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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대한민국의 젖줄을 달리다

by 한국의산천 2011. 12. 17.

[라이딩 자료모음]

강 따라 멋 따라 7일간 910㎞… 대한민국의 젖줄을 달리다. chosun.com 한현우 기자 [기사 옮김 :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자연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안장 위에서 보는 세상은 자동차 안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전국 자전거길 종주단과 국가대표 사이클선수 등이 지난 11일 경기 여주 강천보를 떠나 남한강을 따라 북상하고 있다. / 여주=이덕훈 기자

 

완공 앞둔 4대강 자전거길 鐵人들과 미리 체크해보니…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금강을 따라 이어진 총 914㎞의 자전거길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미 자전거 동호회에서는 내년 봄 '4대강 자전거길 라이딩'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지난 11월 26일부터 12월 11일까지 3주간 주말을 이용해 전국 자전거길을 한현우 기자가 종주했다. 서울에서 부산을 잇는 658㎞ 구간을 비롯해, 금강과 영산강 자전거길까지 전 구간을 7일 동안 완주했다. 둘째 주는 토~월요일 사흘을, 첫째와 셋째 주는 토·일요일을 이용해 달렸다.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자전거 핸들에 달린 속도계가 시속 35㎞를 가리키고 있었다. 숨이 차지도 않았고 다리가 아프지도 않았다. 분명 자전거는 내 다리에서 동력을 공급받아 굴러가고 있었으나, 힘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마치 몸이 자전거 부품이 되어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불과 2주 전 남한산성으로 연습 라이딩을 갔을 때만 해도 시속 30㎞로 달리는 선두를 쫓아가지 못해 허덕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뇌에서 도파민이 용출수처럼 솟아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후로 처음 느낀 안장 위의 환각(幻覺)이었다. 눈을 들어 앞을 보니 금강 상류 둑길을 자전거 20여대가 두 줄로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초겨울 석양이 둑 넘어 갈대밭을 황금색으로 물들였다.

 

이번 라이딩은 마무리 단계에 이른 4대강 자전거길을 국토해양부와 대한사이클연맹이 함께 점검하는 뜻으로 마련됐다. 중학생 때부터 자전거를 타온 구자열(58) 대한사이클연맹 회장(LS전선 회장)이 손수 이륜단(二輪團) 선두에 섰고, 김철문(58) 국토해양부 4대강사업지원국장도 전 구간을 완주했다. 스스로를 "4대강 사업 반대파의 주적(主敵)"이라고 소개하는 김 국장은 자전거길 점검을 위해 지난 7월부터 직접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벼온 열혈 공무원이다. 이외에도 최연소 완주자 윤빛나(27·회사원)씨부터 최고령 주자 최상열(64)씨까지 자전거 동호인 총 12명이 전국을 자전거로 완주했다.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들을 비롯해 각 지역의 고교·실업팀 선수들이 매일 바뀌어가며 함께 도로 위를 달렸다.

 

 지난 9월 말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초보 라이더'에게 900㎞ 넘는 장거리 라이딩은 불가능한 목표에 가까웠다. 그러나 오르막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바람을 막아준 다른 사람들 덕분에 어렵사리 단 한 번도 낙오나 점프(일부 구간을 차로 이동하는 것) 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인 11일 오후 4시 38분 최종 목적지인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 도착하니, 자전거 속도계엔 총 주행거리 909.98㎞가 찍혀 있었다.

 

자전거 마니아 천국 열린다
낙동강 하회마을, 금강의 갈대밭, 폐철로 개조한 남한강 자전거길…
빼어난 풍광에 힘든 줄도 몰라
곳곳에 차량통행 방지용 기둥 충돌하기 쉬워 정리 필요해
이정표가 제각각인 점도 아쉬워

 

◇아이언맨들과 나란히 달리다

전국 자전거길을 완주한 12명 중 상당수는 '철인(鐵人)'이었다. 7일 내내 맨 앞에서 자전거 그룹을 이끈 김동환(48) 프로사이클 사장은 1980년대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2007·2008년 투르 드 코리아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사람이다. 두 딸의 엄마이자 주부인 이명숙(49)씨는 철인3종 경기를 30여회 완주했다. 2·3주차에만 완주한 최경수(64)씨는 철인3종 경기를 13년간 180회나 완주했다. 그는 "내년에 101일 연속 철인3종 완주를 달성해 기네스북에 오르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이 밖에도 회사원 박상운(45)씨는 MTB(산악자전거) 전문가로, 그의 휴대폰에는 자전거를 타고 단번에 육교 계단을 올라가는 동영상이 들어 있었다. 경력으로 보나 몸매로 보나 자전거와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멤버가 이렇다 보니 늘 후미에 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전거 행렬은 평지에서 보통 시속 25~30㎞로 달렸는데 종종 33~35㎞로 빨라지면 말 그대로 이를 악물고 따라가도 힘에 겨웠다. 특히 긴 언덕을 오를 때 사이클 선수들이 밀어주지 않으면 도저히 선두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언덕을 오를 때마다 세단을 따라가는 지게차의 심정이 되곤 했다.

