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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가을 전어

by 한국의산천 2014. 9. 4.

가을 전어 만나러 가자

소래에는 전어가 풍년이고  바닷가에는 해당화가 가득 피었네

 

추석... 며느리 왔구나 [기사정리 Chosun.com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식도락가들은 계절마다 선호하는 생선이 있다. 아니 꼭 특정인들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까지 어느 계절하면 떠오르는 생선 종류가 있는 게 우리나라만의 먹거리 풍요로움이다. 그래서 매월 찾는 생선의 종류도 다양하다.

 

1월엔 추자도에서 잡히는 삼치회를 으뜸으로 친다. 겨울철 찌개로 먹을 법도 한데 회로 먹는다. 깊은 맛 때문이다. 2월은 대구의 계절이다. 그것도 고춧가루나 장을 풀지 않고 무와 미나리를 넣고 맑은 국으로 끓이면 시원함 그 자체다.

 

3월로 들어서면 산천에 쑥이 나기 시작한다. 신선한 쑥을 뜯어 살이 통통히 오른 도다리와 함께 국을 끓이는 것이 전라도 바닷가의 별미로, 그 이름 도다리쑥국이다. 4월에는 방어가 고소하고 담백하므로 입맛을 당기게 한다.

 

5월로 넘어가면서 홍어가 우리 곁으로 다가선다. 홍어의 예찬론은 수없이 많다. 그 유명세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칠레산이니 하며 수입품이 늘어난 요즘도 가격 안 따지고 흑산도산 만을 고집하는 마니아들도 꽤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6월이면 덩달아 입맛도 떨어진다. 그 입맛을 살려주는 게 병어다. 뼈째 잘게 썬 도톰한 살을 된장에 찍어 마늘과 함께 깻잎에 싸서 먹으면 고소함으로 입맛을 되살릴 수 있다. 무와 감자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졸인 병어찜 또한 여름철 밥도둑이라 할 만큼 별미다. 삼복 7∼8월이 되면 든든한 보양식의 대명사 민어가 우릴 반긴다. 지금은 귀하고 비싼 가격 때문에 고급스런 생선으로 변했지만 과거 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말복을 지내고 9월로 가면 민어와 임무교대(?)를 하는 국민 생선이 전어다. 일단 굽는 냄새부터 입맛을 당긴다고 해서 그를 빗댄 속담도 많다. ‘집 나간 며느리…’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가을이면 고소한 맛이 깊어져 깨 서 말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전어. 주로 회나 구이로도 먹지만 젓갈을 담그기도 한다. 어린 새끼로 담근 젓은 엽삭젓 또는 뒈미젓이라고 하며, 내장으로 담근 것은 아젓 또는 전어속젓이라고 한다. 모래주머니 모양의 위만을 모아 담근 젓은 밤젓 또는 돔배젓이라 부른다. 전어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값싸고 맛있는 전어는 언제나 인기다.

 

▲ 싱싱하고 물좋은 활어가 생생한 인천 소래포구에서 ⓒ 2014 한국의산천  

 

“그 흔하디흔한 물고기의 이름이 하필 전어(錢魚)라니/ 손바닥만한 게 바다 속에서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어쩌면 물속에서 일렁이는 동전을 닮아 보이기도 했겠다” 김신용의 시 ‘전어’의 한 토막이다. 횟집 수족관마다 은빛 나는 가을 전어가 그득해지는 계절이다.

 

  전어가 가을철 ‘국민생선’이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1980년대만 해도 전어는 산지인 3남(호남·영남·충청)에서 주로 먹었다. 1990년대 들어 운송·보존기술의 발달로 전국 어디서나 전어 굽는 냄새가 진동하게 됐다. 이제는 9월이면 온 국민이 전어를 꼭 맛봐야 한다는 강박증까지 생겼다는 게 음식평론가 황교익 씨의 촌평이다.

 

  전어라는 명칭의 유래에 대해 실학자 서유구는 ‘임원경제지’(1827년)에서 서울의 양반, 서민 할 것 없이 소금에 절인 전어를 ‘돈(錢) 귀한 줄 모르고 먹는 생선’이라고 기록했다. 정약전은 ‘자산어보’(1814년)에서 모양새가 화살촉을 닮았다 하여 전어(箭魚)라고 썼다. 지역에 따라 새갈치, 엿사리, 전어사리 등으로 불리며 동해에선 어설키라고 한다.

