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마지막 일요일. 크로스컨트리
맑은 공기 가득한 산길과 숲길을 달리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가 명멸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우마차로·소로·임도·등산로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간다.
흘러 오고 흘러 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 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 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 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처럼 외롭고 새롭다.
▲ 백두대간 라이딩 때 사용했던 나만의 작은 깃발 ⓒ 2017 한국의산천
백두대간 1400km 라이딩 보기 >>> http://blog.daum.net/koreasan/15606254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닥치고 스쳐서 불려가는데,
그때 풍경을 받아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
길처럼
- 박목월
머언 山 구비구비 돌아갔기로
山구비마다 구비마다
절로 슬픔은 일어.....
뵈일 듯 말듯한 산길
산울림 멀리 울려나가다
산울림 홀로 돌아나가다
......어쩐지 어쩐지 울음이 돌고
생각처럼 그리움처럼......
길은 실낱 같다
언제나 변함없는 푸른 산과 같이
내맘에 남아있는 꿈, 구름에 살아있어
그리워 불러볼 수 없는
그대의 이름
같이
내맘에 변함없는 없는 사랑
영원히 살아있네..
왜 난 사는 건지
무엇이 삶의 목적인지
왜 난
걷는건지
어디가 나의 쉴 곳인지
그리워 저 산을 바라봐
흘러가는 구름이
내맘에 남아있는 모습
눈물로
가려지고
올라도 오를수 없는
저 푸른 산과 하늘이
무어라 내게 말하는 지
나는 들리지 않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백두대간 1400km 라이딩 보기 >>> http://blog.daum.net/koreasan/15606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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