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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문화문학음악

그 해변의 석양 노을

by 한국의산천 2011. 2. 7.

그 해변의 석양과 노을 그리고 김광균 詩읽기

[바람의 노래] 사랑은 늘 도망가  - 이 문세

 

서편으로 지는 석양의 노을이 아름다운 이유는 동쪽에서 서쪽까지 힘든 여행을 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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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늘 도망가 

                                           - 이 문세


눈물이 난다 이 길을 걸으면 그사람 손길이 자꾸 생각이 난다
붙잡지 못하고 가슴만 떨었지 내 아름답던 사람아

사랑이란게 참 쓰린 거더라 잡으려 할수록 더 멀어 지더라
이별이란게 참 쉬운 거더라 내 잊지 못할 사람아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봐 꼭 움켜쥐지만
그리움이 쫓아 사랑은 늘 도망가 잠시 쉬어가면 좋을텐데
 

바람이 분다 옷깃을 세워도 차가운 이별의 눈물이 차올라
잊지 못해서 가슴에 사무친 내 소중했던 사람아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봐 꼭 움켜쥐지만
그리움이 쫓아 사랑은 늘 도망가 잠시 쉬어가면 좋을텐데
 

기다림도 애태움도 다 버려야는데 무얼찾아 이길을 서성일까
무얼찾아 여길있나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봐 꼭 움켜쥐지만
그림움이 쫒아 사랑은 늘 도망가 잠시 쉬어가면 좋을텐데
잠시 쉬어가면 좋을텐데


 

성호 부근(星湖附近)

                                                - 김 광균

 

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수면(水面) 위에 떨어지고,
부서지는 얼음 소리가
날카로운 호적(胡笛)같이 옷소매에 스며든다.

 

해맑은 밤바람이 이마에 내리는
여울가 모래밭에 홀로 거닐면
노을에 빛나는 은모래같이

 

호수는 한 포기 화려한 꽃밭이 되고,
여윈 추억의 가지가지엔
조각난 빙설(氷雪)이 눈부신 빛을 발하다.

 

2
낡은 고향의 허리띠같이
강물은 길ㅡ게 얼어붙고


차창에 서리는 황혼 저 멀ㅡ리
노을은
나어린 향수처럼 희미한 날개를 펴고 있었다.

 

3

앙상한 잡목림 사이로

한낮이 겨운 하늘이 투명한 기폭(旗幅)을 떨어뜨리고

푸른 옷을 입은 송아지가 한 마리

조그만 그림자를 바람에 나부끼며

서글픈 얼굴을 하고 눈둑 위에 서 있다.

 

 

설야 (雪夜)

                          -김광균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위에 고이 서리다.     

 

 

외인촌

                                -김광균

 

하얀 모색(暮色)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아란 역등(驛燈)을 달은 마차(馬車)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電信柱) 우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내리고,

갈대밭에 묻히인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의 벤치 위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외인 묘지(墓地)의 어두운 수풀 뒤엔

밤새도록 가느란 별빛이 내리고,  

공백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村落)의 시계(時計)가

여윈 손길을 저어 열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古塔)같이 언덕 우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聖敎堂)의 지붕 우에선  

분수(噴水)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 소리. <조선 중앙 일보>(1935)

 

김광균(1913~1993 :개성 출생) 송도상업학교 졸업. 1950년대 이후에는 실업계에 투신. 한국경제인연합회 이사. 한국무역협회 이사 역임. '자오선, 시인부락' 동인. 1926년 중외일보에 '가는 누님'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모던이즘의 시론을 실천했던 자오선, 시인부락 동인. 시집으로는 와사등 (1939), 기항지(1947) 등에 이어 문단 고별 시집인 황혼가(1957)가 있다.

'황혼가'에는 老兵도 되기전에 한사람이 '스크랩 북, 이라는 후기가 있다. 6 ·25 전쟁 후에는 실업계에 투신하며 문단과 인연을 끊었다.  

    

대표적인 작품(주요작품)

외인촌, 와사등, 추일 서정, 설야, 성호 부근

 

 

 

 

▲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 ⓒ 2011 한국의산천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 

                         - 용 혜 원

 

젊은 날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얼마나 멋이 있습니까.

 

아침에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의 빛깔도

소리치고 싶도록 멋있지만

 

저녁에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 지는 태양의 빛깔도

가슴에 품고만 싶습니다.

 

인생의 황혼도

더 붉게, 붉게 타올라야 합니다.

마지막 숨을 몰어 쉬기까지

 

오랜세월 하나가 되어

황혼까지 동행하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봐 꼭 움켜쥐지만 / 그리움이 쫓아 사랑은 늘 도망가 잠시 쉬어가면 좋을텐데
기다림도 애태움도 다 버려야는데 무얼찾아 이길을 서성일까  / 무엇을 찾아 여길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