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황금연휴라도 아직은… 사람 드문 야외, 여행 책방, 랜선 여행으로 짧은 여행 즐겨볼까
파주=강정미 기자 입력 2020.04.25 03:00
코로나 시대 연휴 즐기기
최장 엿새의 황금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면서 긴 연휴를 건강하고 알차게 보낼 대처법이 필요하다. 잠시나마 한숨 돌릴 수 있는 넓고 탁 트인 야외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넓은 잔디 언덕에서 미세 먼지 사라진 하늘도 감상하고 연도 날릴 수 있는 파주 임진각평화누리공원.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최장 6일의 '황금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30일 석가탄신일을 시작으로 근로자의 날과 주말, 어린이날까지 휴일이 이어진다. 5월 4일 하루만 휴가를 쓰면 엿새를 연달아 쉴 기회. 여행을 떠날 최고의 타이밍이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예년처럼 황금연휴를 즐기긴 어려워졌다.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졌고 국내 여행마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황금연휴 기간 코로나 재확산을 우려해 정부도 다음 달 5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연장했고, 국내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여행 서점과 책, 랜선 여행법을 제안한다. 잠시나마 숨통을 트여줄 대피소까지 황금연휴를 위한 대처법을 찾았다.
여행 대신 여행 서점
① 정상에 자리 잡아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충북 단양 카페산. 단양 전경과 바로 옆 활공장에서 패러글라이딩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② 카페산의 전망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남기는 사람들. ③ 알록달록한 바람개비가 인상적인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바람의 언덕.
때로는 여행 책만 봐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여행 책으로 가득한 여행 서점에선 잠시나마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행 대신 여행 서점으로 간다. 사이에는 서울 연남동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 자리 잡은 책방. 찾아가는 길부터가 새로운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2층 문을 열고 서점에 들어서자 여행 책과 여행 사진, 여행 기념품들이 여행 서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행 책만 있는 건 아니다. 조미숙 대표는 "여행을 갈 때 가져가는 책이 모두 여행책"이라고 말했다.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 에세이, 미술책 외에도 여행 가서 읽을 만한 소설이나 베스트셀러, 신간도 갖추고 있다.
여행을 위한 책들은 도시별·주제별로 정리돼 있다. 매달 새로운 주제를 정해 책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번 달 주제는 '집콕 미식 여행'이다. 주제가 있는 전시도 만날 수 있다. 여행하듯 천천히 서점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여행 작가와의 북 토크, 여행작가와 셰프 등과 함께 떠나는 주제가 있는 여행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현재는 코로나 여파로 운영되지 않지만 여행 작가를 만나고 싶거나 색다른 여행을 떠날 기회다. 관련 정보는 사이에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8시까지, 토요일 오후 2시에서 7시까지.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는 인도 여행 서점이자 여행사다. 서울 방배동 골목길에서 만난 서점은 이름과 달리 초록색 문과 깔끔한 외관이 유럽의 서점을 닮았다. 아담한 서점 내부도 인도 관련 소품들이 보이긴 해도 세련된 북카페 느낌이다. 전윤희 대표는 "인도 여행이 호불호가 큰 편이라 서점도 너무 인도스럽지 않게 꾸몄다"고 했다. 서점엔 인도 여행과 인도 관련 서적, 인문학 책들이 가득하다. 인도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편하게 볼만한 책이 많다.
메종인디아에서는 인도의 다양한 차도 맛볼 수 있다. 다즐링과 닐기리, 우바, 누와라엘리야 등 인도와 스리랑카의 전통 홍차와 차이(향신료와 생강을 넣어 만든 인도식 홍차), 라시(인도식 요구르트) 등을 제대로 선보인다. 인도 맥주와 와인도 즐길 수 있다. 홍차, 차이 한 잔으로도 낯선 인도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월~금요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7시까지.
