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음악 도끼 한 자루 by 한국의산천 2006. 11. 17.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고교시절 김형석 에세이에 심취하고, 이어령 문학전집을 모두 읽고 또 읽곤 했다. 그래서 유독 그의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번에 詩 2편을 발표하였다. '도끼 한 자루'라는 詩에서 나 나름대로의 아버지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가정에서 점점 왜소해지며 실낟같은 권위마져 꼬리를 감추고 겉모습만 남아있는 요즘 아버지들 도끼를 잃어버려 지금은 사냥을 할 수 없는 내 자신과 이 시대 아버지들의 모습을... -한국의산천- ********************************************************************************* 문학평론가이자 수필가, 소설가인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교수(72)가 문단 데뷔 50년 만에 처음 시를 발표했다. [경향신문] 이씨는 17일 발간된 계간 ‘시인세계’(문학세계) 겨울호에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도끼 한 자루’ 등 2편의 시를 실었다.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에서 그는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만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라면서 기도 형식을 빌려 시심(詩心)이 발원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또 ‘도끼 한 자루’는 가족을 먹여 살렸던 원시시대 아버지의 도끼가 오늘날 힘을 잃은 것을 슬퍼하면서 그 도끼가 사랑과 화합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2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호모사피엔스가 태어날 때 그들의 손에 들려 있었던 최초의 돌도끼. 멧돼지를 잡던 그 도끼날로 이제 너희들을 가로막는 이념의 칡넝쿨을 찍어 새 길을 열 것이다’란 시구가 그것이다. <도끼 한 자루> 이어령 보아라. 파란 정맥만 남은 아버지의 두 손에는도끼가 없다.지금 분노의 눈을 뜨고 댓문을 지키고 섰지만너희들을 지킬 도끼가 없다. 어둠 속에서 너희들을 끌어안는 팔뚝에 힘이 없다고겁먹지 말라.사냥감을 놓치고 몰래 돌아와 훌쩍거리는아버지를 비웃지 말라.다시 한 번 도끼를 잡는 날을 볼 것이다. 2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처음 호모사피엔스가 태어날 때그들의 손에 들려 있었던 최초의 돌도끼.멧돼지를 잡던 그 도끼날로 이제 너희들을 가로막는이념의 칡넝쿨을 찍어 새 길을 열 것이다. 컸다고 아버지의 손을 놓지 말거라옛날 나들이 길에서처럼 아버지의 손을 꼭 잡거라그래야 집으로 돌아와어머니가 차린 저녁상 앞에 앉을 수 있다. 등불을 켜놓고 보자너희 얼굴 너희 어머니 그 옆 빈자리에아버지가 앉는다.수염 기르고 돌아온 너희 아버지의도끼 한 자루 **************************************************** 이어령, 등단 50년만에 첫 詩 발표 [한국일보 2006-11-17 ] '시인세계'에 두편… "경륜 녹아 있다"평가 시는 “님 오시는 날 따다 주려고 물 속 바위에 남겨둔 제일 좋은 전복”(서정주의 <시론>)이라던 이어령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처음으로 그 전복을 땄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는 그가 “반세기에 걸친 내 글쓰기의 대단원은 시가 될 것”이라고 독자와 한 약속을 지키듯 문예지에 처음으로 시를 발표했다. (본보 10월25일자 27면 한국인터뷰) 계간 시 전문지 <시인세계>가 2006년 겨울호 특집으로 마련한 <비평가의 시, 시인의 비평>에 실린 이 전 교수의 자작시는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와 <도끼 한 자루>. 시와 비평의 행복한 소통을 위해 마련된 이번 특집에는 이 전 교수 외에 문학평론가 유종호, 김화영, 방민호, 김춘식, 김용희씨가 비평 대신 자작시를, 시인 이가림, 이하석, 장석원, 변의수, 김민정씨가 시 대신 비평을 실었다. 장차 이어령 시집의 <서시>가 돼도 좋을 듯한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는 시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는 이 전 교수의 시를 향한 순정과 염결한 마음으로 가득하다. 