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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소래산

by 한국의산천 2014. 4. 28.

비가 내리는 일요일 오후 천천히 출발하여 소래산에 오르다. [2014 · 4 · 27 · 비내리는 일요일]

소래산은 집에서 가깝고 높지 않은 산이기에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다.

 

四月의 끝자락에 비가 내리고 꽃이 지네

아직도 젖은 노래처럼 너의 작은 가슴에 비가 내린다

 

소래산(299.4m. 인천광역시 남동구, 경기도 시흥시)

 
  소래산은 인천광역시 남동구와 경기도 시흥시를 경계로 이루는 산으로, 높이는 해발 299.4m에 이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동구 장수동에 위치한 산으로 말하고 있다

산 정상에서는 인천 앞바다가 잘 보이고 서울의 관악산과 안양 산본쪽으로 조망이 좋으며 저녁에는 서편으로 지는 낙조 경관이 일품이다.

 

  소래란 지명은 지형이 소라처럼 생겼다는 설과 냇가에 숲이 많다는 설과 솔내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지형이 좁다는 등의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전해 내려 오는 이야기로는 신라 무열왕 7년(660년)에 당나라 소정방이 나당 연합군의 일원으로 군사를 친히 이끌고 백제를 공략하기 위하여 중국 산둥성의 래주를 출발하여 덕적도를 거쳐 이 산에 머물렀던 뒤부터 소정방의 소(蘇) 자와 래주의 래(萊) 자를 합쳐 소래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도 한다. 소래포구 등 근처 지역에 "소래"라는 명칭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 소래산 산림욕장 주변은 주차 공간이 없으므로 인천 남동구 장수동(만의골&운연동) 인천대공원 동문 쪽 공영주차장과 길가의 노상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 아직도 젖은 노래처럼 작은 가슴에 비가 내린다 ⓒ 2014 한국의산천 

싱그럽고 풋풋한 사월에 온 나라는 해난사고로 인하여 온나라가 우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월의 끝자락을 맞고있다. 실낫같은 희망이라도 걸며 좋은 소식을 소망해본다.  

 

 

  일요일 새벽 비는 내린다는것을 알려주는것은 시각이 아니라 청각이다.

베란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뒤척거리며 비에 관한 오래되고 켸켸묵은 추억들을 떠오른다.

한여름 소나기처럼 짧고 아쉽게 끝난 소년소녀의 순수한 사랑이야기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와 한수산의 "사월의 끝"을 떠올려본다.

 

 - 산을 내려오는데, 떡갈나무 잎에서 빗방울 듣는 소리가 난다. 굵은 빗방울이었다. 목덜미가 선뜻 선뜻했다. 그러자, 대번에 눈앞을 가로막는 빗줄기.

비안개 속에 원두막이 보였다. 그리로 가 비를 그을 수밖에.

그러나, 원두막은 기둥이 기울고 지붕도 갈래갈래 찢어져 있었다. 그런 대로 비가 덜 새는 곳을 가려 소녀를 들어서게 했다.

 

  소녀의 입술이 파아랗게 질렸다. 어깨를 자꾸 떨었다.

무명 겹저고리를 벗어 소녀의 어깨를 싸 주었다. 소녀는 비에 젖은 눈을 들어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소년이 하는 대로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는, 안고 온 꽃묶음 속에서 가지가 꺾이고 꽃이 일그러진 송이를 골라 발 밑에 버린다. 소녀가 들어선 곳도 비가 새기 시작했다. 더 거기서 비를 그을 수 없었다.

밖을 내다보던 소년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수수밭 쪽으로 달려간다. 세워 놓은 수숫단 속을 비집어 보더니, 옆의 수숫단을 날라다 덧세운다. 다시 속을 비집어 본다. 그리고는 이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 됐다.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 야만 했다.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묶음이 망그러졌다. 그러나, 소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비에 젖은 소년의 몸 내음새가 확 코에 끼얹혀졌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소년의 몸기운으로 해서 떨리던 몸이 적이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소란하던 수숫잎 소리가 뚝 그쳤다. 밖이 멀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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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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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 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황순원 소나기 중에서

 

 

▲ 제3세대 문학 한수산의 매혹적인 서정적 문체, 섬세한 감수성이 잘 표현된 19권 ⓒ 2014 한국의산천

비 내리는 창밖을 보며 시계를 보고 자동차 키를 만지작 거린다. 나갈것인가 말것인가? 그리고 이 빗속에 어디로 갈것인가?  그래 가까운 소래산에 오르자.