서울 양평동 한적한 골목에선 색다른 공간을 만났다. 여행가이드북 '이지시리즈'와 '트립풀(Tripful)'을 만드는 이지앤북스의 여행 콘텐츠 라운지 늘이다. 여행 책과 여행 가서 읽기 좋은 책, 사진, 일러스트, 굿즈를 판매하고 이벤트와 전시를 진행하는 공간이다.
라운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큰 창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초록빛 나뭇잎으로 가득한 창문이 공간을 싱그럽게 만든다. 잠시 다른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커피를 마시며 책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늘에선 다음 달 30일까지 '느린 봄'을 주제로 전시와 색다른 체험을 진행한다. 45만 팔로어를 지닌 인플루언서 '6월의 숲' 장동원 작가의 '봄과 일상' 사진전을 감상하고 감성 끝판왕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고 현상까지 해보는 '원데이클래스', 한강공원·선유도공원 나들이를 위한 '피크닉세트'도 체험할 수 있다. 일요일 휴무, 평일 정오에서 오후 6시·토요일 오후 1시에서 7시까지.
책과 떠나는 여행
집콕하며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도 연휴를 알차게 보내는 방법이다.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면 더 좋을 터. 여행 서점 주인장들에게 황금연휴에 읽을 만한 책을 추천받았다.
사이에 조미숙 대표가 추천한 책은 피렌체에서 60년을 살아온 이탈리아 스타 셰프 파비에 피키가 이탈리아 요리와 함께 피렌체의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피렌체를 맛보다'. 이탈리아 미식 여행과 피렌체 도시 여행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색다른 책이다. 평소엔 챙겨 먹지 않던 아침도 여행지에선 이상하게 부지런히 챙겨 먹게 된다. '빙하 맛의 사과'(최상희)와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이다혜)은 여행에서 특별해지곤 하는 조식에 대한 이야기다. 여행에서 먹었던 조식을 떠올리며 책장을 넘기기 좋다.
메종인디아 전윤희 대표는 류시화 시인의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말라'를 추천했다. 인도 여행 30년 차 시인이 인도에서 읽고 들은 우화와 설화, 신화, 실화를 모은 책이다. 인도의 우화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울 기회. 인도라는 나라가 낯설고 궁금하다면 '인도 100문 100답'(이광수)으로 접근해보길 권한다. 인도의 문화와 역사 등을 세분화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인도의 영적 지도자 스와미 비베카난다의 '마음의 요가'는 마음 수련을 위한 책이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해진 마음을 다스리고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늘' 최인선 매니저는 최갑수의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를 추천했다.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찍은 작가의 감각적인 사진과 여행 에세이, 다양한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이 감성적으로 어우러졌다. 책 한 권만으로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여러 권의 책을 읽은 느낌이다. 이지앤북스 송민지 대표가 추천한 '카페인유럽'은 카페의 본고장인 유럽으로 방구석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책이다. 유럽 각지의 카페 47곳을 오랜 역사와 고전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카페, 로컬의 아지트 역할을 하는 카페, 커피 맛과 브런치 메뉴로 유명한 카페 등 7가지 테마로 나눠 소개한다. 유럽의 카페 문화를 이해하며 나만의 카페 취향도 찾을 수 있다.
'랜선 여행'으로 대리 만족
④ ‘어디갈래 챌린지’로 이집트 여행을 떠난 배우 고소영. ⑤ 천국의 계단과 임진강, 이국적인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연천 호로고루. ⑥ 임진각 철조망 옆에 자리 잡은 카페 ‘포비DMZ’. /강정미 기자·김종연·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고소영 인스타그램
여행 대신 추억 사진을 꺼내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지난 여행 사진을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추억의 사진을 꺼내보다 휴대폰과 클라우드 사진 정리에 나선 사람도 많아졌다. 직장인 이호영(38)씨는 "휴대폰이나 클라우드에 저장만 하고 묵혀두기만 했던 여행 사진을 아예 포토북으로 만들어 정리했는데 코로나 덕에 새로운 취미와 추억이 생겼다"고 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는 이색 챌린지도 유행하고 있다. 파리 에펠탑이나 이집트 스핑크스 등의 세계 유명 여행지에 자기 사진을 합성해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는 '어디 갈래 챌린지(where doyouwannago_challenge)'다. 배우 고소영, 모델 한혜진 등도 합성 사진으로 챌린지에 참여하며 여행의 아쉬움을 달랬다.
