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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유명산 임도라이딩 1

by 한국의산천 2012. 12. 3.

유명산 (마유산) 정상(862m)에 오르기 [2012년 12월의 2일. 영하의 날씨였지만 맑고 좋았음] 

사방 일망무제의 전망대 유명산 (마유산)

 

▲ 일요일 아침 잠실 선착장에서 출발합니다 ⓒ 2012 한국의산천 

 

아직 도래하지 않은 더 좋은 날을 기다리며 길을 떠난다.
여행이란 무시로 빈집을 드나드는 바람처럼 그렇게 떠나는 것이다.

길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며, 마음의 길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어

세상의 길과 맞닿게 해서 마음과 세상이 한줄로 이어지는 자리에서 삶의 길은 열린다.

 

▲ 양평 옥천의 식당에서 아침식사하기 ⓒ 2012 한국의산천

 

▲ 배넘이 고개 임도입구 ⓒ 2012 한국의산천

출발전 브라보는 동영상촬영의 강자 고프로를 헬멧에 장착하고 촬영각도를 조정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폼을 잡는것 같은데 내눈에는 자전거가 안보인다.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이 떠오른다     

 

경기도 가평군과 양평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어비산은 유명산과 용문산의 사이에 위치한 산이다. 예전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홍수가 되면 물고기가 산을 뛰어 넘는다고 하여 어비산이라고 붙여진 것이다. 용문산에서 서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이 어비산을 이루고, 어비산에서 북쪽으로 내려가면 어비 계곡이 있다. 

 

이곳 지명이 배넘이 고개라기에 그 옛날에 홍수가 지며 물이 가득 찻을 때 아마도 이 고개까지도 배가 지나다녀서 그런 이름이 붙었나? 라고 유추해볼 뿐이다    

 

▲ 왼쪽부터 맑은샘, 따듯한가슴, 흰구름, 브라보, 한국의산천 5명 ⓒ 2012 한국의산천

 

▲ 라이딩 코스 : 옥천사거리~ 용천리~ 설매재 ~ 배넘이고개 ~ 유명산 정상 (왕복하기) ⓒ 2012 한국의산천 

▲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一葉片舟)처럼 외롭고 새롭다

 

하늬바람에 새떼가 떨어지듯

황량한 하늘가에 나무 한 그루

벗을 것 다 벗고도 거기

눈 감고 의지할 산이 잇듯이

내게는

산이 있다.

 

여우 눈물 짜내는 황홀한 추위 속

가지 끝에 아려오는 겨울맛도

지금이 한창이다.

 

눈이 가닿는 데까지

허옇게 눈 덮혀 시퍼런 雪溪

어둡기 전에 이 골을 빠져나야 할텐데

눈에 눈물 눈이 묻어 눈물

땀까지 범벅되어 허우적이며 고꾸라지며

가도 가도 제자리 정신없구나. -章湖- 

 

▲ 응달의 임도는 얼음이 얼었다. 매우 미끄러운 길이다 ⓒ 2012 한국의산천

 

눈산에서

                  -김장호-

 

눈이 내리고 있다

무주공산, 어둑한 하늘 아래. 
시나브로 시나브로 내려 쌓이는 눈에

나무들도 무릎까지 빠져
움죽을 못한다.

 

이따금 가지 꺾어지는 소리뿐,

숲속은 적막,지난날 아쉬움도
다가올 두려움도 없다.

 

발소리가 나는데 하고

돌아봐도 나는 없고, 거기

저승 같은 풍경 한 장.

 

이대로 멈추어 서기만 하면

나도 거기 한 그루 나무로 잦아들어

차분한
그림 한 점 완성될 것 같은데,

 

부지런히 부지런히

발을 빼어 옮길 때마다 찰각찰각

돌아가는 환등기의 화면 속에

내가 있다가

없다가…….

 

꿈인가 생신가, 눈발에 가려

여기서는 이제

나무에서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눈산에서 

 

 

유명산 정상과 그곳으로 오르는 길에는 눈과 얼음과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길을 멋진 느낌으로 다녀왔습니다. 

