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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말 8초 피해 사람 적은 여행지로…‘호캉스’ ‘차박’ ‘홈캠핑’도 인기

by 한국의산천 2020. 7. 6.

2020년 07월 호

 

7말 8초 피해 사람 적은 여행지로…‘호캉스’ ‘차박’ ‘홈캠핑’도 인기

여름휴가 ‘뉴노멀’은 비대면, 비접촉
윤혜진 자유기고가 입력2020-07-02 10:00:01

 

7말 8초 피해 사람 적은 여행지로…‘호캉스’ ‘차박’ ‘홈캠핑’도 인기

 

●물놀이는 OK, 공동시설 이용은 주의!
●물에 젖은 마스크 재사용 금물
●안전 휴가 기본은 밀집·밀접·밀폐 환경 피하기
●승용차 이동 시 문고리 소독, 수시 환기 필요
●‘차박(차+숙박)’부터 ‘홈캠핑(홈+캠핑)’까지 아이디어 휴양법

 


[조성하 동아일보 기자]

“휴가를 가자니 찝찝하고 안 가자니 집에만 있는 아이들이 불쌍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두 아이를 둔 주부 김모(37) 씨는 하루하루 더워지는 날씨에 고민이 많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탓에 ‘집콕’한 지 벌써 5개월째다. 아이들 등쌀에 못 이겨 7월 서울 한 호텔에 묵기로 했다는 그는 “펜션보단 그나마 위생 관리를 잘할 것 같아 예약했는데 야외 수영장을 이용해도 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봄에 예약까지 다 해둔 베트남 다낭 여행을 취소한 뒤 아이들이 ‘물놀이’ 노래를 부른다. 여름방학이 오는 게 두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람 적은 곳으로 떠나자

코로나19 여파로 예년 같지는 않겠지만 머잖아 휴가철이 시작된다. 김씨처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이래로 이어진 격리 생활에 스트레스와 우울함을 호소해 온 사람들이 이를 계기 삼아 ‘휴가’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수도권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 체계가 시험대에 오른 참이다. 휴가 계획을 짤 때 고려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금 휴가를 가도 될 것인가’부터 ‘간다면 어디를 갈까’ ‘어떻게 다녀와야 안전할까’ 등에 대한 걱정과 궁금증도 커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는 해외로 휴가를 떠나기 힘든 여건이라 국내 여행지 혼잡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올여름 휴가 계획을 세울 경우 7월 말, 8월 초는 되도록 피하라고 조언한다. 사람이 몰리는 시기에 휴가를 가면 ‘2m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기가 상대적으로 더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휴가를 여름 이후로 마냥 늦추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의료계에서는 올가을 이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민들이 여름이 끝나기 전 분산해 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들이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휴가철 안전성 확보 방법으로 ‘밀집, 밀접, 밀폐 환경을 최대한 피할 것’을 꼽았다. “현재로선 코로나19와 계절 및 날씨 사이 관계가 분명치 않다. 어떤 시기에 휴가를 갈지보다 중요한 건 ‘3밀’을 피하는 것”이라는 게 김탁 교수 조언이다.

 

이동 인구가 많은 휴가철에 움직이다 보면 대중교통 수단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공중화장실, 기차역 등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대중교통 이용 시 되도록 타인과 떨어진 좌석을 예약하고, 휴게소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 자가용을 이용할 때는 승차 전 손을 소독하고 출발 전 차문 손잡이와 핸들, 기어 표면 등을 소독하며, 이동 중 수시로 환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수욕장, 계곡에서도 2m 거리두기 지켜야


[뉴스1, 쌍용차 제공]