 

  봄철 도다리라면 가을에는 단연 전어다. 한자로 ‘가을 물고기’라는 뜻의 추어(鰍魚·미꾸라지)도 가을 전어에는 어림없다. 청어과의 난류성 어종인 전어는 봄에 북상해 7~8월 산란을 마친 뒤 9~10월이 한창 기름기가 오르고 살이 붙을 때다. 11월 중순 이후엔 뼈가 억세진다. 따라서 추석 전후 보름이 전어맛이 가장 좋은 시기다.

실제로 가을 전어는 기름기가 봄철의 3~4배에 달해 고소하기 그지없다. 오죽하면 속담에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 말이라고 했다.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지만, 며느리 친정 간 사이에 문 걸어잠그고 먹는다는 얌통맞은 속담도 있다. 제철이 지나면 쓸모없다는 뜻으로 ‘물 넘은 전어’라고 비유한다.


  전어는 길이가 15㎝ 이상 돼야 제맛이 난다. 뼈째 먹으면 같은 양의 우유보다 칼슘을 배 이상 섭취하는 셈이라고 한다. 살이 올라 20㎝ 이상인 전어는 ‘떡전어’라고 부르는데, 이때는 굽거나 뼈를 바르고 회를 떠 먹는다. 밤톨처럼 생겨 밤젓이라고 부르는 전어 창자는 젓갈로도 별미다. 머리끝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다.

 

  전어철을 맞아 보성, 섬진강, 삼천포항, 보령, 서천, 부산 등지에서 ‘전어 축제’가 한창이거나 곧 열린다. 주말엔 전어구이와 회를 안주 삼아 소주 한잔 해야겠다. [오형규 논설위원]

 

 

추석... 며느리 왔구나 [기사정리 Chosun.com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전어 통채로 뜯어먹는 사천,회에 참깨를 뿌려먹는 보성 .... 지역 따라 먹는 법 너무 다르더라

 

 

 

남해안이 고향인 분들, 올 추석에는 ‘식도락적 행운’을 맞으셨습니다. 특히 전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대박’입니다. 가을 전어가 제대로 맛이 들었습니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만 추석을 전후로 전어가 제철의 한복판에 들어갈 전망입니다. 남해안의 유명 전어 산지 다섯 곳을 소개합니다.

 

 

▲ 통째 먹는 전어 - 뼈회(일명 세꼬시)가 버거웠다고? ‘통마리’에 비하면 약과다. 전어 대가리와 내장만 제거한 다음 통째로 씹어 먹는, 뼈회 중에서도 ‘하드코어’ 스타일의 뼈회다.
경남 사천에서 어부들이 즐겨 먹던 방식으로 사천에서는 여전히 이렇게 전어를 즐기는 이가 많다고 한다.

이틀에 걸쳐 255㎞를 달려 전어로 유명하다는 부산 명지시장, 경남 진해, 사천 대포, 전남 보성 율포, 광양 망덕포구를 찾아가 그곳의 전어를 맛봤다. '전어가 거기서 거기지'라며 출발했지만, 큰 착각이었다. 전어의 맛도, 먹는 방식도 어쩌면 그렇게 지역마다 다른지. 한국, 작지만 풍성한 맛의 땅임을 새삼 확인했다.

지역 따라 너무 다른 '가을의 맛'

전어 맛도 모양도 다르다

 

▲ 전어를 먹은 경력이 10여 년에 불과한 서울 등 대도시와 달리 오래전부터 전어를 먹어온 지역답게 먹는 방식에서도 내공이 빛났다

 

  남해 전어는 배가 나오고 통통한 편으로, 길고 날렵한 모양의 서해 전어와 구분된다. 이번에 둘러보니 남해 전어도 산지마다 조금씩 차이가 났다. 부산과 진해 등 경남 남해에서 잡히는 전어는 등이 푸른빛을 띠었다. 하지만 전남으로 갈수록 푸른빛이 옅어지면서 전체적으로 은색에 금빛이 군데군데 돌았다. 보성 율포 전어는 회로 썰면 뽀얗게 흰빛이 날 정도로 기름이 많고 살이 부드러운 반면 부산·진해, 사천 대포 전어는 상대적으로 기름이 적고 살이 단단했다.

