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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경상도의 숨은 명산 영덕 팔각산 동해 쪽빛 바다가 한눈에

by 한국의산천 2022. 12. 5.

[경상도의 숨은 명산 영덕 팔각산] 뿔처럼 솟은 여덟 봉우리…동해 쪽빛 바다가 한눈에
김재준 '한국유산기' 작가
입력 2022.11.30 06:25 수정 2022.12.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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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팔각산

팔각산(제6·7·8봉).
햇살보다 산꼭대기에서 그림자가 길게 먼저 내려왔다. 

옥계계곡 건너편 산이 그늘에 가려 험상궂다. 오전 9시 팔각산주차장에 닿는다. 

물소리 졸졸졸 흘러가는 아침, 승용차들은 짐칸을 열어놓고 등산 채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팔각산은 경북 영덕군 달산면 옥계리에 있는 뿔처럼 솟은 여덟 개의 바위 봉우리八角, 기암괴석과 낭떠러지가 많은 험한 산이다. 능선에 오르면 동해를 바라볼 수 있다. 

포항 내연산 북단 하옥, 청송 주왕산 남동쪽과 가깝다. 

산 아래 옥계계곡에 침수정이 있고 옥같이 맑은 물이 바위에 부딪혀 물보라를 일으키며 돌아드는 풍경은 장관이다. 

주말마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제1봉 108계단 오르는 들머리부터 철계단이 곧추섰다. 

두 손으로 난간을 붙잡고 힘을 주는데 까마귀 깍깍깍 소리 높여 운다. 

바위 틈에 생강나무와 쇠물푸레나무 붉게 물들고 꼭대기에서 나뭇잎 막 떨어진다. 

기암(송곳바위).


“가을바람 소슬하니 낙엽이 우수수 지고요. 귀뚜라미 슬피 울어 남은 간장을 다 썩이네 ~ ” 

어느새 가을바람에 청춘이 또 지나간다. 

철계단 지나 노간주·굴참·소나무가 도열한 오르막길. 

좀작살나무는 벌써 꽃이 졌고, 며느리밥풀 꽃은 꼭 이맘때 분홍빛으로 치장한다. 

올라가는 길마다 하얀 꽃 구절초, 연보랏빛 쑥부쟁이꽃, 노란 고들빼기꽃. 

가을에 피는 꽃들은 쓸쓸함이 배어 저마다 계절을 닮아 있다. 

이 숲은 상수리·소나무 고목이 상층목, 중간층은 굴피·당단풍·생강·졸참나무, 아래 하층목은 싸리·진달래·철쭉, 올라갈수록 바위와 소나무가 많다. 

능선에서 내려다본 마을.


쑥부쟁이·구절초 유혹하는 바위길

계곡의 바람은 일행의 등을 떠밀며 산 위로 따라오는데 갈잎과 사초·삽주 하얀 꽃, 구절초 여린 들꽃을 흔들어 댄다. 

9시15분 무덤에서 왼쪽으로 빼곡한 등산리본 따라 산허리로 걷는다. 

쪽동백·굴참·철쭉·쥐똥나무. 15분가량 지나 바위지대 밧줄을 잡고 오른다. 

주먹손인지 부처손인지 쑥부쟁이와 바위에 붙어산다. 

옛날 가난한 불쟁이 처녀는 병든 어머니 대신 쑥을 뜯어 동생들을 먹여 살렸는데 절벽에 떨어져 죽고 만다. 

그 자리에 풀이 생겨 사람들은 쑥부쟁이라 불렀다. 

들국화로 통칭하는데 그리움의 상징이다. 

꽃 색깔에 따라서 노란색은 산국·감국, 흰색이나 분홍은 구절초, 연보라는 쑥부쟁이, 쑥부쟁이보다 더 진한 보라는 벌개미취다.

절벽에 서서 통영 사량도 지리산 돈지마을 닮은 산마을 내려보다 바람에 모자가 날려 하마터면 헛디딜 뻔했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산조팝나무는 햇살이 반짝이는 바위에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듯 잎이 늘어졌다. 

싸리·상수리·생강·신갈·굴참나무 지나 올라갈수록 졸참·쇠물푸레나무는 가을로 물들어간다. 

신선의 자리같은 제1봉.


제1봉(2봉까지0.1km), 담쟁이넝쿨 너머 송곳 바위는 석탑같이 솟아 기암이다. 

