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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문화문학음악

불금 퇴근길에 만난 석양

by 한국의산천 2016. 4. 1.

불금 퇴근길에 만난 석양


오늘은 4월 1일 하늘 파란 금요일

사월의 첫날은 마누절이다


마누절이란?

집사람의 노고를 생각하며
'아내의, 아내에 의한, 아내를 위한 삶'을 깊히 생각해야 하는 날이다.

그렇게 살아야 남자들의 노후가 편하다    

지금 출출하다 라면이 생각나지만 오늘만이라도 내손으로 끓여 먹어야겠지?  


하늘이 파랗기에 서쪽으로 떨어지는 태양을 보며 붉은 노을을 기대하고 퇴근길에 해가 잘 보이는 길을 따라 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봄날 석양이 서편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지고있다


▲ 집 근처 상동 호수공원에서 만난 석양 ⓒ 2016 한국의산천









▲ 봄은 역시 노란색이다 ⓒ 2016 한국의산천

손자 3명중 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고 둘째 손자가 노란 병아리가 되어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갔다

화사한 이봄에 모두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란다.  




▲ 아라뱃길에서 석양 노을을 기다리는 여유로움 ⓒ 2016 한국의산천

 

노선[路線]

 

                     - 천 양 희

 

형님은 자기 노선(路線)이 있소?

독립문 지나다 아우가 묻는다

그는 대답 대신 자신에게 반문한다

희망은 있는 걸까

아직 그런 게 남아 있다면

거기가 나의 노선이 될 텐데

 

아우는 자기 노선이 있나?

광화문 지나다 형이 묻는다

그는 대답 대신 형에게 반문한다

희망은 있는 걸까요

아직 그런 게 남아 있다면

거기가 너의 노선이 될 텐데

 

가다보면 길이 되는 것

그것이 희망이라면

그 희망이 우리의 노선이리


<천양희 시집"너무 많은 입"[창비]에서>

 

시인 천양희씨의 시집 ‘너무 많은 입’(창비)은 고통과 슬픔에 대해, 이를 견디는 힘에 대해, 그리고 그렇게 이겨낸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삶의 고통을 시로 승화시킨 시인’이라는 세평처럼 그는 새 시집을 앞에 두고 “누구에게나 고통과 상처가 있지요. 나 자신도 고통스러운 일들, 상처와 슬픔들을 많이 만나고 겪었어요. 하지만 나에겐 시가 고통을 견디게 한 힘이 됐어요. 흐르고 흐른 세월끝에 이젠 상처를 꽃으로 피워냈어요”라고 말했다.
시집에 실린 시인의 시를 몇구절 따라 읽으며 시인의 말을 함께 들었다.

 

◈슬픔도 견디면 힘이 된다
“가는 산길 높았으나 하산하는 물길 낮습니다 오늘까지 우릴/지켜준 건 나무처럼 곧은 마음이었습니다/슬픔도 견뎌내면/어둠속에서도 힘이 된다는 걸 아는 자 있을 것입니다”(‘오래 젖은 집’중에서)

“가시는 언제나 속으로 파고든다/가시가 아프다고 뽑지 마라/가시가 없으면 가슴이 없는 것이야”(‘가시 나무’중에서)

시집에 고통, 가시, 눈물, 구멍이라는 같은 의미를 지닌 다른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는 질문을 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누구에게나 고통이나 상처가 있다. 나도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다. 하지만 고통이 나를 키워냈다. 고통을 견디고 이겨나가면서 그것이 살아가는 힘이 됐다. 고통은 나의 선생이었다. 삶이란 돌에 맞기도 하고, 돌을 던지기도 하는 것이다. 돌에 맞아도 주저앉지않고 그래 날아와라, 나도 던지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복수가 아니라 극복이다. 그러면 눈물도 힘이 되고, 절망도 절창하면 희망이 된다. 물론 나에게 시가 가장 큰 힘이 됐다.”