 

회 써는 법도 다르다

  육질이 다르다 보니 회 뜨는 모양도 차이가 났다. 부드러운 보성 율포 전어는 회를 약간 두껍게 썰어서 씹는 맛이 살아나도록 한다. 반면 살이 단단한 진해·부산·사천 전어는 보성보다 훨씬 얇게 회를 썰어냈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 있는 광양 망덕포구는 전어 육질도 보성과 진해·부산·사천의 중간쯤이고 회도 중간 두께로 썰었다. 자기 지역 전어가 어떤 맛이고, 어떻게 썰어야 최고의 맛을 내는지가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된 결과다.

 

먹는 법도 다르다

  전어를 먹은 경력이 10여 년에 불과한 서울 등 대도시와 달리 오래전부터 전어를 먹어온 지역답게 먹는 방식에서도 내공이 빛났다. 가장 독특하고 강한 '포스'를 발휘하는 곳은 사천 대포였다. 이곳 어부들이 즐겨 먹는다는 '통마리'는 전어 대가리와 내장만 제거한 몸통을 통째로 집어 들고 이로 뜯어 먹는다. 부산 명지와 진해에서는 전어 뼈회(일명 세꼬시)를 뜰 때 동전처럼 동그랗고 도톰하게 뜨기도 한다. 전어(錢魚)가 돈 전(錢)자를 쓴다는 걸 감안하면 무척 어울리는 방식이다. 보성 율포에서는 전어회에 참깨를 듬뿍 뿌려 낸다. 참깨가 빠지지 않는 전라도 요리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양하고 풍성한 맛을 즐기는 남도. 전어회를 담을 때도 봉긋하게 접시에 올려서 같은 양이라도 훨씬 많아 보인다.

 

담는 법도 다르다

 보성에서는 전어회와 회무침, 구이를 합쳐 '전어 코스'라는 이름으로 판다. 다양하고 풍성한 맛을 즐기는 남도답다. 전어회를 담을 때도 봉긋하게 접시에 올려서 같은 양이라도 훨씬 많아 보인다. 경상도에는 이런 아기자기함은 없다. 전어회를 접시에 납작하게 꾹꾹 눌러 담는다. 무침도 구이도 없고 오로지 회다. 물론 회는 뼈를 발라내고 살만 썬 일반 회와 뼈회 두 가지가 있기는 하다. 모양 내지 않고 투박하지만 실속 있는 스타일이다. 어디가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주어진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만들어낸 최적의 방식들이다.

 

전어, 어디 까지 먹어 봤니

부산 명지시장

 

 

부산 명지시장 ‘산수갑산’ 전어뼈회(세꼬시)

  낙동강 하구 부산 서쪽 끝에 있는 명지시장은 전어축제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개최한 곳 중 하나다. 명지시장 전어축제위원장 성선기씨는 "8월 초부터 전어를 팔기 시작해 11월 말까지 낼 것"이라며 "가덕도 부근에서 잡은 전어가 대부분이고 통영 쪽에서도 들여온다"고 말했다. 회와 구이 2가지를 주로 낸다. 회무침을 파는 식당은 별로 없다. 회는 뼈를 발라내고 살 안 떠낸 일반적인 회와 뼈회 2가지가 있다.

 

  명지 전어를 맛보기 위해 성씨에게 소개받아 '산수갑산'(051-271-0240)을 찾았다. 이 식당 사장 하기석(54)씨는 "이 시장 웬만한 식당은 경력 30년이 넘어 칼솜씨가 좋다"며 전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듬었다. 전어 여러 마리가 찬물에 담겨 있다. 피를 빼기 위함이다. 이 중 한 마리를 도마에 놓고 잘 벼린 칼로 대가리를 따낸다. 이어 배 맨아래 끄트머리를 잘라낸다. 이 지역에서 '뱃봉'이라고 부르는 부위다. 하씨는 "뼈가 많고 뻐세서(억세서) 먹기 힘든 부위"라며 "쪼사서(다져서) 막장에 버무려 먹는 부산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대가리와 내장, 뱃봉을 제거한 전어 몸통을 거즈 사이에 넣고 꼭 눌러 물기를 제거한 뒤 반으로 갈라 뼈를 떠내고 세로로 길게 썰면 일반적인 회가 된다. 뼈회는 뼈가 그대로 든 몸통을 사선으로 썬다. 단면이 ㅅ자 또는 화살촉 모양이다. 하씨는 "그냥 뼈회와 '돈대로' 뼈회 2가지 방식이 있다"며 다시 뼈회를 썰기 시작한다. '돈대로' 뼈회는 사선으로 썰되 전어와 칼날의 각도가 작고, 두툼하게 썬다. 하씨가 이렇게 썬 뼈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동그랗고 가운데가 뚫린 게 엽전 같다.

