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나러 가는 길
굽이 굽이 전후치를 넘어라
백두대간 고개인 오대산 진고개에서 전후치 고개넘어 부연동 오지마을을 지나서 어성전 면옥치리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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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약 20년전에 사륜구동 코란도를 타고 이 길을 넘을 때
좁은 1차선 비포장 도로에 절벽을 아슬아슬하고 타고 지나서
전후치 고개를 오르고 넘어서 부연동 마을에 답사를 하고
양양으로 나갔던 기억이 생생하여
이번에 친구들과 이 코스를 자전거로 달렸다
역시나 전후치 고개는 헤어핀 구간이 날까로왔으며 높고 가팔랐다
자금은 절벽쪽에 모두 펜스공사와 아스팔트 공사를 하여 라이딩하기에는 더 없이 안전하고 좋았다
하지만 전후치를 넘어서도
고적치, 서도재 , 바두재 등등 작은 고개들을 서너개 넘어야 하는 만만한 코스는 아니었다
이 길을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다운힐에서 늘 안전하게 천천히를 기원드린다.
▲ 어린 시절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친구라는 뜻을 가진 죽마고우
죽마고우들과 양양에 살고 있는 죽마고우 만나러 가는 길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 오대산 진고개 휴게소에서 해발 1000m가 넘는 전후치를 넘어서 부연동 마을을 지나서 어성전리를 거쳐서 면옥치 도착 (36km)
이번 여행은 친구가 살고있는 양양에 진고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굽이 굽이 험한 전후치 고개를 오르기 위해 허벅지 근육이 팽팽해지도록 페달링을 하며 올랐다
쉬운 업힐은 아니었지만 주변의 험한 고갯길이 보여주는 자연의 경관은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부연동마을은 백두대간의 준령인 두로봉과 신배령, 만월봉에서 시작되는 물줄기가 부연천을 만들며 형성된 마을이다.
해발 800m가 넘는 고봉들로 둘러싸여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전형적인 오지마을이다.
과거 이 마을에 있는 삼산초등학교 부연분교에서 ‘잠시 꺼두셔도 좋다’는 카피가 인상적인 휴대폰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녹색농촌체험마을로 펜션 등이 많이 들어서 있다.
▲ 부연동 마을 주변지도
부연동은 오대산과 황병산 사이의 낮은 목을 넘어가는 진고개 너머에 있는 오지중에 오지마을이다
진고개를 넘어간 뒤 삼산리 마을에서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면 악명높은 전후치 고개가 나온다.
강릉에서 부연동마을로 가려면 6번국도 진고개휴게소에서 주문진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삼산리 마을에서 오른쪽 전후치 방향으로 가야 한다.
59번국도인 이 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일하게 포장이 안 된 국도였지만 현재는 거의 대부분 포장된 상태다.
하지만 차 한 대 지날 수 있는 좁은 콘크리트임도를 따라 굽이굽이 길을 달리며 전후치를 넘는다.
부연동을 전설의 오지로 만든 건 바로 이 고개다.
전후치 고개는 부연동 주민들이 주문진이나 강릉으로 드나들었던 옛길이다.
고개이름은 오르는 길도, 내려서는 길도 험하기가 똑같아서 앞(前)과 뒤(後)가 똑같은 고개라 해서 붙여진 것이다.
설령 자동차로 간다해도 운전에 능숙하지 않다면 이 도로 고갯길은 길이 워낙 거친 탓에 진땀이 다 날 정도다.
지금은 포장이 다되었으며 최근에 낭떠러지 옆으로는 모두 안전 펜스를 다 설치한 상태이다
이 고개를 오르며 뒤를 바라보면 노인봉과 두로봉 사이 진고개 쪽 경치가 압권이다.
진고개휴게소에서 출발 준비
2017년 제18호 태풍 탈림 (TALIM)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다
우선 비옷을 입고 출발하며 상황을 보기로 했다
다행히 도착지까지 큰비는 내리지 않있다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처럼 외롭고 새롭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가 명멸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우마차로·소로·임도·등산로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간다.
흘러 오고 흘러 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 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 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 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처럼 외롭고 새롭다.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오르막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간다.
집중된 힘을 폭발시켜 가면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는다.
1단 기어는 고개의 가파름을 잘게 부수어 사람의 몸 속으로 밀어넣고,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의 몸이 그 쪼개진 힘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길 위로 흘려 보낸다.
1단 기어의 힘은 어린애 팔목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바퀴를 굴리는 다리는 헛발질하는 것처럼 안쓰럽고,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이 고개를 오르며 뒤를 바라보면 노인봉과 두로봉 사이 진고개 쪽 경치가 압권이다.
수없이 돌고 도는 헤어핀 구간
전후치 다운, 180도의 헤어핀 구간이 6~7개
헤어핀 구간의 바깥쪽 산사면은 수직으로 깍은듯한 절벽구간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이곳에 사는 죽마고우 친구가
직접 채취한 능이버섯과 송이 버섯에 등심을 준비했다
송이와 능이 버섯 그리고 등심과 조화롭게 요리를 해 놓으니
고기보다는 버섯이 더 고기맛이 났으며 맛이 더 좋았다
귀한 음식으로 봄보신을 한 느낌이었다
귀한 음식으로 한상을 차리고 친구들과 맛있는 저녁
양양의 밥은 깊어가지만 친구들과의 오락은 즐겁기만하다
이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준 양양친구 종성이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고맙다 친구야 ~
친구들아
반갑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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