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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가현산 장수산 등산

by 한국의산천 2021. 2. 13.

설 연휴 토요일 아내와 가현산 장수산 등산

 

아내와 둘이 오붓하게 가현산으로 이동

 

전생에 원수가 부부로 만난다고 했던가?

지지리 다투기도 하며 여기까지 왔네 

돌아보니 그것 또한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행복했던 젊은 시절.

 

부부

                -  문 정 희 
  

부부란

무더운 여름 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속에서 앵하고 모기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 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 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 시키는 긴 과정 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젤 수 없는

백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 2008년, 문학수첩, 가을호

 

아내

 

    - 나 태 주

 

새각시

 

새각시 때

 

당신에게서는

 

이름 모를

 

풀꽃 향기가

 

번지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신도 모르게

 

눈을 감곤 했지요

 

그건 아직도

 

그렇습니다. 

 

남편

           - 문 정 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되지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은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는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가현산 오르기[고프로 히어로7 타임워프 촬영] 

 

 

1인분 8000원 합리적인 가격에 

맛난 낙지볶음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직도 해가 중천에 있기에 다시 집 근처에 있는 장수산 등산

 

장수산 헬기장 가는 길 [고프로 히어로7 타임워프 촬영]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 시키는 긴 과정 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 문정희 시인의 '부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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