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솔밭 가는 길
연일 바쁜날이지만 휴일이라는 토요일과 일요일 때문에 한주가 매일 즐겁다.
토요일 아침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바람막이와 파일 점퍼를 입고 라이딩을 나섰다
달리다 보니 손도 시려웠다.
목상동 계양산 솔밭가는 길 초입에서 왼쪽으로
작은 숲길 사이로 솔밭을 향해 가다보면 은행나무의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다
비록 몇그루 안되는 은행나무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이곳까지와서 작은 면적에서 큰 기쁨을 얻는 장소이기도 하다
진정한 단풍을 보는 것이란
한가하게 돌아보고 아라마루 전망대에서 따듯한 커피 한잔하고 차 정체없이 집으로 편하게 돌아오는 것이다
남겨진 가을
- 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모든것을 떨쳐버리고 흔적을 지운다는것은 홀가분한 일이다.
울긋불긋한 단풍을 모두 떨어트리고 裸木으로 변해가는 당신은 정녕 아름답다
우리 인간도
몸을 감싸고 있는 위선과 허울을 모두 떨쳐 버린다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가벼울까? -한국의산천-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가을
-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寶石)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
- 정유찬
가을엔
너른 들판을 가로 질러
노을지는 곳으로
어둠이 오기 전까지
천천히 걸어 보리라
아무도 오지 않는
그늘진 구석 벤치에
어둠이 오고 가로등이 켜지면
그리움과 서러움이
노랗게 밀려 오기도 하고
단풍이
산기슭을 물들이면
붉어진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며
고독 같은 설렘이 번지겠지
아, 가을이여!
낙엽이 쏟아지고 철새가 떠나며
슬픈 허전함이 가득한 계절일지라도
네게서 묻어오는 느낌은
온통 아름다운 것들뿐이네
님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열린 귀는 들으리라
한때 무성하던 것이 져버리고 만
텅빈 들녘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소리없는 소리를... -법정-
귀가 길에 차량이 밀리며 고생하는것이 싫어서
계양산 솔밭가는 길에서 스마트하고 엘레강스하고 심플한 단풍놀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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