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무튼, 주말
‘운조루 고택’의 뒤주, 천은사 ‘상생의 길’… 한겨울에도 구례는 따뜻했다
[아무튼, 주말]
나눔과 온정 되새기는
연말의 구례 여행
박근희 기자
입력 2023.12.23. 03:00 /업데이트 2023.12.23. 12:54
'타인능해(他人能解)'라 쓰인 전남 구례 오미마을 '구례 운조루 고택' 종가의 쌀 뒤주는 이웃 사랑을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다. 대문 앞 뒤주는 탐방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놓아둔 것으로 대대로 내려온 '타인능해 뒤주'는 '운조루 유물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따스했다, 한겨울의 구례는. 지난 13일 전국에 한파가 몰아치기 전이었지만, 구례는 당장 노란 산수유꽃이 피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봄날 같았다.
구례가 더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온기 어린 오랜 미담들 때문일 것이다.
가진 자의 도리를 일깨워주는 ‘구례 운조루(雲鳥樓) 고택’ 이야기부터 ‘함께’와 ‘나눔’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천은사 상생의 길’까지, 한겨울 추위도 녹일 만큼 훈훈한 이야기와 풍경이 기다리는 전남 구례로 떠났다.
◇250년 고택의 프롤로그
“아이~ 이게 뭐야? 쌀 뒤주 아냐?” “이게 굴뚝이라고? 축대 밑에 숨은 굴뚝은 처음 봤네!”
250년 고택의 내력을 잘 모르고 찾은 중년 여성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집 안을 구석구석 둘러본다.
토지면 오미마을 구례 운조루 고택(이하 운조루 고택)의 현 주인이자 문화 류씨 곤산군파 귀만와 종가의 9대 종부인 이길순(91)씨는 탐방객들의 이런 반응에 ‘편히 보라’는 듯 느린 걸음으로 자리를 비켜준다.
250년 전통의 '구례 운조루 고택'을 지키는 9대 종부 이길순(오른쪽)씨와 10대손 류정수씨 모자가 안채 마루에서 겨울 볕을 쬐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고택 곳곳에 검박함이 스며 있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그의 뒤를 따라 옛날 부엌을 지나니 ‘ㅁ’ 자 모양 안채의 네모난 마당에 아침 볕이 그득했다.
꽃잎이 다 떨어져 뼈만 남은 앙상한 목련 나무에도, 키가 들쑥날쑥한 장독대에도, 대청마루에 걸터앉은 종부의 얼굴에도 한겨울 귀한 볕이 들었다.
이웃 마을 양갓집 규수로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이 대가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는 종부는 어느덧 아흔 넘은 노인이 되어 이 큰 집을 지키고 있다.
“처음 시집왔을 적엔 시엄니랑 시누이는 이짝 따수운 안방에, 새색시인 나는 뜨시지도 않은 이 웃방에, 둘째네는 저그 저 끝방에 살았다”고 운을 뗀 이씨는 “난 잘 모르는디~”로 시작했지만, “6·25 때는 이 집의 도움을 받은 이웃들이 ‘여기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막아줘서 다행히 집은 불타지 않았다”며 조선 시대부터 근현대사를 거쳐온 묵은 집 이야기를 쉬엄쉬엄 들려줬다.
간장병, 식초병 등 옛날 부엌에서 사용하던 것들을 그대로 놓아둔 '운조루 고택'의 부엌 풍경.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검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운조루 고택의 안채.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운조루 상징이 된 뒤주
조선 시대 낙안군수를 지낸 류이주가 명당 중 명당 자리에 1776년에 완공했다는 구례 운조루 고택은 ‘경주 최부잣집’ 등 몇몇 종가와 함께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즉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들어오지 마시오’ ‘하지 마시오’ 등 ‘마시오[禁]’가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 너그러이 ‘해도 된다[能]’는 가르침을 담은 쌀 뒤주는 이 집의 상징과도 같다.
'운조루 유물전시관'에 전시돼 있는 '타인능해 뒤주'.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다른 사람이 열어도 된다’, 바꿔 말해 ‘누구나 쌀을 가져가도 된다’는 뜻의 ‘타인능해(他人能解)’라 쓰인 쌀 뒤주는 그 옛날 가난하고 굶주린 이웃들을 위한 ‘쌀 저금통’이나 다름없었다.