시세에 따라 달라지나 식당에선 접시당 4만·5만·6만원, 시장 생선가게에선 1㎏에 2만2000~2만3000원쯤 한다. 하씨는 "전어회는 젓가락으로 한 움큼 집어서 막장에 팍 찍어가 야채 없이 입안 가득 넣고 우적우적 씹어 먹어야 제맛"이라고 알려준다.

 

사천

 

 

  사천대교를 건너 그림처럼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달리다 보면 대포라는 한적한 포구가 나타난다. 삼천포어시장 상인들의 "사천 앞바다에서 잡히는 진짜 사천산 전어만 파는 식당들이 있다"는 소개로 찾아갔다. 횟집이 대여섯 모여있고, 이 중 조금 떨어진 '미룡자연산횟집'(055-835-2411)으로 들어갔다.

 

  "여기선 전어를 어떻게 먹느냐"고 물으니, 식당 주인 서연갑씨는 "원하는 대로 잘라준다"고 했다. 다시 "원하는 대로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세꼬시(뼈회)도 있고, 그냥 회도 있고, '통마리'도 있고…"라고 했다. 그래서 "이곳 분들이 드시는 스타일 다 달라"고 했다. 무려 4가지 전어회가 나왔다.

우선 일반적인 회. 뼈를 떠내고 길게 잘랐다. 이어 흔히 볼 수 있는 뼈회. 그 옆으로 도저히 회라고 볼 수 없는, 칼 대지 않은 전어 몸통이 통째로 접시에 올라 있었다. 서씨는 "그게 통마리"라고 했다. 대가리와 내장, 꼬리만 제거한 전어 몸통이었다. "사천 어부들이 배에서 전어를 먹는 스타일입니다. 씹는 맛 좋아하는 분들이 더러 그리 달라 해요."

 

  참…. 뭐라 말하기 힘든 강렬한 인상의 전어회였다. 손으로 통마리를 집어서 막장을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이로 전어 몸통을 깨물어 잘라내야 했다. "우득우득" 잔뼈 부러지는 소리와 질깃하게 늘어나는 껍데기가 묘한 식감(食感)을 만들어냈다. 웬만큼 엽기적인 음식도 잘 먹는 편이나, 이건 두 입 이상 먹기가 버거웠다. 통마리 옆에 세꼬시 한 점을 집었더니, 세 점이 한꺼번에 딸려 올라왔다. 세꼬시가 덜 잘린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통마리를 서너 토막으로 자르고 칼집을 넣은 겁니다. 일반 세꼬시보다 더 씹는 맛을 즐기고 싶은 분들이 이걸 먹지요."

 

  전어구이가 환상적이다. 너무 크지 않은 전어를 골라 노릇하게 구웠다. 껍질은 얇고 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하고 부드럽다. 프랑스 최고의 파티시에(patissier)가 구운 크루아상 같다. 대가리째 씹어도 뼈가 억세지 않고, 내장은 쌉쌀하면서 동시에 고소하다. 회건 구이건 접시당 3만·4만·5만원 받는다. 다른 곳에선 그 자체만으로 고급 메뉴인 새조개가 반찬으로 나온다. 2~3년 전부터 이곳 앞바다에서 겨울에 많이 난다고 한다.

 

광양 망덕포구

 

지역따라 전어에 따라 회 써는 두께도 다르다.

 

  전남 광양 망덕포구에 있는 '바다횟집'(061-772-1717)에서 전어회를 먹으니 마치 간을 하기라도 한듯 희미한 짠맛이 났다. 이 짠맛이 전어가 가진 감칠맛과 고소한 맛을 한층 깊고 진하게 했다.

