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귀 모양…세계적 지질학 가치 지녀
글 사진 박정원 선임기자 입력 2021.03.24 09:40
한국의 명승 명산 <4> 진안 마이산
신라 서다산→고려 용출산→조선 마이산으로 지명 변한 고대부터 명산
※ 전북 진안군은 지난해 겨울부터 입산을 통제했던 암마이봉 등산로를 3월 15일부터 개방한다고 12일 밝혔다.
개방구간은 천왕문∼암마이봉 정상 0.6㎞구간과 봉두봉∼암마이봉 구간으로 천왕문, 봉두봉 방면 2개 출입구가 개방된다.
멀리서 바라본 마이산의 기이한 봉우리. 사진 C영상미디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2호, 천연기념물 제386호 청실배나무와 천연기념물 제380호 줄사철나무 군락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명소이자 명산 마이산에 대한 현주소이다.
명칭도 계절 따라 다르다. 봄에는 안개를 뚫고 나온 두 봉우리가 쌍돛배 같다 하여 돛대봉, 여름엔 수목이 울창해지면 용의 뿔처럼 보여 용각봉, 가을엔 단풍 든 모습이 말의 귀 같다 해서 마이봉, 겨울에는 눈이 쌓이지 않아 먹물을 찍은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라 부른다.
마이산馬耳山(687m)은 생긴 형세가 특이해 예로부터 명산으로 두루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듯하다.
조선 초기 사림파의 거두인 김종직은 마이산을 두고 ‘기이한 봉우리가 하늘 밖에서 떨어지니, 쌍으로 쭈삣한 것이 말의 귀와 같고나. 높이는 몇 천 길인지 연기와 안개 속에 우뚝하도다. 우연히 임금의 행차하심을 입어 아름다운 이름이 만년에 전하네. 중원에도 또한 이런 이름이 있으니 이름과 실제 모습이 서로 비슷하도다. 천지조화의 공교함은 끝이 없으니, 길이 천지가 혼돈했던 처음 일을 생각하도다. 내 이곳에 가을비 내린 뒤에 오니, 푸른빛과 붉은빛이 비단처럼 뒤섞였네. 멀리 바라보노라고 고개를 돌리지 아니하니 문은 밤새도록 열어 둔 대로다. 어떻게 해서 신선의 녹옥장綠玉杖을 얻어 높은 데에 올라가 다니면서 진흙먼지 같은 이 세상을 벗어나 쇄석암에서 묵고 봉우리 꼭대기에 올라 샘물을 손으로 마시며 선동仙童과 서로 상의해 방촌方寸 숟갈의 약을 먹을꼬’라는 시를 남겼다.
은수사에서 왼쪽 암마이봉과 오른쪽 수마이봉 형세를 담았다. 왼쪽 까치집이 있는 우뚝 솟은 노거수가 천연기념물 청실배나무다.
그 기이한 형세에 눈을 돌릴 수 없어 선계와 속계를 혼동할 정도였다고 읊고 있다. 시뿐만 아니라 여러 문헌에도 기록이 전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진안현편에 ‘마이산은 현의 남쪽 7리에 돌산이 하나 있는데 봉우리 두 개가 높이 솟아 있기 때문에 용출봉湧出峯이라 이름하였다. 높이 솟은 봉우리 중에서 동쪽을 아버지, 서쪽을 어머니라 하는데, 서로 마주 대하고 있는 것이 마치 깎아서 만든 것 같다. 그 높이는 천 길쯤 되고 꼭대기에는 수목이 울창하고 사면이 준절峻絶하여 사람들이 오를 수 없고 오직 모봉의 북쪽 언덕으로만 오를 수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동봉 위에는 작은 못이 있고, 서봉의 정상은 평평하고, 샘이 있어서 적병을 피할 수 있고, 날이 가물어 비를 빌면 감응이 있다고 한다.
신라시대에는 서다산이라고 불렀는데, 소사小祀에 올렸다. 본조 태종이 남행하여 산 아래에 이르러서 관원을 보내어 제사를 드리고 그 모양이 말의 귀와 같다 하여 마이산이라는 이름을 내려 주었다. (후략)’고 기록되었다. 서다산에서 용출산으로, 다시 마이산으로 명명된 유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수마이봉 화엄굴 석간수는 여성 성기 같아 <고려사지리지>에도 ‘마이산은 신라에서는 서다산이라 불렀는데, 소사에 올라 있다’고 기록돼 있다. 신라는 전국의 명산대천을 대사·중사·소사로 나눠 삼산 오악으로 지정했다. 거기에 소사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실제 <삼국사기> 제사편에 소사의 여러 산 중에 서다산이 등장한다. 이에 역사학자 정구복은 당시 행정구역으로 볼 때 충남 금산의 서대산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서다산은 현재의 마이산이 틀림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수마이봉 중턱에 있는 화엄굴. 깊은 동굴에 샘물이 흐른다.
이와 같이 마이산은 삼국시대부터 국가에서 관리한 명산으로 취급받아 왔다. 문화재청은 ‘마이산 일대’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마이산은 산꼭대기의 두 산봉우리가 마치 말의 귀 모양을 하고 있다. 두 봉우리는 암마이봉과 수마이봉(681m)으로 불린다. 산의 이곳저곳에는 탑 또는 돔 모양의 작은 봉우리들이 광대봉, 마두봉, 관암봉, 비룡대, 나옹암으로 불리며 10여 개가 줄지어 있다. 마이산의 중심부인 이곳은 독특한 지질자원이자 경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자연유산이다.
