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소래 습지공원 라이딩
[2019 · 8 · 17 · 가을바람 시원한 일요일]
▲ 오늘도 여유롭고 느긋하게 자유를 느끼며 친구와 함께 길을 나선다
▲ 왼쪽 '한국의산천' 오른쪽 '행복한 도전'
바람불어 좋은 날
- 이 수 옥
풀벌레 우는 계절
가을 바람이 분다
바람이 꽃잎 쓰다듬을 때
어여쁜 꽃잎 춤을 추었지
소녀의 단발머리
흔들어주던 그 바람
꽃바람이었지
가을바람이
잠자고 있는 추억을 깨운다
실크보다 더 부드러운 가을바람이 [ 이수옥 시집 '은빛억새처럼' 中에서]
▲ 벌써 갈대밭에도 가을바람이 스치운다
이제 머지않아 하얀 억새도 지천에 피어날듯
가을 억새
- 정 일 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이 켜진 추억의 플랫폼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에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 흘려주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
내 생에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정일근 시집 <나에게 사랑이란 > - 시선사
자전거에 몸을 싣고 바람 불어오는 들판을 달린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갈대
여유롭게 흐르는 시간속에 조금씩 가을이 젖어들고 있다
▲ 무너져내린 습지공원 관리동에서
파란하늘 하얀 구름
그리고 광활한 저 들판에 바람이 불어온다
처서가 지나더니 바람이 시원하다
숫자로 표시되는 절기가 바뀌더니 이렇게 바람의 느낌마져 달라지다니 놀라워라!
봄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 무던히도 이곳을 찾았다
소금창고 무너져 내리는 너른 들판에 서서 가을 초입의 바람을 맞는다
지난 사진을 돌아보며
올 가을 그리고 겨울에도 열심히 달리련다
너른 들판의 풍요로운 바람, 황량한 바람 매서운 바람 모두 품어
그렇게 또 윤회의 새봄을 맞으리라 - 한국의산천
그해 여름은
- 박 종 영
그해 여름은
푸른 하늘을 기억할 수 있도록
아릿한 7월이 뭉게구름 솔솔 끌어내려
시원한 그림자를 만들어 주었다.
겨드랑이 속으로 숭숭 들락거리는
처서 바람이 섬뜩하게 달라붙을 때도
탱탱한 8월의 한 톨 푸른 대추가
입안 가득 가을을 채워주고 있었다.
오늘에서야 깨닫는다.
황금빛 들판에서
남루한 옷 걸치고도 즐거워하는
허수아비 그 빛바랜 주름살이
우리의 서러운 강물이었기에
지치지않고 살아남은 것이 승리임을 안다.
들판의 바람
- 박 종 영
바람의 흔적은 나무의 흔들림으로 안다
거칠 것 없는 들판은 속속들이 피곤한
바람을 쉬게 하는 안식처다.
바람이 불기를 멈추고 의무를 다하였을 때,
자유를 외치며 풀과 꽃들을 향하여
번식의 입맞춤으로 춤을 추게 한다.
산과 바다 험난한 길을 돌아
바람과 비, 처절한 천둥소리 앞세워
드넓은 평원을 지나 세상의 더러움을 몰아내기도 한다.
연약한 것들은 강하게
강한 것들은 얌전하게 길들이며
갖가지 잉태를 위해 교접의 신방을 차려주는 묘약이다.
바람의 얼굴을 호명해 본다
시골 장날 양반 갓 날리게 하는 하늬바람,
갯벌 농게 눈 감추게 하는 샛바람,
혼사 날 받아놓은 노처녀 치마 들치는 마파람,
연인의 가슴에 손을 넣게 하는 된바람,
새로운 바람의 이름들이
바람의 꼬리를 잡으러 달려가는 기운으로 바람이 분다.
바람의 표정에는 웃음이 없다
바람 부는 황량한 들판의 주인은 오직 바람뿐이다.
강열한 햇빛과 살랑 살랑 바람 부는 들판에서 잠시 쉬면서 땀을 닦고 느긋한 자유를 만끽한다
어디로 가야한다는 마음의 정함도 없이 들판을 스치는 바람처럼 이길 저길을 따라 갈뿐이다
▲ 바람의 통로가 되어버린 소금창고
소금 창고
- 이 문 재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 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 이문재' 제국호텔' 문학동네 2004.>
■이문재 연보
●1959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 ‘우리 살던 옛집 지붕’을 발표하여 등단
●김달진 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 문학상 수상
●시집 ‘내 젖은 구두를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산문집 ‘내가 만난 시와 시인’
▲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3개의 금이 있어야 한다. 황금 , 소금 , 지금. 그중에 가장 중요한 금은 지금이다
▲ 선선한 바람이 부니 많은 사람들이 라이딩을 즐긴다
노천 쉼터에 자리가 없기에 습지공원 2층 카페로 이동했다
아침부터 친구와 함께 라이딩을 하며 휴일을 마감한다.
▲ 어느해 겨울 미생의 다리에서
▲ 염전에 물을 대는 수차를 형상화한 '미생의 다리'
엄청 추웠던 한겨울 이른 새벽에 출사가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되살아나네
▲ '사진 출사'라고 쓰고 '열정'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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