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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비 오는날의 수채화

by 한국의산천 2011. 7. 3.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장맛비가 기승을 부린다.

비가 내리는것이 아니라 쏟아 붓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지금이다.

더군다나 일요일에 비가 오다니 아놔~ ㅠㅠ

 

 

나뭇잎을 닦다

                 - 정호승

 

저 소나기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얹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빗소리 듣는 동안

                      - 안도현

 

1970년대 편물점 단칸방에 누나들이 무릎 맞대고 밤새 가랑가랑 연애 얘기하는 것처럼
비가 오시네

나 혼자 잠든 척 하면서 그 누나들의
치맛자락이 방바닥을 쓰는 소리까지 다 듣던 귀로 나는
빗소리를 듣네

빗소리는
마당이 빗방울을 깨물어 먹는
소리

맛있게, 맛있게 양푼 밥을 누나들은 같이 비볐네
그때 분주히 숟가락이 그릇을 긁던 소리
빗소리

삶은 때로 머리채를 휘어 잡히기도 하였으나
술상 두드리며 노래 부르는 시간보다
목 빼고 빗줄기처럼 우는 날이 많았으나

빗소리 듣는 동안......

연못물은 젖이 불어
이 세상 들녘 다 먹이고도 남았다네
미루나무 같은 내 장단지에도 그냥, 살이 올랐다네.

 

 

비 오는 날

             - 천상병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백오십 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이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감으리오.

 

 

소나기

         - 곽재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가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걱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비 오는 날엔                   

                       - 정태현

비 오는 날엔

뭉쿨 뭉쿨 비구름 같은

누군가의 그리움으로 피어나서

후두두둑 빗줄기 같이

누군가의 창문을 두드리고 싶다.

 

비 오는 날엔

똑 똑 똑 낙숫물같이

누군가의 영혼을 파고들어

초롱초롱 별빛과 같은

누군가의 눈 속에 각인이고 싶다.

 

비 오는 날엔

졸 졸 졸 시냇물같이

누군가의 가슴에 흘러들어

찰랑찰랑 바다와 같은

누군가의 품 안에 영원히 머물고 싶다.

 

 

  -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 섰거니 하야
꼬리 치날리여 세우고,

 

죵죵 다리 깟칠한
山새 걸음거리.

 

여울 지여
수척한 흰 물살,

 

갈갈히
손가락 펴고.

 

멎은듯
새삼 돋는 비ㅅ낯

 

붉은 닢 닢
소란히 밟고 간다.

 

 

여름비 - 조재영
 

서두르지 마 서두르지 마 제비들은
낮게 날면서 부딪쳐 서로 이마 찧지마
하늘이 힘껏 움켜쥐었다 놓아버린
어느 한 순간
구름의 말들 와르르 쏟아져 나오네
잡목림 수풀 사이 텅텅 발구르며
뛰어내리는 함성들
더러 영탄조가 되어 울고 웃던 말들
나무 잎사귀 흔들면서
제 생이 휘청이는 것을 보네
오지 마 오지 마
치자나무 꽃지고 꽂망울도 지고
입술도 향기도 지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들여다보았던
젊은 날의 성긴 길들도 지워지고
앞을 가늠할 수 없는 한 낮 장대비
그렇게 깊게 내려서지마
파헤쳐 상처내지 마
그때 왜 우린 그런 무모한 말을 했을까
이제 말들은 지쳐 숨을 몰아 쉬네
언제 다 쏟아버릴지 알 수 없는 하늘 보며
물 그림을 그리네 말을 잃은 채
물로 된 빈집에 눕네

 

 

가을비

                -조병화


무슨 전조처럼 온종일
가을비가 구슬프게 주룩주룩 내린다

 

나뭇잎이 곱게 물들다 시름없이
떨어져서 축축히 무심코
여기 저기 사람들에게 밟힌다

 

순식간에 형편 없이 찢어져서
꼴사납게 거리에 흩어진다

될대로 되어라, 하는 듯이

 

그렇게도 나뭇가지 끝에서
가을을 색깔지어 가던 잎새들도
땅에 떨어지면, 그뿐
흔들이 버리고 간 휴지조각 같다

 

아, 인간도 그러하려니와
언젠가는 나의 혼도 그렇게 가을비 속에
나를 버리고 어디론지 훌쩍 떠나 버리겠지,
하는 생각에 나를 보니

 

나도 어느새, 가을비를 시름없이
촉촉히 맞고 있었다.

 

 

봄비

                      - 변영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回想)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왕십리  
               - 김소월(金素月)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랴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별새가 운다

 

천안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네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비 오는 날엔

뭉쿨 뭉쿨 비구름 같은

누군가의 그리움으로 피어나서

후두두둑 빗줄기 같이

누군가의 창문을 두드리고 싶다.

 

▲ 달려서 가야 할곳은 밀려 있는데 끝없이 비가 내린다. ⓒ 2011 한국의산천  

 

나는 자전거를 왜 탈까? 비가 내리기에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건강을 위해서? 그건 아니다. 건강을 위한다면 자전거타기는 피해야 한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위험한 경우가 오히려 더 많기에...

 

라이딩을 하는 이유

첫번째 : 라이딩은 자유를 느낄수있다. 어디던 어느 시간이던 떠나고 마음껏 달릴 수있다.

두번째 : 라이딩을 하다보면 모든것을 잊는 무념무상의 세계에 몰입 할수있다.

세번째 : 자연과 산천을 몸과 마음으로 즐기며 호흡 할수있다

네번째 : 무언가 자신이 정한 목표를 위하여 달리고, 그것을 해냈을때 자신만의 커다란 성취감을 느낄수있다. 등등...

 

▲ 어서 이 장마가 그쳐야 산으로 들로 나갈텐데... ⓒ 2011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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