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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가로림만(加露林灣)

by 한국의산천 2006. 3. 12.

충남 태안 가로림만 둘러보기  

웅도에서 가로림만 해변을 따라 학암포 해수욕장까지. 답사 :2006. 3. 12 [ 한국의산천]

 

♣ 여행이란 빈집을 드나드는 바람처럼 그렇게 떠나는것이다. 

지도 한장, 카메라, 침낭과 텐트, 그리고 라면과 코란도만으로 언제나 부담없이 여행 출발이다.

 

산이 그리우면 산으로 가고

바다가 그립다면 바다로 가라

만족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무엇을 원하랴.

포기 할 줄도 알고 모든것이 숙명이라면 받아드리고 싶다.  - 한국의산천-

 

小說 商道에서 나온 한 귀절이 떠오른다.

戒盈祈願 與爾同死 (계영기원 여이동사: 가득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

 

 

▲ 웅도에서 가로림만을 한바퀴 돌아 태안반도의 최북단 학암포에서 

 

책을 읽다가 황동규님의 시 "소유언시"를 읽고 갑자기 충남 서산의 가로림만으로 떠나고 싶어졌다. 그곳의 풍경을 본지도 오래됐고 비릿한 바닷내음과 삶의 애환이 가득한 어촌 풍경이 문득 그리워졌다.

음악을 들으며, 시를 읽으며 가끔은 추억에 잠기고 추억이란 약간의 우수어린... 그리움이 번지고 음악 또한 그리움? 슬픔? 우수? 그런류의 음악을 들으며... 출발이다.

 

가로림만 (加露林灣). 
숲에 이슬을 더하는 바다라는 뜻인가?  

 

 

답사 :2006. 3. 12 [ 한국의산천]

답사코스: 당진 수당리 안국사지 - 대산 웅도(곰섬) - 태안 백화산 삼존마애불 - 고파도 - 학암포 해수욕장 

 

 

충남 태안반도의 중북부 서산시와 태안군 사이에는 가로림만이라는 바다가 놓여 있다. 태안반도의 크고 작은 만들이 대부분 간척사업에 의해 육지로 바뀌었지만, 가로림만은 아직까지 자연 상태를 유지하며 남아있는 태안반도의 가장 큰 만이다.
내륙으로 깊숙히 들어와 있으면서 서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은 그 폭이 불과 2.5km 정도밖에 되지 않아 늘 잔잔한 물결을 자랑한다. 그 대신 유속이 빨라 한때 정부에서는 가로림만 북단에 태안과 서산을 잇는 방조제를 만들고 그곳에다 조력발전소를 만들 계획까지 세우기도 했다.

 

아침 3시에 일어나 4시에 출발했다 . 서산을 지나 대산에 도착하니 아침해가 구름속에 떠오르고 있다.

 

태안에서 지방도를 타고 이원면 만대까지 가면서 우측으로 잔잔하게 펼쳐진 바다가 가로림만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안도로가 없어 멀리서 가로림만의 겉모습 만을 스쳐볼 뿐이었는데 다행이 이원면 사창리에서 가로림만 쪽으로 우회하는 도로가 뚫려 바다와 접하면서 호수의 섬들을 대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 아침 떠오르는 햇살에 가로림만의 물이 다 빠져나간 갯벌이 빛나고 있다. 

 

소유언시(小遺言詩) 

                       - 황동규- 

   열반에 머문다는 것은 열반에 속박되는 것이다 - 원효
  
  1
  살기 점점 더 덤덤해지면,
  부음(訃音)이 겹으로 몰려올 때
  잠들 때쯤 죽은 자들의 삶이 떠오르고
  그들이 좀 무례하게 앞서갔구나 싶어지면,
  관광객도 나대지 않는 서산 가로림만(灣)쯤에 가서
  썰물 때 곰섬(熊島)에 건너가
  살가운 비린내
  평상 위에 생선들이 누워 쉬고 있는 집들을 지나
  섬 끝에 신발 벗어놓고
  갯벌에 들어
  무릎까지 뻘이 차와도
  아무도 눈 주지 않는 섬 한구석에
  잊힌 듯 꽂혀 있다가
  물때 놓치고 세상에 나오지 못하듯이.
  
  2
  그냥 가기 뭣하면
  중간에 안국사지(安國寺址)쯤에 들러
  크고 못생긴 보물 고려 불상과 탑을 건성 보고
  화사하게 핀 나무 백일홍들
  그 뒤에 편안히 누워 있는 거대한 자연석(自然石) 남근을 만나
  생전 알고 싶던 얘기나 하나 묻고
  대답은 못 듣고.
  