  

주인 김상철(56)씨에게 물으니 "회에 무슨 간을 하느냐"며 "지하수로 씻기만 해서 내놓는다"고 했다. 그러더니 그가 "바닷가라서 짠물이 섞인 지하수라 그럴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하수를 맛봤다. 확실히 짰다. 그는 "민물에 씻으면 고기가 비리다"면서 "이 지하수로 씻어서 망덕 전어가 비리지 않고 맛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럴 것 같기도 했다.

 

  김씨는 "하동 철교 밑 섬진강 하구에서 잡은 전어를 쓴다"고 했다. "7월 20일쯤부터 나왔고 9월 중순 가장 기름이 올랐다가 10월 말, 11월 초까지 나올 것 같아요." "따닥발이"로 잡는다고도 했다. 따닥발이란 커다란 그물로 잡아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배에서 작은 그물로 잡은 다음 하나씩 손으로 떼어낸 전어라는 뜻이다. 비늘이며 몸 상태가 더 온전하고 신선한 데다 스트레스를 덜 받아 맛이 더 좋다는 게 이곳 사람들 말이다.

 

  여기 전어는 전남 보성 율포와 경남 사천 대포 전어의 중간쯤 되는 맛이다. 전라도와 경상도 중간에 놓인 광양의 지리적 조건과 일치한다. 육질의 단단함도, 감칠맛도, 기름진 정도도 중간쯤이다. 먹는 이에 따라선 가장 이상적으로 균형 잡힌 맛의 전어라고 할 수도 있을 듯싶다. 그래서 전어회를 썬 두께도 보성과 사천 중간쯤이다. 옆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 사이에서는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가 뒤섞여 오고간다.

 

  전어회·구이·무침이 각각 4만원이다. 3가지 모두 나오는 '전어 풀코스'는 6만·7만·8만원짜리가 있다. 망덕포구는 백합조개도 살이 야무지고 감칠맛이 진하기로 이름 높으니 함께 맛보아도 좋겠다. 1㎏에 4만원이다.

 

보성 율포

 

 

▲ 보성 율포 '해돋이횟집' 전어회무침

 

  전남 보성IC를 통과해 봉화산을 넘어 차밭 사이로 굽이굽이 이어지는 고갯길을 넘어 율포로 가는 길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부드러운 차산(茶山)에 둘러싸인 포근한 바다에서 자라는 전어는 기름지고 부드러웠다. 그래서인지 율포 '해돋이횟집'에서 맛본 전어회는 이전까지 맛본 부산·진해·삼천포·광양의 전어보다 두툼하게 썰려 나왔다. 더 두툼하게 썰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즐기면서 씹는 맛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라도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에 참깨와 참기름이 뿌려져 나오는데, 여기 전어회도 마찬가지였다. 갓 볶아 신선한 참깨가 씹을 때마다 톡톡 터지면서 전어회에 고소함을 더했다. 하지만 참깨의 강한 맛과 향이 전어를 가린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전어회를 접시 가운데 봉긋하게 담아 눈으로 보기에 더욱 먹음직스러우면서 양이 많아 보이게 한 점도 경상도와는 달랐다.

 

  초고추장과 각종 채소를 넣어 버무린 전어회무침을 먹어보니, 역시 전라도였다. 맵고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절묘하게 서로 균형을 잡으며 전어가 가진 고소함을 극대치로 끌어올린다. 대접에 따뜻한 밥 한 덩어리를 넣고 회무침과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인 데다 배까지 부르다. 매운 입을 달래려 물병에 담긴 물을 따라 마셔 보니 녹찻물이다. 녹차의 고장답다.

 

  구이는 기름이 잘 오른 큰 전어를 사용했다. 살이 많고 부드러워 먹을 만했으나, 뼈가 억세서 대가리부터 통째로 씹어 먹을 수는 없고 살을 발라 먹어야 했다. 식당 종업원은 "(율포 앞) 득량만에서 잡은 2~3년짜리 큰 전어를 주로 쓴다"고 했다. 전어는 전체적으로 흰색에 가까운 은빛에 등에는 까만 점들이 줄지어 박혀 있다. 푸른빛이 전혀 돌지 않아서 경남의 전어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전어회·무침·구이가 각각 3만·4만·5만원이다. 3가지 다 맛보는 '전어코스'는 10만·12만원짜리가 있다.

