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월의 중순 일요일
바람불고 눈보라까지 날리는 초원에서 [2016 · 2 · 14 · 바람불고 눈보라 치는 일요일 · 한국의산천
일요일 아침 전날의 비로 인하여 갑자기 날씨는 추워지고 정기 라이딩은 취소되었다.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다.
나의 출사는 날씨와 상관없다
흐리면 흐린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미소를 날리며 풍경을 즐긴다
눈보라 날리는 초원에서 길을 잃고
길에게 길을 물어 초원을 누볐다
길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며, 마음의 길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어 세상의 길과 맞닿게 해서 마음과 세상이 한줄로 이어지는 자리에서 삶의 길은 열린다.
길
- 천 상 병
길은 끝이 없구나
강에 닿을 때는
다리가 있고 나룻배가 있다.
그리고 항구의 바닷가에 이르면
여객선이 있어서 바다 위를 가게 한다.
길은 막힌 데가 없구나.
가로막는 벽도 없고
하늘만이 푸르고 벗이고
하늘만이 길을 인도한다.
그러니
길은 영원하다.
겨울길을 가다가 기골이 장대한 공활한 하늘을 향해 환한 웃음을 보내는 웅장한 노거수 느티나무를 만났다
거무티티한 무채색 껍질에서 오랜 세월의 연륜과 경외감마져 느끼게 한다.
버리려 해서 버려지는 것도 아니고, 갖고 싶다고 갖게 되는 것이 아닌 푸르른 잎들이 진지는 오래지만 메마른 잎조차 모두 떨어트린 벗은 나무 가지가 오히려 당당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
그렇지 모든것을 포기하고 버렸을때 오히려 무거웠던 가슴이 가벼워지고 그 홀가분한 느낌.
치열하게 살아야하는 우리네 삶에서 눈 비와 태풍을 맞으면서도 고고한 삶을 영위하는 겨울나무를 보며 다시금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
겨울나무
- 이 수 인
나무도 생각을 한다
벗어버린 허전함에 눈물이 난다
빈가지 세워 올려다 본 회색빛 바다
구름 몇 점 잔잔한 파도를 타고
아직 남겨진 몇 개의 사연들은
미련 없이 저 자유의 바다로 보내리라
나무는 제 몸에서 뻗어나간
많은 가지와 그 가지에서 피어나는
꽃과 이파리 열매를 위하여
그 깊고 차가운 어둠 속을 향해 치열하게
뿌리를 내려가며 고독의 길을 끝없이 간다
인생 그 누구라도 겨울나무처럼
홀로된 외로움 벗어버린 부끄러움에
울어보지 않았으리
수없이 많은 사연의 가지를 지니고
여러 갈래의 뿌리를 두르고도
단 하나의 심장으로만 살아가지 않는가
빈 가지마다 눈꽃 피어났던 자리에
봉긋 봉긋 솟아나는 봄의 푸르름도
겨울가면 반드시 온다는 진리이기 보다
시련 뒤에 찾아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겨울나무는 벌써 알고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 백 창 우
이렇게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 갈 수는 없지
가문 가슴에, 어둡고 막막한 가슴에
푸른 하늘 열릴 날이 있을 거야
고운 아침 맞을 날이 있을 거야
길이 없다고,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 그 자리에 머물지 말렴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그 길 위로 희망의 별 오를 테니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 울릴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 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걸.
길
-신경림
길을 가다가
눈발치는 산길을 가다가
눈 속에 맺힌 새빨간 열매를 본다
잃어버린 옛 얘기를 듣는다
어릴 적 멀리 날아가버린
노래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갈대 서걱이는
빈 가지에 앉아 우는 하얀 새를 본다
헤어진 옛 친구를 본다
친구와 함께
잊혀진 꿈을 찾는다
길을 가다가
산길을 가다가
산길 강길 들길을 가다가
내 손에 가득 들린 빨간 열매를 본다
내 가슴 속에서 퍼덕이는 하얀 새
그 날개 소리를 듣는다
그것들과 어울어진 내
노래 소리를 듣는다
길을 가다가
오래 전 이곳은 바닷물이 드나들던 바다였다
언젠가 시화 방조제가 건설되며 이곳은 더 이상 바닷물은 들어오지 않고 넓고 너른 습지로 변했다
이 너른 벌판에 봄이오면 삘기풀이라는 띠가 벌판 가득 장관을 이루는 곳
지금은 겨울이라 갈빛으로 가득하다
길처럼
- 박목월
머언 山 구비구비 돌아갔기로
山구비마다 구비마다
절로 슬픔은 일어.....
뵈일 듯 말듯한 산길
산울림 멀리 울려나가다
산울림 홀로 돌아나가다
......어쩐지 어쩐지 울음이 돌고
생각처럼 그리움처럼......
길은 실낱 같다
▲ 바람불고 눈보라 치는 벌판에서 살아서 돌아오다 ㅎ ⓒ 2016 한국의산천
언젠가 이런 글을 본적이 있지
흔들리는 고독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우음도를 만날 수 있지.
돌아오지 못할 사연을 간직한 자만이 우음도를 볼 수 있지.
길을 묻다
- 이 인 수
눈 덮인 겨울 산에서
세상의 길들을 만난다.
갈래 난 사람의 길
은밀한 짐승의 길
하늘로 향하는
나무들의 꼿꼿한 길,
문득 걸음 멈추고
뒤돌아 본 나의 길은
비뚤비뚤 비딱하다.
어디로 가야할까,
아직 봉우리는 아득한데
어디로 가야할까,
겨울 산 비탈에서
다시
길을 묻는다.
하늘을 보면 하늘이 마음에 펼쳐지고
꽃을 보면 꽃이 내 안에서 피어난다.
바람을 안는 이 새가 되어 허공을 날고
구름은 품은 이 비가 되어 대지를 적신다.
▲ 바람이 세차게 분다 ⓒ 2016 한국의산천
▲ 바람이 세차게 불며 눈보라가 함께 날린다 ⓒ 2016 한국의산천
어느덧 설 명절도 지난 바람부는 2월 중순이다
2월의 시가 떠오른다
2월 편지
- 헝 수 희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합니다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틈새로 가까스로
걸려 있는 날들이여,
꽃빛 찬란한 봄이
그리로 오시는 줄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1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이 돋아날
여분의 땅을 내 가슴에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 사강 시장 회센타에서 간단히 식사 후 또 고고씽 ~ ⓒ 2016 한국의산천
겨울 강에서
- 정 호 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겨울 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 바람불고 눈보라 치는 벌판에서 잘 돌아오다 ⓒ 2016 한국의산천
이렇게 일주일간의 휴가는 끝나다
형도 수섬 출사 >>> https://koreasan.tistory.com/15606432
각시당 가는 길 보기 >>> https://koreasan.tistory.com/15606434
우음도 각시당 라이딩 >>> https://koreasan.tistory.com/15606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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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도를 내가슴에 >>> https://koreasan.tistory.com/15605249
우음도 연가 보기 >>> https://koreasan.tistory.com/15605248
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할 것이다. - 노자 도덕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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