 

"사월의 끝"은 한수산의 1972년 신춘문예 등단작이다. 이듬해 한국일보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해빙기의 아침"이 입선하고, 1977년에는 사라져가던 곡마단의 이야기를 쓴 장편 <부초>로 제1회 오늘의작가상을 받으면서 그는 1970년대 한국문학의 대표 작가가 됐다.

"사월의 끝"이 신춘문예에 당선된 해가 1972년이니 지금으로 부터 42년전의 일이다. 짧은 시간같은데 많은 세월이 흘렀구나.

 

四月의 끝

 

"참 싱싱해 뵈죠?'

다방 안으로 들어와 앉는 등산복 차림의 여자들을 보면서 형수는 말했다. 밖에는 문득 새옷을 갈아입고 싶게 만드는 사월의 오후가 화사하게 가로수 위에서 반짝 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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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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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설악 가까운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깎아 세운 듯한 산 밑으로 강물이 흐르고, 맞은 편에 논과 밭이 소복한 초가집을 에워싸고 있는 작은 마을, 거기에도 전쟁의 상처는 있었다. 폭격당한 국민학교나  강변의 웅덩이에 쌓여 있는 포탄에서는 아직 화약냄새가 풍겼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지뢰를 밟고 온 몸이 해어져 들려오는 사람들의 피를 우리는 보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쉽고도 은밀하게 그 폐허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밤이면 부서진 학교 건물에 숨으며 숨바꼭질을 했고, 포탄을 몰래 숨겨다 놓고 신기한듯 바라보고 했었다.

 

그때, 형이 학교엘 가 버리면 회앓이를 하는 배를 쓸면서 동무도 없이 한낮을 보내야만 했던 나에게 누나가 하나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일을 하러 나가면 집을 지키느라 학교엘 못 가곤 하던 누나였다. 얼굴이 노랗게 들떠서 양지쪽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내 배를 쓸어 내리며 누나는 어느날 이 모든 자연이 신비로 싸여 있음을 속삭였던 것이다.

 

  봄이어서 포근한 햇살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나는 누나의 따스한 손에 배를 내맡긴 채 앞산을 바라보았다. 아지랭이 속으로 진달래가 한창이었다.

"너 저 산에 봉우리가 몇 개니?"

"하나 둘 셋. 셋이야 셋."

"그럼 골짜기는?"

"다섯인가 ···· 아냐 둘이지? 그지?"

"그래 둘이야 그 중에 오른쪽 거가 양짓골이고 왼쪽 거가 음짓골이야."

 

나는 무슨얘긴지 알 수가 없었따.

"양짓골은 우리 동네 이름인데"

"그래. 바로 저 골이 우리 동네 골짜기란말이야. 윗 것은 음짓말거고."

 

나는 누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누나는 속삭이듯 말했다.

"저 골짜기에서 여우가 울면 남자가 죽고 돌이 구르면 여자가 죽는대."

"정말?"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그래. 전에 지뢰 밟고 죽은 사람 봤지? 그 사람이 죽던 날 밤에 음지골에서 여우가 밤새도록 울엇대. 그 사람이 음짓말에 산대."

 나는 앞산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것은 진달래가 아름답게 물든 산은 아니었다. 골짜기 마다 돌이 구르고 여우가 울며 달려올것만 같았다.  

 

전후의 식량난속에서 누나는 앓다가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며 맞은 몇대의 침이 그녀가 받은 치료의 전부였다. 소년은 누나의 얼굴같은 연을 날리며 성장해 버렸다. 날아가 버린 연을 생각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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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다방의 음악은 사월을 노래하고 있었다. 사월이 가면 가야할 사람, 오월이 오면 울어야 할 사람.

" 형수님 사월이 가면 무엇이 올까요?"

" 글쎄요, 군사혁명이 오겠죠"

 

형수는 정치적이다.

"사월이 가면 마지막 토요일인 가정의 날이 오겠지요

나는 참 가정적이다.

 

"생각했어요 죽음은 무엇일까... 다시 생명이 주어진다면 더 열심히 살겠다는 아픔을 가지고 기다리는것이라는 생각...

"네 나가요, 저 혼자 입원을 하겠어요."그리고 형수는 가만히 웃었다.

 

훗날 누가 천사의 미소를 보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보았다고 대답하리라.

