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곰배령·곶자왈·이끼계곡… 신비로운 원시림으로 '언택트 여행'
영월·포천·남양주=강정미 기자 입력 2020.05.23 03:00
녹색의 탐방로 원시림 트레킹
인제 점봉산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을 만날 수 있는 천혜의 숲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만발해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리는 곰배령까지 탐방로가 조성돼 원시의 숲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일상과 생활 방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비대면·비접촉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산되면서 여행도 이제 언택트가 대세다.
사람이 붐비지 않는 자연 속에서 개별적으로 휴식과 힐링을 즐기는 여행이다. 언택트 여행을 즐기기에 '원시의 숲'은 최적의 장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원시 숲이 국내에도 존재한다.
원시림은 숲을 보호하기 위해 탐방 인원을 제한하거나 예약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적합하다. 때묻지 않은 원시의 숲은 신비롭고 평화롭다. 이 시국에도 마치 다른 시공간에 있는 듯하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고민을 내려놓기에도 딱이다. 원시의 숲으로 언택트 여행을 떠나보자. 색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 속으로
강원도 인제 점봉산은 한계령을 두고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하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만발해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리는 곰배령이 이름났다. 곰배령을 오르는 길은 원시림 그 자체다. 점봉산은 국내에서 자연 그대로의 숲을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원시림이다.
천혜의 원시림과 천상의 화원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곰배령에 오르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점봉산은 산 자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정해진 탐방로를 이용해 곰배령까지 하루 정해진 인원만 예약제로 탐방이 가능하다.
탐방 코스는 총 2개다. 점봉산생태관리센터에서 출발해 강선마을을 지나 곰배령을 오르는 산림청 코스와 점봉산 분소에서 곰배령으로 가는 설악산국립공원 코스다. 산림청 코스는 하루 450명, 설악산국립공원 코스는 하루 300명으로 탐방 인원을 제한한다.
점봉산생태관리센터에서 출발하는 산림청 코스는 왕복 10.5㎞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곰배령 직전의 구간을 제외하면 탐방로 대부분이 완만해 산행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점봉산에는 활엽수가 많다. 활엽수림은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하다. 산이 깊어질수록 숲도 깊어진다. 산으로 빨려드는 것 같으면서도 처음 접하는 때묻지 않은 숲길을 걷는 기분이 색다르다. 신선한 공기와 시원한 바람은 발길을 가볍게 만든다.
비자림의 가장 깊은 숲에는 국내 최고령 비자나무인 ‘새천년비자나무’가 있다. 수령이 832년이다. 500~800년 된 비자나무 2900여 그루가 자생하는 비자림은 제주 특유의 원시림을 만날 수 있는 곶자왈의 일부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곰배령이 가까워지면 어느새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곰이 배를 드러내고 누운 것 같다'는 곰배령의 탁 트인 풍경이 압권이다.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곰배령에서 한숨 돌린 뒤 하산 코스로 길을 잡는다. 산을 내려가는 길도 원시의 숲을 눈에 담느라 지루할 새가 없다.
설악산국립공원 점봉산 분소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왕복 7.4㎞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두 코스 모두 출발 지점으로 원점 회귀해야 하므로 예약 전 코스를 자세히 살펴보고 선택할 것. 곰배령 탐방 예약과 자세한 정보 확인은 산림청(forest.go.kr)과 국립공원공단 예약통합시스템(reserva tion.knps.or.kr)에서 할 수 있다.
제주는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만나기에 좋은 여행지다. 그중에서도 곶자왈은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원시림이다. 곶은 숲, 자왈은 나무와 덩굴·암석 등이 뒤섞인 수풀을 뜻한다. 화산활동으로 생긴 암괴 지대에 형성된 곶자왈에는 600종이 넘는 식물과 멸종 위기 식물이 자생한다.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곶자왈은 중산간 지대에 넓게 형성돼 있다. 서부 지역의 한경-안덕곶자왈과 애월곶자왈, 동부 지역의 구좌-성산곶자왈과 조천-함덕곶자왈 등이 4대 곶자왈이다.
곶자왈을 모두 둘러보기 쉽지 않기 때문에 동선이나 취향 따라 선택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곶자왈이 처음이라면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이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걷기 좋은 탐방 코스와 곶자왈에 대한 정보를 만날 수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4개 마을 일대에 총 5개 탐방 코스가 조성돼 있다. 코로나 여파로 아쉽게도 숲해설탐방은 중단된 상태다.
