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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문화문학음악

소설 빙벽

by 한국의산천 2005. 6. 29.

 

오래 전
중학교때 까스통 레뷰파의 "설과암"을 읽고
암벽,빙벽 등반의 매력에 빠져서 그 후로 산과 암벽 등반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 후 1980년 군 제대 후 손에 쥔 등산 소설 "빙벽" 
평화출판사에서 나온 일본작가 이노우에 야스시의 빙벽이었다
 

 



조금 오래된(1980년 3월 발행) 손때 묻은 책이지만은 지금도 가끔씩 들쳐보게 된다.
이 책의 끝 부분에 귀절이 인상 깊게 남아 있어서 옮겨 적어보겠습니다
 .

산악인 사이에 일어나는 한 여자와의 삼각관계 그리고 운명적인 산에서의 조난과 사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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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략
점심때 사무실을 나갔던 도끼와 지사장이 돌아온것은 퇴근시간이 가까운 5시경이었다.
도끼와는 들고 있던 상의 를 의자에 걸치고 묵직한 저음으로 여럿을 불렀다 ' 모두들 일손을 멈춰주게'

내 외근을 합해서 남아있던 20여명의 시선은 일제히 지사장을 바라보았다 .

모두들 신문을 보아서 알고들 있겠지만 우리의 좋은 친구였던 우오즈군이 호다까의 D사와에서 조난을 당했어요 조금전 확인 연락이 왔어요. 우오즈군을 위해 묵념을 올립시다'
도끼와 지사장은 일동이 일어서기를 기다리며
'묵념' 하고 짧게 구령을 내렸다

이윽고 자리에 앉아 말을 계속하였다
' 난 우오즈군이 훌륭한 사원이었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좋은 사원이었다고 내게 이상적인 사원이라고 말 할수는 없다.
그는 휴양을 간다고 휴가를 얻었고 그리고 산에 올랐다. 

내게 거짓말은 하면서 휴가를 얻었고 산에 올랐다 .
그렇게 산이 회사보다 소중했던가? 

소중하다면 왜 바른대로 말하지 않았는가? 안그런가? 그것은 아직 그가 덜된. 덜 떨어진..'

그는 말하면서 연신 목덜미의 땀을 �았다.
'왜 나에게 바른대로 말하지 않았느냐 그것이다 . 내가 언제 그런말은 못하도록했는가?.'

부르짖는 그의 태도가 바뀌어 조용히 말했다
' 그건 그렇지만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있다. 죽은자에게 채직질은 하지 말아야지. 

그러나 우오즈군은 등산가로서 훌륭했다 .
회사의 일은 잘 마무리지었다고 말 할 수 없지만 등산가로서는 훌륭하게 마무리를 짓고 갔다.
죽기전까지 조난의 상황을 상세하게 정확하게 메모를 남기고 갔다.
이건 우리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일이다.

그의 온몸에서는 땀이 분출 되고 있었다

' 오오즈는 왜 죽었는가? 그건 분명하다 그는 용감한 등산가 였기에 죽었다. 

용감한 등산가란 모두 죽는다고 생각한다. 

가장 죽음의 확률이 많은 곳에 몸을 던지는데 어찌 안전하단 말인가? 

우오즈군이 이번에 죽지 않았더라도 언제가는 죽는다.  

죽음이 충만한곳에 자연이 인간을 거부하고 있는곳에 인간은 기술과 의지를 무기로 도전 한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을 확실히 시험하는 훌륭한 행위이다.

과학과 문화도 이같은 과정을 거쳐서 발전해온 것이다.

인류의 행복도 이처럼해서 얻어진것이다. 그런의미에서 등산은 훌륭한 취미이다.  

그러나 항상 죽음과는 종이 한장 차이이다.

그는 신동아 상사에서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회사원이 아니라 등산가 였던 것이다

연설인지 외침인지 목소리는 커져가고있었다

마침내 지사장은 여사원에게
'물좀줘요' 했다 그리고 끝으로
'바보자식' 하고 끝을 맺었다

그는 이제 할말이 없어지자 허탈해 졌다.

만약에 죽은 우오즈가 지금 여기 있었다면 독특하고 끈기있고 자신만만한 말투로 반박을 하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사장님? 등산에도 룰이있습니다  .
얼핏보기에는 없는것 같지만 확실히 룰이 있습니다라고 .....

지사장은 상의를 집어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우오즈가 없는 사무실은 이제 쓸쓸하기 짝이없었다 .
보도에는 해지기 직전의 엷은 햇살이 깔려 있었다.
도끼와 지사장은 어디로 갈까 망설였다 . 갈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다만 목이 탈 뿐이었다.

자식을 잃은 어버이의 마음이 이런것일까?
그는 집으로 가기위해 정류장으로 가면서도 아무데도 갈곳이 없는 사람처럼 허전함 뿐이었다 ... 옮김  
  한국의산천  

 

신문기사평 

산악인들의 수기는 문장력이나 표현력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극한의 상황을 겪은 산악인들의 경험담은 손끝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중량감을 지니고 있다.

 

소설 빙벽

친구와 함께 등반을 갔던 주인공이 혼자 살아서 돌아온다.
자일이 끊어졌던 것이다.
사람들은 실연을 한 친구 우오즈가 자살을 하기 위해 스스로 자일을 끊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주인공은 이것을 단호하게 부정한다.
"우오즈는 산악인이다.그가 암벽을 오르면서 자살할 이유는 없다.그것은 산의 신성을 모독하는 행동이기때문이다.

산악인은 산이 원하면 생명을 바치지만, 속세를 청산하려고 산에서 일부러 목숨을 끊는 그런 짓은 결코 하지 않는다."
 

산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산서(山書)에는 신변잡기의 소설이나 처세술로 가득찬 책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인간정신의 가장 높은 성취가 담겨있다.
그 책들 역시 결국 산이 만든 창조물일지도 모르기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  
 
[등산(정밀지도),여행 Site   한국의산천 

 
♪ When Will I See You Again -Three Degre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