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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처갓집 가는 길에 오이도를 둘러보며

by 한국의산천 2009. 1. 27.

음력 새해 첫날 처갓집 가는 길에 오이도를 둘러보며 [2009 · 1 · 26 · 월요일 (눈 그치고 맑음) · 한국의산천] 

 

카메라를 아낀다는 것은 카메라를 망가트리는 일이다.  

흔적을 지우는 일이란 추억을 더욱 상기 시킬 뿐이다.

카메라를 들고 고고씽~!

 

좋은 카메라보다는... 멋진 피사체를 볼줄아는 눈과 그곳을 찾는 발이 제일 좋은 장비이다.

좋은 렌즈일수록 습하고, 장롱 깊은 곳에 모셔두면 렌즈에 곰팡이가 끼기 쉽다. 카메라 렌즈란 모름지기 가끔은 햇빛과 정면으로 마주치게도 하고, 자동차 시트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산에서 등반자와 이리저리 구르기와 바위에 쳐박기도 하여야 모든 부품의 작동이 원활해지며, 셧터를 자주 눌러 주어야만 좋은 사진을 선물한다.   

 

▲ 집에서 나와 중동대로를 타고 안산 상록수로 이동합니다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소래산 옆을 지나 장모님이 계신 상록수 감자골을 향하여 고고씽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안산 상록수 감자골에 계시는 장모님는 올해 92살. 자주 찾아 뵙지를 못해 찾아가는 마음은 언제나 죄스럽기만 합니다.

 

▲ 오이도 노을등대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모든 풍경사진과 피사체에 사람이 들어있지 않은 사진은 그저 판박이 엽서 같은 사진 일 뿐이다. -산천생각- 

 

카메라를 들고 방파제에 올라섰습니다.

소금끼를 머금은 짭짜름한 겨울바람이 싸하게 얼굴을 스쳐간다.

카메라를 잡은 손은 이내 얼어버려 다시 호주머니에 넣고 녹였습니다.

 

방파제 위에는 몇몇이 모여 앉아 싱싱한 굴을 까서 소줏잔을 기울이고 

거리의 화가는 작은 의자에 앉아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피~웅 하며 무지개빛 꼬리와 흰연기를 남기고 폭죽이 날아간다.

 

빨간등대 전망대를 보며 

서럽게 살다간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가 아니라

내가 태어나던 해에 31세로 짧은 生을 마감한 박인환 詩人과 그의 詩 '木馬와 淑女'를 생각했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木馬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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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그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우리는 그 무엇이 무서워서 떠나는것일까?  - 한국의산천- 

    

▲ 오이도 방파제에 서있는 오이도 빨강등대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시인 박인환

그분과 나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뭐가 각별하냐구요? 

그분 돌아가신 년도를 저 만큼 잘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시라요.

 

내가 태어나던 해에 그분은 떠났다. 즉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것을...

저는 바닷가의 등대만 보면 박인환님의 목마와 숙녀라는 詩가 떠 오릅니다.

 

목마와 숙녀

        

                 -박인환 (1926~1956)-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카메라 렌즈, 가끔은 태양 빛을 마주쳐야 건강해진다.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좋은 렌즈일수록 습하고, 장롱 깊은 곳에 모셔두면 렌즈에 곰팡이가 끼기 쉽다. 카메라 렌즈란 모름지기 가끔은 햇빛과 정면으로 마주치게도 하고, 자동차 시트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하고 산에서 등반자와 이리저리 구르기와 쳐박기도 하여야 모든 부품의 작동이 원활해지며, 셧터를 자주 눌러 주어야만 좋은 사진을 선물한다.   

 

누구나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봄이 아니라도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 오이도 노을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 오이도 선착장의 노을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 오이도 선착장에서 바라 본 노을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인천과 서울에서 가깝기에 많은 이가 찾는 곳 오이도 ⓒ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오이도 노을을 촬영하고 철수하는 페밀리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오이도 노을을 보며 새해를 다짐하는 페밀리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우리 떠나 갈 때는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 오이도 빨강등대라고도 부르며 노을등대라고도 한다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섬도 아닌 육지에 오이도라는 섬"도(島)"字가 붙어있다.

육지의 일부이면서도 오이도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일제시대인 1922년에 일제가 염전을 만들기 위해 이곳과 안산시 사이에 제방을 쌓은 뒤부터였다. 그후 오이도는 육지이면서 바닷가 횟집촌인 이름만 섬인 오이도로 불린다. 남서쪽으로 벋은 시화방조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오이도는 섬의 모양이 마치 까마귀(烏)의 귀(耳) (까마귀의 귀가 있는지 없는지.. 또 있다면 어떻게 생겼는지 본적은 없지만)와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오이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노을등대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배밭 지나 선창 가 포장마차엔

곱게 늙은 주모가 간데라 불빛 쓰고

푸지게 썰어주는 파도 소리 한 접시

소주 몇 잔 곁들여 취하고 싶다

 

           -임영조 시인의 모자 중에서  오이도-

 

▲ 오이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노을등대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모두가 "예스"라고 대답할 때 아닌것은 분명히 "No" 라고 말 할 용기는 없어도, 모두가 서쪽의 지는 노을만을 촬영 할때 그 반대편의 경치를 촬영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 우주의 중심은 인간. 오이도 선착장에서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사람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노을.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서면 두 부류의 촬영자가 있습니다. 피사체 앞에 사람이 없기를 바라는 사람과 그 반대로 피사체 앞에 지나가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후자에 속합니다. 기다려도 사람이 안온다면 삼각대에 카메라를 걸치고 저라도 서있습니다.

 

▲ 오이도 선착장에서 바라 본 방파제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오이도의 불타는 노을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새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합니다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새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합니다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아름다움을 담는 멋진님 ⓒ 2009 에코마운틴

 

 

▲ 우주의 중심은 人間 ⓒ 2009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모든 풍경사진과 피사체에 사람이 들어있지 않은 사진은, 숨쉬지 않는 그저 판박이 엽서 같은 사진 일 뿐이다. -산천생각-  

 

 

 

 장모님을 뵙고 동서들과 즐겁게 한잔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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