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잘 찍으려면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카메라 설정을 흑백으로… 무채색으로 보는 '눈' 키워라
▲ 렌즈 50mm, 셔터스피드 1/5 sec, 조리개 f/11, ISO 50
언젠가 신문에서 무채색 옷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벨기에 디자이너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에서 그는 "검은색과 흰색은 그 완성품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색"이라고 했다. "다른 색을 쓰면 내가 강조하고 싶은 요소가 오히려 묻힌다."
기사를 읽으면서 '사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색을 배제한 흑백사진은 본질적이면서도 직관적인 힘을 지녔다. 눈을 현혹하는 대신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전달한다. 인물 사진에서도 흑백사진은 그 사람의 겉모습보단 내면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공들여 화장하고, 색이 고운 옷을 입고 나온 여자라고 해도, 흑백필름 앞에선 겉치레가 영 무색하다. 흑백사진은 볼 터치로 물든 볼과 발그레한 입술 대신 그 사람의 눈빛과 얼굴선, 그 표정에 집중하니 말이다.
풍경도 마찬가지다. 작년 백령도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적이 있다. 백령도엔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것처럼 기기묘묘한 괴석이 모여 있다고 해서 두무진(頭武津)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그 돌(石)의 질감과 단단함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나중에 찍은 사진을 꺼내봤다. 하늘빛이 아름다웠지만, 그 때문일까. 내가 애초에 표현하고 싶었던 바위의 느낌이 쉽게 전달되지 않았다. 자꾸만 하늘과 바다 물결 위로 번지는 화사한 오렌지 빛깔에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고민을 하다가 사진을 흑백으로 전환했다. 그제야 사진 속 하늘보단 기암괴석의 표면과 모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흑백은 상상(想像)의 사진이기도 하다. 색을 걷어낸 사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진 속 풍경이나 인물의 실제 모습을 꿈꾸게 한다.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색채가 빠진 그 자리에, 그렇게 흑백사진은 사고(思考)의 즐거움을 채워 넣는다.
사진 찍는 데 갓 취미를 붙인 초보자라면 처음부터 카메라 설정을 흑백으로 맞춰놓고 찍어보라고 하고 싶다.
처음엔 세상을 일단 흑백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진 찍는 사람들은 흑과 백 사이엔 8가지 무채색이 더 있다고 한다. 짙은 회색부터 흰색에 가까운 엷은 회색까지. 세상을 이 10가지 무채색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하다 보면, 어떤 것을 흑백으로 찍어야 하는지, 또 그걸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감이 온다. '눈'을 먼저 길들여야 사진도 잘 찍을 수 있다.
▲ 무의도 가는길 ⓒ 2012 한국의산천
고교시절 흑백필름으로 촬영하고 손수만든 확대기로 집 창고에서 확대 인화를 하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밀물 썰물] 신춘문예 열병
"이 돌림병은 신춘문예 공모를 알리는 사고(社告)가 실릴 때부터 시작하는데, 그 증상은 이렇다. 대개는 안절부절못한다. 밥맛을 잃고, 잠을 설치고, 돌연 침울해지고,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비명을 지르다가도 미친 듯 웃는다. 사람들은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 마치 중요한 비밀을 다루는 국가의 정보국 사람처럼 보인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만 몰래 무언가 끼적인다. 이들은 외상이 없기 때문에 멀쩡해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면 반쯤은 얼이 빠진 상태다."(장석주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중에서)
장석주 시인이 신춘문예 열병을 앓는 문학청년들의 증상을 묘사한 부분이다. 스무살에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만큼 '문청'들의 심리를 훤히 꿰뚫고 있으리라. 장 시인은 이 돌림병은 새해가 되면 감쪽같이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큰 후유증이 없는 아름다운 병이라는 뜻. 1925년 동아일보에서 처음 도입한 신춘문예는 지금은 중앙·지방의 일간지들 대부분에서 실시되고 있다. 신춘문예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 도입된 지 9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작가 등용문으로 통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일간지들의 신춘문예 공모 사고가 일제히 나오고 있다. 최소 수백 대 1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꼬박 1년을 기다려 온 '문청'들이 마치 대입 수능생처럼 가슴 설레며 조바심을 내는 때이다. 필자의 지인 중엔 10년간 신춘문예에 매달렸다가 포기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신춘문예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2000~2002년 8개 일간지 신춘문예 당선자 50명의 10년 후를 조사해 보니 단행본을 한 권 이상 낸 작가는 58%에 불과하고 42%는 단 한 권의 책도 내지 못했다. 소설가 김영하 씨는 '문학동네'에서 10년 안에 신춘문예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신춘문예가 사라지면 '문청'들의 열병도 사라질까? 윤현주 논설위원
無用해서 有用한 신춘문예 >>> http://blog.daum.net/koreasan/15605255
신춘문예 당선비법 >>> http://blog.daum.net/koreasan/15605232
'MTB등산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명산 임도라이딩 1 (0) | 2012.12.03 |
---|---|
유명산 임도라이딩 2 (0) | 2012.12.02 |
망재산 학미산 라이딩 1 (0) | 2012.11.26 |
망재산 학미산 라이딩 2 (0) | 2012.11.25 |
귀촉도 촉으로 가는 길 (0) | 2012.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