대대로 집주인은 쌀 두 가마니 반을 1년 365일 마를 날 없이 채워놓았고 쌀이 필요한 이웃은 누구든 뒤주를 열어 가져갈 수 있었다.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1년에 36가마니가 넘는, 한 해 수확량의 20%쯤 되는 양이 이 뒤주를 통해 누군가에게 전달됐다.
뒤주는 어쩔 수 없이 쌀을 가져가야 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려 안채와 곳간 사이쯤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 놓았다.
그러다 이 집 뒤주도 차츰 비어간다.
일제강점기 토지조사 사업으로 토지 대부분을 빼앗기면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이길순씨는 “집안 어른들 얘기로는 ‘하인을 둘 수 없는 시대가 되면서(신분제가 사라지며)’ 하인들에게 땅을 일부 나눠주어 출가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이웃을 지키고, 이 집을 지켜준 타인능해 뒤주는 현재 고택 부근 ‘운조루 유물전시관’에 있다.
◇숨겨진 굴뚝 찾기
고택은 처음에 70여 칸으로 지어졌다.
지금은 화재와 소실로 축소돼 60여 칸이 남아 있다. 운조루는 당호로 쓰이지만, 엄밀하게는 사랑채 누대의 이름이다.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따 ‘구름[雲] 속에 새[鳥]처럼 숨어 사는 누대[樓]’란 뜻을 지닌 운조루에 앉으면 이 집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지리산 오봉산이 기와 너머에 걸린다. 집 관리를 도맡은 막내아들 류정수씨가 찾아온 손님들에게 이따금 차 대접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아내 곽영숙씨는 “아침에 출근해 저녁까지 남편은 이곳에서 산다”며 핀잔을 주지만 이내 체념한 듯 “이게 종손의 운명”이라고 했다.
뒤주와 함께 또 하나 찾아볼 만한 것은 집의 굴뚝이다.
축대 아래 구멍만 내어 놓았거나 집 뒤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어 일부러 찾아보아야 겨우 눈에 들어오는 숨겨진 굴뚝은 밥 짓는 냄새가 가난한 주변에 퍼지지 않도록 한 배려였다.
숨은 공간이 또 하나 있다. 류씨에 따르면 안채 깊숙한 곳에 있는 다락방은 바깥출입이 쉽지 않았던 시대에 집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여인들을 위한 숨구멍 같은 힐링 공간이었다.
밥 짓는 냄새나 연기가 이웃에게 퍼지지 않도록 축대 아래쪽에 배치한 운조루 고택의 굴뚝에도 250년 전 이웃을 배려한 건축주의 마음이 느껴진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명당 터에 7년에 걸쳐 지었다는 운조루는 당호로 쓰이지만, 사랑채의 누대 이름이다. 운조루에 앉으면 주변 산 능선이 기와 너머로 보인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류정수씨 부부는 지금은 형편에 맞춰 시대에 맞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일반 탐방객은 입구에 놓인 함에 입장료 1000원을 내면 누구나 집 안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사시사철 개방한다.
1000원은 노모인 이길순씨의 사탕 값정도다. 이씨는 사탕을 사서 다시 소쿠리에 담아 탐방객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기도 한다.
류씨와 동선이 겹칠 땐 운조루에서 차 대접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월·수·목요일엔 한자·붓글씨와 논어·주역·불경 등 인문학 강의가 열리는데 대관료를 받지 않고 장소를 내어준다. “고택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좋은 취지로 빌리는 것이라면 대관료를 받지 않는다”는 게 류씨의 설명.
운조루 고택 옆 한옥 마을에서 한옥 스테이를 운영하며 구례 문화관광 해설사로 활동 중인 부인 곽씨는 “어머님이 늘 ‘넘(남)한테 베풀고 살라’고 하시는데, 저희로선 베풀 수 있는 게 이 공간(운조루 고택)밖에 없으니 많이들 찾아주시라”고 했다.
◇쌍산재 선비의 재능 기부
운조루 고택이 있는 오미마을엔 ‘곡전재’가, 차로 5분 거리 상사마을엔 ‘쌍산재’가 있다.
구례 3대 전통 가옥들이다. 운조루 고택이 세월에 그대로 녹아든 고택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면, 쌍산재는 잘 가꾼 정원을 품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려 겨울 볕에 말라가는 감, 곡식 널어놓은 채반, 소담스러운 무늬의 자수 방석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운조루, 곡전재와 함께 구례 3대 전통 가옥 중 하나이자 전남 5호 민간 정원이기도 한 상사마을 '쌍산재'의 '호서정'.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종영된 예능 프로그램 ‘윤스테이’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쌍산재에도 구휼미를 넣어두던 쌀 뒤주가 존재한다.