세계를 창조한 신을 우러르며 또 다른 세계의 창조자인 시인의 직분을 염원하는 서정적 자아는 “빛이 있어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었다는 신의 시적 위업을 영탄하며 무릎을 꿇는다. “좀 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이 손으로 조금 만져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 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포에지를 향한 간절한 기도로 끝을 맺는 이 시에서 50년을 참아온, 혹은 아껴온 이 전 교수의 뜨거운 시적 열망과 앞으로의 다짐을 읽는 건 ‘신진 시인 이어령’을 상상하는 즐거운 기대로 이어진다. <시인세계> 발행인이자 시인인 김종해씨는 “이번 특집에 실린 비평가들의 시는 구태여 시인과 비평가의 장르 경계를 지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현역 시인 못지않은 기량과 시적 성취도를 보여준다”며 “특히 이어령의 시에는 경륜이 녹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시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업에 착수한 이 전 교수는 올해 30권으로 완간된 이어령 전집 <이어령 라이브러리>에 이어 내년에는 첫 창작 시집을 묶어낼 계획이다. 시인 이어령 [만물상] ‘시인 이어령’ “헤밍웨이는 끊임없이 남성다운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마초(Macho) 강박’에 눌려 있다. 떡 벌어진 어깨처럼 그는 인조털로 가슴을 장식한 듯한 문체를 쓴다.” 이렇게 독설을 퍼부은 평론가는 ‘마초 맨’ 헤밍웨이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 체호프는 평론가를 “말 궁둥이에 붙어 괴롭히는 등에”에 비유했다. 체호프는 그러는 등에도 스스로 왜 그렇게 윙윙 대는지 모를 거라고 비웃었다. 공지영은 베스트셀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얕고 감상적”이라는 평론가들에게 쏘아붙인다. “그들은 언제나 잘 팔리는 책에 인색하다. 떠들어라. 난 내 길을 가겠다.” 평론가는 언제나 작가보다 현명하다고 믿고, 작가는 평론가들을 창작에서 낙오한 무리쯤으로 여긴다. “평론가들은 바보다. 칭얼대는 어린아이 하나 달랠 줄 모른다.” 황지우는 칭찬에 인색한 평론가와 그 평론가에게 좋은 말을 듣고 싶어하는 문인들을 한꺼번에 꼬집었다. 등단 50년을 맞은 일흔두 살 원로 비평가 이어령이 서로 갈라서서 냉소할 뿐 선뜻 가로지르지 못할 평론과 시(詩)의 경계선을 넘었다. 계간 ‘시인세계’에 2편을 실어 시인으로 데뷔했다. ‘도끼 한자루’에선 이 시대 쓸쓸한 아버지상(像)을 연민한다. ‘어둠 속에서 너희들을 끌어안는 팔뚝에 힘이 없다고/ 겁먹지 말라/ 사냥감을 놓치고 몰래 돌아와 훌쩍거리는/ 아버지를 비웃지 말라/ 다시 한 번 도끼를 잡는 날을 볼 것이다.’ 이어령은 “결국 시인이 되기 위해, 시를 통해 글쓰기의 마지막 승리를 거두기 위해 50년 동안 글을 써 왔다”고 했다. ‘바다 속에서 전복 따 파는 해녀도/ 제일 좋은 건 님 오시는 날 따다 주려고/ 물속 바위에 붙은 그대로 남겨둔단다’(서정주·시론). 이어령은 “내게도 시는 미당의 전복 같은 거였다”고 했다. 시인에의 충동을 평생 애써 아끼고 눌러 왔다는 얘기다. 이어령은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에선 시심(詩心)이 용솟음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 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고희를 넘긴 이 새내기 노(老)시인의 갈증에서 “시는 모든 지식의 숨결이자 정수(精髓)”라는 워즈워스의 말을 실감한다. 장르의 벽이 유달리 두터운 우리 문단에서 이어령의 ‘시 탐험’은 작지만 값진 자극이다. [김기철 논설위원] 클릭 ■☞ 문학 산책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한국의산천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문화문학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의재(四宜齋)와 관감당(觀感堂) (0) 2006.11.28 주말 출근 길 가을의 잔상 (0) 2006.11.25 군 입대, 이등병의 편지 (0) 2006.11.10 다반사(茶飯事) (0) 2006.11.09 겨울산 동계장비 (0) 2006.11.08 관련글 사의재(四宜齋)와 관감당(觀感堂) 주말 출근 길 가을의 잔상 군 입대, 이등병의 편지 다반사(茶飯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