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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빈들에 서서

by 한국의산천 2008. 12. 12.

빈들에 서서

 

친구와 잔차타기... [2008 · 12 · 12 · 금요일 · 날씨 맑음]

 

 

 

글어도 티끌 하나 빠뜨림 없는 저 하늘도 얼마나 많은 날개가 스쳐간 길일 것인가. 아득히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바다도 얼마나 많은 지느러미가 건너간 길일 것인가.

우리가 딛고 있는 한 줌의 흙 또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지나간 길일 것인가. 낯설고 두려운 곳으로 갈 때에 나보다 앞서 간 발자국들은 얼마나 든든한 위안인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지만 내게는 분명 처음인 이 길은 얼마나 큰 설렘인가.

-[이 아침에 만나는 詩] 연재 마치면서 시인 반칠환 - 

 

  

 

겨 울 나 무   

       - 이수인 - 

 

나무도 생각을 한다

벗어버린 허전함에 눈물이 난다

빈가지 세워  올려다 본 회색빛 바다

구름 몇 점 잔잔한   파도를 타고

 

아직 남겨진 몇 개의 사연들은 

미련 없이 저 자유의 바다로 보내리라

 

나무는 제 몸에서 뻗어나간

많은 가지와  그 가지에서 피어나는

꽃과 이파리 열매를  위하여

그 깊고 차가운 어둠 속을 향해 치열하게 

뿌리를 내려가며  고독의 길을 끝없이 간다

 

인생 그 누구라도 겨울나무처럼   

홀로된 외로움 벗어버린 부끄러움에

울어보지 않았으리

수없이 많은 사연의 가지를 지니고

여러 갈래의 뿌리를 두르고도 

단 하나의 심장으로만 살아가지 않는가 

      

빈 가지마다  눈꽃  피어났던 자리에

봉긋 봉긋 솟아나는 봄의 푸르름도     

겨울가면 반드시  온다는 진리이기 보다

시련 뒤에  찾아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겨울나무는  벌써 알고 있다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南新義州柳洞朴時逢方) - 백석(白石)

 

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네 집 헌 삿을 깐,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른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 오늘 같이 돌아다닌 친구 Mr Han ⓒ 2008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텅 빈 들녘 ⓒ 2008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추수가 끝난 빈들 ⓒ 2008 에코마운틴 한국은 산천

법정스님은 말씀하셨다

'열린 귀는 들으리라. 텅 빈 들녘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소리 없는 소리를'

 

그러나 나는 텅 빈 들녘에서 끝없이 밀려온다는 소리없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단지 잔차타고 달리니 바람소리만이 귓가를 스쳐 갈 뿐이었다. 그럼 그렇지 아무나 누구에게나 그 심오한 소리없는 소리를 들을 순 없지~~~ 

 

 

 

▲ 오늘 아침에 나와서 3시간 30분 돌아다니며 사진 촬영하고 총 62km달렸습니다  ⓒ 2008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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