느티·고로쇠·노간주·소나무 아래 구절초·쑥부쟁이 절벽에서 한들거리고 바위 끝에 붉은색 꽃은 둥근꿩의다리, 벼랑 끝으로 좀 더 가까이 가려다 섬찟 멈춘다. 유혹은 위험을 수반한다. 

장미 속의 가시, 미각의 독배, 사이렌의 유혹과 미모에 홀려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치명적인 아름다움은 언제나 경계하라고 했다. 

꼭대기 올라갈수록 쑥부쟁이 잎은 잘고 구절초는 봉오리만 맺었다. 

땀에 젖은 옷이 살갗에 붙어 불편하다. 

밧줄과 쇠줄로 온 산을 연결해 위험을 줄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한데 1봉에서 8봉까지 시계 반대방향으로 걷는 그야말로 암릉의 파노라마. 이 산에 오를 때는 오체투지 온몸으로 버틸 각오를 해야 한다. 

겨울철에는 안전사고에 특히 유념해야 한다.

입구에서부터 만난 부부는 금실이 좋은지 한사코 재잘거리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뾰족한 바위를 오른다. 

10시 정각 제2봉(3봉까지0.1km), 노간주나무와 굴피나무가 하층 식물들 제압하듯 위엄 있게 섰다. 

신갈나무 고목, 참나무 가운데 제일 작은 졸참나무 도토리는 앙증맞게 달려 있다. 

털싸리·팥배나무, 산고들빼기 노란꽃·취나물 흰꽃과 바위의 푸른 이끼도 오래된 이웃들이다.

제3봉(4봉까지 0.25km)은 위험해선지 출입 금지. 

신갈·잣·서어·소나무. 곧장 90도로 선 성벽 같은 큰 바위 밑에 한두 사람 들어갈 만큼의 바위굴(정상까지 0.9km)에서 멈춘다. 

버지기굴, 돌감실石龕로 부르는데 떨어진 물이 고여도 넘치지 않는다고 한다. 

등산객들이 물을 마시면 줄었다 이내 가득 찬다는 것. 마고할미가 쌀 씻은 물이라 한다. 

하늘과 닿은 바위길.

멀리 동해의 쪽빛 바다


동해의 쪽빛 바다와 침수정

10시반 연이어 제4봉(5봉까지 0.1km), 제5봉(6봉까지0.5km). 뒤돌아보면 쪽빛 동해, 올려다보면 정상 조망이 압권이다. 오른쪽으로 낙동정맥 주왕산, 맹동산까지 가깝다. 

바위에 먼저 와서 쉬는 부부를 또 만났다. 5분가량 올라 제6봉(7봉까지 0.4km), 하얀·보라색 꽃들과 노간주·산조팝나무, 석벽에 비바람을 견뎌 만고풍상 다 겪은 소나무에 경외심을 느낀다. 능선을 따라 11시 제7봉(8봉까지 0.2km)에 오른다. 싸리·진달래·쇠물푸레·신갈·산조팝·생강·피나무, 그늘 아래 둥굴레·실사리·구절초·쑥부쟁이·사초……. 

다시 철계단 오르려니 생강나무는 노랗게 물드는데 저 멀리 동해 물결은 검게 보인다. 산태극수태극이라 일컫는 산 아래 지형은 구불구불 굽어서 흘러간다. 강, 들녘, 정겨운 집들, 천고마비天高馬肥 온통 노란빛. 붓으로 그린 듯 길게 뻗은 구름, 높은 하늘과 이어진 풍경이 선명한데 영해 관어대 상대산, 병곡 고래불해수욕장, 후포 바다, 발아래 계곡 너머 동대산, 여기는 옥계계곡 발원지 오십천 상류다.

◀ 팔각산 정상.


11시10분 팔각산 628m 정상(주차장1.6km). 

아쉽지만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이 어렵다. 

봉우리 첩첩이 솟은 동해의 금강, 보름달 뜰 때 산 그림자 동해에 어른거린다고 한다. 

옥계계곡 여덟 봉우리 옥계팔봉으로 불린다. 

팔각산·팔영산·팔봉산·팔공산, 팔자·팔운·팔색·팔일무·팔보채·팔만대장경…. 8의 의미는 재물이 생긴다는 발發과 통한다. 

