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아득한 산길,
영월, 정선, 태백, 삼척을 아우르는
폐광지역 걷는 길, 운탄고도 1330
1330은 전체 길 중에 가장 높은 곳인 함백산 ‘만항재’의 높이를 말한다.
계절마다 피는 야생화 군락과 단풍 터널, 순백의 설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높고 아득한 산길, 그리고 산과 산들의 주름은 장쾌한 풍경으로 가득한 운탄고도.
평균 고도 546m, 총 길이 173.2km의 길로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하여 삼척 소망의 탑까지 이어지는 운탄고도는
석탄을 싣고 달리는 차들이 오가던, 최고 높이 1,330m의 정선 만항재를 포함해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고,
한때 지역과 대한민국의 부흥을 이끌었던 탄광의 흔적도 마주할 수 있다.
운탄길 전체코스
1길 15.6km
2길 18.8km
3길 16.83km
4길 28.78km
5길 15.7km
운탄고도1330 6, 7, 8, 9길 보기>>>
https://koreasan.tistory.com/15607830
[운탄고도 1330 1, 2길] 173km 대장정 위한 몸풀기
서현우 입력 2022.09.06 09:33 수정 2022.09.08 08:06
사진(제공) : 이신영 기자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기사스크랩하기 바로가기
1~2길 미니가이드
1길 영월통합안내센터~각동리 입구 15.6km+2길 각동리 입구~모운동 18.8km
운탄고도 1길이 시작되는 곳엔 단종 유배지 청령포가 있다. 길은 직접 청령포로 들어가지 않고 강 건너편을 지난다
운탄고도1330 대장정이 시작되는 1~2길은 남한강을 따라가며 영월의 특색 있는 마을들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 마을들은 카누, 김삿갓, 와인 등 제각기 지역 역사나 향토 특산물을 소재로 한 테마 여행지로 인기 높다. 따라서 서둘러 완주하기보다 마을에 닿을 때마다 골목골목을 돌아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운탄고도 1길 시작지점인 영월관광센터.
운탄고도1330이 시작되는 곳은 영월관광센터 내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다.
여기서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를 살짝 강 건너로 본 뒤 청령포역을 지나 팔괴교를 건넌다.
이후 길은 큰 오르내림 없이 남한강변을 따라 이어진다.
버드나무 거목이 인상적인 팔괴2리 카누마을이다. 카누와 카약을 체험할 수 있는 카누캠프가 있다.
정양교를 왼쪽에 둔 채 길은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태화산 북서릉 산자락을 오르는 숲길이다. 오르막을 한 번 넘으면 길론골 마을길로 접어들며, 각동리 입구에서 1길이 끝난다.
각동리에서 여정을 마친 후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인근 4억 년 전 자연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고씨동굴에서 땀을 식히는 것도 좋다.
2길도 1길과 비슷하게 초반엔 평이하고 후반에 고도를 높인다.
가재골로 한 번 파고들었다가 작은 구릉을 넘어 대야리로 내려선다.
또 한 번 여기서 야산을 하나 넘으면 길 곳곳에 방랑객 김삿갓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김삿갓마을이다.
예밀마을에선 와인 시음과 족욕이 가능하다.
예밀마을에선 ‘와인 족욕’ 가능
김삿갓마을에서 예밀교를 건너 예밀마을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사실 여기까지는 운탄고도 1330 표지기가 아니라 외씨버선길 표지기를 따라도 무방하다.
영월관광센터에서 김삿갓마을까지는 외씨버선길 13코스와 12코스 일부 구간이 겹치기 때문이다.
차도를 따라 예밀교차로를 지나 골짜기 사이에 꼭꼭 감춰진 예밀마을로 들어선다.
포도 향이 물씬 풍기는 이 마을은 와인이 특산물이다.
한 잔의 와인으로 갈증을 달래도 좋고, 예밀와인힐링센터에서 와인향 그윽한 온수에 발을 담그고 족욕을 즐기며 잠깐 피로를 날려도 좋다.
1~2길은 남한강변을 따라 길이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예밀마을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종점인 모운동마을까지 줄곧 이어지는 오르막을 견뎌낼 수 있다.
장재터까지 골짜기를 따라 오른 뒤 구불거리는 차도로 모운동을 향한다.