울창한 비자림을 걷다 보면 다른 시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편안한 길이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곶자왈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다. 제주시 교래리 교래자연휴양림은 곶자왈에 조성한 최초의 자연휴양림이다. 곶자왈과 오름을 탐방할 수 있는 숲길 외에 숙박시설과 야영장이 마련돼 있어 원시의 곶자왈을 느끼며 특별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제주시 평대리 비자림도 곶자왈의 일부다. 비자림에는 수령 500~800년의 비자나무 2900여 그루가 우거져 있다. 비자나무가 뿜어내는 신선한 향기와 피톤치드를 맡으며 산책을 즐기다 보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바닥에 깔린 화산송이를 밟는 기분도 색다르다.
칠선계곡은 지리산의 태고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리산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 계곡으로 꼽힌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기란 쉽지 않다. 칠선계곡은 지리산에서도 험난한 구간이자 탐방객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2004년 복원을 시작한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다.
칠선계곡의 탐방이 허락되는 건 일 년에 단 4개월(5·6·9·10월)이다. 이 기간 예약자에 한해 매주 월·토요일 전문 가이드와 함께 칠선계곡 탐방을 즐길 수 있다.
월요일은 추성주차장에서 비선담, 천왕봉(9.7㎞)까지 올라가기 프로그램을, 토요일은 추성주차장에서 삼층폭포, 추성주차장(13㎞)까지 되돌아오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회당 참여 가능 인원은 60명이다.
칠선계곡을 만나려면 서둘러야 한다. 예약은 국립공원공단 예약통합시스템(reserva tion.knps.or.kr)에서.
수백 년 된 금강소나무가 우거진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울진군
왕의 숲으로
경북 울진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조선시대부터 철저한 관리와 보호를 받았다. 금강소나무는 예부터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棺)을 만들 때 사용하는 귀한 목재였다.
일반 소나무에 비해 키가 크고 줄기가 곧으며 단단해 활용도가 높고 내구성이 뛰어나다.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조선 숙종 때 황장목 생산을 위해 '황장봉산(黃腸封山)'으로 지정되면서 나무를 베는 일이나 일반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됐다.
산림청이 금강소나무 군락지에 금강소나무숲길을 조성하면서 수백 년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온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직접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총 7개의 구간이 있지만, 코로나 여파로 5개 구간(2·5구간을 제외)만 오는 30일부터 개방한다. 구간별로 하루 40명에 한해 탐방 가이드와 함께 숲길을 걷는다. 7시간 이상 소요되는 중상급 코스가 많기 때문에 산행 준비는 필수다. 비교적 짧은 4구간이나 가족 탐방로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600년 된 대왕소나무의 자태와 왕을 위해 잘 관리된 우아한 원시림을 감상하기엔 충분하다. 금강소나무숲길 개방일은 코로나 확산 여파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정확한 일정과 탐방 예약은 홈페이지(uljintrail.or.kr)에서 확인.
남양주 봉선사 입구에서 포천 국립수목원을 잇는 3㎞의 ‘광릉숲길’은 광릉숲을 가까이서 느끼며 가볍게 걷기 좋은 산책로다.
산책과 휴식을 즐기기 좋은 연못이 있는 남양주 봉선사. /강정미 기자
광릉숲은 조선 제7대 왕인 세조와 정희왕후의 무덤인 광릉(光陵)의 부속림이다. 1468년 능림으로 지정된 이후 경작과 매장, 일반의 출입이 금지되면서 550년이 넘도록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해 왔다.
광릉숲 원시림은 국립수목원에서 만날 수 있다. 광릉숲과 인공숲, 희귀식물 보존원, 산책로 등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다. 신록의 계절을 맞아 푸른 자연과 화려한 꽃 잔치도 함께 즐기기 좋다. 국립수목원은 화~금요일 하루 5000명, 주말과 공휴일은 하루 35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방문 전 산림청 홈페이지(forest.go.kr)에서 예약이 필수다.
가볍게 광릉숲을 느끼고 싶다면 '광릉숲길'을 걸어보길 권한다. 지난해 남양주 봉선사 입구에서 포천 국립수목원까지 차도를 따라 조성된 3㎞ 숲길이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조성된 산책로에선 새소리와 물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길 따라 나물정원, 고사리 숲길 등도 조성돼 있다. 중간중간 앉아서 쉴 수 있는 쉼터와 숲속도서관 등이 있어 쉬엄쉬엄 걷기 좋다.
광릉숲길 중간에 이 숲의 주인 격인 광릉이 있다. 광릉으로 가는 울창한 숲길은 위엄이 넘친다. 광릉숲을 끼고 있는 남양주 봉선사도 들러볼 만하다. 고즈넉한 사찰을 둘러본 뒤 사찰 앞 연못에서 산책과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봉선사 템플스테이 참가 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광릉숲 일부 구간을 스님과 함께 둘러보는 '비밀의 숲' 산책을 체험할 수 있다.