  3
  길 잃고 휘 둘러가는 길 즐기기.
  때로 새 길 들어가 길 잃고 헤매기.
  어쩌다 500년 넘은 느티도 만나고
  개심사의 키 너무 커 일부러 허리 구부린 기둥들도 만나리.
  처음 만나 서로 어색한 새들도 있으리.
  혹시 못 만나면 어떤가.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
  나무, 집과 새들을 만났다.
  이제 그들 없이 헤맬 곳을 찾아서.
  
  4
  아 언덕이 하나 없어졌다.
  십 년 전 이곳을 헤매고 다닐 때
  길 양편에 서서 다정히 얘기 주고받던 언덕
  서로 반쯤 깨진 바위 얼굴을 돌리기도 했지.
  없어진 쪽이 상대에게 고개를 약간 더 기울였던가.
  그 자리엔 크레인 한 대가 고개를 휘젓고 있다.
  문명은 어딘가 뻔뻔스러운 데가 있다.
  남은 언덕이 자기끼리의 대화를 기억하고 있을까.
  지난날의 갖은 얘기 이젠 단색(單色) 모놀로그?
  
  5
  한 뼘 채 못 되는 시간이 남아 있다면
  대호 방조제까지만이라도 갔다 오자.
  언젠가 직선으로 변한 바다에
  배들이 어리둥절하여
  공연히 옆을 보며 몸짓 사리는 것을 보고 오자.
  나이 늘며 삶이 점점 직선으로 바뀐다.
  지난 일들이 빤히 건너다보이고.
  
  6
  곰섬 건너기 직전
  물이 차차 무거워지며 다른 칸들로 쫓겨다니다
  드디어 소금이 되는 염전이 있다.
  산다는 것은 스스로든 억지로든
  칸 옮겨 다님,
  누군가 되돌아가지 못하게 제때마다 물꼬를 막는다.
  자세히 보면
  시간에도 칸들이 쳐 있다.
  마지막 칸이 허옇다.
  
  7
  물떼샌가 도요샌가
  긴 발로
  뻘에 무릎까지 빠진 사람은
  생물로 치지 않는다는 듯이
  팔 길이 갓 벗어난 곳에서 갯벌을 뒤지고 있다.
  바지락 하나가 잡혀 나온다.
  다 저녁때
  바지락조개들만
  살다 들키는 곳.
  
  8
  어둠이 온다.
  달이 떠오르지 않아도
  물소리가 바다가 된다.
  밤새가 울 만큼 울다 만다.
  왜 인간은 살 만큼 살다 말려 않는가?
  생선들 누웠던 평상 위
  흥건한 소리마당 같은 비릿함,
  그 냄새가 바로 우리가 처음 삶에,
  삶에 저도 모르게 빠져든 자리!
  그 속에 온몸 삭히듯 젖어
  육십 년 익힌 삶의 뽄새들을 모두 잊어버린다.
  이 멈출 길 없는 떠남! 내 안에서 좀체 말 이루려 않는
  한 노엽고, 슬거운 인간을 만난다.
  곰처럼 주먹으로 가슴 두들기고
  밤새처럼,
  울고 싶다.   

 

▲ 웅도 건너 가는 길

 

웅도 썰물,밀물 시간 보기 클릭 ■☞ 물때 시간표

 

웅도 (곰섬)

북쪽의 육지 끝에서는 700m 떨어져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곰이 웅크리고 앉은 형태와 같다고 하여 웅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곳은 밀물이 되면 건너갈 수 가 없다. 또한 서산 어리굴젓 체험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곳은 경운기 대신에 소 달구지를 이용하여 가로림만에서 조개류와 젓갈을 실어 내온다.  웅도에는 분교가 하나 있으며 집집마다 대나무숲이 담장을 이루고 누렁이 소를 많이 키우고 있었다. 마을을 지나 웅도 끝까지 가면 방파제가 있으며 해변가에 바위가 멋진 모습을 볼 수있다.

가로림만은 그들에게 있어서 삶의 현장이자 생활 터전이다.

 

 

▲ 참고 경향신문 

서산의 정겹던 옛모습을 보려면 대산면 웅도에 들어가면 된다. 웅도 역시 섬이지만 썰물 때에는 400m 정도 시멘트길이 드러난다. 웅도는 작은 섬이다. 해안선을 다 합쳐도 불과 5㎞가 채 되지 않는다. 인구도 150명 안팎. 하지만 개펄은 광활하다. 수백만평은 족히 될 듯하다. 지도를 보면 천수만, 아산만의 크기와 비슷하다.

웅도사람들은 가로림만에 삶을 기대어 살아왔다. 사시사철 바지락이 나온다고 한다.