구름이 모이는 마을이란 뜻의 모운동은 망경대산 자락 700m 고지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방영된 예능프로그램 ‘운탄고도 마을호텔’ 촬영지인 이곳은 주민들이 직접 그린 벽화가 마을을 수놓고 있어 아름답고 아늑하다.
교통
1길 출발점인 영월센터는 영월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6분 거리다.
2길 출발점인 각동리 입구까지는 영월버스터미널에서 15번 버스가 1일 5회(06:50, 08:50, 11:30, 14:50, 17:50) 운행한다. 2길 종점인 모운동마을에서는 영월버스터미널로 가는 17번, 17-1번 버스가 1일 4회(06:10, 09:55, 13:55, 18:20) 다닌다.
운탄고도1330 최성범 센터장 미니인터뷰
“다른 길과 다르게 백패킹할 수 있게 할 것”
Q 운탄고도1330이 다른 길과 다른 점은?
A 아무래도 석탄을 나르던 해발고도가 높은 광산지역 4개 시군의 길을 이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평균 해발 600m, 길 중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은 1,330m다.
Q 길을 조성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A 여러 시군을 지나는 길이라 유관단체가 많아 협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아직 삼척구간은 철길 따라 걷는 구간의 데크 공사도 덜 끝났다. 가급적 서둘러서 정식 개통일인 10월 1일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려고 한다.
Q 전체 9개길 중 가장 좋아하는 건?
A 3길이다. 3길은 운탄고도가 시작되는 상징적인 곳이기도 하고, 기점인 모운동마을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Q 운탄고도1330을 100% 즐기려면 어떻게 걷는 게 좋나?
A 천천히, 천천히 걸어줬으면 좋겠다. 마을 관광도 하고 좋은 곳에선 체류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대중교통문제도 지자체와 협의해 최대한 걷는 이들의 편의를 보장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백패킹으로 다녔으면 한다.
현재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각 시군별 거점안내소에 백패킹 사이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주변과 연계해 샤워시설도 마련할 거다. 이미 모운동에 들어설 거점안내소 백패킹 사이트는 협의가 완료됐다.
올해 영월과 정선을 마무리하고 내년에 태백과 삼척에 만들 예정이다.
국내에 백패킹을 장려하는 걷기길이 매우 드문 만큼 기대해 줬으면 한다.
1길 15.60km
2길 18.80km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운탄고도 1330 3길] 산업화 주역 아버지들이 걷던 길
서현우 입력 2022.09.06 09:33 수정 2022.09.08 08:05
사진(제공) : 이신영 기자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기사스크랩하기 바로가기
3길 코스가이드
3길 모운동~예미역 16.8km
삐뚤빼뚤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마을 지역 주민이 직접 그려 더욱 정겨운 모운동 벽화 마을
무엇이 그토록 한스러운지, 옥동광업소 갱도에선 한여름에도 서슬 퍼런 냉기가 토해져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냉기가 습기를 응결시켜 작은 물안개가 떠 있을 정도다.
신비로운 물안개 너머로 얼마나 속이 깊은지 알 수 없는 갱도의 검은 심연을 들여다본다.
아버지들이 그 속에 있었다. 아버지들이 삶의 애환을 담고 걸어 오르내리던 길, 운탄고도1330 3길이다.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아버지들이 살던 모운동이 3길 출발점이다.
길은 여기서 망경대산 턱 밑까지 치고 오른 뒤 자락을 휘돌아 북쪽 드룹산 방면 지능선을 따르다 골짜기로 떨어져 석항역과 예미역으로 간다.
총 16.8km. 전반부는 산 곳곳에서 캔 석탄, 납을 실어 나를 때 만들어진 거미줄 같은 임도, 중반부는 완연한 숲길, 후반부는 마을길로 구성돼 있어 도보여행의 세 가지 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모운동에선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운탄고도 마을호텔'을 촬영했다. 촬영 때 사용됐을 안내 표지판이 그대로 남아 있다.
광부의 애환 어린 모운동 마을
고개를 넘어 도착한 구름도 쉬어가는 마을 모운동募雲洞은 아담하고 깔끔하다.
