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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모란동백

by 한국의산천 2011. 3. 22.

봄을 시기하듯 꽃샘바람의 맹위가 대단한 오늘, 그 바람속에서 봄꽃은 핀다 [ 2011 · 3 · 22 · 봄 바람부는 화요일 · 한국의산천 ]

 

봄에는 꽃이 피네

산에도 꽃이 피네

 

▲ 산수유 ⓒ 2011 한국의산천

 

[바람의노래] 모란동백 - 작사 작곡 노래 이제하

 

李祭夏씨는 1998년에 "빈 들판"이라는 CD를 발표했다. 총 10곡이 들어 있는데, 지금 이곡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을 발표하였으며 그 후 이 노래는 조영남씨가 리메이크하여 더 널리 알려졌다.

    

◀ 1961년, 24세 때 李祭夏씨의 모습

 

원제: 김영랑 조두남 모란동백 [작사/ 작곡 / 노래 이제하 ]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들녘에 눈이 내리면 상냥한 얼굴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덧 없어라 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 벌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

또 한번 동백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또 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 이제하 관련 글 보기 ☞ http://blog.daum.net/koreasan/15604741

 

▲ 모란꽃 ⓒ 2011 한국의산천

또 한번 모란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마세요

또 다시 동백이 필때까지 나를 잊지 마세요

 

▲ 또 다시 산수유가 필때까지 저를 잊지마세요 ⓒ 2011 한국의산천

 

 

매화가 피었다. 1월 중순에 눈 속에서 봉우리가 맺혔고 이제 활짝 피었다. 매화는 잎이 없는 마른 가지로 꽃을 피운다. 나무가 몸속의 꽃을 밖으로 밀어내서. 꽃은 품어져 나오듯이 피어난다.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룬다. 꽃핀 매화숲은 구름처럼 보인다. 이 꽃구름은 그 경계선이 흔들리는 봄의 대기속에서 풀어져 있다. 그래서 매화의 구름은 혼곤하고 몽롱하다. 이것은 신기루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가지에서 떨어져서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그 잠시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고, 매화의 죽음은 풍장이다. 배꽃과 복사꽃과 벚꽃이 다 이와 같다.

 

 

선암사 뒷산에는 산수유가 피었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람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 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보인다.

 

 

산수유가 사라지면 목련이핀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떄가 목련의 절정이다.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떄,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있는 동안의 중량감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건 것이다.

 

향일암 앞바다의 동백꽃은 사람을 쳐다보지 않고, 봄빛 부서지는 먼 바다를 쳐다본다. 바닷가에 핀 매화 꽃잎은 바람에 날려서 눈처럼 바다로 떨어져내린다.

매화꽃잎 떨어지는 봄바다에는,나고 또 죽는 시간의 가루들이 수억만 개의 물비늘로 반짝이며 명멸을 거듭했다. 사람의 생명 속을 흐르는 시간의 풍경도 저러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봄 바다 위의 그 순결한 시간의 빛들은 사람의 손가락 사이를 다 빠져 나가서 사람이 그것을 움켜쥘 수 없을 듯 싶어고, 그 손댈수 없는 시간의 바다위에 꽃잎은막무가내로 쏟아져내렸다.

 

봄은 숨어 있던 운명의 모습들을 가차없이 드러내보이고, 거기에 마음이 부대끼는 사람들은 봄빛 속에서 몸이 파리하게 마른다. 봄에 몸이 마르는 슬픔이 춘수다.

 

 

13세기 고려 선종 불교의 6세 조사 충지는 지눌 문중의 대선사였다. 송광사에 오래 머무르면서 왕이 불러도 칭병하고 나아가지 않았다. 충지는 초봄에 입적했다. 충지는 숨을 거둘 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평탄하구나. 너희들은 잘 있으라"라고 말했다. 대지팡이 하나로 삶을 마친 이 고승도 때때로 봄날의 적막을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산사의 어느 봄날에 충지는 시 한 줄을 썼다.

 

아침 내내 오는이 없어

귀촉도는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이것은 꺠달은 자의 오도송이 아니라, 사람사는 마을의 봄을 그리워하는 노래다. 이 그리움은 설명적 언어의 탈을 쓰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 그리움의 길은 출구가 없다. 봄의 새들은 저마다 제 이름을 부르며 울고,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울음은 끝끝내 위로받지 못한다. 봄에 지는 모든 꽃들도 다 제 이름을 부르며 죽는 모양이다.

 

설요는 한국 한문학사의 첫장에 나온다. 7세기 신라의 젊은 여승이다. 그 여자의 몸의 아름다움과 시 한줄만이 후세에 전해진다. 그 시 한줄은 봄마다 새롭다. 이 젊은 여승의 몸은 꽃피는 봄 산의 관능을 건딜수 없었다. 그 여자는 시 한 줄을 써놓고 절을 떠나 속세로 내려왔다.

 

꽃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글 발췌 : '김훈 자전거 여행'에서]

 

▲ 남산 기슭에 있는 소월 詩碑 앞에서 ⓒ 2011 한국의산천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 상냥한 동백 아가씨 꿈속에 웃고있네. 요즘 한참 피어나는 산수유, 그리운 산수유 아가씨 나를 오라 손짓하네  

 

님과 벗
                 - 김소월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서 향기(香氣)로운 때를
고초(苦草)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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