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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문화문학음악

군 입대, 이등병의 편지

by 한국의산천 2006. 11. 10.

21607

친구의 아들이 군입대 한다.

전우들과 잘 어울리고, 몸 건강히 잘 댕겨 오거라...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곳
더 있고 싶어도 나와야 하는 곳.
 
내가 군 입대 하던 날이 떠오른다. 
 
1977년 7월 11일 이것도 비가 와서 늦춰진 입영날짜다.
공설운동장에서 모인 후 4열 종대로 줄을 세운 후 4명씩 어깨동무를 하게 한 후 수인역으로 이동했다. 
인천 용현동 수인역에서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수인선 열차를 타고 수원을 거쳐 논산으로 향했다. 
그림자 조차도 덥게 느껴지는 후덥한 그해 여름 7월에...
 
그리고 20 몇년이 지난 후 내 아들이 군입대하여, 논산까지 차로 배웅해주고 화천 GOP(비무장지대)에서 근무를 마치고 만기 제대했다.
 
3년간의 軍 생활이었지만 지금도 기억이 또렸하다.
 
지금도 기억한다.
홍천 북방리 - 서석 - 수타사 - 공작산 - 불발령 - 보래령 - 운두령 - 계방산 - 오대산 - 소금강 -연곡 -강릉까지 왕복 천리행군을...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의식이다.
의식은 무의식속에 자리잡은 기억이다.
기억이란 묘비명처럼 단단한 암석판에 각인된 글이다.  
 

 

▲ 내 젊은날의 초상. 왼손에는 싸리비를 들고 ⓒ 2006 한국의산천  

홍천. 눈 많이 내린 날. 눈치우러... 이때가 22~23살 쯤이었나보다.

 

수중 폭파팀이던 9 팀원, 서울 살던 임영출 반장.이천이 고향인 권혁준 하사. 원주살던 박문수병장 보고싶다. (현재 나이 50세 정도)

 


- 이등병의 편지 -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밖을 나설때
가슴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포기 친구얼굴 모든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않게
열차시간 다가올때 두손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21608


누구나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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