉 전망대에 도착한다. 마침 이곳에는 서울 뫼솔산악회 회원들이 아침 식사와 함께 조망을 즐기고 있다.

이곳에서부터는 내리막길의 연속이다. 국골 사거리를 지나 쑥밭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독바위까지는 산죽 숲으로 덮여 있다. 정상에는 로프가 양쪽으로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속리산 문장대 바위와 흡사하게 생긴 독바위는 위풍당당하면서 감투처럼 생겼다. 이곳은 동부 능선의 전망대이기도 하며, 대원사 계곡 아래로 흐르는 덕천강이 발 아래로 내려다보인다. 또한 새봉에서 왕등재 너머 웅석봉까지 일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도 하는 곳이다.

독바위를 지나 새봉 정상에 도착한다. 등산로는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새재까지 내리막이 연속된다. 새재 이후부터 왕등재까지는 곳곳에 억새평원이 있어 산행하는 즐거움이 배가될 즈음 왕등재 습지에 도착한다. 왕등재 습지는 지리산 능선 동쪽 해발 960m의 고갯마루에 위치한 길이 120m, 폭 50m 정도의 타원형 습지로서, 희귀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다.

왕등재~밤나무재 구간 체력 소모 심해
이곳에서 북쪽 능선으로 4km 정도 가면 왕산(923m)이 있다. 가락국 10대 왕이자 마지막 왕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신라에 나라를 넘겨주고 지리산 왕산 기슭에 별궁을 짓고 살았다는 구형왕은 나라를 넘겨준 왕이라 하여 양왕으로 불린다. 김유신 장군의 할아버지이며, 왕이 되어 신라 법흥왕에게 영토를 넘겨줄 때까지 11년간 왕으로 있었다. 왕등재도 왕이 올랐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하봉에서 서북쪽으로 흐르는 국골은 구형왕이 진을 치던 곳으로 계곡 안에는 성안이라는 지명도 있다.

이곳 왕등재부터 밤나무재까지는 체력 소모가 많은 구간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으로, 걷는 데만 족히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밤나무가 많아서, 혹은 고갯길이 밤 한 말은 족히 까먹어야 할만큼 길이 험하고 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마침 뫼솔산악회 회원이 가져다준 아욱 된장국은 허기를 달래주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웅석봉으로 향한다.

나무계단을 오르니 주능선에 도착한다. 그동안 흘린 땀을 보상이라도 해주듯이 시원한 골바람이 마지막 힘을 내라 격려해준다. 뒤에 양연식씨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역시 체력에 한계를 느끼는 모양이다. 4박5일 계획을 하루 줄여 3박4일로 단축하니 무리가 된 듯하다. 그래도 웅석봉 정상에 오른 양연식씨는 정상표지석에 축하의 키스를 보낸다.

웅석봉은 산의 형세가 곰을 닮았다 해서 지어진 이름으로, 산청 사람들은 곰바위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은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의 태극능선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지만, 뿌연 안개가 끼어 볼 수 없어 안타깝다. 필자는 이곳에서 어천 마을로 발길을 돌린다.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로, 말없이 흐르는 경호강 줄기를 가까이 하며 임도를 지나 어린내 2km의 하산 길로 접어든다.

구불구불 줄곧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정말 길고 지루하다. 한참을 내려서니 바람을 타고 물소리가 들려온다. 전혀 햇빛이 들지 않는 계곡으로, 길옆으론 작은 폭포들이 제 몸을 감추고 시원한 물소리를 내고 있다. 개 짖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올 즈음 그동안 흘린 땀을 보상받으러 계곡의 물속으로 첨벙 뛰어든다. 
 
◈ 산행길잡이
태극 종주 출발점은 구 인월 마을회관으로, 마을 안길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이용하면 마을 제당 앞을 지난다. 여기에서 300m 정도 가서 포장도로를 버리고 반드시 왼쪽 산판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잡목숲을 지나면 능선 안부에서 오른쪽 주능선을 올라 계속 직진한다.
팔랑치를 지나 부운치 헬기장(1,122.8m)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왼쪽 부운리 방향으로 빠질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하며, 이후부터는 대체로 잘 나 있는 등산로를 따르면 정령치를 지나 성삼재 천왕봉까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중봉 이후 치밭목대피소 갈림길에서 ‘등산로 아님’ 팻말이 붙은 능선으로 직진해야 하며, 하봉 이후 국골 사거리에서는 새재 방향인 오른쪽으로 하산하여야 한다. 쑥밭재 주위는 산죽이 울창하지만 능선으로 직진해야 하며, 독바위를 지나 새봉 오르기 전에 벽송사 능선으로 빠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새봉 정상에서는 오른쪽으로 하산해야 하며. 외고개 이후 왕등재 습지에서는 자칫하면 헷갈리는 곳이 많으므로 길 찾기에 주의한다. 좌표를 참고하기 바란다.
왕등재 이후 웅석봉까지는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웅석봉을 지나 어천 마을까지는 등산로는 뚜렷하나 경사가 가파르고 구불거리는 길에는 작은 돌멩이가 깔려 있어 하산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뿐만 아니라 교통이 불편하므로 웅석봉에서 지곡사 방면으로 하산하는 것이 경비도 절감되며 편할 듯싶다.

필자는 이번 답사시 80.9km를 2박3일에 마쳤으나 가급적이면 3박4일내지 4박5일을 계획해 여유 있는 산행을 하길 권한다. 전체적으로 등산로는 대체로 잘 나 있으나 일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독도에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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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석봉을 지나며

ⓒ2006 한국의산천

 

▲ 묵은 사진 한장.

(빨간색 배낭커버가 '한국의산천'입니다.)

1992년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대원사 계곡으로 하산하며 (무거운 비브람 등산화에 배낭들이 꽤 크다)

 

여행이란 빈집을 드나드는 바람처럼 그렇게 떠나는것이다

 

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할 것이다.  - 노자 도덕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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