마을 입구 정자에 객을 위한 무료 차가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부터 마을의 넉넉한 인심이 짐작된다.
이 작은 마을에 1980년대에는 무려 1만 명이 넘는 주민이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마을 뒷산인 망경대산의 옥동광업소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과 가족들은 1989년 탄광이 문을 닫자 뿔뿔이 흩어졌다.
지금은 드문드문 남은 폐건물들만이 그들의 존재를 증명해 주고 있다.
이젠 주민이 몇 십 명 남짓밖에 남지 않았으나 쇠락하는 마을답지 않게 세련됐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그린 동화그림들이 마을 벽을 수놓고 있고, 마을 길 옆으로는 만수국, 루드베키아, 버베나가 만발해 있다.
비결은 최근 방영된 TV예능 <운탄고도 마을호텔> 덕분. 촬영을 기해 마을 환경정화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는 후문이다.
굽이굽이 오르는 길을 따라 마을 뒤편으로 올라선다.
취재에 동행한 유튜버 ‘러닝해영’ 조해영씨는 벌써 성큼성큼 앞서간다.
길은 삼거리에서 임도로 접어든다. 마치 고대 유적처럼 남은 동발제작소와 광부의 샘이 나온다.
동발은 갱도가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나무기둥을 일컫는다.
광부의 샘은 ‘도롱이 제2연못’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데 과거에는 광부들이 동전을 던지며 자신의 안전과 가족의 행복을 기원했던 곳이다. 지
금은 못 안에 동전 대신 무당개구리와 케케묵은 낙엽이 한 가득이다.
황금폭포전망대 발치에서 만날 수 있는 광부 조각상. 작품명은 ‘휴식’이다.
광부처럼 힘찬 걸음을 내딛는다. 황금폭포전망대가 길 오른편에 솟아 있다.
마을 주민들이 폐광된 옥동광업소에서 흘러나오는 용출수를 끌어다 만든 폭포다.
탄광에서 나온 물이라 철분이 많아 황금색을 띤다. 그래서 황금폭포다.
작은 골짜기 정도로 얕잡아 봤던 벼리미골은 막상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뜨악스럽게 깊다.
골 끝까지 황금빛으로 흘러내리는 유려한 황금물의 전모를 들여다보기에는 전망대의 위치가 조금 아쉽다.
드론으로 본 황금폭포. 깊고 깊은 벼리미골로 떨어지며 황금빛 줄무늬를 바위에 새겨넣고 있다.
광부 동상을 지나치면 폐광된 옥동광업소가 지척이다.
탄광 입구 앞에는 1987년에 만든 목욕탕이 있다. 지금은 박쥐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탕 뒤편으로 흐르는 황금색 물을 따라가면 갱도 입구가 나온다.
산의 반대쪽까지 관통된 긴 갱도인데 지금은 내부의 샘에서 흘러나온 물로 가득 찼다.
콸콸 넘치도록 솟아난 물은 신비로운 물안개를 피워낸다.
물안개가 서린 옥동광업소 탄광 입구.
다시 임도로 돌아와 고도를 높이면 산중에 갇혀 있던 시야가 터지면서 모운동 마을 꼭대기 위에 서게 된다.
마을 너머로 소백산국립공원의 줄기가 빚어낸 마대산의 장쾌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뻐근한 임도 여행에서 시원한 전망에 목말랐던 이들의 갈증을 깨끗이 씻어주는 장면이다.
모운동 마을 상단 임도에서 바라본 마대산자락. 간만에 만난 시원한 경치다.
망경대산 지나면 산길로 접어들어
광부의 이야기는 임도를 따라 계속 펼쳐진다.
산자락을 굽이굽이 오르다보면 산비탈이 깎여나간 옛 옥동납석광업소가 나온다.
이곳 역시 1989년에 폐광된 곳으로 조각재나 타일, 유약 등에 사용된 납석(곱돌)이 채굴된 곳이다.
흙을 조금만 걷어내도 탄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노천탄광이었다.
광업소를 지나선 걸음에 속도를 붙인다.
이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임도에서 이지선다, 많게는 사지선다 문제를 계속 풀어야 한다. 물론 정답인 길에는 운탄고도1330 이정표나 표지기(등산리본)가 꼬박꼬박 붙어 있으므로 어려울 것은 없다.