‘여름휴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물놀이다. 휴가객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해수욕장의 안전성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도 의견이 갈린다. 일단 바닷물을 통한 감염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우주 교수는 “바닷물은 염도가 높아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또 파도가 치는 바닷물의 특성상 바이러스가 곧 희석되기 때문에 이를 매개로 한 집단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해수욕장 환경이다. 많은 사람이 찾는 바닷가에서 타인과 계속 2m 이상 거리를 둔 채 물놀이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모래사장에서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해변은 출입로가 사방으로 나 있다. 입장객 체온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출입자 명부를 완벽하게 작성하기 힘들다. ‘여름철 해수욕장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관계 당국도 해수욕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5월 말 ‘해수욕장에서 지켜야 할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발표했다. 백사장에 개인 차양 시설을 최소 2m 이상 거리를 두어 설치하고, 탈의실이나 샤워실 등 공용시설은 되도록 이용을 자제하며, 불가피할 경우 혼잡한 시간을 피해 다른 사람과 한 칸 떨어져 사용하라는 내용이다.

 

이 지침은 워터파크, 야외 수영장 등 다른 물놀이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장소에서도 물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될 위험은 크지 않다고 말한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영장 물은 높은 농도의 염소로 소독한 뒤 사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들어가도 거의 즉시 사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물 밖에서 다른 이용자와 충분한 거리를 둘 수 있는지다.

 

현재 국내 주요 워터파크들은 자체적으로 방역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도 워터파크에 가면 놀이기구를 타려고 줄을 서거나 음식점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잘 착용해야 한다. 또 되도록 실내보다 실외 시설을 이용하고, 수건과 수영복, 수경 등도 개인 물품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스크가 물이나 땀에 젖으면 기능이 떨어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김탁 교수는 “마스크를 쓰기 전 개인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마스크를 벗은 뒤엔 방수팩에 넣어 젖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해수욕장, 워터파크, 계곡 등 여러 물놀이 공간 가운데 가장 안전한 곳은 어디일까. 김탁 교수는 “어디든 사람이 적고 밀폐되지 않은 장소가 좋다”고 밝혔다. 그는 계곡에 대해 “감염자가 물놀이를 하다 코를 풀거나 침을 뱉을 경우, 근접 거리에서 노는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며 “밀접 접촉을 삼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우주 교수는 세 장소 모두 사람이 많지 않다면, 그 가운데서는 해수욕장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우주 교수 설명이다.

 

“계곡도 물이 계속 흘러내려가니까 물을 통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은 크지 않다. 하지만 물가에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앉는 게 문제다. 워터파크 역시 시설 이용 과정에서 사람 간 거리가 가까워질 개연성이 크다. 해수욕장이 안전하다고 말한 건 거리를 두기가 가장 쉽기 때문이다.

 

올여름 휴가를 떠날 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게 ‘2m 거리두기’다. 어디서든 이 지침만 지킬 수 있다면 마스크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인파가 몰리면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으니 늘 마스크를 소지하고, 특히 물놀이 갈 때는 마스크가 젖는 상황에 대비해 여분까지 챙기는 게 좋다.”

 

도심 한옥, 시골 마을에서 즐기는 한적한 여행


올 여름 캠핑을 떠날 때는 비교적 텐트 사이 간격이 넓은 숲속 캠핑장을 이용하는 게 좋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5월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국민여행 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일상을 벗어나는 ‘여행’보다 일상에서 즐기는 ‘여가’ 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리적 치유와 면역력 증진을 위한 ‘웰니스 관광(Wellness Tourism)’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홈플러스 3~5월 캠핑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것도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6월 들어서는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최고 169%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며 “여름 휴가철에 캠핑을 떠나려는 고객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 실외 캠핑장도 ‘코로나19 안전지대’는 아니다. 화장실과 개수대를 공동 사용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 또 야외라는 생각에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하는 것도 감염 위험을 키운다. 캠핑 전문가들은 올여름에는 비교적 텐트 사이 간격이 넓은 숲속 캠핑장이나 개인 화장실과 부엌을 갖춘 글램핑장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캠핑 초보자라면 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이나 소풍처럼 하루 만에 가볍게 다녀오는 ‘캠프닉’(캠핑+피크닉)을 즐기는 것도 좋다고 한다.