얼음판, 눈길, 진흙탕 길을 미끌어지고, 넘어지고, 엎어지고, 자빠지며 유명산 정상을 다녀왔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인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가야만 치유되는 몹쓸병이라면 떠나는 일 이외는... "

"병 속의 새를 꺼내는 것이 老僧이 갖는 유일한 화두였다면 나의 과제는 산의 꼭대기에 올라 하늘의 문을 여는 빗장을 벗겨내는 일이었소".

 

 

겨울 길을 간다   
                          - 이 해 인

겨울길을 간다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면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

 

▲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육체적 한계에 부딪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자 정작 자신을 일으켜 세운 건 다름 아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왜 자전거로 달리느냐는 질문에 나도 왠지 잘 모르겠다. 그냥 좋기 때문, 재미있기 때문이다. 목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그냥 마음이 편해질 뿐이다.

그 뒤부터는 페달을 밟는게 즐거워졌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표이고 과정이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길이 있으며

길과 사람 사이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자전거가 있다.

 

 

 

 모든 인간은 '역마'에 꿈을 어느 정도 안고 산다. 먼지와 소음에 뒤덮힌 일상을 훌훌 털어버라고 아무런 구애받음도 없이 산맥과 사막과 강물을 바람처럼 떠 돌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 꿈꾸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를 인간 모두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중에서-

 

 

소구니산, 유명산, 어비산

소구니산(800m)은 유명산(864m)과 중미산(834m)을 잇는 능선 한가운데에 솟아 있으며, 하늘이 서너 치 정도 보인다는 뜻의 선어치(서너치) 고개를 사이로 하고 유명산과 연결되어 있다.

선어치 고개에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신선이 남한강에서 고기를 낚아 설악면 장락으로 가던 길에 고개를 넘던 중 갑자기 고기가 살아나서, 즉 선어(鮮魚)가 되어서 소구니산을 넘고 유명산 뒤의 산으로 날아가 내려앉았다고 하며, 그 후 고기가 내려앉은 산을 어비산(魚飛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또한 어비산은 물고기가 날아다닐 정도로 많았다고 해서 어비산 어비계곡이다.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야 어쨌던 물고기와 인연이 깊은 곳인가보다.

 

▲ 해가 떠오르며 임도는 눈이 녹으며 서서히 진흙길로 변했다 ⓒ 2012 한국의산천 

진흙이 떡이되어 타이어에 달라붙고 호흡은 가빠지며 온몸에 서서히 열기가 오르기 시작한다. 자전거와 내가 한몸이 되어 산길을 오른다.

 

▲ 가파른 산사면에 면면히 이어지는 길 ⓒ 2012 한국의산천

산의 기세가 숨을 죽이는 자리들만을 신통히도 골라내어 굽이굽이 산을 넘어간다.

그 길은 느리고도 질겼다…. 그리고 그 길은 산속에 점점이 박힌 산간마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겨서 가는 어진 길이었다. 어떤 마을도 건너뛰거나 질러가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가 명멸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우마차로·소로·임도·등산로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간다.

흘러 오고 흘러 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산은 산을 가리지 않는다

 

                         - 이 하 (李 夏) -

비킬 뿐
산은 산을 가리지 않는다.
낮은 데로 낮추어
소리도 묻어나지 않게
앞은 앉고 뒤는 서고
크면 큰 대로 빛깔을 던다.
언젠가
강이 지나칠 무렵
한 자락씩 거두어 길을 내고는
은밀히 강바닥으로
무릎을 맞대어,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산은
산을 밀어 내지 않는다.
무성한 제 그림자를
강물에 담글 때면
건넛산이 잠길 어귀를
비워둔다.
때로 겹친 어깨가
부딪칠 때도
조금씩 비켜 앉을 뿐
산은
산을 가리지 않는다.

 

 

 

 

 

▲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가야할 곳은 어딘가. ⓒ 2012 한국의산천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 그 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걸.

 

 

 

 

 

 

성글어도 티끌 하나 빠뜨림 없는 저 하늘도 얼마나 많은 날개가 스쳐간 길일 것인가. 아득히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바다도 얼마나 많은 지느러미가 건너간 길일 것인가.