싸리재를 넘고, 만봉불화박물관이 들어서 있는 만봉사 갈림길을 지나친다. S자로 굽이치며 길은 망경대산 정상 턱 밑까지 솟구친다.
수라삼거리에서 살짝 북쪽으로 내려서면 넓은 고랭지 배추밭을 만날 수 있다. 길은 이쪽으로 나 있지 않지만 잠깐 들려 둘러볼 만한 경치다.
망경대산 정상을 스치듯 지나가면 길은 북쪽으로 뻗는다.
여기서 동쪽 영광산 방면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드룹산 방면 북쪽 임도를 고른다.
길을 따르면 고랭지배추밭을 앞에 두고 펼쳐진 5개의 평상이 나온다. 수라삼거리다. 여기서 평상 뒤쪽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오솔길로 접어든다.
석항역으로 내려서는 4.7km 숲길. 드룹산으로 가는 능선을 따르다 정상에 오르기 전, 북동쪽 골짜기로 뻗은 임도로 내려서면 된다.
무릎이 시큰거릴 정도로 계속해서 내리막이 이어지므로 여기선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라삼거리에서 석항삼거리로 내려가는 산길은 자연미가 넘친다.
석탄 집결했던 석항역…예미역서 길 끝나
이제 길었던 임도가 끝난다.
차도와 마을길을 번갈아 걷는 석항~예미 구간이다.
40년 전에는 옥동광업소에서 채취한 석탄이 삭도로 운반돼 석항역 동쪽 저탄장에 집결했다. 그러니깐 우린 모운동에서 출근한 광부가 석탄을 캔 뒤 실어 내렸던 역사를 그대로 좇아 걸어 내려온 셈이다.
철길을 건너 만난 석항역은 지금 폐역이다.
과거의 영광을 품고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 역 바로 옆에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맡아 운영하는 석항트레인스테이가 있다. 열차 9량을 개조해 만든 숙박 및 카페 시설이다.
지금은 폐역이 된 석항역은 열차를 개조해 만든 숙박 및 카페 시설 석항트레인스테이가 지키고 있다.
예미역으로 가는 길에 수라쉼터(033-378-1897)에서 왕돈가스로 배를 한가득 채운다.
바삭한 식감에 상큼한 소스를 얹은 경양식 돈가스다.
무엇보다 가격에 비해 상상 이상의 크기가 인상적.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작고 아담한 인테리어도 깔끔하다.
다른 식당들도 살펴보려 했으나 월요일이 마치 휴일인 양 대부분의 집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종착지 예미역이 지척이다.
고요한 역 대합실에서 숨을 돌린다. 곧이어 무궁화호가 백두대간을 넘느라 진을 뺀 탓인지 특유의 구동음을 가쁜 숨처럼 토해내며 달려든다.
3길 16.83km
4길 28.76km
교통
영월버스터미널에서 모운동 마을로 가는 17번, 17-1번 버스가 1일 4회(06:10, 09:55, 13:55, 18:20) 운행한다.
예미역에선 중앙선, 영동선, 태백선 무궁화호가 수시 운행한다. 청량리행은 하루 6회(평일 첫차 07:53, 주말 첫차 08:23. 막차 20:15. 08:23, 11:24은 제천행) 운행하며, 동해행도 하루 6회(10:22~21:50) 다닌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
[운탄고도 1330 4, 5길 ] 진화하는 운탄고도 널찍하고 평탄한 트레킹코스로 변신
윤성중 입력 2022.09.08 08:04 수정 2022.09.08 08:14
사진(제공) : 양수열 기자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기사스크랩하기 바로가기
운탄고도1330의 4길을 걷고 있다. 조동리 고랭지밭이 끝나면 임도가 이어진다. 길을 걸을 땐 길을 받치고 있는 옹벽이 보이지 않는다. 저 옹벽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자금과 노동력이 들어갔을 텐데, 운탄고도가 옛날에 중요한 길이었다는 증거다.
운탄고도1330 4길 출발점은 ‘예미역’이다. 특이한 이름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예미’라고 치고 엔터키를 누르니 ‘예미 돈가스’가 가장먼저 눈에 띈다. 다음은 복어요리집. 그 외에는 지방의 행정지명들이 차례대로 읽힌다.