원시의 숲을 만날 수 있는 영월 상동이끼계곡. 푸른 이끼로 덮인 계곡의 풍경이 신비롭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화천 산소 100리길의 ‘숲으로 다리’. 물 위에 떠있는 다리를 건너면 원시의 숲으로 갈 수 있다. /화천군
이색적인 원시의 숲으로
원시의 계곡이 이런 풍경일까. 푸른 이끼로 뒤덮인 계곡을 바라보며 태고의 모습을 상상했다. 강원도 영월 상동이끼계곡은 이끼로 뒤덮인 신비로운 계곡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촬영지로 알려진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와 평창 장전계곡과 함께 3대 이끼계곡으로 손꼽힌다.
상동이끼계곡은 숲에 가려져 밖에선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별다른 이정표도 없지만 찾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원시의 숲과 신비로운 풍경 때문이다. 이끼계곡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이들의 출사지로도 유명하다. 계곡은 생각보다 깊다. 500m에 이르는 계곡은 오르면 오를수록 새롭고 또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푸른 이끼로 뒤덮인 신비로운 계곡과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생각을 비우고 여유를 즐겨본다. 이끼계곡에선 욕심을 내려놓고 풍경을 즐겨야 한다. 이끼를 밟거나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강원도 화천 산소 100리길은 북한강을 따라 조성됐다. 총연장 42.2㎞로 숲길과 물 위를 지나는 물길 등으로 이어진다. 소설가 김훈이 '숲으로 다리'라고 이름 붙인 부교(浮橋)는 북한강을 지나 용화산의 원시림으로 이어진다.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즐기며 수면에 비친 그림 같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오랜 세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용화산의 원시림을 만난다. 차분하게 걷기 좋은 길이다. 원시림에 조성된 산소 터널도 인상적이다. 산나물, 이끼류, 야생초 등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산소길은 라이딩 코스로도 유명하다. 자전거를 타고 원시림과 물길을 달려보는 것도 색다른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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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최치원이 함양에 조성한 숲, 원시림만큼 울창
강정미 기자 입력 2020.05.23 03:00
[아무튼, 주말]
담양엔 조선시대 만든 인공림
함백산 만항재
만항재 ‘산상의 화원’. 낙엽송 사이로 야생화가 얼굴을 내미는 숲길의 운치가 뛰어나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인공으로 조성됐지만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울창한 수림과 고즈넉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오래된 숲도 있다.
경남 함양 상림공원의 역사는 1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말 함양 태수로 있던 고운 최치원이 하천의 범람과 홍수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숲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숲은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었는데 하림은 사라지고 상림만 남았다.
면적 21만㎡ 상림에는 울창한 활엽수림이 장관을 이룬다. 깊고 푸른 숲이다. 천 년이 넘는 시간은 인공 숲을 자연 그대로의 풍경으로 만들었다. 천 년의 시간을 따라 고즈넉한 숲길을 걸으며 신록의 계절을 만끽해 본다.
전남 담양 관방제림은 조선시대에 조성된 인공 숲이다. 담양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관에서 제방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관방제림(官防堤林)이란 이름이 붙었다. 제방을 따라 수령 200~300년 느티나무와 푸조나무, 팽나무 등 거목이 2㎞에 걸쳐 이어진다. 아름드리나무 사이에서 짙어가는 녹음을 즐기며 한숨 돌리기 좋다.
관방제림은 담양 여행 명소인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길과 이어진다. 한 번에 담양 여행을 즐기기에 좋은 코스다. 해가 진 뒤 화려하게 변신하는 관방제림도 찾아볼 것. 별빛이 쏟아지는 듯한 조명으로 빛나는 숲길과 초승달 포토존 등 추억을 남길 곳이 가득하다.
만항재는 강원도 태백과 정선, 영월이 만나는 함백산 자락의 고개다. 해발 1330m, 국내에서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다. 만항재는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 천국이다. 꽃이 절정을 이루는 여름엔 그야말로 '천상의 화원'이 된다.
만항재엔 한때 목장이 있었다. 목장이 문을 닫은 뒤 일대 에 심은 나무가 낙엽송이다. 낙엽송은 인근 석탄 광산에서 갱목으로 쓰이거나 전봇대 등으로 팔려나갔다. 일대 광산이 문을 닫고 쓸모가 없어진 낙엽송은 수십년이 흘러 숲이 됐다. 쭉쭉 뻗은 낙엽송 사이로 야생화가 흐드러진 만항재 풍경은 어느새 오랜 세월 자연이 빚은 풍경 같다. 얼레지, 홀아비바람꽃 등 봄 야생화가 핀 낙엽송 따라 걷는 숲길의 운치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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