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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영덕 물가자미 구이

by 한국의산천 2021. 2. 18.

[김준의 맛과 섬] [50] 영덕 물가자미 구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1.02.17 03:09 | 수정 2021.02.17 03:09

영덕 물가자미 구이.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다섯 마리 더 구워 주세요.”

 

고개를 돌려보니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 둘까지 모두 네 명이다. 물가자미정식을 시켰으니 네 마리에 추가한 다섯 마리까지 모두 아홉 마리다.

 

정식은 구이 외에 회, 조림, 찌개, 튀김, 식해까지 포함한다. 추가한 물가자미 구이<사진> 한 마리는 2000원이다.

경상북도 영덕군 축산항 근처 물가자미전문점에서 만난 가족이다. 1인분을 주문받지 않으니 나도 2인분을 시켰다.

 

영덕 축산항, 대진항, 경정항은 물가자미로 유명하다. 특히 축산항은 물가자미로 먹고사는 어항이다.

영덕은 대게뿐만 아니라 물가자미로도 유명하다.

 

대게뿐 아니라 물가자미 구이로도 유명한 영덕 축산항 모습.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동해에서는 기름가자미를 ‘물가자미’나 ‘미주구리’라 부른다.

어류도감에 있는 진짜 물가자미는 몸에 반점이 여섯 개가 있다. 하지만 축산항에서 만난 ‘물가자미’는 몸에 점액질이 많아 기름을 발라 놓은 것처럼 끈적끈적하다. 그래서 기름가자미일까. 미주구리는 일본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한다.

 

기름가자미는 수심 200m 이상 모래와 펄이 발달한 저층에 서식한다.

기름가자미는 다른 가자미에 비해 대량으로 어획되고 생선 두께가 얇고 갸름하며 회수율도 낮고 식감도 떨어져 값이 싸다. 그래서 말려서 찌거나 구워서 술집이나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맛보기로 등장한다. 또 점액질을 제거하고 손질한 뒤 썰어서 식해를 만들기도 한다.

 

식해는 가자미, 횟대기, 오징어, 소라, 심지어 갈치로도 만들지만 으뜸은 기름가자미이다. 밥식해는 소금 귀하고 쌀이 부족해 조와 좁쌀을 넣어 발효시킨 음식이다. 영덕만이 아니라 강원도 바닷마을에서도 즐겼다. 강릉에서는 김장을 할 때나 깍두기 김치를 담글 때 썰어 넣기도 한다.

 

가자미 정식은 회가 채소와 함께 나온다. 이어 밥과 반찬으로 식해, 조림, 튀김이 준비되며, 냄비에 찌개가 보글보글 끓는다. 가자미찌개는 조릴수록 맛이 좋다. 국물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사이 옆 가족에게도 구이 다섯 마리가 전해졌다. 소곤대던 소리도 들리지 않고 달그락달그락 젓가락 소리만 요란하다.

 

영덕 물가자미 말리는 모습.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글 :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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