우리들은 다방을 나왔다. 사월의 마지막날에 바람이 우리를 감싸고 새로 피어난 나뭇잎이 흔들며 지나갔다.  -한수산 作 '사월의 끝'에서-

 

한수산(韓水山, 1946년 11월 13일 - ) 

강원도 인제군 내설악에서 출생하였고, 춘천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사월의 끝〉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1973년 장편 《해빙기(解氷期)의 아침》이 《한국일보》에 입선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부초(浮草)》,《유민(流民)》,《밤의 찬가》,《욕망의 거리》 등이 있다. 산문시와 같은 부드러운 문체를 통하여 시간과 생명과의 상관관계 및 생명의 가치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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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 산울림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하늘도 이별을 우는데 눈물이 흐르지 않네

슬픔은 오늘 이야기 아니오 두고 두고 긴 눈물이 내리리니 잡은 손이 젖어가면 헤어지나

그대 떠나는 날에 비가 오는가 저무도록 긴비가 오는가

 

그대 떠나는 날에 잎이 지는가 과거는 내게로 돌아서 향기를 뿌리고 있네
추억은 지난 이야기 아니오 두고 두고 그 모습이 새로우니 그때 부른 사랑 노랜 이별이었나

그대 떠나는 날에 잎이 지는가 처음부터 긴 이별이었네 

 

 

비 오는 날
         

      - 천 상 병 (1930-1993)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백오십 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이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감으리오.

 

▲ 점심 식사를 하고 우산은 생략한 체 고어텍스 둥근 챙모자와 배낭커버를 씌우고 산으로 갑니다 ⓒ 2014 한국의산천 

 

  사월의 끝자락에 단비가 내린다. 손바닥을 하늘로 올려 빗물을 받아본다. 이게 얼마 만인가. 그간 봄 가뭄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산길마다 먼지가 폴폴나는것을 감수하고 다니며 한번쯤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이슬비가 산천 수목을 적신다. 덕분에 지금 피어나는 새순과 새잎 또한 더욱 싱그러움을 발한다 

 

▲ 만의골 입구 등산 시작점의 봄비로 인하여 신록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 2014 한국의산천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에 녹엽이 싹트는 이 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 비 오는날에 정작 필요한것은 우산이 아니라 술한잔 기울이며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가 아닐까? ⓒ 2014 한국의산천  

 

나뭇잎을 닦다

                            - 정  호  승 

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얹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 사월의 끝자락에 내리는 이슬비로 인하여 산천초목이 더욱 싱그럽게 빛을 발합니다 ⓒ 2014 한국의산천

 

빗소리 듣는 동안

 

                        - 안  도  현

1970년대 편물점 단칸방에 누나들이 무릎 맞대고 밤새 가랑가랑 연애 얘기하는 것처럼
비가 오시네

나 혼자 잠든 척 하면서 그 누나들의
치맛자락이 방바닥을 쓰는 소리까지 다 듣던 귀로 나는
빗소리를 듣네

빗소리는
마당이 빗방울을 깨물어 먹는
소리

맛있게, 맛있게 양푼 밥을 누나들은 같이 비볐네
그때 분주히 숟가락이 그릇을 긁던 소리
빗소리

삶은 때로 머리채를 휘어 잡히기도 하였으나
술상 두드리며 노래 부르는 시간보다
목 빼고 빗줄기처럼 우는 날이 많았으나

빗소리 듣는 동안......

연못물은 젖이 불어
이 세상 들녘 다 먹이고도 남았다네
미루나무 같은 내 장단지에도 그냥, 살이 올랐다네.

 

▲ 팔목을 다쳐서 수술하고 치료한지가 한달하고 열흘째 되는 날. 아직도 좀 더 있어야 할듯 ⓒ 2014 한국의산천 

 

 

▲ 일반적으로 만의골에 노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소래터널 방면에서 오른 후 연세대학교 장수농장옆 계단길로 내려옵니다 ⓒ 2014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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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의 봄은 항상 순환되어 돌아오지만 인생의 봄은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네 ⓒ 2014 한국의산천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씨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 인천 앞바다까지 조망이 좋은 소래산 정상 ⓒ 2014 한국의산천  

 

 

 

 

 

▲ 손에 잡힐듯 가까이 내려보이는 신천동일대 ⓒ 2014 한국의산천 

 

 

▲ 관모산과 인천대공원 그리고 외곽순환도로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 2014 한국의산천  

 

 

 

▲ 이슬비를 맞으며 부담없이 산과 숲을 호흡하며 내려왔습니다

 

 

 

소나기 
                  - 곽 재 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가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걱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휴일 ⓒ 2014 한국의산천 

사월의 끝자락에 비 바람이 우리를 감싸고 새로 피어난 나뭇잎을 흔들며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