우리가 딛고 있는 한 줌의 흙 또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지나간 길일 것인가. 낯설고 두려운 곳으로 갈 때에 나보다 앞서 간 발자국들은 얼마나 든든한 위안인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지만 내게는 분명 처음인 이 길은 얼마나 큰 설렘인가. -시인 반칠환 - 

 

 

 유명산 (862m)은 <동국여지승람>에는 산 정상에서 말을 길렀다고 해서 마유산이라고 부른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의 이름은 1973년 북한산장으로 유명한 엠포르 산악회가 국토 자오선 종주를 하던 중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산을 발견하고 산악회 대원 중 진유명이라는 여성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 ( 진유명 : 산에 관한 사랑이  대단한 선각자라고 생각합니다 ) 

 

사방으로 막힘이 없는 유명산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 군사이트가 정상을 장식한 용문산(1,157m)과 이웃해 있고, 약 5km에 이르는 유명계곡과 어비계곡을 거느리고 있다. 유명산을 휴양림쪽에서 올라와 유명계곡쪽으로 내려간 분들이라면 텔레토비 동산 아니 대관령을 연상시키는 그 광활함과 마이크로 소포트 컴퓨터 화면을 연상시키는 그 너른 평원을 모를 것이다. 그 너른평원과 일망무제 사방으로 막힘없이 보이는 정상. 그 아름다운 풍경에 다시 한번 더 놀라게 되는 산이다.  

 

 

 

 

 

 

 

 

 

 

 

 

 

 

 

 

 

▲ 정상 바로 아래 봉우리 활골장에서는 많은 패러글라이더가 활공을 하고 있습니다 ⓒ 2012 한국의산천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옥천면의 경계에 위치한 유명산(有明山·861m)의 옛 이름은 마유산(馬遊山)이다. <동국여지승람>이나 <대동여지도>에는 분명하게 ‘마유산’이라 적고 있으며, <산경표>에서도 ‘마유산’이란 이름과 함께 ‘楊根 北 二十里’라는 설명이 있다. 정상 부근의 초원에서 말을 길렀다 하여 마유산이라 불렸다는 이 산이 ‘유명산’이란 새 이름을 얻어 걸친 것은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1973년 엠포르산악회의 국토중앙자오선종주로부터 비롯된 것이니 고작 30여 년이 흘렀을 뿐이다.


1973년 12월 <산악인> 창간호에 “자오선 따라 428km, 국토중앙자오선 종주운행”이란 제목으로 실린 엠포르산악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72년 세천(細川)에서 순천까지 1차 종주에 이어, 2차 73년 가평을 출발하여 세천까지 종주한 기록이 있다. 당시 이들은 동경 127도 30분을 따라 국토를 종주하고 통일 후에는 3차 함흥에서 가평까지, 4차 후주고읍에서 함흥까지 등 북한지역까지 총연장 764km의 자오선 종주를 이어갈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박동준 대장을 비롯하여 김지련 부대장, 정춘길, 이건일, 최정국, 유용주, 이길원, 최동국 대원으로 종주대가 구성되었고, 한국일보 김운영 기자가 취재를 담당했다.
진유명씨(晉有明·당시 27세)는 73년 2차 종주에 참가했던 대원이었다. 당시 이들의 종주기는 일간스포츠에 매주 연재되었는데 이때 이름을 알 수 없었던 이 산을 홍일점 대원이던 진유명씨의 이름을 따 ‘유명산’이라 칭한 것이 지금까지 이 산의 이름으로 굳어져 이어졌다.


자오선종주 당시 마을 주민들은 이 산을 그저 앞산이나 뒷산 정도로 불렀다고 한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토록 울창한 숲과 깊은 계곡, 수려한 조망을 지닌 산이 아무 이름도 없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던 종주대가 산의 이름을 지어 발표한 것이다.

당시 종주대의 운행대장을 맡았던 김지련씨(작고)는 74년 1월호 <산악인>지에 ‘유명산과 마유산’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는데 이 글에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름 모를 866봉은 우리 여성대원 진유명의 이름을 따서 종주대장의 직권으로 유명산이라 명명하기로 했다. -73. 3. 11 국토중앙자오선종주대 일지에서”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2012년 12월 광화문 교보문고의 글판에 실린 詩로서 최선을 다해 한 해를 보낸 이들이 새로운 출발선에 모여 새해를 맞이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 왼쪽부터 한국의산천, 맑은샘, 브라보, 따듯한 가슴 ⓒ 2012 한국의산천 

 

아래페이지에 계속 이어집니다

유명산 임도 라이딩 2 >>> http://blog.daum.net/koreasan/1560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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