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노래] Tornero
자동차는 목적지인 지방 도시에 시간 반 일찍 도착했다. 호텔 방에 들어가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하여 약간의 업무를 처리한 후, 곧 밖으로 나왔다. 허름한 기사식당에 들어가 소주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주위를 잠시 배회하다가 예전에 가끔 외국 바이어와 함께 간 적이 있던 카페를 찾아갔다. 오랜만에 찾은 카페는 주인이 바뀐 듯 낯선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오색찬란한 무지갯빛 조명이 천정에서 무한궤도로 돌아가고 자그마한 무대에선 사랑의 칸초네 '토네로(Tornero)' 가 흐르는 가운데 혼자 앉은 남자는 테킬라의 깊은 맛을 음미하며 음악에 취한다.
♪ 너의 사랑 없이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돌아 와 줘 내 사랑아 너의 사랑으로……?
아주 젊었을때 난 스스로에게 말했죠, 내 인생은 내것이라고
자유의 바람과 함께 떠돌며 폭풍처럼 살아가는거야 그리고 우린 내일의 황금빛 바퀴를 타는거야 - Tornero 가사中에서-
나는 오늘도 꿈꾼다.
자전거를 타고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다 돌아볼것이라고....
그래 떠나는거야
그날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설레임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그 이상임을.
나의 기쁨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그래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거야~! - 한국의산천 -
▲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유명한 잡지란 잡지에 표지 모델로 등장하며 한참 잘나갔는데, 아 옛날이여 ~ㅋ(믿거나 말거나) ⓒ 2011 한국의산천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生死)가 명멸(明滅)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우마차로·소로·임도·등산로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간다. 흘러 오고 흘러 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 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 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 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一葉片舟)처럼 외롭고 새롭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純潔)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祝福)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구르는 바퀴 안에서, 바퀴를 굴리는 몸은 체인이 매개하는 구동축(驅動軸)을 따라서 길 위로 퍼져 나간다. 몸 앞의 길이 몸 안의 길로 흘러 들어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갈 때,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다.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氣盡)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간다.
집중된 힘을 폭발시켜 가면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는다.
1단 기어는 고개의 가파름을 잘게 부수어 사람의 몸 속으로 밀어넣고,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의 몸이 그 쪼개진 힘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길 위로 흘려 보낸다. 1단 기어의 힘은 어린애 팔목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바퀴를 굴리는 다리는 헛발질하는 것처럼 안쓰럽고,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길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 몸이 나의 기어인 것이다. 오르막에서, 땀에 젖은 등판과 터질 듯한 심장과 허파는 바퀴와 길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땅에 들러붙어서, 그것들은 함께 가거나, 함께 쓰러진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김훈 '자전거여행 1권 프롤로그]에서
▲ 바람에 흔들리는것은 갈대가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 2011 한국의산천
▲ 오뚜기령을 넘어서 가평 논남기 마을로 갈때 ⓒ 2011 한국의산천
▲ 연인산 임도 또 다시 달려보고 싶은 길이다 ⓒ 2011 한국의산천
▲ 포근한 봄날에 금수강산 한바퀴 라이딩을 꿈꾸며... ⓒ 2011 한국의산천
저는 자전거를 잘 타거나 고급 기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자전거 타는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지금이라도 지구 끝까지라도 달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구 끝까지 달리고 싶은 마음을 흔히 지구력(?)이라고 말하지요ㅎ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35년 2월5일 아들 에두아르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 인생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균형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한다."
산다는것이 나만 바쁘게 힘든 줄 알았더니 원래 그런것이었군 人生이란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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