해주 오씨 문양공 성균 진사공파 26대손이자 현재 쌍산재의 주인 오경영 대표는 안채 한쪽의 뒤주를 보여주며 “운조루 뒤주처럼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선대 어르신들은 이곳 뒤주의 쌀을 누구든 빌려갈 수 있게 했다.
다만 ‘빌려갈 수 있게 했다’는 전제는 빌려가는 이의 자존심을 지켜주려는 것일 뿐, 갚는 이도 거의 없었고, 갚지 않아도 됐기에 결국 나눔을 위한 것이었다”라고 했다.
당호로 쓰이는 '쌍산재'의 쌍산(雙山)은 변함없는 큰 산처럼 사람간, 형제간의 원만한 관계를 의미하며 벼슬을 탐하지않고 글 보기만을 즐겨했던 해주오씨 문양공 진사공파 23세손 형순의 아호이며 개인 서재다. 훗날 서당채로 활용했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한국 전통 가옥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쌍산재.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서당채의 이름인 쌍산재(雙山齋)는 그의 고조부인 오형순의 아호다.
오 대표는 “쌍산은 벼슬을 하지 않고 이곳에서 후학 양성에 힘썼으며 집안 자제들뿐 아니라 마을 아이들에게도 글을 가르치며 ‘재능 기부’를 한 인물”이라고 했다.
쌍산재 역시 격동의 세월에도 이웃들의 호위로 온전히 보전될 수 있었다.
곡식과 함께 까치밥으로 놓아둔 대봉감 하나에 자연에 대한 배려와 인정이 느껴진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이야기를 듣고 보면 고즈넉한 운치와 함께 포근함이 묻어난다.
까치밥으로 놓아둔 대봉감 하나에도 인정이 스며 있다.
겨울에도 푸릇한 대숲을 지나 후문인 ‘영벽문’으로 가까이 가면 ‘사도리 저수지’가 네모난 문틀 너머로 차츰 들어온다.
서당채인 쌍산재도 좋지만, 최고의 힐링 명소를 꼽으라면 ‘경암당’이다.
쌍산재를 눈앞에 두고 대청마루에 앉아 편한 숨을 실컷 쉴 수 있는 공간.
입장료 1만원을 내면 커피나 매실차·생강차를 한 잔 내어준다.
알싸한 생강차 한잔을 들고 여유롭게 고택 구석구석을 둘러보거나 편히 앉아 쉬다 보면 시간을 잊게 된다.
한옥 숙박 체험도 가능하다.
◇혼자보단 둘이 좋은 ‘상생의 길’
‘상생의 길’이 있는 천은사도 가볼 만하다.
이름만 그럴싸한 게 아니다. 2020년 12월 11일 천은사와 환경부, 국립공원공단, 전라남도 등 8개 관계기관의 업무 협력 끝에 천은사 문화재 입장료 징수 폐지를 기념해 조성됐다.
천은사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제주도 ‘황지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곳.
지리산국립공원전남사무소 측은 “전국 최초 사찰과의 상생협력을 통한 불법 입장료 폐지 사례로, 전국 사찰 문화재 입장료 징수 폐지의 단초를 제공한 의의를 기념하는 길”이라고 했다.
천은사 입구 소나무숲부터 천은저수지(천은제) 둘레길 등 총 3.3㎞는 코스에 따라 ‘나눔길’ ‘보듬길’ ‘누림길’이란 이름을 붙였다.
소나무향을 실어나르는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수변길에 진입한다.
누림길은 무장애 탐방로로 조성돼 남녀노소 걷기 좋다.
거울 같은 저수지에 산그늘이 내려와 담기면 한 폭의 데칼코마니 작품이 따로없다.
“이 길은 혼자보다는 둘이 좋다”고 속삭이듯 이따금 원앙 한 쌍이 날아와 풍경에 운치를 더한다.