7은 행운을 상징하지만 8은 복을 준다고 믿었다. 

 

설악·관악·치악·월악·감악·송악·모악·화악·운악산 등 악岳자 붙은 것은 험준한 바위산, 팔각산을 비롯해서 고흥 팔영산, 홍천 팔봉산, 대구 팔공산 등 팔八자 붙은 산도 대개 골산骨山이다. 

화강암의 바위산은 기氣가 센 곳이다. 지하 수천 km 지구 핵mantle의 운동으로 만들어지는 전기 지자기地磁氣가 광물질을 지닌 바위를 통해 끊임없이 분출된다. 바위산에 오래 앉아 있으면 기를 받을 수 있다. 혈액에 녹아 있는 철분을 타고 몸속으로 유입되는데 뇌세포를 자극하면서 기운이 감응한다는 것이다.

다른 일행들과 서로 사진을 찍어 주고 곧바로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간다. 

다소 완만한 신갈·소나무 숲길. 갈림길 쉼터(팔각산장 1.5km)까지 15분쯤, 폐쇄된 직진 등산로 구급함을 바라보다 왱왱거리는 모기에 쫓겨 왼쪽 길로 간다. 

느티·물푸레·난티개암·굴참·신갈·호랑버들·쇠물푸레·산벚나무 따라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밧줄 잡고 조심스레 내려간다. 11시 반 무덤, 이끼 붙은 바위 밑으로 도토리 구르고 며느리밥풀꽃은 여전히 나풀거린다.

물로 베개 삼는 침수정.


산 아래서 바람이 올라오는데 걸음마다 먼지가 풀썩거린다. 

여러 나무들 가운데 쇠물푸레 붉게 물들었고 상수리나무 이파리에 내려앉은 햇살이 유난히 눈 부시다. 

길섶의 자잘한 나무들은 가뭄 탓인지 활력이 없다. 

겨울 오기 전 소나무는 악착같이 바위에 뿌리를 붙여야 하는데 가을은 빨리도 왔다. 

자연도 무상이요, 인생도 무상이라. 햇볕은 얼굴에 닿아 화끈거려 내려가는 길 더 힘들다. 

정오 무렵 바위산 다 내려왔다. 

잔돌에 미끄러지며 무릎에 부담이 오지만 그나마 갈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준다. 

상수리나무숲 아래 차 소리 들린다. 너럭바위 부처손 군락지 내려서자 칡덩굴, 정상에서 내리막길 1.6km 거리인데 힘이 들어선지 16km는 되겠다. 

12시20분 주차장으로 원점회귀. 먼지 터는 신발털이 기계를 찾다 곧장 옥계계곡 침수정枕漱亭으로 내려왔다. 

정자 오른쪽 병풍대, 강 너머 학소대, 흘러가는 바위계곡 세심대…. 베개 침枕, 이 닦을 수漱, 물로 베개 삼고 돌로 이를 닦는다는데 팔각산·동대산 계곡 합류 지점에 침수정은 조선 정조 때 지었다.

계곡에는 텐트를 쳐 놓은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가을의 붉은빛은 아직 산 아래까지 내려오지 못했다. 


산행길잡이

팔각산 주차장~108계단~왼쪽 갈림길(무덤 앞)~1봉~ 2봉~바위굴~4봉~5봉~6봉~7봉~팔각산 정상~ 삼거리~팔각산 주차장(원점회귀. 약 4.4km, 3시간 30분 정도).

교통

승용차 동해안 7번국도(포항에서 71km),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 이용(내비게이션, 경북 영덕군 달산면 옥계리 팔각산), 주차장이 넓어 승용차, 대형버스까지 주차할 수 있다. 

시내버스 1시간 30분 정도 간격으로 다니지만 불편하다. 영덕 버스정류장에서 안동 쪽 국도(34번) 따라 약 8km 지점 신양리, 청송 방향 좌회전 지방도(914번) 따라 14km쯤 오른쪽.
※ 영덕읍에서 팔각산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숙식
영덕읍 버스정류장 근처, 강구면에 식당과 숙소가 많다.

주변 볼거리 
옥계계곡, 침수정, 영덕·영해·강구 해변·항구, 해맞이공원, 대진해수욕장, 고래불해수욕장, 삼사해상공원 등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  김재준 '한국유산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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