예미는 무슨 뜻일까? 스크롤을 내리니 국어사전에 강원도 방언으로 ‘젓’이라고 알린다.
한자로는 ‘禮美’. 역이 있는 곳의 마을이름도 ‘예미리’니까 그 뜻을 ‘예절이 바르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해석해도 될까?
예미역 바로 위에 예미산(989m)이 있고 이 산의 옛날 이름이 여미女美였다고 하니, ‘젓’과 예절,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들이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이 지역에 미모로 이름을 떨친 어떤 여자가 살았고 거기서 나온 이름일 수 있겠다.
5길 시작점에 있는 도롱이 연못. 주변 갱도 때문에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생성됐다. 한겨울 연못이 얼면 사람들이 그 위에서 캠핑을 한다. 이른바 캠핑명소지만 사실 이곳은 사유지로 캠핑이 금지된 곳이다.
계속 추적해 보자. 예미리가 속한 신동읍은 제천에서 영월을 거쳐 정선, 삼척 등지로 이어지는 길목이라 옛날부터 사람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일제시대에 주변 광산이 개발되고부터 사람들로 더 북적였다는데, 따라서 일본이름을 단 술집도 많았다고 전해지며 여기서 일하던…. ‘예미’에 관한 이름 추적은 여기서 그만하는 게 좋겠다. 유래는 그렇다치고 아름다운 지역을 관통한다는 의미에서 운탄고도1330 4길의 시작점이 예미리인 것은 꽤 적절하다.
설치된 안내판을 따라 걷기에 앞서 심상치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는데, 예미역 건너편에 위치한 큰 건물 ‘예미 MTB산악자전거 마을 호스텔’이 버티고 섰기 때문이다.
정선군은 석탄운반로로 쓰였다는 임도길을 그대로 놔두기 아까웠던 모양인지 2019년부터 예미를 비롯한 일대를 MTB마을로 탈바꿈시켰다.
흥미롭게도 ‘길’의 쓰임새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고 있다. 석탄운반용 도로에서 MTB코스로, 이제는 걷기길, 산책로로 변하기 직전이다. 50년 뒤 운탄고도는 또 어떤 이름으로 불릴까?
운탄고도 길 중간에 선 김민수. 비가 와도 이 길은 운치가 있다. 우거진 숲이 빗방울을 대충 막아주기도 한다.
여기가 탄광지대였다고?
초반 마을 도로를 따라가다가 조동리에 이르러 궁금증을 유발하는 풍경과 마주쳤다.
마을이 온통 ‘함백’이라는 이름을 내걸었다. 함백로, 함백우체국, 함백초등학교, 함백고등학교, 함백 농공단지 등등등. 여기서 함백산(1,572m)까지 직선거리로 약 20km, 자동차도로로 약 35km나 떨어져 있으니 뭔가 좀 수상했다. 조사해 보니 조동리엔 함백광업소가 있었다.
함백광업소는 1957년 6월 문을 열고 1993년 10월 폐업했다.
광업소가 번성했던 때는 1985년 즈음. 당시 임직원 수는 2,000명이 넘었다.
직원당 딸린 가족의 수를 4명이라고 한다면 조동리 근방엔 1만여 명이 거주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 서울의 아파트 20개동 규모다.
‘조동’이라는 이름이 지워질 수밖에. 대규모였을 마을 단지는 ‘함백’이라는 이름만 남기고 사라졌다.
번성했던 곳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조동리에는 탄을 실은 트럭 대신 배추를 나르는 화물차가 자주 들락거렸다.
도롱이 연못 주변도 풍경이 좋다. 온통 숲으로 막혀 있지만 그 안에 있으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다.
조동리에서 ‘엽기소나무’가 있는 타임캡슐공원으로 가려면 옆길로 새야 한다. 가파르고 좁다란 시멘트길이다. 차가 다닐 만한 길이 아닌데도 승용차, 트럭 등이 끊이지 않고 오르내렸다.
해발 800~900m쯤에 이르러 숲에서 빠져나와 광활한 고랭지밭을 지났는데, 장관이었다.
