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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영종도 신도 시도 모도 라이딩

by 한국의산천 2019. 12. 15.

그 섬에 가고 싶다


날씨가 포근한 일요일 [2019 · 12 · 15]

영종도 신도 시도 모도 라이딩





일상의 낯선 여행

자주 찾아 나섰던 길이건만 오랫만에 둘러보니 낯선 여행처럼 그렇게 또 새롭게 다녀왔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 김 훈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서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 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는 정현종 시인의 시처럼

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서로가 가볍게 가서 만날 수 있는 섬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세상의 길들을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가게 한다.

구동축과 두 바퀴를 통해서 대지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 받아 온 몸으로 땅을 느낀다.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은 세상과 자연과 풍경을 담는 방식이 다르다.
두 페달을 통해 종아리와 허벅지를 통해 가슴으로 전달된다.
즉, 머리에서 전달되는 감동이 아니라 발끝에서 오는 근육의 팽팽함과 긴장감으로 느껴지는 전혀 다른 감동이다.












▲ 신도 선착장 초입에 있는 계절식당 (선착장에서 약 500m에 위치)

이곳 식당은 이 주변에서 채취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낸다

소라, 낙지, 우럭 등등 그렇기에 계절에 채취하지 못하는 음식은 안나오는 경우도 있다

모든 식재료는 국산.  





     - 정 현 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망망대해 부유하는 섬. 일렁이는 파도에 나뭇잎 같은 불안한 배에 의지해 거문도에 갔었다.

긴장한 탓에 온 몸의 근육이 돌처럼 굳어져 버려 걸음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거문도는 만만한 섬이 아니었다.

뭍의 닳아빠진 인간을 완강히 거부했다. 낯선 남도 섬의 풀과 꽃은 소금기가 배어 억셌다.

늙은 어부의 갈퀴같은 손처럼 끈질기게 생명의 끈을 쥐고 있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부는 바람에 내 몸은 가누지 못해 비틀거렸다. 견디고 말테다.

쑥부쟁이를 뜯어 코 끝에 댔다. 향기로운 그 향에 강팍한 내 심사가 허물어졌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동백나무 숲을 하염없이 걸었다. 낯선 방문객에 물기 머금은 뱀이 소스라치게 놀라 순식간에 사라졌다.

컴컴한 숲을 헤치고 다다른 섬의 끝. 숨죽인 바다는 눈부신 햇살을 받아 잠에서 깨어나는 중이었다.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는 바다를 가르며 유영하는 듯한 조각배가 아득히 멀어져갔다.

다시 그 섬에 가고 싶다.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섬, 나를 세상에서 단절시키는 섬.
우난순 기자


























▲ 그 산길이 그 여느 산길처럼 비슷한 느낌일지라도

페달을 밟으며 자전거와 하나가 되는 매순간이 소박하지만 새로운 기대로 가득하다.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가는 일은 복되다.”


소설가 김훈은 저서 <자전거 여행>에서

‘자전거를 타면 길이 몸 안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고 예찬했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은 자전거가 대체 교통수단만이 아니라

타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이다.

자전거는 바쁜 일상을 정리해 주는 마음의 고향이자 진정한 ‘명품 삶’을 일깨워 준 존재다.







한해가 서서히 저문다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류 시 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어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 아내와 지인들과 저녁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