 

평소 가족끼리 캠핑을 자주 다니는 직장인 최모(37) 씨는 손품을 들인 끝에 이번 여름에 이용할 글램핑장을 예약했다. 그는 “5월 초 황금연휴 때 경기도에 위치한 캠핑장을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캠핑장이라고 다 안전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일찍부터 전용 화장실과 부엌이 있는 시설을 예약하려고 노력했다. 몸만 가면 되는 곳이지만 좀 더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식기와 조리도구 등을 챙겨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부 오한나(41) 씨는 한적한 마을 체류형 휴가를 다녀온 케이스다. 오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은 4월에 일주일 동안 서울 근교의 마당 있는 한옥을 빌려 지냈다. 마스크 쓰라고 잔소리할 필요도 없이 우리끼리 마음껏 뛰고 놀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며 “올여름에도 사람이 많지 않은 지역 숙소를 통째로 빌려 비슷한 또래 아이가 있는 친척 가족과 같이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인적 드문 여행지를 찾아 ‘힐링’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도 ‘일주일 살기’ ‘한 달 살기’ 등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충북 제천시의 경우 타 지역 거주자가 제천에서 일주일 이상 머문 사실을 증명하면 숙박비와 체험비 일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더욱 완벽한 ‘비대면 여행지’를 찾는 사람은 한국해운조합에서 운영하는 ‘가보고 싶은 섬’ 사이트에서 전국 섬 여행 코스와 운항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것저것 신경 쓰고 계획하기 힘든 사람은 호텔로 바캉스를 떠나는 이른바 ‘호캉스’도 검토해볼 만하다. 항공사에 근무하는 윤모(34) 씨는 “회사 사정으로 한 달에 절반 정도를 무급 휴가로 보내는 상황이라 목돈 들어가는 여름휴가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면서 “하루 정도 호캉스로 작은 사치를 부려볼까 한다”고 밝혔다.

 

도심 떠나지 않는 ‘호캉스’ ‘홈캠핑’도 인기


서울 신라호텔 야외수영장에 있는 독립된 휴식 공간 카바나(왼쪽)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오션풀 루프탑(오른쪽). [신라호텔 제공, 파라다이스호텔 제공]

 

‘호캉스족’에게 올여름은 다양한 패키지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를 수 있는 기회다.

서울 신라호텔은 야외 수영장 ‘어번 아일랜드’와 ‘루프탑가든’ 이용권, 2인 숙박과 조식 등을 묶은 ‘어반 루프탑 가든’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해운대 하늘과 바다를 야외에서 조망할 수 있는 오션풀 루프탑 이용과 라이브 뮤직 파티 ‘선셋 파라다이스’ 티켓 등이 포함된 ‘얼리 서머’ 패키지를 마련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객실과 오아시스 야외 수영장, 풀사이드 바비큐 뷔페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오아시스 풀사이드 바비큐 패키지’를 내놓았다.

 

호텔 수영장 이용이 꺼려지는 이들을 위한 패키지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켄싱턴호텔 여의도는 7월 31일까지 ‘한강 피크닉 패키지’를 선보인다. 디럭스 객실 1박, 조식 2인, 피크닉박스, 크루즈 이용권 2매, 뮤지컬 ‘김종욱 찾기’ 초대권 2매로 구성한 상품이다. 홀리데이 인 인천송도가 마련한 ‘송도 겟어웨이 패키지’는 객실 1박과 조식 2인, 센트럴파크 패밀리보트 이용권 1매, 워터보틀 1개 등을 제공한다.

 

이것저것 신경 쓰기 싫을 때는 ‘홈캠핑’으로 여행 기분을 내볼 수도 있다. 작은 텐트나 캠핑의자를 집 베란다, 옥상, 마당 등에 설치하고, DIY 에탄올 난로나 1인용 화로 등을 켜면 집에서도 ‘불멍’(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 후 처음 맞는 여름은 여러모로 전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감염 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휴가철 인구 이동은 향후 방역 정책 수준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대영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 연구위원은 “주요 관광지의 경우 입장객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온라인 사전 예약 시스템을 구축해 ‘2m 거리두기’가 가능한 수준에서 하루 입장객 수를 관리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동아 2020년 7월호

윤혜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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