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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퍼뜨리는 숨은 조력자 곤충들

by 한국의산천 2020. 8. 20.

개미를 발로 밟으면 식물의 代가 끊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0.08.20 03:00

 

씨앗 퍼뜨리는 숨은 조력자 곤충들


숲에 가면 발걸음을 조심해야겠다. 개미가 밟히면 그들뿐 아니라 식물도 씨앗을 퍼뜨리지 못해 대가 끊기기 때문이다.

최근 꽃가루받이와 상관없던 개미와 말벌, 귀뚜라미들도 식물의 번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졌다. 동물 대신 씨앗을 퍼뜨려 식물의 번식과 생태계 복원까지 돕는다는 것이다.

 

◇씨앗에 달라붙은 개미용 젤리

식물이 번성하려면 씨앗을 어미 나무에서 떨어진 먼 곳으로 퍼뜨려야 한다. 그래야 어미·자식 간에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서식지도 넓힐 수 있다. 사이언스지는 지난 11일 장다리개미가 식물의 씨앗이 멀리 퍼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씨앗을 퍼뜨리는 곤충들

개미는 씨앗을 먹는다. 하지만 북미나 호주의 삼림이나 남아프리카의 관목림에서 일부 식물은 씨앗에 다른 미끼를 붙여 개미에게 준다. 마치 민달팽이가 앉은 듯한 모습의 '엘라이오솜(elaiosome)'이다. 그리스어로 기름을 뜻하는 엘라이온과 덩어리를 의미하는 솜이 합쳐진 말이다.

 

개미는 씨앗을 물고 집으로 돌아가 애벌레에게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엘라이오솜을 먹인다. 남은 씨앗은 개미굴의 쓰레기장에 두거나 밖으로 내다 버린다. 이 과정에서 씨앗은 먼 곳으로 퍼질 수 있다.

 

개미는 물리적으로 씨앗을 옮길 뿐 아니라 항생제로 씨앗에 묻은 병원균을 없애기도 한다. 미국 테네시대의 찰스 크위트 교수 연구진은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열린 미국생태학회에서 개미가 물고 가 퍼뜨린 씨앗은 표면에 있는 병원균이 이전보다 훨씬 줄어 있었다고 밝혔다. 개미가 애벌레나 집을 살균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이 씨앗에도 도움을 준 것이다.

 

이번 학회에서 과학자들은 숲을 한번 개간하면 씨앗을 퍼뜨리는 개미가 사라져 삼림을 복원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홀든 수목원의 캐티 스투블 박사는 수십년 전 숲을 밀었다가 다시 나무를 심은 곳에는 씨앗을 퍼뜨리는 개미 대신 지렁이가 번성한다고 밝혔다.

 

지렁이는 낙엽을 분해해 개미가 숨을 곳을 없앤다. 개간했다가 복원한 숲에는 달팽이도 많다. 이들도 씨앗에 붙은 엘라이오솜을 좋아하지만, 그 자리에서 먹어치워 씨앗을 퍼뜨리지 못한다.

 

◇바람 대신 말벌이 씨앗 공중 전파

 

민들레처럼 작은 꽃씨는 바람에 날려 퍼지고, 사과처럼 큰 씨앗은 짐승에게 먹혀 나중에 배설물로 먼 곳까지 간다. 하지만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 큰 씨앗도 공중으로 퍼질 수 있다. 중국과학원 쿤밍식물학연구원의 가오 첸 박사 연구진은 아시아에 사는 등검은말벌이 약재로 쓰이는 백부과(科) 식물의 씨앗을 물고 집으로 가져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백부의 씨앗에도 엘라이오솜이 붙어 있다. 말벌은 이것을 애벌레에게 먹인다. 말벌은 씨앗을 평균 110m까지 옮겼다. 날아가는 도중에 씨앗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는 땅에 있는 개미가 바통을 이어받아 옮긴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엘라이오솜이 단순히 영양분이 많다고 말벌의 선택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말벌 더듬이에 엘라이오솜에서 나는 냄새에 반응하는 단백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앞서 연구에서 엘라이오솜에 있는 단백질이나 다른 영양분은 개미의 혈액 성분과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포식성 곤충인 말벌은 꽃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개미를 물고 집으로 날랐던 셈이다.

 

◇배설물로 씨 퍼뜨리는 귀뚜라미

일본에 사는 귀뚜라미와 꼽등이는 바람에 날리는 작은 씨앗을 배설물로 퍼뜨린다. 일본 고베대의 스에쓰구 겐지 교수 연구진은 지난 10일 '진화 레터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귀뚜라미가 야쿠시마란의 열매를 먹고 배설물을 통해 씨앗을 퍼뜨리는 과정을 발표했다. 야쿠시마란은 일본 야쿠시마섬에서 자라는 난초이다.

 

다른 식물과 달리 난초는 잎에서 광합성을 하기 전 초기 발생 단계에 균류(菌類)에서 영양분을 얻는다. 따라서 난초 씨앗은 균류가 많은 곳으로 가야 자랄 수 있다. 보통은 가벼운 씨앗에 공기주머니나 실이 달려 바람에 잘 날려간다.

 

반면 야쿠시마란은 큰 나무 아래에서 땅에 가까이 붙어 자라다 보니 씨앗을 날려 보낼 만한 풍속을 얻기 어렵다. 야쿠시마란은, 대신 땅을 기어다니는 귀뚜라미가 좋아할 열매를 미끼로 줬다. 단단한 목질로 둘러싸인 씨앗은 귀뚜라미의 배 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된다.

귀뚜라미는 날지 않지만 잘 뛰어다니기 때문에 바람보다 씨앗을 더 멀리 퍼뜨릴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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