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오색인문학] 中 산둥성서 온 각시가 심은 '800년 전설'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자리잡은 산수유.
■ 나무로 읽는 역사이야기- 전남 구례 산동면 산수유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시집올때 열매도 함께 가져와
구례 산동면 산수유로 가장 유명
계척마을에는 800살의 시배 나무
마을사람들 지금도 숭배 의식
송영규 기자 2020-02-27 17:22:59
전남 구례군 산동면에 자리잡은 산수유
전설은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추상의 산물이다. 추상은 언제나 구상을 통해서만 탄생한다. 구체적인 사물이 존재하지 않으면 어떤 추상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나무 전설이 적지 않다. 나무 전설 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나무 전설은 지금까지 큰 나무와 나이 많은 나무를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원인이었다. 특히 나무 전설은 ‘나무인문학’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아주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층층나뭇과의 갈잎떨기나무 산수유는 경기도 이남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나무다. 학명에는 원산지 표기가 없지만 식물도감에는 대체로 중국 원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신수유를 ‘촉산조(蜀酸棗)’라고 부른다. 촉산조는 중국 ‘촉나라(지금의 사천성)의 신맛 나는 대추’라는 뜻이다. 산수유를 대추에 비유한 것은 열매가 대추를 닮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에서는 산수유를 ‘석조(石棗)’라고 불렀다.
산수유는 ‘산에 사는 수유’라는 뜻이다. ‘수유’는 운향과의 갈잎큰키나무 쉬나무를 뜻한다. 그런데 간혹 우리나라 조선왕조실록이나 문집총간 등 각종 문헌에 등장하는 수유를 산수유로 오역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수유가 산수유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문헌의 문장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산수유가 가장 많은 곳은 전남 구례군 산동면이다. 이곳 사람들은 산수유를 ‘대학나무’라 부른다. 산수유 열매를 팔아서 자녀를 대학에 보냈기 때문이다.
산동면 계척마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시배 산수유가 있다. 그래서 산동면은 우리나라 산수유의 시조가 살고 있는 곳이다.
계척마을에 산수유가 살기 시작한 것은 옛날 중국 산둥성에 사신으로 간 사람이 그곳 처녀를 데리고 와서 자신의 아들과 결혼시켰기 때문이다.
산둥성의 처녀가 계척마을로 시집오면서 산수유 열매를 가지고 와 심었던 것이다.
계척마을 사람들은 산수유의 나이를 800살이라고 하지만 산수유를 물질로 보는 사람들은 800살로 보지 않는다. 중국 산둥성에서 시집온 처녀가 심었다는 것과 800살의 나이는 전설이다. 중국 산둥성과 전남 산동군의 이름이 같은 것도 전설의 산물이다.
‘삼국유사’는 우리나라의 문헌 중 산수유가 등장하는 가장 이른 시기의 자료다. 삼국유사에는 당나귀 귀로 유명한 신라 제48대 경문왕과 관련한 얘기가 등장한다. 경문왕은 대나무 숲에서 들리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를 없애기 위해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대신 산수유를 심었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는 줄기가 밑동부터 다섯 갈래 줄기로 뻗어 있다.
산동면 계척마을의 산수유는 밑동에서 곧장 올라온 다섯 개의 줄기가 마치 팔을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곳 산수유는 어린 나이의 산수유에 비해 줄기의 모습이 아주 다르다. 어린 나이의 산수유는 갈색의 줄기가 비늘조각처럼 벗겨진다. 그러나 시배 산수유의 줄기는 껍질이 벗겨지지 않고 색깔도 갈색이 아니라 흰색에 가깝다.
시배 산수유는 그만큼 나이가 많아서 어린 모습과 전혀 다른 줄기로 변했다. 시배 산수유는 계척마을의 수호신이다.
전설과 마을 사람들의 사랑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지금도 계척마을 사람들은 시배 산수유를 숭배하는 의식을 치른다.
나무를 숭배하는 의식은 결코 미신이 아니다. 나무에 대한 믿음은 나무를 생명체로 바라보는 전통사회의 생태의식을 의미한다.
전통사회의 이 같은 생태의식은 인간이 나무와 더불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가까이에서 본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산수유는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산수유 꽃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모습이 아주 다르다.
멀리서 보면 큰 꽃송이로 보인다. 그래서 녹나뭇과의 갈잎떨기나무 생강나무 꽃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까이서 산수유 꽃을 보면 우산처럼 생긴 꽃차례에 자잘한 노란색 꽃이 모여 있다.
꽃은 송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20~30개씩 달린다. 꽃잎은 넉 장이다.
넉 장의 꽃잎은 부모인 층층나무의 꽃잎과 같다. 그런데 넉 장의 꽃잎은 뒤로 젖혀진다. 그래서 꽃송이가 두드러진다.
조선시대 김창업은 산수유 꽃을 ‘금속(金粟)’, 즉 ‘황금 조’에 비유했다.
나는 산수유 꽃을 보면서 별을 상상한다.
산수유는 20~30개의 별들이 각각 자신만의 빛을 낸다. 별들은 열매를 만들고 나면 하늘로 날아간다. 하늘로 날아간 별들의 자리에는 또 하나의 별이 빛난다. 바로 열매다. 열매는 꽃 모양처럼 주렁주렁 달린다. 붉게 익은 열매는 꽃만큼이나 아름답다.
조선시대 김창업은 산수유 열매를 산호에 비유했다. ‘산림경제’에는 “땅이 얼기 전이나 언 땅이 풀린 뒤에는 언제나 심을 수 있다. 2월에 꽃이 피는데 붉은 열매도 보고 즐길 만하다. 닭똥으로 북돋워주면 무성히 자란다”고 적혀 있다.
꽃보다 나중에 돋는 잎은 열매가 탄생할 즈음에 볼 수 있다. 열매가 생기는 즈음에 잎이 돋는 것은 열매를 성장시키는 데 아주 중요하다.
잎은 햇볕을 받아 열매를 성장시킨다. 마주나는 산수유의 잎은 부모인 층층나무를 많이 닮았다. 인간은 자연을 닮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얼굴은 우리나라 자연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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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 이 태 수
마음을 씻고 닦아 비워내고
길 하나 만들며 가리.
이 세상 먼지 너머, 흙탕물을 빠져나와
유리알같이 맑고 투명한,
아득히 흔들리는 불빛 더듬어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가리.
이 세상 안개 헤치며, 따스하고 높게
이마에는 푸른 불을 달고서,
구례 산동 산수유 마을 둘러보기 >>> https://koreasan.tistory.com/15606936
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할 것이다. - 노자 도덕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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