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토요일 아내와 가현산 장수산 등산
아내와 둘이 오붓하게 가현산으로 이동
전생에 원수가 부부로 만난다고 했던가?
지지리 다투기도 하며 여기까지 왔네
돌아보니 그것 또한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행복했던 젊은 시절.
부부
- 문 정 희
부부란
무더운 여름 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속에서 앵하고 모기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 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 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 시키는 긴 과정 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젤 수 없는
백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 2008년, 문학수첩, 가을호
아내
- 나 태 주
새각시
새각시 때
당신에게서는
이름 모를
풀꽃 향기가
번지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신도 모르게
눈을 감곤 했지요
그건 아직도
그렇습니다.
남편
- 문 정 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은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가현산 오르기[고프로 히어로7 타임워프 촬영]
1인분 8000원 합리적인 가격에
맛난 낙지볶음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직도 해가 중천에 있기에 다시 집 근처에 있는 장수산 등산
장수산 헬기장 가는 길 [고프로 히어로7 타임워프 촬영]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 시키는 긴 과정 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 문정희 시인의 '부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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