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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선도 수선화 축제] 200여 명 사는 섬 봄마다 수만 명 온다

by 한국의산천 2024. 3. 28.

[신안 선도 수선화 축제] 200여 명 사는 섬 봄마다 수만 명 온다
마운틴뉴스 이재진
입력 2024.03.2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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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작은 섬 신안군 선도를 세상에 알린 수선화. 올해도 수선화 축제가 열린다.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전라남도 신안군 선도는 목포에서 북서쪽으로 51km 지점에 있다. 

남북 14㎞, 폭 2㎞인 작은 섬이다. 매미를 닮았다고 해서 매미 선蟬자가 섬 이름에 붙었다. 

연륙도로 하루가 다르게 뭍과 연결되고 있는 신안이지만 이 섬에 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 

땅이 농사에 적합해 주민들은 바닷일보다 경작에 힘써왔다. 

옆 동네 사람들이 갯것들을 캐가도 그러려니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선도 세발낙지가 맛있다는 소문이 난 뒤에야 어장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선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쉬어가도록 마련된 카페. 수선화처럼 건물 전체에 노란색을 입혔다. 노란색 옷을 입고 입도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입장료를 절반으로 깎아준다.


작은 섬에서 국내에서 가장 큰 수선화 축제

160여 가구 270여 명 남짓한 선도에 지난 2019년 봄, 마을 인구 수십 배에 달하는 외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인산인해, 섬이 생겨나고 처음 보는 풍경에 주민들도 어리둥절했다. 외지인들을 불러들인 건 노랗고 하얀 꽃을 피우는 수선화였다.

노란색과 하얀색 수선화가 어우러진 선도의 수선화 군락지.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멋진 곳이 즐비하다.

수선화는 ‘설중화雪中花’라는 별명처럼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가 샘물에 비친 제 모습에 반해 물속에 빠져 죽은 그 자리에 핀 꽃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꽃말도 ‘자기도취’. 

 

선도가 ‘수선화 섬’으로 알려지게 된 데는 어느 할머니의 숨은 이야기가 있다. 

현복순씨는 30여 년 전 선도가 고향인 교사 출신 남편을 따라 서울 생활을 접고 선도에 정착했다. 마침 자녀도 모두 출가시킨 후였다. 목포가 고향인 할머니는 연고 없는 섬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한 할머니는 앞마당과 주변 밭에 꽃과 나무를 심었고 10여 년 전부터는 여러 종류의 수선화 구근을 수집해 손주 돌보듯 가꿨다. 

집 주변은 자연스럽게 꽃동산이 됐고 동네 사람들도 ‘수선화 할머니’를 따라 꽃을 심기 시작했다.

노란색과 하얀색 수선화가 어우러진 선도의 수선화 군락지.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멋진 곳이 즐비하다.

현복순 할머니가 이룬 ‘기적’

할머니가 소일삼아 가꾼 수선화 밭에 주민들과 신안군이 힘을 보탠 건 2019년 3월. 버려진 황무지와 농지를 개간해 축구장 16개 크기 12.3㏊에 달하는 국내 최대 수선화 단지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수선화 100여 종 200만 송이를 심어 ‘축제’를 열었다. 

인구 270명 남짓한 은둔의 섬에 열흘 동안 1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수선화를 사랑한 할머니와 주민들이 섬을 국내 최대 규모의 수선화섬으로 바꾼 것이다. 

올해 선도 수선화 축제는 ‘나의 사랑, 수선화’라는 주제로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열흘간 열린다. 

관광객들이 축제 막간에 즐길 다양한 버스킹 공연과 장터, 특산품 등 볼거리와 향토 먹거리도 다채롭게 선보인다. 

노란 수선화와 푸른 바다, 그리고 초록의 청보리밭이 어우러진 풍경은 인상파 화가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선도의 축제엔 호젓함이 있다

봄이 되면 국내 다른 지차체에서도 수선화 축제를 연다. 그러나 신안의 수선화 축제가 다른 곳과 차별되는 점은 그 호젓함에 있다. 

다른 곳들과 달리 교통 체증이나 호객행위를 선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선도에 갈 때는 배에 차를 싣고 갈 수도 있다. 

그러나 섬이 크지 않기에 대부분은 걸어서 편안하게 다닐 수 있으며 자전거를 빌리는 것도 가능하다. 

압해도 가룡항에서 배를 타고 40분쯤이면 도착한다. 자그마한 항구 바로 입구부터 수선화 축제장이다. 

노란색 상의 혹은 하의를 입고 오면 입장료를 3,000원으로 절반 할인해 준다. 

선도 갯벌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세계적 자연유산이다. 섬사람들도 이 갯벌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선도의 세발낙지가 특별한 이유

선도는 낙지섬이다. 주민들은 맨손 낙지잡이도 하지만 대다수는 낚싯바늘을 연달아 매단 주낙으로 잡는다. 

미끼는 주로 서렁게라고 불리는 칠게를 쓴다. 하루 저녁 낙지잡이를 위해서는 3kg 정도의 서렁게가 필요하다. 

낙지는 주로 밤에 전깃불을 밝히고 잡는데 가장 잘 잡히는 때는 달이 밝을 때다. 이때를 달사리라 부르고, 이때 잡힌 낙지를 달사리 낙지라 한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바닷물이 탁하면 낙지잡이가 어려우며, 갯바닥에 파래가 끼기 시작해도 낙지잡이가 수월치 않다. 

선도가 낙지잡이로 적합한 이유는 낙지잡이 장소가 멀지 않아서 잡은 걸 육지로 이동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멀리 나가야 하는 경우 기름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

낙지잡이는 봄철에는 3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가을철에는 8월부터 12월 초까지로 각각 90~100여 일간 작업한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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