 

◈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뿐
“아직도 빛나는 건 별과 시뿐 이라고 생각하면서/ 제 숟가락으로 제 생을 파먹으면서/발빠른 세상에서 게으름과 느림을 찬양하면서/냉정한 시에게 순정을 바치면서 운명을 걸면서/아무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면서”(‘시인은 시적으로 지상에 산다’중에서)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제 몸을 쳐서/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파도는 하루에 70만번이나/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나는  하루에 몇번이나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벌새가 사는 법 ’전문)

이 두 시뿐 아니라 시집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서의 시인과 시에 대한 구도자적인 자세를 그린 시들이 여러편 들어가있다.

 

시를 참 고통스럽게 쓰는 것 같다는 질문에 이런 말이 건너왔다.

“시쓰는 행위는 하나의 구도의 과정이다. 자기 정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나는 과작이고, 또 파지도 많이 내는 편이다. 살아오면서 다른 일도 해봤지만 모두 내 일같지 않아 언제나 가난한 전업 시인의 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시를 쓰는 것은 괴로운 기쁨이다. 힘들고 괴롭지만 시를 쓰면서 기쁨과 힘을 얻는다.”

 

◈ 모든 생은 자기에 이르는 길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가는 길이었습니다 모든 생은 자기에 이르는 길이었습니다/모든 것은 걷고 싶지 않아도 걷게되는 것입니다…누구든 다시 쓰고 싶은 생이 있겠습니까 앞길 밖에 길이 없겠습니까 가다보면/길이 되는 것 그것이 오래 기다린 뒷길일 것입니다(‘뒷길’중에서)

“가다보면 길이 되는 것/그것이 희망이라면/그 희망이 우리의 노선이리”(‘노선’ 중에서)

 

  슬픔을 견뎌내며 걸어낸 삶의 길끝에 만난 희망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

“삶이란 누가 살아주는 것이 아니다. 힘들지만 견뎌내는 것이다. 하지만 견딤이 그저 속으로 삭이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돌아보면 나는 그냥 힘들게 견디기만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그런 답을 얻었다. 그래서 이 시집이 아직 먼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최현미기자>



노을

               - 조 병 화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

             

                             - 용 혜 원

 

젊은 날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얼마나 멋이 있습니까

아침에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의 빛깔도
소리치고 싶도록 멋이 있지만

저녁에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지는 태양의 빛깔도
가슴에 품고만 싶습니다

인생의 황혼도 더 붉게
붉게 타올라야 합니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기까지
오랜 세월 하나가 되어

황혼까지 동행하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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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가 또 저 문다  - 상동 호수공원에서 ⓒ 2016 한국의산천  



chosun.com 사설ㆍ칼럼


[김민철의 꽃이야기] 야생화 聖地 천마산에 찾아온 봄


김민철 논설위원 / 이철원 일러스트기자 
  

서울에서 가까운 야생화 寶庫, 얼레지·앉은부채 등 랠리 시작
비교적 높고 흙·계곡 많아 봄 야생화들엔 최적 환경
봄꽃은 대부분 여리디여려 조심해서 다가가야 보존 가능



◀ 김민철 논설위원

 

  드디어 경기도 남양주 천마산에 봄꽃 잔치가 시작됐다. 지난 주말 천마산에 들어서자 먼저 현호색이 반겨주었다. 종달새 무리가 앉아 있는 듯한 보라색 꽃을 피우는 꽃이다. 천마산엔 잎에 흰 점이 박힌 점현호색이 많다.


  천마의집 쪽으로 좀 더 올라가자 곳곳이 노란 물감을 칠해놓은 듯하다. 생강나무 꽃이 핀 것이다. 지나가는 등산객 하나가 생강나무 가지를 잡고 큼큼 꽃냄새를 맡았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주인공을 아찔하게 한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다. 이날 천마산을 다니는 내내 생강나무 향기가 물컹물컹 밀려들었다. 이 소설에서 '노란 동백꽃'으로 표현한 꽃이 바로 생강나무꽃이다.

