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승' 명산 ③] 구담봉·옥순봉… 한강의 아름다움은 도담에서 절정
글 박정원 선임기자 입력 2021.02.19 09:09
단양은 예로부터 빼어난 산수 자랑… 이황·김정희·김홍도 등 시와 그림 남겨
꽁꽁 얼어붙은 남한강 안에 도담삼봉이 우뚝 솟아 있다. 중간 제일 높은 봉우리 옆에 있는 정자에서 숱한 시인 묵객들이 음풍농월했다
‘산수기수山水奇秀 천암만학千巖萬壑 장감금포長江襟抱’
단양의 산수를 압축해서 표현한 단어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단양 형승편에 ‘단양은 옛 고을이라 산수가 기이하고 빼어났으니, 그 더없이 맑은 기운이 반드시 헛되이 축적되었을 리 없다. 천 바위와 만 구렁에 한 강이 돌고, 돌을 깎고 언덕을 따라 작은 길로 간다. 긴 강이 옷깃처럼 일만 산이 돌았다’고 나온다.
<택리지>에서도 단양의 풍광을 ‘모두 첩첩산중에 있어서 10리 정도 펼쳐진 들도 없으나 강과 시내, 바위와 골짜기로 이루어진 경치는 훌륭하다’고 평가하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남한강 오른쪽 기이한 바위가 옥순봉이다.
‘세상에서 이담二潭과 삼암三巖이라 일컫는 명승이 있다. 이담 중에서 도담島潭은 영춘 경내에 있고, 강물이 휘감아 돌다 고여서 깊고도 넓다. 물 가운데 우뚝 솟은 세 개의 바위 봉우리가 각각 따로 떨어져 마치 곧은 현絃처럼 한 줄로 서 있고, 기이하고 교묘하게 조각되고 새겨져 마치 인가에 쌓아 만든 석가산石假山과 같다. (중략) 귀담龜潭은 청풍 경내에 있다. 양편 언덕의 석벽이 하늘에 솟아 해를 가리고, 강물이 그 사이로 쏟아져 내려 흘러간다. 바위 협곡이 문이나 창호처럼 겹겹이 서로 막아섰고, 좌우에는 강선대, 채운봉, 옥순봉이 있다. 채운봉과 옥순봉은 만 길이나 되는 봉우리가 순전히 바위 한 덩어리로 되어 있다. 옥순봉은 더 높이 곧게 치솟아 마치 거인이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모양이다.’
영국의 세계적인 여행작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Isabella Bird Bishop(1831~1904)이 1897년 한국을 여행하고 쓴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Korean and Her Neighbours>에도 도담의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한강의 아름다움은 도담에서 절정을 이룬다. 낮게 깔린 강변과 우뚝 솟은 석회절벽, 그 사이의 푸른 언덕배기에 서 있는 처마가 낮고 지붕이 갈색인 집들이 그림처럼 도열해 있는데, 이곳은 내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남한강 맞은편에서 구담봉을 바라보면 기이한 바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옛 문헌에서 보다시피 단양은 예로부터 그 풍광이 매우 뛰어난 듯하다. 경관이 빼어날수록 선비들이 많이 찾는다. 이황을 비롯해 정도전, 김정희, 김홍도 등이 단양을 찾아 시와 그림을 남겼다. 단양의 절경은 고스란히 명승으로 지정됐다.
지금 명승 제44호가 도담삼봉島潭三峰, 명승 제45호가 단양 석문石門, 명승 제46호가 구담봉龜潭峰, 명승 제47호가 사인암舍人巖이다. 문화재청에서 명승으로 지정한 각각의 이유를 한 번 보자.
단양 도담삼봉은 절경이 특이하고, 아름다워 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손꼽히며, 단양군수를 지낸 이황을 비롯해 황준량, 홍이상, 김정희, 김홍도, 이방운 등이 많은 시와 그림을 남긴 곳이다. 이곳에는 조선시대 개국공신인 정도전 탄생과 관련한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데 정도전은 자신을 삼봉이라 할 정도로 이곳을 사랑했다고 전한다.
도담삼봉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원추 모양의 봉우리로 남한강이 휘돌아 이룬 깊은 못에 크고 높은 장군봉을 중심으로 세 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그 형상이 기이하고 아름다우며 남한강과 어우러져 뛰어난 절경을 보여 준다. ‘섬이 있는 호수 같다’고 해서 도담이라 명명됐다.