 

종주 이틀째인 11월 27일 문경새재를 자전거로 넘었다. 오르막이 6㎞나 계속되는 이화령은 해발 548m의 험한 고개다. 사이클 국가대표인 박건우·최선애 선수가 교대로 등을 밀지 않았다면 별수 없이 자전거를 끌고가야 했을 것이다. 자기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가는 것도 힘들 텐데, 사이클 선수들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내 허리를 밀었다. 그들의 손이 내 두툼한 허리살에 닿을 때마다 불청객의 정체를 들키는 것 같아 민망했다. 평지에서 최고시속 60㎞까지 내는 국가대표들은 30㎞ 안팎으로 달리는 동호인들의 뒤를 아무런 불평 없이 묵묵히 따라왔다.

 

◀ 7일간의 종주를 마친 뒤 속도계에 기록된 총 주행거리.

 

애초 예상치는 914㎞였으나 낙동강 구간 일부가 짧아지면서 910㎞가량으로 기록됐다. / 한현우 기자

 

한 번 오르기도 까마득한 이화령을 몇몇 사람은 미리 출발해 두 번이나 오르내렸다.

 

심지어 미국대사관 직원인 전상우씨는 기어 변속이 안 되는 싱글스피드 자전거를 타고 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2·3주차에만 참가해 이화령은 오르지 않았지만, 그 밖의 구간에 있는 크고 작은 언덕을 기어도 바꾸지 않고 줄기차게 올라갔다.

 

자전거를 탄 지 10년쯤 됐다는 김태원(48·회사원)씨는 "자전거를 타기 전에는 지방간, 콜레스테롤, 고지혈증까지 성인병을 주렁주렁 달고 살았다"며 "지금은 모든 몸의 수치가 정상인 데다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자신감까지 생겼다"고 자전거를 칭송했다.

 

그는 "특히 남자에게 매우 좋은 운동"이라고 덧붙였다.

 

 

◇ 자전거 마니아들의 천국, 4대강 자전거길

 

전국 자전거길 종주는 첫날 금강(전북 군산~대전·154㎞), 둘째 날 문경새재길(충북 충주~경북 상주·100㎞), 3일차부터 5일차까지는 낙동강(부산~경북 안동·408㎞), 여섯째 날 영산강(전남 목포~전남 담양·102㎞), 마지막 날 한강(충북 충주~서울 잠실·150㎞) 구간으로 나뉘어 이뤄졌다.

 

현재 89%의 공정률을 기록 중인 4대강 자전거길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지만 포장이 안 돼 있거나 이정표가 미비한 곳이 많았다. 특히 공정률 78%를 기록 중인 낙동강 자전거길은 타이어가 가느다란 로드바이크(사이클)를 타기에 위험할 만큼 포장이 덜 돼 있었다. 타이어 폭이 좁으면 흙길이나 자갈길에서 넘어지기 쉽다. 이런 도로에서는 타이어 폭이 넓은 MTB가 제격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속도를 내는 데 유리한 로드바이크를 탔다.

 

자전거 전국 종주에 나선 모든 사람이 4대강 자전거길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폐철로를 자전거길로 개조해 이미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에 나서는 남한강 자전거길은 물론, 낙동강과 영산강, 금강의 자전거길은 자동차로 여행해서는 결코 보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었다.

 

금강 자전거길은 강둑을 따라가다가 인삼밭 사이를 뚫고 지나가고, 그리 높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달아 나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낙동강 자전거길은 똑바로 이어진 평지가 계속되는 구간이 많아 상대적으로 지루한 편이었지만, 도시 구간에 마련된 수변지역 규모가 워낙 넓어 앞으로 한강시민공원 못잖게 많은 사람으로 북적일 것 같았다. 안동 하회마을을 지나가는 낙동강 자전거길 구간은 이번 종주의 최고 풍경 중 하나로, 앞으로 국내외 자전거 동호인들이 앞다투어 달리려고 할 것이다.

 

▲ 늦어도 오전 9시엔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4일 아침 대구 달성군 낙동강변을 달리는 자전거길 종주단. / 대구=남강호 기자 

 

목포 영산강 하구언에서 시작되는 영산강 자전거길 역시 빼어나게 아름다웠다. 이 구간에는 언덕이 거의 없어 좀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전거로 달리기 편한 아스팔트 구간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자전거길 중 일부는 콘크리트로 포장돼 있는데, 큰 비가 왔을 때 잠길만한 구간은 물에 약한 아스팔트 대신 콘크리트를 깔았다고 한다. 김동환 사장은 "대한민국의 동맥을 새로 깔아놓은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에 비해 생활체육 시설이 부족한데, 자전거길을 비롯한 수변지역이 완공되면 소득 3만달러 수준에 어울리는 시설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인적이 없다시피 한 시골 논밭을 가로지르는 자전거길은 경운기나 오토바이가 다닐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를 막기 위해 자전거길에 차량통행 방지용 기둥을 세워놓았는데, 이것이 단체로 라이딩을 하는 자전거에는 위험한 요소였다. 실제로 이 기둥을 들이받고 넘어지는 사고가 몇 번 있었고, 나 역시 영산강 구간에서 앞사람의 "기둥!"이라는 경고를 들었는데도 기둥을 들이받고 넘어졌다. 기둥의 숫자나 굵기, 색깔도 구간마다 제각각이어서 이를 통일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주부 참가자 이명숙씨는 "스페인 산티아고 자전거길에 가보면 길의 상징인 조개 모양과 화살표로만 이정표가 돼 있어 혼자서도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며 "현재 4대강 자전거길에 설치된 이정표는 너무 제각각이고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길을 잃기가 매우 쉽다"고 지적했다.

