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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詩 부부 ]아내와 한컷

by 한국의산천 2020. 4. 24.

아내와 한컷



부부

                -  문 정 희 
  

부부란

무더운 여름 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속에서 앵하고 모기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 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 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 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젤 수 없는

백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 2008년, 문학수첩, 가을호


내일은 토요일

열심히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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