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문가칼럼
[김준의 맛과 섬] [166] 부산 물메기회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입력 2023.11.29. 03:00
물메기회
부산에 첫눈이 내리던 날이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일이 끝난 후 헤어지기 아쉬워서 남포동을 찾았다. 주말이라 오가는 사람이 많다.
새벽시장 길목에 있는 허름한 횟집에 들어섰다. 주인이 늦은 점심을 먹다 반겼다.
겨울철에 맛이 가장 좋다는 줄가자미회를 원했지만, 풍랑으로 조업을 나가지 못해 횟감이 없어 아쉬웠다. 대신 물메기를 선택했다. 으레 시원한 물메기탕을 생각하는데 지인은 회로 주문했다.
활어를 남다르게 사랑하는 지역이라서일까. 아니면 복국을 사랑해서일까. 메뉴에도 없는 물메기회를 주문했다.
물메기무침
물메기는 꼼칫과 어류로 겨울에 통영, 남해, 거제, 고성, 여수 등 남해 해역과 군산, 서천 등 서해에서도 잡힌다.
남해 해역에서는 통발로 잡고, 서해에서는 조차를 이용해 그물로 잡는다.
어류도감에는 꼼치라 하지만, 어민들은 물메기라 부른다. 통영에서는 미기라고도 한다. 미기는 메기를 이르는 사투리이다.
물메기는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값이 헐하지 않다.
산지에서만 즐기던 물메기는 이제 명태를 밀어내고, 전 국민 겨울 생선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물메기회를 처음 맛본 곳은 통영 추도라는 섬이다.
회무침을 준비하다 몇 점 맛을 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오롯이 물메기회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식감은 씹을 것도 없고, 맛은 슴슴하다. 그런데 중독성이 있다.
물메기탕
물메기회를 담은 접시가 바닥을 드러낼 즈음에 회무침을 내왔다.
주인에게 원산지를 물으니 통영에서 가져온다고 답한다. 미나리와 무 등에 두툼한 살을 넣은 회무침도 큰 사랑을 받는다.
회무침이든 회든 물메기는 도톰하게 썰어야 한다.
마무리는 뼈와 머리를 넣고 끓인 물메기탕이다.
겨울 무와 겨울 물메기가 만나는 탕의 시원함은 어느 생선도 따라가지 못한다.
회무침도 그렇지만 물메기회는 신선하지 않으면 맛보기 어렵다. 한때 못생겼다고 외면을 받았지만 회와 무침과 탕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어 참 좋다.
물메기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김준의 맛과 섬] [160] 진도군 조도 돌미역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입력 2023.10.18. 03:00
최근 비가 제법 오던 날, 집 앞 고깃집에서 가족 회식을 하고 있었다.
식당 직원이 고기를 구워 식탁에 올려주고 돌아간 직후, 8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들어오더니 홀을 한 바퀴 둘러보고, 아내에게 곧장 다가와 미역이 한 가닥 남았다고 내밀었다.
아내는 이런 상황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5만원이라는 말에 머뭇거리니 쥐포를 내밀었다.
제가 정중하게 거절하자 그 할머니가 아내에게 3만원만 주라는 것이다.
비가 와서 돌아다닐 수 없어 팔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진도곽’이라며 꺼내서 보여줬다. 그 말에 아내 마음이 움직인 걸까. 길이는 150㎝, 폭은 30㎝쯤 될 것 같았다.
크기와 미역 모양새는 진도곽으로 보였다. 진도곽은 조도면의 여러 섬에서 생산되는 돌미역이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은 150여 개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진도 본섬을 중심으로 서쪽과 남쪽 일대의 크고 작은 섬들은 대부분 조도면에 속한다.
그중 논밭이 있고, 어장이 좋은 일부 섬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역을 생명줄 삼아 살았다.
특히 독거도, 맹골도, 곽도의 돌미역이 유명하다.
독거도와 곽도는 미역 포자가 바위에 붙기 전에 뭍에 있던 사람들도 섬으로 들어와 미역 바위를 청소하고, 여름철에는 바닷물이 많이 빠질 때 미역이 햇볕에 노출되어 마르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닷물을 뿌려준다.
그래서 미역이 자라는 갯바위를 미역밭이라 부르고, 미역 농사를 짓는다고도 한다.
미역을 채취할 때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공동 노동을 하고, 똑같이 나누었다.
미역 철이 되면 뭍으로 나간 자식들, 시집간 딸들도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렇게 모여 한 가닥 두 가닥 정성껏 만들었다. 미역을 팔아야 학교도 보내고, 생필품도 구할 수 있었다.
미역이 곧 돈이고 화폐였다.
조도 미역은 식당에서 만났던 할머니가 팔던 것처럼 미역 가닥의 폭과 길이가 예사롭지 않다.
그 미역 20가닥을 한 뭇이라 하는데, 비쌀 때는 70만~80만원도 했다. 그러니까 식당에서 구입한 미역이 진도곽이라면, 소매를 고려해 5만원을 불렀던 것이나 3만원에 판 것도 합리적이다.
진도곽은 시간을 두고 뭉근히 사골을 고듯이 끓여야 한다.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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