대관령 안반데기 배추밭 뺨치는 풍광, 얼얼해서 얼마 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랭지밭 꼭대기쯤에 타임캡슐공원이 있다. 함부로 올라가면 안 된다.
여기서 보이는 경치가 대단히 좋았는데, 4코스 종주 의욕을 잃을 뻔했다. 고랭지밭 사이에 난 길을 따라 올라갔다. 숲으로 둘러싸인 임도가 나왔다. 고요하면서도 아늑한, 이 길이 진짜 석탄 운반로였을까?
먼저 ‘운탄고도’라는 말은 2000년대 후반에 등장했다.
2007년경 미디어에 본격 노출됐는데, 당시 운탄고도는 만항재에서 두위봉까지 24km 구간이라고 설명한다.
임도가 이전에도 있었다는 자료도 있다.
본지 1997년 7월호, 주말산행코스 두위봉 기사 개념도에 두위봉 남쪽으로 임도가 그려져 있다.
임도는 꽃꺼끼재에서 두위봉 남쪽면을 지나 함몰지를 거쳐 ‘마곡’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운탄길 혹은 운탄고도라는 말은 없다.
만항재를 3km 앞둔 지점. 고도가 높아진 까닭인지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경치가 대단하다.
‘국가공간정보포털’ 사이트에서 폐광산의 위치를 찾아봤다. 두위봉 북서쪽 단곡계곡 인근에 ‘호산’이라는 이름의 광업소가 있었고, 동쪽 하이원리조트 부근이 동원탄좌였다.
탄전문화연구소 정연수(<탄광촌이야기> 저자)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만항재 근처는 옛날부터 운탄도로라고 불렸죠. 운탄고도는 관광용으로 개발하기 위해 만든 이름이고요. 새비재에서 두위봉을 지나 화절령으로 가는 임도는 석탄운반용으로 쓰였는지 확실하지 않네요. 아마도 부근에 광업소가 많았으니까 갱도도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그 갱도는 아마 동원탄좌에 소속된 작은 광업소, 그러니까 ‘지사’라고하죠? 그런 업체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임도는 분명히 석탄을 실어나르던 도로예요. 만항재를 출발한 제무시GMC(석탄 트럭)는 화절령, 새비재를 지나 영월 신동으로 내려갔을 겁니다.”
정선군에서 발행한 <정선군 석탄산업사>에 실린 글을 보니 임도는 석탄광 개발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운산 자락이나 두위봉 인근에는 화전민들이 살았고, 이따금 구불구불한 임도에서 목재를 실어 나르는 산판트럭이 며칠에 한 번씩 오갔다고 전한다.
길 위로 석탄을 가득 실은 트럭과 나무를 운반하는 화물차가 지나다닌다고 상상했다. 아마 누런 흙먼지가 날렸을 테고, 자동차 엔진소리가 시끄럽게 울렸을 거다. 나무나 풀은 있었을까? 울창한 지금과 달리 황량했을 것이다. 화전민들이나 광산 노동자들은 여기서 숲 사이로 보이는 풍광을 감상할 여유조차 없었을 것이다.
운탄고도 4길 위로 구름이 지나고 있다. 운탄고도의 ‘운’자를 운반할 때의 ‘운’말고 구름 ‘운’자로 써도 상관없을 것 같다.
누구는 걸어서 가고 누구는 달려서 가고
비구름이 몰려와서 그런지 4길 종점, 5길 시작점인 고한과 사북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마을을 가운데 두고 양 옆으로 높게 솟은 산들이 마을에 햇빛이 드는 걸 가릴 목적으로 구름을 붙잡아 천막을 친 것 같았다. 마을엔 ‘도박 폐인’들이 우글댈 거라는 상상 때문에 더 암울했다. 하지만 고한읍에는 관광객이 많았다.
숙소 예약이 꽉 찼고, 음식점은 손님들로 붐볐다. 우중충한 분위기가 더욱 산뜻하게 바뀐 시점은 하이원리조트 워터파크 건너편으로 이어진 임도를 올라 ‘화절령’에 도착했을 때다.
초록으로 뒤덮인 숲에서 뭔지 모를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이곳은 ‘화절치花切峙’, 우리말로 꽃꺾이재, 지금은 ‘꽃꺼끼재’라고 안내판에 쓰여 있다.