마이산의 지질구성은 백악기의 마이산 역암이며, 산이 전체적으로 탑처럼 우뚝 솟은 모양이 특징이다. 암석의 특징상 부분적으로 비바람에 깎여 나간 수많은 구멍(풍화혈=타포니)이 나있어 암석학적 학술가치도 매우 크다. 암석의 작은 홈에 물이 들어가서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구멍을 넓힌 것이다(빙정의 쐐기작용). 마이산에는 줄사철나무 군락(천연기념물 제380호)과 은수사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제386호) 등 다양한 식물상과 마이산탑(시도기념물)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어우러져 있다.’
수많은 돌탑이 조성된 마이산 탑사는 마이산의 또 다른 볼거리이다.
요약하면, 산 모양의 특이한 형세와 지질자원의 학술적 가치, 독특한 식물 군락, 그리고 문화유산 등으로 대변된다. 따라서 한 부분이 아니라 여러 특징을 동시에 명승으로 지정하면서 ‘마이산 일대’라고 한 것이다. 이는 진안군에서 마이산 8경을 지정한 데서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1경 화엄굴은 수마이봉 중턱에 화엄굴이 있는데 이 굴속에서 사철 맑은 석간수가 흘러나온다. 샘물은 아래에서 솟는 물이 아니라 동봉의 봉우리에서 바위틈을 타고 내려오는 석간수이다. 화엄굴이라 함은 예전에 한 이승異僧이 이 굴에서 연화경·화엄경 등 두 경전을 얻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이 석간수를 마시고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면 옥동자를 얻을 수 있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2경은 타포니Taffoni(풍화혈) 현상. 마이산을 남쪽에서 보면 봉우리에 폭격을 맞은 듯한 작은 굴들이 보이는데 이것을 타포니 지형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러한 지질은 약 1억 년 전 호수였던 진안분지에 큰 홍수가 일면서 주변 자갈과 모래 진흙이 밀려와 퇴적됐고, 이후 약 6,000만~7,000만 년 전에 지각 변동 시 서서히 융기되어 지금의 역암으로 변했으며, 두께는 2,000m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마이봉 정상에서 발견된 민물고기 쏘가리와 다슬기 등의 화석에서 호수였던 사실을 증명한다. 천연기념물 청실배나무와 줄사철나무 군락 3경은 역고드름. 겨울철 마이산에 정화수를 떠놓으면 하늘로 솟는 얼음기둥이 만들어지는 현상이 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4경은 은수사. 천연기념물 청실배나무와 줄사철나무군락이 있으며, 조선 태조 이성계가 신인으로부터 금척을 받는 모습의 상상도인 천사금척도도 소장돼 있다.
청실배나무는 수령 700년가량 된다.
5경은 탑사(석탑군). 암마이봉 남쪽 기슭에 100여 개의 석탑들이 조성돼 있다. 석탑들은 폭풍이 몰아쳐도 흔들리기는 하지만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6경은 탑영제. 마이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호수로 마이산의 봉우리가 거울처럼 비춰지며 아늑한 풍광과 10여리에 이어지는 벚꽃터널이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7경은 금당사. 마이산 남부에 위치한 사찰로 보물 1266호 괘불탱화를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 8경은 이산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휘호 비석인 대한광복 기념비와 김구 선생의 휘호인 주필대가 있다. 단군을 비롯 조선 태조, 세종, 고종 등을 모신 사당도 있다. 남쪽의 금당사 입구 개울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수km의 길에는 벚꽃나무가 줄지어 봄이면 장관을 이룬다. 이 또한 명승 못지않게 볼거리다.
마이산 탑사에 있는 천연기념물 줄사철나무 군락지.
마이산 수마이봉의 돌출된 모습 속에 흐르는 샘물은 영락없는 여성 성기를 나타내는 듯하다.
마이산 일대는 약 1억 년 전에 형성된 역암의 특징적인 지질구조를 보여 준다.
'본 기사는 월간산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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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등반 오세요"…15일부터 암마이봉 등산로 개방
(진안=뉴스1) 김동규 기자 | 2021-03-12 11:39 송고
전북 진안군이 15일부터 암마이봉 등산로를 개방한다.(진안군제공)2021.3.12/뉴스1
전북 진안군은 지난해 겨울부터 입산을 통제했던 암마이봉 등산로를 15일부터 개방한다고 12일 밝혔다.
개방구간은 천왕문∼암마이봉 정상 0.6㎞구간과 봉두봉∼암마이봉 구간으로 천왕문, 봉두봉 방면 2개 출입구가 개방된다.
자연휴식년제로 10년간 통제됐던 마이산도립공원 내 암마이봉 등산로는 2014년 10월 다시 개방되었으나 매년 겨울철(11월중순∼3월중순) 자연공원법에 따라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통제된다.
암마이봉 등산로는 가파른 바위산으로 미끄러운 구간이 있어 우천, 안개, 호우 등의 기상여건을 고려해 동절기 이외에도 일시적으로 통제될 수 있다.
진안군 관계자는 “봄철 탐방로 등산 시 해빙기 낙석과 미끄러움에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만큼 산불조심에도 유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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