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래 굽이치는 북한강… 물 위의 바위섬에 선 듯하네[가평=김기환 월간 山 기자 ]
11월의 산- 가평 보납산
▲ 보납산 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북한강. 시원스레 솟아오른 산줄기 사이로 강물이 유현하게 흐르고 있다.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도 가평은 산이 많은 고장이다. 화악산과 연인산 등 해발 1000m를 훌쩍 넘는 굵은 산줄기가 사방에 널려 있다. 보통 가평을 찾는 등산인의 목적지도 이런 높은 산의 꼭대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늦가을 즈음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높은 산은 이미 한겨울이라 대낮에도 바람이 차다. 게다가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통제되는 길도 늘어난다. 이리저리 제약이 많아지는 때, 마음 편히 찾을 수 있는 산으로 눈이 간다.
가평 보납산(寶納山·330m)은 나지막하지만 결코 얕볼 수 없는 내공을 지녔다. 주민들이 운동 삼아 오르내리는 '뒷산'이지만 조망만큼은 국립공원도 울고 갈 정도로 화려하다. 특히 굽이쳐 흐르는 북한강의 굴곡이 아름답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겹겹이 쌓여 있는 단단한 산자락의 매력 또한 남다르다.
보납산은 조선시대 최고의 서예가 한석봉이 아끼고 좋아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석봉은 선조 32년인 1599년 가평군수로 재직하며 보납산과 인연을 맺었다. 그의 호인 석봉(石峯)도 전체가 돌로 이루어진 이 산에서 따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지금의 산이름인 보납산은 그가 가평을 떠나며 아끼던 벼룻돌과 보물을 산에 묻은 데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서울 상봉역에서 경춘선 전철을 타고 가평역에서 내렸다. 보납산으로 가려면 가평 시내를 거쳐 옛 경춘가도를 따라 보광사 입구로 이동해야 한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가평역에서 출발해 10여분 만에 산행 들머리인 보광사 입구에 섰다.
보납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두 가닥이다. 그중 보광사를 거치는 산길이 완만하고 여유가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정상으로 곧바로 오르는 급사면의 지름길도 나쁘지 않다. 오솔길이 지그재그로 연결되어 그리 위험하지 않고, 고도의 변화에 따른 조망의 재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보광사 입구에서 갈려 나가는 가파른 산길을 따라 천천히 발을 옮겼다. 잠시 뒤 노송 한그루가 위태롭게 서 있는 벼랑이 눈앞에 나타났다. 가평 시가지와 자라섬이 까마득하게 발아래 내려앉았다. 커다란 곡선을 그리는 북한강과 반짝이는 가평천이 합수(合水)하며 산자락을 둘러쌌다. 마치 물 위에 솟은 바위섬에서 본 듯한 조망이 펼쳐졌다.
산꼭대기에는 널찍한 전망데크가 마련되어 있다. 절벽 위 전망대에 서면 북한강이 한층 가깝게 느껴졌다. 강줄기 주변으로 멋진 실루엣을 뽐내는 산줄기가 가득했다. 정상에서 보광사 방면의 능선을 따라 잠시 가면 또 다른 전망데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춘천 방면으로 펼쳐지는 북한강의 풍광 또한 일품. 높은 산에서 느끼기 어려운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였다.
보납산은 정상에 올라 조망을 즐기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가벼운 산행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계속 능선을 따라 북쪽 물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종주도 가능하다. 북한강을 따라 연결된 야트막한 산줄기를 밟는 재미가 쏠쏠하다. 숲의 연속이지만 가끔 나타나는 까다로운 바위지대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조망의 즐거움과 바위 타기의 묘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코스다.
▲ 하늘을 향해 뻗은 소나무들이 길동무를 해주는 보납산 주능선.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여행수첩
가평 전철역에서 그리 멀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오기 좋다. 산은 낮지만 거친 암릉부터 시원한 북한강 조망, 짙은 숲, 동굴까지 다양한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약간 돌아가더라도 가평역에서 강변 산책로를 따라 등산로 입구까지 걸으며 늦가을 풍광을 만끽해도 좋을 것이다.
산길은 여러 가닥이지만 두 코스 정도를 보납산의 대표적 등산로로 꼽는다. 하나는 보광사 입구~전망로~보납산 정상~일출능선~체육공원~강변산책로~자라목(2.4㎞) 코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는 짧은 코스다. 주의할 곳은 보납산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진행하다 만나는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이정표에 ‘자라목 다리 1.6km’라고만 표기되어 있어 혼동하기 쉽다. 산길도 급경사 내리막이라 정면의 평탄한 능선을 따르기 쉽다. 하지만 직진하면 거친 암릉을 거쳐 보납산 북쪽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이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야 체육공원을 거쳐 보광사나 물안산으로 진행할 수 있다.
나머지 하나는 자라목~보광사~체육공원~보납삼거리~물안능선삼거리~물안산~임도~주을길(6.4㎞) 종주코스다. 이 길을 택할 경우 체육공원에서 보납산 정상을 왕복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차라리 보광사를 생략하고 전망로를 통해 곧바로 정상에 오른 뒤 주능선을 따르는 것이 낫다. 산길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가끔 거친 바위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물안산 직전에 나타나는 커다란 동굴도 구경할 수 있다.
경춘선 전철 가평역에서 가는 게 좋다. 서울에서는 지하철 7호선 상봉역 또는 국철 망우역에서 경춘선으로 환승해 강촌역까지 간다.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ITX 고속열차도 가평에서 정차한다. 상봉역에서 가평역까지 요금은 1850원(교통카드 기준). ITX 고속열차 4800원.
가평역에서 보납산 산행기점인 보광사 입구까지는 택시로 10분가량 걸린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걸어서 가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다. 가평터미널 방면으로 수시로 운행하는 순환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가평군 문화관광홈페이지 www.gptour.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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