 

초보 라이더 '기적의 완주'
끼니마다 진통제 세알씩… 오르막서 밀어주는 동료들 있어 그 많은 언덕 넘을 수 있었다
대기업 회장도, 회사원도 오로지 다리 힘으로만 가는 길… 난 깨달았다 "페달은 정직하다"

 

▲ 모든 참가자가 페달에 신발을 고정하는 클릿(cleat) 슈즈를 신고 자전거를 탔다. 한 참가자가 휴식시간에 발가락을 주무르고 있다. / 대구=남강호 기자

 

◇페달을 굴려야 하는 '초짜'의 숙명

 

 3일차인 12월 3일부터 오른쪽 무릎이 바늘로 찌르듯 아팠다. 이 증상은 서울 올림픽공원에 골인할 때까지 계속됐는데, 특히 4일차에는 평지에서도 페달을 밟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웠다.

종주에 참가한 이용우 한국체육대 교수는 "페달을 내리찍듯이 밟아야 하는데 발 전체로 누르듯이 타니까 무릎에 무리가 온 것"이라고 했고, 자전거·오토바이 수입회사를 경영하는 이계웅씨는 "무릎이 아니라 허벅지 근육으로 페달을 민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자전거유통회사 '바이클로'에서 참가한 국가대표 출신 전문가는 "몸을 좀 더 뒤로 밀고 배를 동그랗게 만다고 생각하라"고 말한 뒤 내 몸매를 보고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나흘째부터는 진통제를 끼니마다 세 알씩 먹어가며 자전거를 타야 했다.

 

  4대강 자전거길 위주로 전국 종주에 나서다 보니, 토요일 새벽 6시에 서울에서 버스로 출발지까지 이동한 뒤 오전 10~11시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라이딩은 보통 5시 안팎에 끝났는데, 가장 짧게 탄 날은 4시간 13분, 가장 많이 탄 날은 6시간 51분을 안장 위에 앉아있었다. 이 시간은 말 그대로 바퀴가 굴러가고 있을 때만 속도계에 기록된 것으로, 휴식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 8시간 이상 자전거를 탄 셈이었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첫 번째 휴식할 때까지 약 30㎞ 구간이 매번 가장 힘들었다.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출발점에 서면, 벨기에의 전설적 사이클 선수가 디자인했다는 내 자전거 핸들이 괴물의 갈퀴손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 몸이 자연스레 풀리면서 훨씬 자전거 타기가 수월해졌다.


 통상 자전거를 평지에서 100㎞ 탈 때마다 에너지가 2400㎉씩 소비된다고 한다. 총 910㎞를 달렸으므로 2만2000㎉쯤 열량을 태운 셈이다. 이는 성인 남성에게 9일간 필요한 에너지에 육박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체중은 2㎏ 정도밖에 줄지 않았다. 쉴 때마다 초코바와 양갱, 바나나, 떡을 엄청나게 먹었으므로, 2만㎉는 길에서 섭취했을 듯싶다. 하루 100㎞ 이상 자전거를 타면 물도 마시고 있을 때만 그 기능을 발휘해서, 물병에서 입을 떼면 곧장 목이 말랐다.

 

마지막 날 충주에서 출발해 강원도 원주 입구까지 갔다가 다시 경기 여주군으로 들어가는 구간이 무척 아름다웠다. 탁 트인 강변에 자전거길이 우아한 곡선을 만들고 있었다. 그 길을 대기업 회장부터 평범한 회사원, 자영업자들이 오로지 자신의 다리로 제 바퀴를 굴려 두 줄로 지나갔다. 그 평등하고 정직한 행렬의 후미에서 페달을 굴릴 때, 나는 휘발되고 자전거 홀로 달려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한국의산천 내일 라이딩 코스 (예정: 정기 라이딩이 아니므로 날씨 상황봐서 변심하면 안갈 수 도 있습니다)

 

▲ 강화 나들길 제1코스 심도문화길 라이딩 예정.ⓒ 2011 한국의산천

 

▲ 내일 유적지 답사와 라이딩 예정지 강화 나들길 제 1코스의 정점 월곶돈대와 연미정 ⓒ 2011 한국의산천

 

▲ 아침에 일어나니 밖은 어둡고 제법 춥다. ⓒ 2011 한국의산천

집사람이 날이 추운데 쉬라고 하지만 잠시 보고 싶은 곳을 다녀와야겠다. 위와 같은 복장 마치 ' 하마스' 같은 복장으로 강화로의 출발 준비를 한다.

모든일이 그렇듯 시작이 어렵지 일단 졸음을 떨치고 일어나서 길을 나서면 어려울것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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