운탄고도는 시골 마을도 지난다. 자동차로 가면 모르고 지났을 아름다운 풍경을 수시로 마주칠 수 있는 길이다.
한국지명유래집에 나온 설명에 따르면 화절령은 ‘정선으로 질러가는 교통의 중심지’다.
예전부터 북적댔을 거라는 짐작이다. 터가 꽤 널찍하다. 지도를 보니 사방의 산에서 기어나온 임도가 이곳에서 모두 만난다. ‘소한마리-화절령-’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 글 중 ‘을호사택乙號社宅’에 관한 내용을 적은 카테고리에 “1968년 화절령에 1030갱(해발 1,030m 지점에 있는 갱이라는 뜻)과 875갱을 중심으로 십여 동의 사택이 있었다”고 적었다.
“주변 산비탈에 루핑이나 억새지붕을 이은 판자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정동상회를 비롯한 가게들은 모두 선술집을 겸했는데, 거의 24시간 영업이었다”고도 했다.
실제로 이곳엔 ‘운락국민학교’가 있었다.
1967년 개교해 1991년 폐교했다. 그동안 약 540명의 학생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북적댔을 분위기에 따라 당시 화절령에서 한가롭게 꽃을 꺾고 있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화절령’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쯤에 붙여진 것이 아닐까 싶은데, 약 반세기가 지나서야 그 이름에 걸맞은 낭만을 되찾은 것 같았다.
조동리 고랭지밭. 사과 양배추 등이 심어져 있다.
겨울에 이곳에 눈이 쌓이면 스키를 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조동리 고랭지밭. 사과 양배추 등이 심어져 있다. 겨울에 이곳에 눈이 쌓이면 스키를 타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여기서 만항재 쪽으로 조금 더 오르니 ‘도롱이연못’이 나왔다.
겨울이면 얼어붙은 이 연못 위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른바 ‘빙박’ 명소다. 도롱이연못은 1970년대 무연탄 채취 때문에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생겼다. 화절령에 살던 광부의 아내들은 연못에 서식하는 도롱뇽에게 광산으로 출근한 남편의 무사귀환을 빌었다.
연못의 물이 빠지면 갱도가 무너졌다는 뜻일 테고, 그러면 도롱뇽은 물론이고 광부들 또한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데서 비롯된 얘기일 것이다.
“여기서 야영은 합법인가요?”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 최성범 센터장에게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여기는 하이원리조트 땅이에요. 땅주인이 허락하면 불법은 아니죠. 그런데 하이원에서 여기를 개방하는 날은 정해져 있거든요. 정해진 기간 외에 캠핑하는 건 안 됩니다.”
“쩝.” 우리는 입맛만 다신 채 다시 길을 걸었다.
산을 둘러가는 운탄고도길은 험하지 않다. 둘이 간다면 하루종일 이야기를 하면서 가도 된다.
‘길 이름이 운탄고도가 아니었다면 사람들이 여길 올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음 이어진 길은 그저 평온했다.
가파른 오르막이나 험한 바윗길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이따금 숲 사이로 탄성이 나올 만한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막장 인생’이라고 불렸던 광부들의 삶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운명이란 걸 운탄고도의 뻥 뚫린 대로처럼 닦을 순 없을까 하면서. 만약 모든 사람의 인생길이 이처럼 널찍하고 편하다면 세상은 또 어떻게 돌아갈까 하고 말이다.
도롱이 연못에 나타난 왜가리. 흰 자태가 운치를 더했다
“여긴 트레일러닝으로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같이 걸었던 친구가 말했다. 이처럼 똑같은 길이어도 누군가는 걷고, 누군가는 달려서 갈 생각을 하며, 누군가는 자전거로 혹은 자동차로 통과한다. 그러니 사람이라는 건 그 자체로 흥미로운 생명체다. 길의 유려함을 떠나 사람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는 운탄고도는 그래서 더 매력 있다.