 

  요즘 화단이나 공원에서도 생강나무와 비슷하게 노란 꽃이 핀 나무가 있는데 이건 산수유다. 생강나무는 산에서 자생하고, 산수유는 대부분 사람이 심는 것이기 때문에 산에서 만나는 것은 생강나무, 공원 등 사람이 가꾼 곳에 있는 나무는 산수유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천마산엔 유난히 앉은부채가 많다. 이맘때 앉은부채를 보면 도깨비 방망이처럼 생긴 꽃차례를 볼 수 있다. 이 도깨비 방망이를 부처님 후광처럼 생긴 불염포(佛焰苞)가 싸고 있는 모습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앉은부채라는 이름도 꽃 모양이 앉아 있는 부처 같다고 해서 나온 것이다.


  노란 복수초, 청노루귀, 분홍노루귀도 지천이었고, 얼레지는 이제 막 얼룩무늬 잎을 펼치며 자주색 꽃대를 올리고 있었다. 처녀치마도 꽃대를 내밀며 보라색 속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번 주말부터는 얼레지와 처녀치마가 볼만할 것 같았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초봄 찬바람이 가시기 시작하면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바빠진다. 새봄을 맞는 설렘과 함께 전국에서 밀려오는 꽃소식에 어디부터 가야 할지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야생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천마산을 빠뜨릴 수 없다. 복수초부터 괭이눈, 미치광이풀까지 야생화 책에 나오는 다양한 봄꽃들이 랠리를 펼치기 때문이다. 특히 호평동 수진사 입구에서 돌핀샘에 이르는 코스, 팔현리 오남저수지에서 천마의집에 이르는 코스는 '야생화 길'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야생화로 뒤덮인다. 그래서 천마산은 야생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봄에 꼭 한번 가보아야 하는 성지(聖地)와 같은 곳이다.


  필자도 봄 야생화의 8할은 천마산에서 공부했다. 노란 원형의 띠를 두른 너도바람꽃을 처음 본 것도 천마산이었고,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과 비교하면서 바람꽃들의 차이를 이해한 것도 천마산에서였다. 4월에 올랐다가 뜻밖에 폭설을 만났지만 정상 부분에서 설중(雪中) 노랑제비꽃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 곳도 천마산이었다. 연달아 나타나는 둥근털제비꽃, 고깔제비꽃, 남산제비꽃, 태백제비꽃 등을 보면서 제비꽃 구분에 대해 감을 잡은 곳도 천마산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꽃들이 계곡과 탐방로를 따라 약간의 시차를 두고 펼쳐지니 야생화 공부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런 천마산 봄꽃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널리 알린 사람이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이다. 그는 "1985년 대학 졸업반 때 10여 차례 천마산을 오르내리며 식물을 조사해 졸업논문을 낸 적이 있다. 이런 인연으로 봄마다 한두 번씩은 꼭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숲 해설가 이종봉씨는 닉네임이 '천마산지기'다. 천마산을 하도 많이 다녀 어느 곳에 어떤 꽃이 있는지, 새 둥지는 어디에 있는지까지 훤히 안다.


  왜 천마산에 이처럼 다양한 봄꽃이 있을까. 이 산은 수도권에서는 비교적 높은 산(812m)인 데다 바위산이 아니고 흙이 많은 육산이다. 여기에다 물도 풍부해 곳곳에 계곡이 있다. 봄 야생화가 좋아하는 환경을 두루 갖춘 것이다.


  서울 도심에서 한 시간 이내 거리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다만 이 산을 찾은 사람이 늘면서 야생화 훼손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봄꽃은 대부분 여리디여리다. 아무리 조심해도 다가가는 것 자체가 봄꽃들엔 큰 위협이다.


  벌써 천마산 명물 중 하나였던 노랑앉은부채는 사라졌다. 노랑앉은부채 자생지엔 남양주시에서 설치한 펜스와 철망만 있을 뿐 한 개체도 찾아볼 수 없었다. 동물들이 파먹기도 했지만 몰지각한 사람들이 밟고 캐간 것이다. 많은 잣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베어지고 있는 것도 불안해 보였다. 자연의 복원력을 믿어야겠지만, 꽃에 다가갈 때는 꽃에 미안한 마음으로, 손끝 하나 대지 않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이런 귀한 야생화 보고(寶庫)를 두고두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내일은 토요일

양평 산수유 축제를 향하여 고고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