안방에서 랜선 여행을 즐기며 대리 만족에 나서기도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스퀘어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 등 해외 주요 도시의 실시간 중계 채널을 감상하거나 두바이, 스위스, 체코 등 해외 관광청에서 공개하는 가상현실과 캠페인 영상을 즐긴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문화유산채널'에서 '봄, 자연과 함께하는 영상여행 특집 프로그램'을 감상하며 국내 여행을 떠난다. 봄을 맞은 궁궐과 유명 문화유산의 아름다운 사계, 한국의 섬과 전통 정원을 담은 영상들이다. 한라산 백록담, 설악산 토왕성폭포, 비무장지대(DMZ)와 천연기념물 등을 가상현실로 더 실감 나게 만나는 '문화유산 여행 360도 VR'도 인기다.
탁 트인 야외로, 미세 먼지 없는 하늘 감상
⑦ 여행 콘텐츠 라운지 ‘늘’. 여행 책과 소품, 전시 등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⑧ 인도 여행 서점 ‘메종인디아 트래블앤북스’. 인도 홍차와 라시 등과 함께 인도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다. ⑨ 연남동 여행책방 ‘사이에’. ⑩ 여행 추억을 자극하는 ‘사이에’의 마그넷. / 한준호·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잠시나마 숨통을 트여줄 짧은 여행도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 여파로 주요국들의 산업 활동이 줄어들면서 미세 먼지 없는 맑고 깨끗한 하늘 볼 일이 많아졌다. 넓고 탁 트인 곳에서 화창한 날씨와 파란 하늘을 마음껏 감상할 기회다. 경기 연천군 호로고루는 임진강 절벽 위에 세워진 고구려성이다. 이름만큼이나 생김새도 생소한 삼각형 형태의 평지 성터로 탁 트인 전망과 이국적인 풍경이 잊히지 않는 곳이다.
구릉 같은 성벽 위에 오르면 하늘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진다.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도 한눈에 볼 수 있다. 탁 트인 전망을 눈에 담으며 숨 돌리기 좋다. 성벽 위로 향하는 계단은 마치 하늘과 맞닿은 듯 보여 '천국의 계단'이라고 불린다. 호로고루의 포토존으로 이름난 곳이니 인생 사진 한 장 남겨보길 권한다.
넓은 잔디 언덕과 탁 트인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평화누리공원의 잔디 언덕은 관람객 약 2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바람개비 3000개가 돌아가는 바람의 언덕과 대나무로 만든 대형 조형물 통일바라기 등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잔디 언덕에서 바람에 연을 날리는 사람이 많다. 가만히 앉아 하늘과 연을 바라보자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지난 6일 개통한 파주임진각평화곤돌라도 놓치지 말 것. 전국에서 처음으로 민간인출입통제선을 오가는 곤돌라다. 임진각을 출발해 민통선 내 군내면 백연리 상부정류장까지 850m를 오간다. 임진강 위를 오가는 짜릿함과 시원한 전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철조망 전망이 인상적인 카페 포비DMZ도 들러볼 만하다. 임진각 철조망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 시는 기분이 색다르다.
산 정상에서 탁 트인 전망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충북 단양군 카페산은 패러글라이딩으로 이름난 두산활공장(해발 550m)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카페에선 탁 트인 하늘이 손에 잡힐 듯하다. 단양 시내도 한눈에 들어온다. 패러글라이딩하는 모습을 관람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좋다. 이왕이면 패러글라이딩에도 도전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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