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전문가칼럼
“기력이 쇠하는 이유는 젊은 시절을 방탕하게 보냈기 때문”
[정희원의 늙기의 기술]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 / 입력 2023.11.29. 03:00
일러스트=박상훈
‘유명한 모 대학 교수가 간헐적 단식을 하면 당뇨에 좋다고 했다’며 고집을 부리는, 일흔에 가까운 남성과 한 상담은 결국 승강이로 끝났다.
자신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는데 인터넷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세태에 경종을 울려달라며 우리 병원 영양사가 알려준 사례다.
혈당 조절이 잘 안 되고 근육과 체중이 매달 빠지던 그는 충분한 단백질과 복합 탄수화물을 안배해 규칙적으로 세끼를 먹어야 했다.
간헐적 단식은 아직 당뇨가 오기 전, 이를테면 중년기의 다소 비만한 사람이 실천하면 체중이 빠지며 미래에 당뇨가 발병할 가능성을 낮춰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 먹어 주더라도 근육이 축나기 쉬운 체질로 몸이 바뀌어 버린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말처럼, 평생 식습관은 한 사람의 만성 질환 패턴과 노쇠 정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람의 수명과 연관된 먹고, 움직이고 쉬는 다양한 생활 습관 요인 중 개별 인자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 역시 식습관이다.
내 진료실을 찾는 수많은 이가 호소하는 불편감은 체중 감소나 쇠약감, 조절되지 않는 만성 질환 등 제각각이지만, 이런 현상의 원인을 찾다 보면 반드시 맞닥뜨리는 것이 전반적 영양 섭취 상태다.
바쁜 외래에서 의사 개인이 자세한 영양 상담을 하기는 어렵기에,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영양사들한테 구원 요청을 한다.
영양실에서 이루어지는 자세한 상담을 통해 먹는 것을 수정하기만 해도 잃어버린 활력과 근육을 되찾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까지 근감소증이나 노쇠에 대한 영양 상담은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사람은 태어나서 첫 30년간 적자 인생을 보내고, 이후 30년을 흑자로 보내다가, 다시 한번 적자 인생을 보낸다.
통계청의 2020년 국민이전계정에 따르면 평균적 한국인은 27세에 흑자로 진입하고, 61세에 다시 적자로 진입한다.
흑자 인생을 보내는 시기에는 이 잉여를 잘 아끼고, 저축하고, 투자해서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 좋다는 점에 이견을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생의 마지막 적자 시기, 즉 노년기에 접어든 이후에야 노후를 대비하여야 하니 국민연금을 비롯한 여러 연금을 납부하고 저축액을 늘리려 하는 바보도 없을 것이다.
물론 많은 이는 젊어서 한 번만 사는 인생이라며 분수에 맞지 않는 생활을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 몸의 대사 과정이 이와 꼭 같은 모습이라면 너무 얄궂을까?
첫째 시기는 성장과 발달이 일어나는 소아 청소년기로, 이때는 몸이 커져야 하므로 몸을 운영하는 최소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는 시기다.
청년에 해당하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는 생식(生殖)을 몸이 준비하는 상태다.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 덕에 기초 대사량이 높아, 이때까지는 웬만큼 먹어도 쉽게 비만해지거나 대사 과잉과 연관된 질환이 생기지 않는다.
대략 30대 중반에 둘째 시기가 시작된다. 기초 대사량이 줄고 서서히 ‘물만 먹어도 살 찌는 몸’이 되어간다. 하지만 몸의 변화와 달리 우리 식습관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때부터는 많은 이가 앉아서 일하는 삶을 보낸다. 쉽사리 대사 과잉에 시달리고 체지방이 늘어난다.
중요한 점은, 이 시기에 몸에 쌓인 과잉 에너지 총합이 곧 노화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이후 만성 질환을 부른다는 것이다.
돈을 잘 벌 때는 경박단소하게 소비해야 하듯, 이 시기에는 가볍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좋다.
시나브로 노화가 진행되며 몸에 고장이 쌓이다 보면 식욕이 예전 같지 않고 소화기계 기능도 나빠지며 관절도 좋지 않아 운동도 쉽지 않은 생물학적 노년기가 찾아온다. 셋째 시기다.
둘째 시기의 과잉과 불균형이 심하면 셋째 시기는 더 빨리 찾아온다.
반대로, 노화를 느리게 만드는 여러 생활 습관으로 이 셋째 시기의 도래를 늦추는 것도 가능하다.
고대 로마의 대문호 키케로가 ‘노년에 관하여’에 남긴 말, ‘기력이 쇠하는 이유는 그저 나이 들어서가 아니라 젊은 시절을 방탕하게 보냈기 때문인 경우가 더욱 많다’는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일단 셋째 시기가 찾아오면 그때부터는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이 시기에는 몸의 체질 변화로 단백질을 먹고 근력 운동을 해도 근육을 만드는 효율이 젊었을 때보다 떨어진다. 근육 세포는 운동 후와 식사 후에 근육 단백질을 생성하고, 장기간 휴식하거나 공복을 유지할 때 근육 단백질을 분해한다.
이 균형이 근육 단백질 분해 쪽으로 기울기 때문에, 촘촘하게 단백질이 포함된 식사를 하고 근력 운동을 챙겨주는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둘째 시기에서 셋째 시기로 이행하는 동안 점차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 전반이 근육을 보(補)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건강검진 성적표를 받고 유튜브를 샅샅이 공부한 뒤 소식, 간헐적 단식, 하루 2만~3만보 걷기를 실천하는 60~70대가 많다.
무리한 간헐적 단식에 더해진 유산소 운동은 근손실을 야기한다.
일시적으로는 혈당이 좋아지는 듯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쇠약감과 여러 근골격계의 불편감이 심해지고, 그 마지막 결과는 침상에서 맞는 노쇠다.
30년 전에 실천했더라면 만성 질환을 예방했을 식단이지만 지금에는 맞지 않음을 설득해도 납득하지 못하는 이가 많다.
미디어 환경 문제도 있다. ‘그때는 맞았고 지금은 틀릴 수 있다’는 말은 대부분 편집당해 사라진다.
복잡한 이야기는 조회 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TV나 인터넷 매체에서 살아남는 메시지는 결국 단편적인 것뿐이다.
하지만, 달이 뜨고 기울면 손가락이 향하는 방향도 바뀌어야 하듯, 사람 몸이 바뀌어 가면 적합한 건강관리 전략도 바뀌어 간다.
천편일률적 운동, 영양 교육 자료의 효용이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질병이든, 생활 습관이든, 노년기에는 개인화된 포괄적 관리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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