'천은사 상생의 길'은 자연과의 상생, 공존을 생각하며 걷기 좋은 길이다. 천은저수지(천은제) 둘레길을 걷다 만난 풍경마저 상생과 공존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산그늘을 비춰내는 저수지는 한 폭의 데칼코마니 작품 같다. / 장영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사성암 그리고 섬진강 대숲길
지리산을 품은 구례에는 천은사뿐 아니라 화엄사, 연곡사 등 명찰이 포진해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구례 전망을 보려면 사성암으로 갈 일이다.
종교를 떠나 구례 여행에서 지나칠 수 없는 명소. 지리산 노고단 등산이 부담스러운 한겨울에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탁 트인 전망과 마주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셔틀(왕복 3400원)을 이용해 절 초입까지 닿는다.
의상대사·원효대사·도선국사·진각국사가 수도했다 해 사성암이라 불리는 암자는 기암절벽에 아슬아슬 기대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전망대는 산신각인 ‘산왕전’ 부근. 섬진강과 구례 평야, 지리산 주봉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기암절벽에 기대있는 사성암. 의상대사,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국사가 수도했다 해 사성암이라 불린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사성암의 산신각인 '산왕전' 부근에 서면 구례평야와 구례 읍내, 지리산 주봉 능선이 눈앞에 펼쳐진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섬진강 대나무숲길'의 대숲을 걸어나가면 섬진강이 나타난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섬진강을 두고 이 고장과 작별하기엔 아쉽기에 해 지기 전 서둘러 섬진강 대숲길로 간다.
대나무로 둘러싸인 벤치에 앉아 이른바 ‘죽(竹)멍’을 때리며 달려온 시간을 돌이켜본다.
문득 불어온 찬 바람에 주머니로 손을 쑤셔넣었다.
주머니 깊숙이 운조루 고택의 종부가 건네준 알사탕 하나가 동그랗게 말을 걸어온다. 잘살고 있느냐고.
[ ‘퐅죽’ 먹을까? ‘조단해장국’ 먹을까? ]
'구례5일시장'의 청년 점포 '조단해장국'의 '제주식 해장국'은 시골 장터 국밥의 업그레이드 버전. 소고기와 선지, 고사리, 콩나물 등 건더기가 푸짐해 건져먹는 재미가 있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구례5일시장 맛집
매월 3·8일로 끝나는 날이라면 ‘구례 5일 시장’ 코스를 더하자.
구례 5일 시장 장날은 인구 2만4354명(11월 기준) 작은 고장의 이벤트와 같은 날이다.
이날만큼은 시장 내 상설 점포 157개가 대부분 문 열고, 구례군민으로 이뤄진 97개 노점상이 더해진다.
좌판엔 지리산 건나물과 월동 채소들이 깔린다. 여기에 지난 5월엔 8개 청년 점포가 개점했다.
소박한 시골 장터의 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구례5일시장'의 노점들. 겨울엔 월동 채소들과 지리산 건나물 등이 좌판에 깔린다. /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김선정 구례 5일 시장 상인회 사무장은 “먹을거리가 취약했던 구례 5일 시장에 청년 점포가 합세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했다.
메뉴는 국수, 도넛, 호떡, 해장국, 닭 꼬치, 샌드위치, 핫도그, 산수유청 에이드, 새우튀김과 어묵 등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김 사무장은 “구례군민들 사이에선 대단한 이슈”라며 “연휴가 끼어 있을 땐 개점 2시간도 안 돼 재료가 동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중 ‘조단해장국’은 개업과 동시에 구례 젊은 층 사이에서 ‘해장국 성지’로 단숨에 떠올랐다는 곳.
제주에서 8년 살고 온 젊은 부부가 소고기, 선지, 고사리 등을 넣어 끓인 제주식 해장국(일반 1만원)과 마라해장국(일반 1만2000원)을 선보인다.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해장국의 양은 적당한 편. 육개장 같은 얼큰한 제주식 해장국 국물이 추위를 잊게 한다.
‘조단’은 주인이 그저 미국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단(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을 좋아해서 붙인 이름.
상설 점포 중에선 ‘장터퐅죽’이 단골이 많다.
‘퐅죽’은 ‘팥죽’의 구례 사투리. 동지퐅죽(8000원)은 진한 팥죽에 새알 옹심이가 푸짐하게 들어간다.
뜨끈한 수제비(6000원)와 칼국수(6000원)도 이 집의 스테디셀러다.
장터에서 식사할 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것!
무장해제하고 있다간 여기저기서 터지는 ‘뻥튀기’ 소리에 놀랄 테니까.
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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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할 것이다. - 노자 도덕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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