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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잔차 폐인

by 한국의산천 2008. 12. 10.

폐인이란?

폐인(廢人)은 원래 '아무 것도 못할 정도로 망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였으나, 최근에는 컴퓨터와 인터넷과 관련된 취미, 커뮤니티, 온라인 게임, 일, 기타 등등에 대해 극단적으로 심취한 사람을 이르는 말로 바뀌었다

나 역시 폐인인가?

 

▲ 잔차의 뒷바퀴는 힘차게 돌아가며 앞으로 밀지만 조정 능력은 없다. 앞바퀴는 스스로 만드는 동력없이 순전히 뒷바퀴의 힘으로 나가지만 좌우를 가르며 안전하게 길을 인도한다. 필요한 바퀴 두개는 잔차의 간결성과 효율성을 보여준다. ⓒ 2009 한국의산천  

 

 

아래 글은 제가 몸담고 있는 잔차 동호회의 유명하신 빛나리님의 글입니다.

 

[독백]잔차와 인생... 그리고 집사람의 눈물. 

 

몇년전에.. '잔차폐인'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지금도 진행형인지는 모르겠군요..

 

잔차중독. 빛나리도 지금 심각합니다.

 

사이다 중독.

이건 잔차중독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진 않습니다.

 

어쩌면 빛나리표 특제품 해독탕을 달여 먹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농약이나 제초제먹어 거품물고 죽어 자빠질 지경에도 살리는~

그런 위력의.. 조상님들로부터 물려받아 더욱 발전시킨 해독탕.

 

아무리 건강을 위한 레포츠로서 잔차를 즐긴다지만 이것이 취미를 넘어서서 직업도 아니고 폐인에 이를 지경이면. 피부가 부댓끼는 주변에서 고운 시선으로 봐 줄리 만무하겠지요.

 

어제 저는 봤습니다...

생일날임에도 불구하고 먼동도 트기전에 뛰쳐나가 강촌으로~

그래서 주인공 없는 생일을..

하루종일 집사람은 혼자 음식만들어 대접하고는.. 또 늦을 수밖에 없을것 같은.. 생일밥상을 차려놓고 마냥 기다리고 있었나 봅니다.

(두병님... 그러고 여러 동지들.. 어제 뒤풀이없이 쫑~ 한게 언뜻~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

 

십남매중에 맨꽁지 막내동이로서 형제중에 벌써 이승을 떠난 분이 위로 두분..

이런 처지로서 벌써 쉰세대를 거침없이 살아보다 보니 일가친척이 거의 2개소대를 편제하고도 몇은 남습니다.

 

만약에 또 날짜를 바꿔 귀가했더라면? 

밥상머리에 다소곳이 앉아서 먹어줄 남편을 기다리는 못난 이몸의 집사람.

대략 9시가 넘어 귀가한 이몸을 보고는 아무말없이 눈물을 몇방울 떨구더군요.

 

웬만해서는 놀라거나 호들갑 떨지도 않는 이 빛나리도 형광등 불빛밑에서 마누라가 떨구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무지개처럼 반사되는 영롱한 몇방울 이건 무언의 항의 그 자체였습니다.

 

내심.. 가슴이 다 찡~ 하더군요. (내가 쥑일놈이여~~)

저 집사람이 누굴 믿고 의지하며 한세상을 보내는데 내가 이럼 않되지.

 

부부란 무엇인가?

집사람은  이 빛나리가 무슨짖을 저지르고 무얼 어찌해도 단 한번도 따지고 들거나 계산하지 않고 울며불며 덤벼든적 여지껏 한번도

없었답니다.

 

그저.. 정성스레 밥한상 차려놓고 조용히~ 망부석처럼 이 못난 남편이 무슨짓을 하고 돌아오던 따뜻한 밥을 먹게 해줍니다.

그러고는 밥그릇을 반쯤 비워갈 때쯤... (어찌 집사람 눈치를 않보랴!)

 

헛기침에 콧소리를 숨죽여 내면서 눈가에 물기가 촉촉~ 하는 정도로 끝내는 게 통상 일과 였는데...

차라리 악을 바락~바락~ 대들면.. 상대하기가 더 쉬울런지도 모릅니다...

 

옛날 철부지 어렸을적 엄마의 모습이 바로 오늘의 집사람의 모습과 똑 같네요.

동네방네 휘젖고 다니며 쌈판질 해서 없는 살림에 병원비를 물어줘도 회초리 한번도 드신적 없는 어머니.

어머님도 그럴 때마다 나 다친곳을 어루만지며 조심해라 한마디 하시며 눈물을 떨구실 뿐 야단치지는 않으셨었는데.

이승을 떠나신지가 벌써 이십몇년이 훨~ 지났군요..

 

제 집사람이 어머님을 닮다니~

어제 저녁에는 좀 달랐습니다.

숫자야 셀 수 없었지만(예측불허... 설마 했지요..) 몇방울이 떨어진건 분명했습니다.

 

예전에

IMF때 부도맞아(남의 똥을 밟아~~) 좀 큰평수 부동산도 모자라 살던것도 내주고

현재 사무실 한켠에 엉성한 방을 만들어 한숨 돌리게 됐을 때도 마누라는 결코 불평 한마디 않하고 다만 눈가에 물기만 촉촉~~

이 못난 남편쟁이를 그토록 믿고 서로 실타래 얽키듯 그렇게 알콩달콩 살아왔는데 어제는 유난히도 눈물을 흘리더군요.

 

결국 일을 저지른 겁니다.

마누라 가슴에 피멍들게 했던 겁니다.

생일이랍시고 찾아온 형제 식구들을 대접하며 어찌 한마디씩 던지는... 듣기 거북한 말들을 안들었을까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지난 6월말에 경기도 이천 고향에서 열린 종친.. 문중회의에도 잔차로 달려갔었을 때

(아들들과 형제들은 모두 차로 참여 했는데 유독 저 빛나리만 쫄바지 팀복 입고 그 먼거리를 잔차로 달렸었지요. 장거리 라이딩이 얼마나 재밌는데~~ㅋㅋ 이런 기회를 놓치나요?)

 

" 미친넘~~~ "

일가 문중에서 감히 한마디씩 욕은 못했지만.. 속으로는 한마디씩 다 했을 겁니다..

 

아~ 무엇이 잘못됐는가?

기냥~ 내 방식대로 산다는 게 잘못인가?

주변에 민폐를 끼쳤는가?

 

밖에는 삼복맞이 빗소리가 풍류를 읊조리고 있는데.

이제는 뭐든 정리가 필요한 시간 같군요.

 

05-7/11 빛나리

 

존경합니다 빛나리님... 저의 미래를 보는 듯한 생각입니다. -한국의산천-

 

▲ 저 역시 무박 산행을 마치고 배낭을 메고 지인들의 결혼식장. 장모님 칠순잔치에 가지를 않나 ... 이제는 잔차에 몰입되는 듯한. ⓒ 2009 한국의산천  

 

不狂不及[미치지 않으면 미치지(도달하지) 못한다]

열정을 가지고 달려들일이 없는 삶은 맥빠진 시간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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