 

진해

 

동전 모양으로 썬 창원 진해 '김해식당' 전어뼈회

 

진해

 진해는 '떡전어'를 지역 특산품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떡전어란 보통 몸길이 20㎝ 이상 되는 큼직한 전어를 말한다. 종류가 다르거나 진해에서 나는 전어로 한정되는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진해 앞바다에서 워낙 큰 전어가 많이 잡히다 보니 '진해 떡전어'로 오래전부터 이름이 났다.

 

  진해 용원동 어시장 안팎으로 횟집이 여럿 있다. 이 중 '김해식당'(055-552-2123)은 유명 정치·기업인의 사인이 담긴 액자가 줄 맞춰 걸린 횟집이다. 이 집 사장 안종택씨는 "진해만에서 잡히는 전어는 회를 떠보면 물기가 없이 꼬들꼬들 육질이 차지고 단맛이 난다"며 "다른 곳보다 짠물(바닷물)이 많이 들어가 그렇다"고 했다.

진해에서는 7월 말부터 전어가 나기 시작해 9월에 전성기를 맞았다가 10월 말까지 어시장의 '스타'로 활동하다가, 11월 감성돔, 이어 겨울이 되면 대구에게 주인공 자리를 넘긴다.

 

  이곳 전어는 부산 명지시장에서 본 것처럼 등이 푸른빛이나, 노르스름한 빛깔이 조금 섞였다는 게 좀 달랐다. 일반 회와 뼈회, 동그랗게 동전 모양으로 썬 '돈대로' 뼈회 3가지 방식으로 상에 올랐다. 진해 사람들은 9월 초까지는 전어를 주로 회로 즐기다가 중순쯤 기름이 오르면 구이로 먹는다. 살에 붉은빛이 진하게 돈다.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옆으로 통통한 것이 살이 튼실하다. 씹으니 단단하다. 기름지다기보다 생선살 자체의 감칠맛이 강하다.

 

  전어를 이 식당에서는 접시 단위로 파는데 크기별로 5만·8만·10만원짜리가 있다. 접시가 그리 크지 않다 싶은데 먹다 보면 보기보다 양이 많다. 모양내지 않고 꾹꾹 눌러 담는 게 경상도답달까. 밥이 1공기 2000원으로 좀 비싸다 싶었는데, 제대로 끓인 생선 매운탕뿐 아니라 꽃게 된장국까지 딸려 나오는 걸 보고 바가지는 아니구나 했다. - [기사정리 Chosun.com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2>전어

 

 

 

전어
                        ― 김신용(1945∼)

 

참, 동전 짤랑이는 것 같기도 했겠다
한때, 짚불 속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구워지던 것
비늘째 소금 뿌려 연탄불 위에서도 익어가던 것
그 흔하디흔한 물고기의 이름이 하필이면 전어(錢魚)라니―
손바닥만 한 게 바다 속에서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어쩌면 물속에서 일렁이는 동전을 닮아 보이기도 했겠다
통소금 뿌려 숯불 위에서 구워질 때,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그 구수한 냄새가 풍겨질 때, 우스갯소리로 스스로 위로하는
그런 수상한 맛도 나지만, 그래, 이름은 언제나 상형(象形)의 의미를 띠고 있어
살이 얇고 잔가시가 많아 시장에서도 푸대접 받았지만
뼈째로 썰어 고추장에 비벼 그릇째 먹기도 했지만
불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가는 냄새는, 헛헛한 속을 달래주던
장바닥에 나앉아 먹는 국밥 한 그릇의, 그런 감칠맛이어서
손바닥만 한 것이, 그물 가득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그래, 빈 호주머니 속을 가득 채워주는 묵직한 동전 같기도 했겠다
흔히 ‘떼돈을 번다’라는 말이, 강원도 아오라지쯤 되는 곳에서
아름드리 뗏목 엮어 번 돈의 의미를, 어원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바다 속에서, 가을 벌판의 억새처럼 흔들리는 저것들을
참, 동전 반짝이는 모습처럼 비쳐 보이기도 했겠다