4, 5길 근처 명소들! 풍요로운 여행을 위해 들르면 좋은 곳들
장릉보리밥집
달콤한 밥과 반찬
된장이나 고추장에 비벼먹는 ‘보리밥’ 맞다. 하지만 이 집 상차림은 단순하지 않다. 먼저 밑반찬이 무려 12가지 이상 나온다. 호박무침, 숙주나물, 양배추물김치 등의 반찬에서 모두 달콤한 맛이 난다. 이 반찬들을 ‘감자보리밥’에 모두 넣고 비벼 먹으면 더 맛있다.
주소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단종로 178-10
전화 033-374-3986
타임캡슐공원
경치 끝판 왕
이곳은 2001년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 촬영지다. 주인공들이 이 공원에 있는 소나무에 타임캡슐을 묻었고, 그후 지금처럼 꾸며졌다. 개봉한 지 20년이 지났어도 공원이 그대로 있을 수 있었던 건 이곳에서 굉장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4길 종주에 나서기 전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많이 빼앗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주소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 산70-26
전화 033-560-3462
마을호텔18번가
아늑하고 정겨운 숙박지
고한읍에 가면 ‘마을호텔’이 있다. 2017년 고한읍 한 마을에 늘어나는 빈 집을 개조해서 골목길 전체를 호텔 콘셉트로 만들었다. 건물을 보수하거나 내부를 아늑하게 꾸미는 등 외지인들이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정기적으로 행사도 열린다. 지금은 ‘골목길 정원박람회’ 기간이다. 근처 리조트에 방이 없다면, 근처에 비싼 숙소밖에 없다면 마을호텔 18번가에서 묵어도 된다.
주소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2길36
전화 070-4157-8487
함백산돌솥밥
운탄고도 영양보충소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식당 간판들은 죄다 화려하다. 어디가 맛있는 집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맛집’ 고르기가 힘들다면 함백산돌솥집으로 가면 된다.
이 집 역시 어떤 메뉴를 시키든지 반찬이 무려 20가지 이상 나온다.
운탄고도길을 걸으면서 바닥난 체력을 여기서 보충할 수 있다.
주소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675
전화 033-591-5564
눈에 띄는 장비들
운탄고도를 걷기 위해선 특별한 장비로 중무장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장비를 챙기면 더 즐겁게 운탄고도를 거닐 수 있다.
기능 좋고 예쁜 레인코트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의 김효진 매니저가 입고 온 네파Nepa의 레인코트.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다면 그녀가 입은 레인코트처럼 가벼운 방수재킷을 입어도 된다.
간편한 등산용 샌들
운탄고도는 특별히 어려운 구간이 없다.
등산용 샌들을 신고 가도 될 정도다.
등산용 샌들은 바닥이 일반샌들이 비해 두껍다.
게다가 발을 두르는 끈도 두껍다. 김민수가 들고 있는 것은 나이키Nike ACG 제품.
산행길잡이
운탄고도1330 4길 시작점은 예미역이다.
여기부터 본격 산길이 시작되는 새비재까지 살짝 힘이 빠질 수 있는데, 이유는 시멘트로 포장된 구간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칫 숲길 탐방에 대한 기대감을 해칠 수 있다. 하지만 잘 참고 7~8km쯤 가면 조동리 고랭지밭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고랭지밭을 지나면 시멘트포장도로 구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숲길 탐방에 들어간다.
가파른 오르막이나 바윗길 같은 험한 구간은 없다. 그저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풍광을 감상하면 된다. 하지만 천천히 걷기엔 구간 거리가 좀 길다.
중간에 탈출로가 없다는 게 단점이다. 따라서 4길을 정해진 시간(낮시간)에 마치려면 빠른 속도로 가는 것이 좋다.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에서 설치한 안내판.
5길은 4길보다 더 짧고 쉽다. 중간중간 광부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시설물들이 있어 걷는 재미도 있다.
하이원리조트로 빠지는 중간 탈출로도 있다.
5길 역시 가파른 오르막이나 험한 바위 구간은 없다. 달려서(트레일러닝) 가도 될 정도로 길이 좋다.
중간에 여러 임도가 만나 엇갈리긴 하지만 ‘운탄고도1330’ 안내판이 곳곳에 잘 설치되어 있고, ‘만항재’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도 수시로 나타나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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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탄고도1330 6, 7, 8, 9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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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운탄길 라이딩 >>> https://koreasan.tistory.com/1560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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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할 것이다. - 노자 도덕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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