단양 석문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자연유산으로 석회동굴이 붕괴되고 남은 동굴 천장의 일부가 마치 구름다리처럼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석문 자체의 형태도 특이하고 아름답지만, 석문을 통해 바라보는 남한강과 건너편 농가의 전경이 마치 사진 프레임을 보는 듯이 아름답다.
구름다리 모양의 돌기둥 자연경관자원 중 동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의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어 학술적 가치도 클 뿐만 아니라 석문 안에 살았다는 마고할미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등 희귀하고 아름다운 경승지이다.
동양 최대 규모인 카르스트 지형의 백미를 보여 주는 석문.
절벽 위 바위가 거북 닮아 구담봉
구담봉은 절벽 위의 바위가 거북이를 닮아 명명됐다. 구담봉의 장회나루 쪽으로는 퇴계 선생을 사모하던 기녀 두향의 묘가 있다. 조선 인종 때 백의재상이라 불린 주지번이 낙향해 칡넝쿨을 구담봉의 양쪽 봉우리에 걸어 타고 다녀 신선이라 불렸다는 전설 등 이야기가 많은 명승지이다.
구담봉은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펼쳐지는 깎아지른 장엄한 기암절벽이 제비봉과 금수산, 멀리는 월악산에 감싸여 있다. 이황, 이이, 김만중 등 수많은 학자와 시인 묵객이 그 절경을 극찬했으며, 지금도 충주호에서 배를 타고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다운 곳이 되고 있다.
단양 사인암은 남조천(일명 운조천)변에 병풍처럼 넓은 바위가 직벽을 이루며 위엄을 자랑하고 있는 곳으로 추사 김정희가 이곳을 두고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 그림과 같다고 찬양했을 정도로 그 경관이 특이하고 아름답다. 고려시대 경사와 역학에 능통했던 역동 우탁 선생이 정4품 벼슬인 사인 재직 시 이곳에서 머물렀다는 사연이 있어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였던 임재광이 사인암이라 명명했다고 전하며, 암벽에는 우탁의 글이 남아 있다.
제천 옥순봉은 비가 갠 후 희고 푸른 여러 개의 봉우리가 죽순이 돋아나듯 우뚝우뚝 솟아 있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고 전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남한강 위로 솟아오른 봉우리가 매우 특이하고 아름답다.
옥순봉은 원래 제천(당시 청풍) 땅인데, 이곳이 단양팔경에 속하게 된 것은 조선 명종 때 단양군수였던 이황이 옥순봉을 단양에 속하게 해달라고 청풍부사에게 청했으나 허락하지 않자 옥순봉 석벽에 ‘단구동문丹丘洞門’이라 새기면서 이곳을 단양의 관문으로 정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인근의 구담봉과 함께 여러 시인 묵객들의 시문이 다수 전하는 절경지이다.
위에서 언급된 명승지 모두 단양팔경에 속한다. 그 외에도 단양에는 절경이 많아 단양 제2팔경을 지정할 정도다.
구담봉과 옥순봉은 월악산국립공원 권역에 있다. 제천시 수산면 계란재 고갯길에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 공원지킴터 주차장이 있다. 공원지킴터에서 구담봉까지는 2km, 옥순봉까지는 2.3km. 공원지킴터에서 1.4km까지는 외길이다. 중간갈림길에서 각각 구담봉까지는 0.6km, 옥순봉까지는 0.9km 더 가면 된다.
기이한 바위가 절경을 이룬 사인암.
두 봉우리 등산 소요시간은 3시간 남짓
구담봉(330m)은 수직에 가까운 계단식 데크로 등산로가 조성돼 있다. 겨울에는 반드시 스틱이나 아이젠을 준비해야 한다. 두 차례 정도 오르락내리락하면 구담봉 정상에 도착한다. 발아래 충주호가 시원하게 펼쳐지며, 그 위로 천암만학 같은 능선과 골짜기가 굽이져 흐르는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절경 중의 절경이다. 봉우리 위에서 내려다 볼 때 지명이 유래된 거북이의 형상을 확인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0.6km 돌아 나와 옥순봉으로 향하면서 거북이의 형상을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돌아보지만 앙상한 나뭇가지와 눈으로 뒤덮인 봉우리가 어디가 어디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옥순봉은 구담봉(286m) 가는 코스만큼 어렵지 않다. 오르락내리락 강도가 구담봉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옥순봉 정상에서도 조망은 구담봉과 별로 다르지 않다. 명승이 그냥 명승이 아니다. 명승으로 지정된 이유가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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