 

錢魚,

 

언제나 마른 나뭇잎 한 장 같던 마음속에
물고기 뼈처럼 돋아나던 것

 

    내 세대 시인들이 밤이면 인사동쯤 술집에서 홍상수 영화 속에서 볼 법한 장면을 연출하던 1988년, 김신용 시집 ‘버려진 사람들’이 출간됐다. 지게꾼, 걸인, 행려병자, 사창가 여인들 등 소위 ‘밑바닥’ 사람들의 삶이 생생히 그려진 ‘버려진 사람들’은 시인이 ‘그곳’ 일원이었다는 것, ‘그곳 사람’에 대한 통념을 깨도록 그가 쓴 시들이 ‘문학의 아우라’로 영롱하다는 것으로 우리 ‘제도권’ 시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시인의 기억을 따라, 전어가 정말 ‘물속에서 일렁이는 동전을’ 닮았는지, 횟집 수족관을 들여다봐야지. 깻잎에 쌈장을 바르고 그 위에 전어 한 점과 마늘 한 점, 풋고추 한 점을 올려 입에 쏙 넣으면, 맛있다는 말 외에 뭘 더 덧붙일지 모를 전어회. 전어는 서민들과 친한 생선이다. 가을바람 속 시장통 포장마차에서 전어회 한 접시와 소금 솔솔 뿌려 구운 전어구이 한 접시 앞에 놓고 친구와 소주 한잔하면 어떠리. 가을이 깊어갈수록 전어 맛도 깊어간단다. [황인숙 시인]

 

 

 

가을 전어 
                             -  정일근

시인이여,
저무는 가을 바다로 가서 전어나 듬뿍 썰어달라 하자
잔뼈를 넣어 듬성듬성한 크기로 썰어달라 하자
바다는 떼지어 헤엄치는 전어들로 하여 푸른 은빛으로 빛나고
그 바다를 그냥 떠와서 풀어놓으면 푸드득거리는 은빛 전어들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을을 어찌하지 못해 속살 불그스레 익어
제 몸 속 가득 서 말의 깨를 담고 찾아올 것이니
조선 콩 된장에 푹 찍어 가을 바다를 즐기자

제철을 아는 것들만이 아름다운 맛이 되고 약이 되는니
가을 햇살에 뭍에서는 대추가 달게 익어 약이 되고
바다에서는 전어가 고소하게 익어 맛이 된다
 
사람의 몸속에서도 가을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법이니  
그 빈자리에 가을 전어의 탄력있는 속살을 채우자
 
맑은 소주 몇 잔으로 우리의 저녁은 도도해질 수 있으니
밤이 깊어지면 연탄 피워 석쇠 발갛게 달구어 전어를 굽고 
생소금 뿌리며 구수한 가을 바다를 통째로 굽자
한반도 남쪽 바다에 앉아 우리나라 가을 전어 굽는 내음을
아시아로 유라시아 대륙으로 즐겁게 피워 올리자

 

금빛 꼬리에 큰 놈이 자연산… 15㎝짜리가 제일 맛나지요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

 

자연산 전어, 어떻게 구분할까

 

 전어 양식산과 자연산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꼬리를 보는 것이다. 깊은 바다에 사는 자연산은 꼬리가 노란빛이고 빗자루처럼 거칠다. 반면 양식장에 갇혀 사는 양식산은 수면 가까운 곳에 지내기 때문에 태양빛을 많이 받아 검은색을 띠며 둥글게 잘 정리돼 있다.

 전어는 자연 상태에서는 생각보다 오래 산다. 만 1년이면 11㎝ 전후, 2년이면 16㎝, 3년이면 18㎝, 6년이면 22㎝ 전후가 평균적인 신장이다. 드물게 30㎝까지 자라기도 한다. 보통 20㎝가 넘는 큰 전어를 떡전어라고 하는데, 2~3년생일 가능성이 크지만 태생이 큰 놈일 수도 있다. 사람도 크게 태어나기도 하고 작게 태어나기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양식은 낮은 수온의 영향을 받아 가을을 넘겨 살지 못한다. 대도시에서 파는 작은 전어는 대부분 양식산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은 2년 전후 15㎝짜리 전어를 가장 맛있다고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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