물이 빠지면 마을사람들은 소달구지를 끌고 바다로 간다. 배를 판자 바닥에 붙여 썰매처럼 개펄로 나가는 남해안의 ‘뻘차’는 더 독특하다. 

소달구지는 전국에서 웅도가 유일하다고 한다. 왜 하필 소달구지일까. 개펄이 무르고 질기 때문이다. 50년 전 한 청년이 소달구지를 이용해서 바지락을 싣고 나왔는데 발이 빠지지도 않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거둬올 수 있었다고 한다. 

경운기는 바닷물에 부식돼 엔진은 금세 망가지고 한번 빠지면 쉽게 빼낼 수 없단다. 그 뒤 마을 사람들은 집집마다 직접 달구지를 만들었다. 웅도에는 구멍가게 하나 없지만 그 정겨운 모습 때문에 관광객들이 꽤 찾는편이다.

 

 

가로림만 여행은 원북면 청산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곳은 3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해상교통로의 요충지였다. 가까이는 팔봉면 구도와 태안읍 도내를 연결하고, 멀리는 인천을 운항하는 여객선이 있어 항상 분주한 곳이었다 지금은 육상 교통이 발달하여 모든 항로가 폐쇄되었지만 지척에 있는 나루터의 정감이 옛 영화를 그립게 한다.
이곳에서 임도(林道)를 따라 이적산의 안익재를 너머 방파제를 타고 사직재에 다다르면, 군도 12호선인 ‘사관선’과 접하는데 이 길을 따라 관리까지 간 후 다시 지방도 603호선을 타고 만대까지 가면 된다 이 길이 바로 가로림만의 해안도로인 셈이다. 이 도로는 지난 2001년도에 이원면 사창리에서 관리를 잇기 위해 개설한 비포장도로로 가로림만의 해안을 따라 땅끝마을인 ‘만대’까지 연결되는 도로인데 가로림만에 서린 삶과 애환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좋다.

 

▲ 아침햇살과 섬 그리고 가로림만의 갯벌

 

가로림만의 가장 인상적인 풍경은 섬들의 향연이다. 이곳을 가다보면 무수히 많은 섬들이 우리를 맞는다. 새섬, 율도, 송도, 윗지매, 아래지매, 매구섬, 석능도, 피도, 솔섬,… 그리고 이름 없이 올망졸망 떠있는 애기섬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물이 빠지면 다시 솟아오르는 수많은 여가 있으니 돗다여바위, 상아바위, 삼형제바위, 장안여, 잔여부리, 큰산딴여…등이 그런 이름들이다.
멀리 서산시 지곡면을 뒤로한 채 저섬, 매섬, 계도, 분점도, 능도, 조도, 대우도, 소우도, 솜섬, 옥도가 차례로 펼쳐진다.

고파도는 서산시 팔봉면 구도나루터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고 우도와 분점도는 벌천포에서 배를 탄다. 웅도는 썰물 때마다 육지와 이어져 잠시 섬의 운명에서 벗어나는 섬이다.

 

▲ 양길리에서 본 팔봉산 

대산면 웅도에서 가로림만을 따라 이원반도까지 돌다보면 그 중간에서 만나는 산 팔봉산이다. 바로 그 앞을 지나게 된다.

 

▲ 서산 갯마을 간판과 작은 횟집이 있는 구도 선착장

 

태안읍에서 포구까지 가는 길은 만대포구가 유명관광지는 아닌 까닭에 조용하기만 하다. 원북면 대기리를 지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학암포해수욕장이다. 학암포로 가는 길을 버리고 삼거리를 지나서 이원면 사창리,관리, 내리 마을을 지나는동안 오른쪽으로 가로림만의 잔잔한 물결이 언뜻언뜻 눈에 들어온다. 이따금씩 길 옆으로는 염전지대와 대하양식장 등이 펼쳐지기도 한다.

 

▲ 고파도

 

▲ 가로림만 주변의 집 뒤에는 대나무숲이 담을 대신하고 있었다. 아마도 바닷바람이 거세서 방풍림으로 이용하는것 같다.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당신 IC - 서산 - 태안 - 대산방면 -대산읍내 끝에서 우회전 - 웅도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32번 국도-서산 방면)→서산→태안(603번 지방도-우회전)→ 원북 삼거리(우회전)→이원반도 ※ 태안읍내에서 만대포구까지는 30km
현지숙박 : 민박/문의 - 서산수협 지도과(041-665-1136)
주변명소 : 태을암 마애삼존불, 학암포해수욕장, 구례포해수욕장, 신두리해수욕장 정보제공 : 태안군청 문화관광과(041-670-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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